다음날 아침이 되자, 오늘은 에누리 없이 출발할꺼니까 짐을 챙기란다.


더이상 늦춰지면 우리의 일정에도 문제가 생기고,


메뉴판에 있는 모든 소고기 부위를 다 먹어본 상태라, 더이상의 미련 없이 짐을 쌌다.


사실 오늘도 혹시? 라는 생각으로 아침을 매우 적게 먹었는데... 아숩게도 진짜 출발했다.





칼라파테의 공항은 임시휴업 상태였다.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는건지, 요즘이 비수기라 항공편이 많이 없는건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직원이 안 나타나길래, 오늘도 혹시? 라고 생각할때쯤


망할 직원이 나타났다. 태어나서 그렇게 항공사 직원이 미워보이긴 처음이었다.





겁나 쿨한 LADE항공의 보딩패스다.


다른 항공사들처럼 종이로 된 보딩패스 주면서 몇번 게이트, 몇번 좌석, 언제 탑승하세요 따윈 없었다.


그냥 저렇게 아무런 표시도 없는 걸 두개 주면서 끝이란다.


몇시에 게이트 통과할지, 몇번 게이트인지, 좌석이 어디인지따윈 없다.


그냥 사람들 들어가면 그때 따라 들어가고, 사람들 가면 거기가 게이트고,


좌석은 선착순이다..;;;


비행기 타서 눈에 보이는 좌석에 앉으면 그만이다. 쿨한 LADE항공.





게이트에 들어가서 좀 기다리니 우리가 탈 비행기가 나타났다.


어디서 온건진 모르겠지만, 중간중간에 보이는 공항마다 전부 쉬어가는 라데항공의 특성에 맞게,


비행기 안에서 사람들이 마구마구 내렸다.


참고로 우수아이아부터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총 5번을 쉰다.


버스도 아닌 것이, 공항이 휴게소도 아니고 왜 죄다 쉬는지 모르겄네.ㅋ





이번 비행기는 그나마 어제 비행기보다는 양호했다.


엔진도 프로펠러가 아닌 제트엔진이었고...


승무원도 나름 격식을 갖춰서 우리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한가지 함정이 있다면, 지금 사람들이 올라가는 사다리. 저걸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잡아당겨서 올린다..;;;


자동시스템 그런거 없다.


그냥 사람들 다 탔다 싶으면 승무원이 힘으로 잡아끌어 올리고 출발한다.





나름 2X3의 대형비행기다.


짐 올려놓는 곳을 보면, 뚜껑이 없는데... LADE항공 스타일이다.


고속버스처럼 그냥 저 위에 짐을 올려놓으면 그만이다.


사람들이 앉았는지, 시트를 제대로 세웠는지,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했는지도 확인 안하고 그냥 바로 출발한다.ㅋㅋㅋ





원래 비행기에 타면 바로 잠을 자기 시작해서, 내릴때 깨는게 정석이지만...


이 비행기는 잠을 잘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작아서 그런지 소음이 엄청나게 심했고... 그리고 엄청나게 흔들렸다.


분명 창밖을 보면 쾌청한 가을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양옆으로 마구마구 흔들린다.


롤러코스터 타는것처럼 위아래로도 흔들리고, 양옆으로 기울어지고 생난리다.


'여기서 떨어지면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121번쯤 했을 때, 우리는 공항에 도착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길래, 당연히 부에노스 아이레스인줄 알고 따라 내렸다.



그리고는 짐 찾는 곳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현지인이 다가와서 뭐라뭐라 말을 건다.


응? 대충 들어보니 어디 가냐고 묻는거 같다.


이건 뭐 아무리 여행객처럼 보여도 그렇지, 대도시의 공항인데... 게다가 게이트도 빠져나가지 않은 짐 찾는 곳인데,


어떻게 호스텔 삐끼 아줌마가 여기까지 들어온거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를 데리고 직원에게 간다.



크헉. 알고보니 여기는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아니란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한정거장 더 가야되고, 여기는 그 전에 있는 도시란다.


헐. 망할. 이게 뭔가연.


왠지 공항이 이상하리만큼 작다 싶었어.


갑자기 잠이 확 깨고 큰일 났다 싶어서, 직원에게 우린 부에노스 아이레스 간다. 여기 아니다 라고 말했더니,


다시 비행기로 데려가서 태워준다...;;;



우리가 직원을 따라 비행기로 다시 갔더니, 지켜보던 사람들이 전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다.


아. 정말 다행이다.


남미 사람들은 정말 착한거 같다. 우리가 부에노스 아이레스 가는지 어케 알았는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수호천사가 따로 없다.


(딱 봐도 여행객인데, 이상한데 내리니까 와서 물어본거 같다.)



처음 뉴욕에 도착했을때 아이폰을 빌려준 천사같은 아가씨부터 시작해서, 참 많은 사람들 덕을 본다.





그렇게 아찔했던 순간을 뒤로 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슬슬 배낭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공항도 좀 세련되고 깨끗하다.




공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버스도 어디서 타는지 잘 몰라서 해매다가, 운 좋게 어떤 아저씨가 친절히 알려줘서 무사히 도착했다.


어느 도시나, 밤에 도착하면 무서운 법이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특히 더 무서웠다.


망할 버스기사가 우리 내려줄 위치를 안 알려주는 바람에, 


내려야 될 곳에서 한참 지나서 다시 버스를 타고 되돌아왔다.


그래서 지금은 남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한인숙소. 남미사랑에 묵고 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