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수아이아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이용한 항공사는 LADE항공이다.


군용항공이라던데... 파타고니아 지역을 전문적으로 운행하는 항공사다.


메이저 회사도, 저가항공도 아닌 완전 구멍가게 수준의 항공사인듯 싶다.


인터넷 홈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예약은 무조건 전화 or 방문만 가능하다...;;;


스페인어가 안되면 무조건 방문해서 손짓발짓으로 예약해야만 됨.


그래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 항공사를 선택했는데... 이 항공사는 우리에게 크나큰 선물을 줬다.





우선 하루일과를 정리하기 전에 슬픈 소식부터 하나 적고 시작하자.


우수아이아에서 난생 처음으로 카지노에 가서 얻은 결과물이다.


망할. 50페소(대충 12500원)으로 시작해서... 우리는 룰렛부터 슬롯머신까지 두루 섭렵하다가...


10페소가 남았을 즈음....이 몸의 귀신같은 찍기실력으로 인하여 49페소정도까지 복구하는데 성공했다.


무조건 50페소 넘으면 돈 찾아서 돌아가자고 굳게 결심하고, 계속 했으나... 결과는 0.05.


시망.


원래 잘 되던 기계가 있었는데, 자꾸 뻑이 나서 기계가 재부팅 되는 바람에... 원치 않게 자리를 옮겼는데 그것 때문에 망한거 같다.


그래. 그것 때문에 망한걸꺼야.


다음에 가면 자리를 옮기지 않고 100달러쯤 집어넣고 해봐야겠다.


원래 도박은 운7기3이라고... 운7은 어쩔수 없다쳐도 기3은 돈만 많으면 됨.





우수아이아를 떠나기 전, 엽서를 보냈다.


남극에 도착하면 엽서를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거였다.


남극에 가지 못했으므로 아숩지만 여기서 보내기로 했다.


한국까지 보내는데 엽서 한장당 3천원정도씩 든다.... 망할 남미.


차라리 국제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게 더 나을 정도로 비쌌다.


게다가 사진은 없지만, 한국까지 보내는데 필요한 우표가 엽서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결국 엽서 앞쪽에 우표를 붙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제대로 갈런지나 모르겄다.





우수아이아 공항에 발권하러 갔는데... 뭔가 심상찮다.


사람도 별로 없고, 직원에게 말해도 뭐라뭐라 하면서 아무도 안 도와준다.


좀 있다가 항공사 직원이 와서 설명해주는데... 영어를 못한다...;;;



결국 우리는 그냥, 항공사 직원이 현지인들에게 설명해주고, 그걸 들은 현지인들의 표정으로 추측하기로 했다.


대충 추측해보건데, 우수아이아 - 칼라파테 는 정상운행인데... 칼라파테 -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기상으로 인해 못 뜬다는 얘기 같았다.


정확하지 않아서 계속 항공사 직원만 졸졸 따라다녔다.


다행히 뭔가 수속을 밟고 활주로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다행이 아니었다.


비행기를 보는 순간, 차라리 기상악화로 인해 비행기가 안 뜨는게 더 안전할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용기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프로펠러 비행기라니...;;;


가뜩이나 바람 많이 불고 기상이 잣나무 같은 파타고니아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라니요....


어머니. 다시 뵐수 있을까요.





타보니까 더 가관이었다...


비행기 좌석이 1X2였다... 이건 뭐 스타렉스도 아니고 1X2라니... 


게다가 짐도 막 바닥에 놔도 되고, 승무원들이 이륙하는데 돌아다니고... 안전교육도 그냥 대충대충 설렁설렁...



저번에 쿠바를 갈때 탔던 쿠바나 항공의 악몽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뭐 제트엔진이라도 달렸지...


창문 바로 앞으로 프로펠러가 미친듯이 돌아가는데...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는게 아니다.


갑자기 느려졌다가, 갑자기 빨라졌다가....


프로펠러의 속도만큼이나 내 심박수도 따라 움직였다.





다행히 성모마리아의 가호로 인해 안전하게 칼라파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온 칼라파테는 내가 알고 있는 칼라파테가 아니었다.


칼라파테 공항은 시내로부터 18키로정도 떨어져 있어서, 뭐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기상상태가 메롱이라서,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출발한다고...


그렇게 우리는 알아들었다..;;; 정확히 뭐라 그랬는지는 둘다 모름.ㅋ





칼라파테 시내에 있는 엄청 좋은 호텔에 도착했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제공해주고 방도 엄청 좋은 더블룸이다.


땡 잡았다.


우리같이 일정없는 거지여행자들에게 이런 일은 정말 로또와 다름 없는 행운이다.


게다가 우리는 저번에 쿠바에서도 한번 겪은 일이라, 너무나도 행복했다.ㅋㅋㅋ



진희랑 돌아다니면서, '아.. 그때 쿠바호텔 같은데 한번만 더 가보고 싶다...'라고 빌면서 다녔더니


정말 효과가 있나보다. 따봉.ㅋㅋㅋ





이게 얼마만에 자보는 아늑한 더블룸이란 말인가.ㅋ


비록 호텔내에 수영장이 없는것이 아쉽긴 했지만, 이 날씨에 수영했다간 향유고래로 변신하겠지.




우리는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칼라파테에 더 머물게 되었다.


정말 너무나도 행복했다. 제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토네이도라도 몰아쳐서 영원히, 아주 영원히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런 상황은 정말. 아. 


쓰다보니 더럽게 없어보이네.


근데 좋긴 좋았음.ㅋ 짱 좋았음. 두번 좋았음.ㅋㅋㅋ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