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8. 16. 10:32

이렇게 할거 없는 동네에서 우린 왜케 오래 머무는걸까.


비수기의 파타고니아는 버스편이 자주 없으므로, 꼭 도시 이동하기 전에 다음 도시에서 나가는 차편을 알아보길 바란다.


어떤 버스는 비수기에 운행을 안하기도 하고, 보통 일주일에 1~3번정도만 운행하니까...


우리처럼 그냥 가면 뭐라도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갔다간 일주일동안 발이 묶일수도 있다.





요날은 뿐따 아레나스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사실 전망대는 아니고, 그냥 약간 높은 언덕 정도?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미라도르? 미라도르? (전망대) 라고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다.


그냥 마을에서 바다를 등지고 바라봤을때, 좀 높아보이는 언덕이 있으면 거기가 전망대다.


전망대가 아닌 언덕이므로 입장료도 없고, 팻말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저 좋은 경치만 있을뿐.





진희가 미라도르를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


여기에 있는 팻말들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각 나라별 도시까지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주는 팻말들인데,


이 전망대 부근에 있단다.


참고로 언덕은 왼쪽으로 가야되고, 내가 가는 길이 팻말들을 보러 가는 길이다.





요게 바로 팻말.


잘 보면 가운데쯤에 베이징 위에 서울이라고 조그맣게 만들어놨다.


사실 요런게 파타고니아 지방 곳곳에 있는데, 그냥 개인 차원에서 만들었지 싶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도시들도 많이 붙어 있다.


요즘에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다보니까, 말투도 걸어서 세계속으로 성우가 되버린거 같다.





요건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집에서 만든 팻말들이다.


옆에 일본국기 그려진 팻말만 봐도, 도쿄가 아닌 훗카이도 니세로? 뭐 이런곳이 적혀있다.



지구는 둥글다.


그러면 우리나라랑 지구 중심을 기준으로 정반대는 어딜까?


그건 아르헨티나쪽 지역이란다....


그러다보니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인 이 곳도 우리나라와 거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서 팻말을 어떻게 붙이든지간에 전부 맞다고 할수 있겠다.ㅋ





언덕을 올라가면서 바라본 시내의 풍경.


저 멀리는 마젤란해협이 펼쳐져 있고, 사진으론 안 보이지만 예쁜 하늘도 있었다.


마을 자체는 여느 파타고니아 마을과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그런 마을이었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항구도시중에 뿐따~는 큰 항구고, 뿌에르또~는 작은 항구란다.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을 이 뿐다 아레나스를 보고 있노라면,


좀 서글퍼지기도 한다.


진짜 인생 한방에 훅 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거겠지.


여기 사는 사람들이 뭐 파나마 운하가 뚫릴줄 알았겠나.... 그냥 영원히 엄청난 배가 드나드는 부유한 도시라고만 생각했겠지...


아무 영문도 모른채 패망하고 있는 자기 동네를 바라보고 있으면 얼마나 서글플까...





하지만 내 머리만큼 서글프진 않겠지.


이건 뭐 모자를 써도 머리가 모자위로 스물스물 기어올라간다.


이게 어딜봐서 머리카락이냐... 메두사 머리도 이렇게 지맘대로진 않겠다.


남들보면 아무리 곱슬이라도 샤워하고 직후는 좀 얌전해지던데...


나는 샤워하고 수건을 머리에 갖다대는 순간 벌써 머리카락들이 수건을 뚫고 나올 기세다.





이제 전망대에 와서 인증샷은 찍었으니, 다음 장소인 공동묘지로 이동.


뿐따 아레나스는 볼거리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공동묘지도 볼거리중에 하나로 되어있다.;;;


이름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동묘지.


묘지를 예쁘게 꾸미기로 유명한 파타고니아 사람들 덕분에 공동묘지도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이 공동묘지에도 슬픈 전설이 있으니 그건 좀 아래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자.


별로 한건 없는데 하루하루 포스팅 하려니 고역이다. 점점 쓸말이 떨어져간다.


이해해줘.





전망대에서 공동묘지로 가는 길에 찍은 도로다.


차들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없고.... 바람만 무지하게 분다.


도시 자체가 그리 큰 편은 아니라서, 도시내를 이동할때는 걸어다녀도 충분하다.





드디어 공동묘지에 도착했다.


요건 공동묘지 정문이 아닌, 공동묘지 안에 있는 묘지 중 하나다.


돈 많은 집들은 이렇게 공동묘지 안에 부지를 산 다음에, 휘황찬란하게 꾸며놓는다.


다른 사람들 기죽일라고.... 죽어서도 빈부격차가 느껴지는 더러운 세상이다.



참고로 남미 남쪽의 공동묘지는 대부분 이런식으로, 공동묘지 내에 땅을 산 다음에 각자 취향에 맞게 묘지를 꾸미는게 일반적인데,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동묘지 가격은, 한명 누울 자리에 5억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여기도 나름 대도시니까... 1억 이상은 하겠지?



우리나라도 집안이 망하지 않는 이상 선산은 팔지 않듯이, 이곳도 왠만해선 묘자리는 팔지 않아서 매물 자체가 흔하지 않단다.





괜히 세계에서 가장 예쁜 공동묘지라는 이름이 붙은게 아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건지 시에서 관리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엄청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고, 나무들도 전부 이렇게 각을 맞춰서 다듬어 놓았다.



이 공동묘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주워 들은바로는,


예전에 이 추운 파타고니아 지방에 처음으로 양을 키운 사람이 있었다.


정말 더럽게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모두들 버린 땅이라고 생각한 곳에, 양을 키워봤는데 생각외로 양들이 잘 자라서


결국 파타고니아 지방을 먹여살리는 품목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처음 양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은 엄청난 재벌이 되었고, 훗날 그 사람이 죽은 다음에


그 사람이 가진 땅중에 이곳을 마누라가 국가에 기증했다고 한다.



기증하면서 한가지 부탁을 했는데, 그게 바로 "묘지 정문으로 들어간 사람은 내가 마지막인 것으로 해달라."


정문 집착증이 있나... 여하튼 저런 부탁을 한 덕분에, 지금도 묘지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사실 이 내용을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다 둘러보고 버스 탈때 봤는데, 멋드러진 문은 닫아놓고 옆에 이상한 유리문을 사용하길래 왜 이러나 싶었는데


이런 슬픈 전설이 숨겨져 있었단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내가 직접 확인해 볼수가 없어서 모르겠다만, 여하튼 이런 야화가 더 재미난건 사실이다.





이건 아마 뱃사람의 무덤인가보다.


묘지가 전부 개성있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묘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뭐 여기 묻히고 싶단 얘기는 아니고, 그냥 멋있었다고.





묘지 가장자리에는 이렇게 납골당처럼 생긴 벽이 있었다.


길이로 보아하니, 관이 벽 안쪽에 자리하고, 그 앞을 시멘트나 뭐로 막은 다음에,


그 앞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보통 카톨릭 관련 물품이나, 살아생전 그 사람이 좋아하던 물건으로 채워놓았다.



사진은 없지만, 보면서 가슴이 짠했던 게 있었는데...


쭉 둘러보다가, 사진도 없고 그냥 인형만 가득 들어가있는 곳이 있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태어난 날짜와 죽은 날짜가 하루차이였다...


아마도 태어나자마자 하루만에 죽은 아기의 무덤인거 같았다.





공동묘지 가장자리로 올수록 무덤의 크기도 약간 작아지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걸로 봐서는, 중심으로 갈수록 더 비싼 묘지인가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묘지를 찾고 있었고, 대부분의 묘지들도 사람들이 다녀간지 얼마 안된걸로 보였다.


생화라든지, 각종 장식품이 묘지마다 가득했다.





이것도 뭔지도 모르고 그냥 찍어온 사진인데...


공동묘지 안에 갑자기 이런 쌩뚱맞은 동상이 하나 있길래... 뭔가 해서 알아봤더니


뿐따 아레나스 중앙에 있는 원주민 동상처럼, 이 동상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한단다.


난 그걸 몰라서 만지지는 않고 그냥 사진만 찍어왔다...;;;


주변에 저렇게 많은 명패와 꽃들이 놓여진걸로 봐서는 뭔가 다른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공동묘지를 보면서 울적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리가 간곳은, 면세점.


역시 기분전환에는 쇼핑이 갑이죠.


하지만 돈 없고 한국 갈날이 많이 남은 우리는 아무것도 못사고 그냥 구경만 하다가 왔다.


아... 술 한병 사왔다.


여행하면서 맥주를 거의 못 마셨는데...(맥주는 도수에 비해 비싸서 주로 럼주, 보드카 등 쎄고 싼 술을 즐긴다.)


여기는 맥주가 좀 싸길래 둘이 한캔씩 사와서 마셨다.ㅎ



칠레 산티아고부터 칠레의 가장 마지막 도시인 뿐따 아레나스까지...


남들은 남미일주 할때 별로 볼거없는 칠레는 아예 건너뛰고 아르헨티나로 가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여기가 뭐 그리 좋다고 한달씩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물가는 비싸고, 볼거는 별로 없고...


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토레스 델 파이네 정도만 보고... 나머지 도시들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아.. 발디비아의 바다사자는 추천하고 싶다.ㅋ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