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8. 15. 12:30

아침 10시쯤 되니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 앞으로 투어차량이 도착했다.


어제 투어신청할때만 해도 우리 말고는 1명밖에 없다 그랬는데, 차에 타보니 우리 빼고 4명정도가 있다.


흐음...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다.


약간 나이가 있으신 외국인 분들이 투어에 참여하셨다. (전부 스페인어를 쓰셔서 우린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음.)


원래 가이드가 없는, 교통편만 제공해주는 투어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가이드가 제공되는 투어였다.ㅎ


물론 스페인어만 할줄 아는 가이드라 우리에겐 전혀 필요가 없었지만..;;;;





처음 도착한 곳은, 조그만한 항구였다.


항구라고 하기에도 뭐한 해변가 수준이었는데, 잡아온 성게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가이드 아저씨는 워낙 자주 와서 그런지, 뱃사람들과 인사 몇번을 주고 받더니


바로 성게를 얻어와서 우리에게 시식을 시켜줬다.


처음에 한개는 얻어오더니, 두번째부터는 그냥 옮기다가 땅에 떨어진 성게들을 집어와서 우리에게 먹으라 했다.ㅋ


참고로 땅에 떨어진 성게도 생각보다 맛났다.





살아있는 성게는 본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사실 저게 성게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겄다.)


성게 껍데기를 까니까 저렇게 핏물 같은 빨간 물이 뚝뚝 떨어졌다.


성게 내장으로 보이는 저 노란색을 먹어보라 해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진희는 못 먹을 정도로 비리다고 했지만, 난 맛나서 두개나 집어먹었다.


더 먹었다간 팁 달라고 할꺼 같아서 그냥 두개에서 멈춘게 안타깝구만...





사실 이렇게 역사적인 유적지에 방문할 때는 가이드가 필수다.


뿌에르떼 불네스 같은 경우, 한국인들은 잘 찾지 않는 곳이라서 정보가 거의 없다.


가이드북에도 없고 인터넷에도 한글로 된 정보는 없다.


그러다보니, 영어를 할줄 아는 가이드와 함께 가서 설명을 듣는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이날, 영어를 못하는 가이드와 함께 가는 바람에 설명을 거의 듣지 못했다.


대충 알아들은거라곤 뿐따 아레나스가 생기기 전에 여기에 요새가 먼저 생겼고,


훗날 60키로 북쪽에 위치한 현재의 뿐따 아레나스에 도시가 생겼다는 거정도....



이렇게 아무런 역사적 지식도, 정보도 없이 유적지를 방문하게 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저 나무로 된 요새를 보는거에 불과하다.


에버랜드에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독수리요새를 보는거랑, 역사적 의미가 있는 뿌에르떼 불네스를 보는 것과 하등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적어도 어딘가를 방문하기 전에 그 곳에 대한 사전공부는 필수적인거 같다.





여기가 어찌보면, 진정 대륙의 최남단이라고 할수 있는 곳이다.


파타고니아 오면서부터 계속 최남단, 세계의 끝, 진짜 끝 같은 얘기만 계속 써대니까


누가 보면 최남단에 못 가봐서 안달난 사람처럼 보일꺼 같은데...


사실이다...;;; 난 남극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다. 남극점까지는 아니더라도 남극에 누워보는게 소원이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 (남극 겉핥기 식의 크루즈만 해도 최하 400만원정도... 왠만한건 4000만원정도 든다.)



최대한 남극에 가까운 곳에 가려고 노력중인데... 그것 또한 쉽지가 않다.


여하튼 여기가 대륙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곳인거 같다.


뭐 그럴싸한 기념비라도 하나 있을줄 알았는데 없더라..


(가이드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여기가 최남단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걸수도 있다.)





가이드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해도, 창밖의 풍경을 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파타고니아의 풍경.


근 한달을 봐오는 풍경인데도 볼때마다 아름답고 예쁘다.


이런곳에 집 하나 짓고 살고 싶다.


아... 요즘 매일같이 다음 부동산에 들어가서 전원주택 짓고 사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다.


원하면 언젠간 하게 된다는.... 그 말을 믿고 있다.





잘 보면 칠레의 지도를 형상화한 기념비다.


위쪽에 길쭉한것이 칠레영토고... 아래에 가오리 꼬리처럼 생긴 검은것도 칠레 영토다.


아래쪽에 있는건 바로 남극대륙 중 일부분인데...


칠레영토를 표시할때 항상 저것도 넣는걸 보니까, 아무래도 남극영토 중에 저만큼이 칠레 소유인거 같다.



사실 남극은 7개의 국가(노르웨이, 뉴질랜드, 프랑스, 영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네들끼리는 그 영유권을 인정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어차피 남극조약인가 뭔가 때문에 개발하거나 뭔짓을 할수는 없지만, 그냥 땅따먹기가 하고 싶은가보다.)


이 외에도 브라질이라던가, 미국, 소련, 나치 등이 자기 땅이라고 우긴 적이 있었단다.


국제사회에서는 아무도 인정 안해주는데 지네들끼리 쿵짝쿵짝 땅을 갈라먹은 셈이다.





여기가 뿌에르떼 불네스의 모습이다.


칠레정부가 마젤란 해협을 장악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예전에 파나마 운하가 뚫리기 전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곳을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나름 이런 요새를 만들어 놓은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왜 옮겼는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뿐따 아레나스를 다시 만들어서 그곳을 전략적 도시로 만들었단다.


물론 파나마 운하가 생긴 이후로는 패망의 길을 걸어서, 지금은 그저 남극 가는 크루즈선이 머무는 항구일뿐이다.





그냥 조그만한 마을 수준의 유적지였는데...


모든 건축물들이 전부 나무로만 만들어져 있었다.


문을 여닫을때 쓰는 경첩 이런것까지도 모두 나무로만 만들어져 있다.


마을이라기 보다는 요새에 가까운 형태다. 감시탑도 있고, 곳곳에 대포도 있고... 담장도 많이 쳐져 있고...





Araucaria라고 불리우는 진짜 더럽게 징그럽게 생긴 나무도 있었다.


소나무처럼 생겼는데... 가까이서 보면 진짜 토할꺼처럼 생겼다.


태어나서 나무를 보면서 더럽다. 징그럽다. 혐오스럽다. 라고 느낀적이 없었는데...


게속 보고있자니 울렁거려서 볼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엑... 사진으로 다시 봐도 징그럽다. 소름 돋네.





남미답게 이곳에도 이렇게 성당이 존재한다.


그냥 유적지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미사를 보는 건물인듯 싶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보니 성모 마리아상부터 미사 볼때 쓰이는 성채들까지 전부 있었다.


역시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남미는 성당을 지을때, 성당 짓는 인부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작은 성당을 마련한 다음에 큰 성당을 짓곤 한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왠지 대륙의 끝에 있는것 같은 등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등대 아래쪽에 지도도 있고 뭐 이것저것 써있는걸로 봐서는


이게 대륙 마지막에 있는 등대가 아닐까 싶다.


이건 뭐 가이드랑 말이 통해야지 질문이라도 하지...;;;


집에 와서 궁금한걸 찾아봤더니 전부 스페인어로만 나오고 영어로 된 정보도 별로 안 보여서 알수가 없다.





당신이 지금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그 감정.


내가 느낀 감정과 동일하다.


그냥 나무집. 우잉... 오두막처럼 생긴 집들이 많이 있네. 생각보다 깔끔하게 보존되었네.


이게 끝이다.


이게 왜 여기 지어졌는지, 누가 쓰던 건물인지, 왜 나무로 지었는지 이런건 알수가 없다.


엉엉... 다음에 다시 남미 올 기회가 있다면 스페인어를 마스터하고 와야겠다.





이렇게 실제로 쓰이던 대포들도 남아있다.


현재 파나마 운하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엄청 나듯이, 예전에 마젤란 해협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엄청 났단다.


칠레는 참 축복 받은 나라다.


세계에서 남극도 가장 가깝고,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사막도 있고, 파타고니아도 있고...




다시 한번 느끼는거지만, 여행에 있어서 투어는 정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전에는 투어라고 하면, 그냥 깃발 따라 다니면서 쇼핑이나 하는 그런 필요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유적지에 와보면 투어가 왜 필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된다.


남미 역사를 모르는 상태로 남미에 오면 그저 풍경이 예쁘고 과일이 싼 동네로 느낄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남미여행을 준비중인 사람이 있다면,


루트라든가 항공편 알아볼 시간에, 남미 역사에 대한 책 한권이라도 더 읽고 오길 바란다.


사실 잉카의 수도 쿠스코라든가, 칠레 제1의 항구 발파라이소 등을 그냥 가이드북 보고 버스타고 가서 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다. 그저 오래 되보이는 건물들이 즐비한 동네 정도....


하지만 역사를 알고 사전지식이 있는 상태로 보게 된다면, 


분명 인터넷에 널린 숱한 여행기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될거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요즘 진희랑 같이 유럽을 대비하여 서양사 공부를 준비중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