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8. 14. 12:29

뿐따 아레나스에 도착해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이다.


아... 빨랑 뿐따 윌리암스 가는 방법이나 알아내서 이 곳을 뜨자는 생각만 들었다.


어제 숙소 찾느라 조금 돌아다녀본 결과, 이 곳은 그냥 큰 항구도시 중 하나일뿐, 여행지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볼게 없으면, "걸어서 세계속으로" 뿐따 아레나스편을 보더라도, 


이 동네는 10분정도밖에 안나오고, 뿌에르또 나탈레스 등 이 주변 동네만 계속 나온다.





뿐따 아레나스의 중앙광장. 이름이 뭐냐고? 여기는 남미니까 당연히 아르마스 광장이다.ㅎ


어느 도시든지 중앙광장 이름은 죄다 아르마스 광장.



이 별거없는 뿐따 아레나스에도 슬픈 전설이 있다.


슬픈지 안 슬픈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뭐냐면.


원래 이곳은 마젤란이 발견한 도시란다. (사실 마젤란이라는 양키가 발견했다 뿐이지, 원래도 6천년 전부터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이 바로 앞에 지나는 해협 이름도 마젤란 해협이고...


마젤란은 첫 세계일주를 한 사람인데, 세계일주를 할때 지나친 곳이 바로 이 뿐따 아레나스란다.


파나마 운하가 생기기 전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곳을 거쳐야만 했다.


북미랑 남미랑 땅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당연히 이곳을 지나가야겠지?


그래서 한때 이곳은 정말 돈이 넘쳐흐르는 도시였다. 지나가는 개도 돈빼리뇽 핑크를 마셨다는 전설이 있다만...



하지만 파나마 운하가 뚫리면서 이 쓰잘데기 없는 도시는 쇠락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저 그런, 그냥 남극 가기 위해 들러야만 하는 도시로 전락해 버렸다.



지금 내가 보드카를 좀 마신 상태라 이 이야기가 전부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여하튼 그래.


정리하자면 한때 더럽게 잘 살다가 지금은 패망한 도시임.





저기 제일 위에 있는 놈이 마젤란이고, 그 아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원주민들이다.


내가 입맞추고 있는 원주민의 발이 왜케 반질반질 거리냐면,


이 발에 입을 맞추면 무사히 여행을 끝마친다는 전설이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저기다 입을 맞춰대서 저렇게 반질반질거리게 됐단다.


나랑 진희도 난생 처음 보는 원주민 발에 입을 맞췄으니, 세계일주를 무사히 끝낼수 있을꺼 같다.



근데, 예전에 내가 중3때 하버드대학교를 방문한적이 있는데,


분명 그때 설립자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갈수 있다는 전설이 있었거든?


근데 난 하버드는 커녕... 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인천의 하버드에 갔나보다. 오올.ㅋ





이 동네의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아주 가끔 이렇게 멋드러진 건물들이 눈에 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예전에 이 도시에 돈이 넘쳐흐를때 지었던 건물들이라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신기한건 다른 항구도시와는 다르게, 비린내도 별로 안나고, 해산물도 거의 팔지 않는다.


바다에 배들이 떠있는걸 보니 지금도 항구로써의 역할을 하긴 하는거 같은데... 희한하네.





내가 느끼는 이 도시의 분위기는 딱 이 사진의 분위기다.


사람도 적당히 있고, 도로는 항상 젖어있고, 대부분의 차들은 주차되어 있다.


뿐따 아레나스의 예전 이름은 마젤란 시티였단다.



남미는 참으로 많은 전설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한때 자신들을 침략했던 스페인의 문화와 언어를 그대로 쓰게 된 남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어를 쓰고 일본문화를 받아 쓰게 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시내를 마구마구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인포메이션 센터.


비수기라 그런지 인포메이션 센터로 별거 없다. 그냥 지도 하나 주고 끝이었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이 도시에는 갈곳이 별로 없는지, 추천도 안해주고 그냥 우리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끝났다.


우리는 주로 뿐따 윌리암스를 가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봤었는데,


결론은 지금은 가기 힘들다. 뿐이었다.





쥐마켓의 여왕. 진희가 알아본 바로는 이곳에는 면세구역이 있단다.


파타고니아 남쪽 지방은 워낙에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해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는 꼭 사람이 살아야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칠레랑 아르헨티나랑 열심히 영토분쟁중이란다.)


많은 사람이 살면 살수록 각국에 유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면세지역.



그래서 칠레에서는 뿐따 아레나스, 뿐따 윌리암스가 면세지역이고,


아르헨티나는 우수아이아를 면세지역으로 선포해버렸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뿐따 아레나스가 짱이다.


진정 세계에서 공항 면세점 이상으로 싼곳이 있다면 뿐따 아레나스 한곳뿐일거다.





뿐따 아레나스는 도시 전체가 면세지역은 아니고,


Zone Franca라는 지역만 면세지역이다. 시내에서 버스타고 10분이면 갈수 있는 가까운 지역인데,


술, 향수, 화장품, 전자기기는 물론 생필품까지 모두 면세품목이다.


정말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정확히, 팩트대로만 말하자면, 뉴아이패드 16G 와이파이 모델은, 미국 뉴욕 애플스토어 본점에서 499달러에 팔고 있는데,


이곳(조나 프랑카)에서도 499달러에 팔고 있다.


정말 어메이징하게 싼곳이다. 





조나 프랑카는 콜롬비아의 산 안드레지또랑 비슷하게, 여러개의 건물이 뭉쳐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도 용산에 가면 선인상가, 나진상가, 터미널상가 등으로 구별되어 있듯이,


이곳도 산체스&산체스, 아부 고쉬 등, 각 건물별로 구별되어 있다.


아부 고쉬는 약간 생필품과 먹을거리 중심으로 되어 있고, 지금 사진에 보이는 곳은 술&전자기기를 중심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남미답게 오후 1시~3시의 피크타임 동안에는 문을 닫는다.


망할.ㅋ 돈 벌겠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파는 아부 고쉬다.


칠레긴 하지만, 소고기가 아르헨티나급으로 쌌고, 파스타와 참치 등이 엄청나게 쌌다.


차만 있었어도 이것저것 엄청나게 샀을텐데 안타깝다.



특히 술, 그중에서도 보드카 종류가 매우 쌌다.


우리나라에서 왠만한 바에 가면 십만원을 넘어가는 바카디 종류가 대부분 만원 안팍이었다.


언빌리버블. 여기는 천국이다.





그렇게 반나절을 면세지역인 Zone Franca에서 보내고는 숙소로 되돌아 왔다.


우린 역시 자연풍경이 좋은 곳보다는 그냥 큰 백화점 있고, 싼 면세점 있는 도시가 잘 맞는거 같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남극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람은 살면서 각자의 목표가 있고, 각자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 거다.


비록 현실의 벽에 막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포기하고 사는 것이 대다수겠지만,


난 최소한.... 내가 하고 싶은 일중에 남극점은 꼭 한번 밟아보고 싶다.



한때 말도 안되는 꿈이라고 치부해버렸지만, 세계일주까지 하는 이 마당에, 더이상 내 인생에 말도 안되는 목표따윈 없다.


죽기 전에. 남극점을 밟아보고 죽을 예정이다.


사람이 한번 살고 죽는거, 하고 싶은거는 한번 해보고 죽어야 되지 않겠나.


하는게 내 철학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