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16일로 끊는 바람에...


우리는 어떻게든 최대한 느릿느릿 움직여야만 했다.


분명 저 아래 땅끝동네는 할것도 없고 물가만 무지하게 비쌀꺼란 생각에.. 최대한 위쪽에 있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남미 일정이 너무 길어져버렸다... 남미에만 4개월 넘게 있다니...;;;


차라리 중미를 좀더 보고 내려올껄....ㅠ 아쉽다.


유럽도 4개월 넘게 있어야 되는데... 이거 뭐 이러다 한국 들어갈수나 있겠나 싶다.





비수기에 온거라, 칼라파테 열매를 직접 먹을수는 없고...


대신에 선택한 칼라파테 잼.ㅎㅎ


비록 고급 잼은 아니고, 그냥 기념품 삼아 파는 잼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맛있다.


맛은... 포도잼이랑 딸기잼 중간맛 정도?


왼쪽에 한무더기 있는 빵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이다.


돈 아까워서 계속 빵만 먹어왔는데... 이제는 그 돈조차도 아까워 가장 싼, kg으로 무게 달아서 파는 빵을 사먹고 있다.


근데 생각보다 배도 부르고 맛도 있고 좋다.





우리는 이날, 숙소에서 보이는 호수에 놀러가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아르헨티나 호수다. 호수 이름이 아르헨티나임.


숙소에서 봤을때는 매우 가까워보였는데, 막상 걸어가보니 1시간정도 걸리는 꽤 먼 거리였다.


원래 저 호수는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게 멋진데, 우리는 할일이 없어서 가기로 했다.


숙소에 죽치고 앉아있어봤자 뭐하나, 1분이라도 빨랑빨랑 돌아다녀야지.ㅎㅎ





파타고니아 지역의 명물. 미친개들이다.


진짜 개들이 미친거 같다. 밤새도록 짖어대질 않나, 


길거리를 걸어가다보면,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달려와서 미친듯이 짖어댄다.


얌전히 지나가는 차도 마구마구 달려들어 타이어를 물어뜯을 기세로 짖어댄다.



저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차 뒤를 쫓아가고 있었는데..


어떤 미친개가 자동차를 향해 미친듯이 짖어대다가, 자동차 바퀴에 짖이겨졌다...;;;;


정말 코앞에서 개가 자동차에 깔리는 모습을 봤더니 멘붕이 왔다.


아.... 다행히 그 개는 죽지는 않고 피도 안 났지만, 한동안 자빠져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더 신기한건, 그 차는 쿨하게 지나가버렸고, 주변에서 그 모습을 본 주민들도 별 말이 없었다.


불쌍한 개만 누워서 끼잉끼잉 거리고 있었다.


아..ㅠ 그 날 이후로 그 개는 다시 볼수 없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다...





망할 비수기. 뭐 사람이 없다.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은 커녕, 여행객은 커녕, 주민도 없다.


그냥 개가 지배하고 있는 동네다.


비수기다 보니 가게문도 안 열기 일쑤다.


하루에 딱 두번. 애들 등교시간과 하교시간에만 도시 전체가 약간 활기를 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칼라파테는 애들을 학교 앞까지 태워다주고 태워가는게 자연스러운건가 보다.


학원 가는거 같진 않고... 그냥 추워서 차에 태워 데려가는건가?





호수로 가는길이다. 역시나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가끔 길바닥에 누워있는 개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가까이 가기만 해도 미친듯이 짖어댈게 뻔하므로, 개가 보이면 멀리 멀리 돌아갔다.


아오. 스트레스.


아르헨티나에 와서 개한테 물렸다는 사람들이 좀 많아서 조심하고 다녔다.


공수병 예방주사도 안 맞고 왔는데, 괜히 개한테 물렸다간 귀국해야 될거 같아서...;;;





호수에 와서 본 마을 풍경이다.


칼라파테 마을은 생각보다 큰 마을이었다. 앞쪽엔 호수가 있고 뒤쪽엔 산이 있어서 위아래로는 짧은데,


양옆으로 산을 따라 마을이 쭉~~ 늘어서 있었다.


우리숙소는 변두리에 있는줄 알았는데, 멀리서 보니 마을 한가운데 있는거나 다름 없었다.


이렇게 큰 도시인데 사람들은 다 어디간거여...ㅡ_ㅡ





마을 뒤쪽으로 보이는 설산들.


그리고 앞쪽으로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호수...


괜히 이 조그만 동네에 한인숙소만 2군데나 있는게 아니었다.


한번 오면 빠져들수밖에 없는 동네다.


이런 곳에 호스텔 하나 차려보고 싶지만, 후지민박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일본어,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가 가능한 숙소를 뭔수로 이기나.ㅋ


우리는 둘이 합쳐도 한국어 하나 제대로 못하는데.





그냥 호수가 보이는 쪽으로 무작정 걸어갔는데...


결국 호수 가까이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좀 가다보니, 멀찌감치 철조망이 쳐져있어서 호수를 멀리서 보는것만으로 만족해야했다.


호수로 가는 길은 따로 있는데, 우리가 길을 잘못 찾아 온거 같다..;;


가까이 가면 플라멩고도 보이고 그렇다는데... 우린 개밖에 못 봤다.





호수 근처로 갈수록 고급 빌라들이 많이 보였다.


빌라도 아니지... 그냥 개인집인데 저렇게 으리으리하다.


전부 꽁꽁 닫혀있는걸 보니 지금은 사람이 안 사는집 같고, 그냥 누군가의 별장인가 보다.


이렇게 땅덩이가 큰 나라에 사는건 어떤 기분일까...


서울에서 부산도 3시간에 주파하는 우리나라에 사는 나로써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나도 여기 살면 이렇게 으리으리한 별장 하나 짓고 살수 있나?





잘 사는 집 앞에는 개인소유인지 마을소유인지 모를 승마장도 있다...;;


왼쪽에 잘 보면 흰색으로 울타리 같은게 두개 있는데...


저게 말이 뛰어넘는 그 울타리다.


올림픽 승마경기 같은거 보면 마장술이라고 말 가지고 막 뛰어넘고 그러잖아... 저게 그거다.


근데 지금은 비수기라 그런지 양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원래 파타고니아 지역은 예전에 양으로 벌어먹고 살던 동네였다.


이 춥고 척박한 동네에, 용기있게 양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은 완전 떼돈을 벌고 지금은 그 사람 이름을 딴 묘지도 있을 정도로


매우 유명해졌다.


근데 지금은 양은 별로 안 키우고, 그냥 관광객 상대로 벌어먹고 사는거 같다.





칼라파테에서 후지민박과 쌍벽을 이루는 한인숙소인 린다비스타다.


한국분 3분인가 4분이 동업해서 만든 숙소라고 하던데...


후지민박에 비하면 매우 고급스럽고 비싼 숙소다.


안면도에 널리고 널린 팬션들처럼, 숙소가 독채로 존재하는것도 특이한 점이다.


우리도 일행이 좀 많았으면 이 숙소를 고려해봤을텐데... (비수기에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좀 싸게 방을 주신다는 소문이 있다.)


단 두명뿐이라 그냥 오붓한 후지민박으로 갔다.ㅎ





이 망할 동네는, 덥지도 않은 것들이 시에스타는 꼬박꼬박 챙긴다.


동네에서 나름 큰 마트 중 하나인데,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문을 닫고 영업을 안한다.


그렇다고 안에 사람이 없는것도 아니고, 안에 종업원들은 전부 있는데 문을 닫고 영업을 안한다...;;;


돈 벌기 싫은건지, 배가 부른건지 모르겠다만 여행객 입장에서는 완전 귀찮은 것 중에 하나였다.




생각보다 파타고니아 지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비수기라 물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심심하다.


얌전히 앉아서 책이라도 읽으면 좋으련만, 여기까지 놀러와서 낮에 책 읽고 있자니 왠지 시간이 아깝고...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자니, 나가서 할일도 없고....ㅡ_ㅡ


그냥 매일매일 징규랑 세월아네월아 하면서 놀고 있다.


그냥 포스팅 딱 봐도 진짜 할거 없어서 보이긴 하잖아? 그치?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