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밖에 잠시 나가봤더니, 엄청 춥다.


오늘은 나비막에서의 마지막 날이니만큼, 격식을 차려 청바지에 신발을 신었다.


파타고니아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예의다.





사실 뉴욕에서 처음 파타고니아에 대한 얘기를 들을때만 해도,


남미 어딘가 붙어있는 도시 이름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여행을 하면서 파타고니아에 대한 얘기를 점점 듣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남극을 가려면 꼭 거쳐야 되는 땅임을 깨달았다.


비록 비용적인 문제로 인해 남극대륙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그래도 남극과 비슷한 땅.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





여하튼 나비막 배의 밥은 짱이라니까...


이게 아마 나비막에서 먹은 마지막 밥으로 기억된다.


이 배에서 내리면 또 다시 자체상품으로만 만든 파스타를 먹게 되겠지...


엉엉...ㅠㅠ





할일 없어서 선장실에 올라가보니, 어느덧 날씨가 맑아져 있었다.


해도 쨍쨍하고, 날씨가 좋아보이길래 밖으로 나가봤는데...


이 미칠듯한 바람. 


정말 미칠듯한 바람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파타고니아가 괜히 폭풍우의 땅이라 불리는게 아니었다.


우왕....





마지막날이라도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덕분에 이 멋진 파타고니아를 배위에서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배가 지나가는 양쪽에 아무도 살지 않는 땅들이 보이는데...


한번 내려서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춥지만 않으면 말이지....





남미는 참으로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멋진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니....


근데 우리나라도 분명 이것보다 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을텐데, 내가 관심을 안 가져서 모르는것 뿐이겠지..


정말 멋지다. 장관이라는 말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건가 보다.





장관이고 차관이고 간에 우선 배고프니까 식당에서 빵 하나 집어먹고 다시 풍경 감상.


이때 잼이랑 버터랑 좀 가지고 나오는건데... 풍경에 취해서 깜빡했다.


망할. 롯데리아 가면 막 퍼주는 잼을 이렇게 비굴하게 가져올지 말지 고민해야 되다니....





다시금 선장실에 가서 멋진 풍경 감상.


점점 길이 좁아지고 있다. 저 멀리 보면 배 하나 지나가기도 힘들꺼 같은 좁은 해협이 보인다.


이렇게 난이도 있는 코스가 나오면, 어느샌가 형광색 옷을 입은 선장님이 나타나서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오... 역시 마도르스는 간지 난다.


비행기 조종사 다음으로 간지 나는거 같어.





이 멋진 풍경을 이따구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너무나 죄송할 따름이다.


분명 카메라도 좋고 렌즈도 좋고 풍경도 좋은데, 사진은 왜 이모양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다음엔 여행 나오기 전에 사진 동호회라도 가입해서 스킬 좀 연마하고 나와야겠다.





선장실 창문으로 보면 이렇게 보인다.


배의 속도는 보통 18노트(대충 시속 33키로)로 빠른 편인데, 이렇게 좁은 해협을 통과할때는 반정도로 속도가 늦춰진다.


3박4일이 지루하기만 할거 같았는데...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


칠레에서 인천을 왔다갔다 했다는 갑판장 아저씨가 부러워졌다. 나도 한달정도 배타고 싶다...


근데 엊그제 태평양 바다에 잠깐 나갔는데도 배가 그렇게 흔들렸는데....


태평양 한복판을 지나면 배가 뒤집힐 정도로 흔들리겠지?....





요로코롬 녹은 눈이 만들어내는 폭포도 곳곳에 눈에 띈다. (사진 가운데 있는게 폭포임)


폭포 하나하나만 해도 너무나 멋졌는데... 저 정도 폭포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묻어버리는 주변 풍경이 더욱 가관이었다.


아... 진짜 멋있었는데 어떻게 표현할 사진이 없네...


죄송합니다. 사진을 이따구로밖에 못 찍어서.





좁은 해협의 경우 이렇게 섬의 바로 옆까지 붙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슬슬 물개인지 돌고래인지 모를 생명체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큰 고래를 보고 싶었는데... 그건 못 봤고, 물개들은 많이 본거 같다.


하지만 발디비아의 바다사자에게 뺏겨버린 내 마음은 물개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오후 4시쯤 되니 배가 시끄러워진다.


밖으로 나가보니 목적지인 뿌에르또 나탈레스에 도착했단다.


오... 어디어디?.... 


나름 이 큰배가 들어가는 항구도시라서 기대했는데... 엄청나게 작은 마을이다..;;;


3층 이상짜리 건물이 쉽게 눈에 안 들어온다.


내 생각에는 파타고니아의 매서운 바람 때문에 건물을 높이 안 짓는거 같다.


바람이 어느 정도냐고?





요 정도임.


위의 사진들로만 보면 잘 안 와닿지만, 이 사진을 보면 바람이 얼마나 쎈지 한눈에 보인다.


찬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이가 시려울 정도였다.


아오.. 근데 토레스 델 파이네의 바람은 이보다 더 심했다.





밖에서 본 선장실의 모습이다.


저 가운데에 형광옷 입고 계신 분이 선장님인거 같다.


평소에는 어디 계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것저것 명령을 내린다.


돈 벌기 참 쉽죠잉.





이게 가까이서 본 뿌에르또 나탈레스의 항구 모습이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배는 많이 없었다.


이곳에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대부분 토레스 델 파이네가 목적지라서, 마을 자체는 한산한 편이다.


볼거리도 없고, 그냥 사람 사는 마을일 뿐이다.





배에서 내리기 전에 단단히 채비를 했다.


오랜만에 레깅스도 다시 입고, 양말도 신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내렸는데도 추웠다.


특히 아랫지방은 해가 일찍 져서 그런지 더 추웠다.


여기도 오후 5시만 좀 넘어가면 해가 져버린다.





아름다운 파타고니아.


겨울에 오는 바람에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을 못하는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진희랑 둘이서 어떻게든 트래킹을 해보려고 했으나...


미친짓이었다. 만약 트래킹 했으면 우린 99% 변사체로 발견됐을꺼다.


그냥 일일투어로 만족해야지.


참고로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은 3박4일 코스랑 6박7일 코스가 있다.





근데 요즘이 비수기라서 일일투어도 마땅치 않았다.


대부분의 여행사는 문을 닫았고... 문 연 곳들도 토레스 델 파이네는 안간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배에 같이 탔던 사람들을 모으고 모아서 9명이서 일일투어 하나를 만들었다.


한번에 9명이 팀을 만들어서 가니 가격도 저렴하고 좋게 좋게 투어를 한거 같다.


저기 왼쪽 책상 아래 붙은 KOREAMET이라는 스티커는 대한민국 남극 운석 탐사대에서 붙여놓고 간 스티커다.


남극이 가까워지긴 가까워졌나보다.




우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을 한 후에, 엄청나게 멋진 빙하가 있다는 아르헨티나 칼라파테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근데 이것도 비수기라서 일주일에 한번밖에 버스가 없단다...;;;;


다행히도 버스 출발날짜는 월요일.


우리가 나탈레스에 도착한 날은 토요일...


다시 말해서 무조건 일요일에 토레스 델 파이네 일일투어를 끝마치고 칼라파테로 가지 않으면,


이 재미없는 항구도시에서 일주일간 늘어져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토레스 델 파이네에 가자고 9명 모두가 동의한 다음, 각자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여행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망할 네덜란드 커플이랑 내가 여행할때 제일 싫어하는 프랑스인 4명이 안 온다...ㅡ_ㅡ


나랑 진희랑, 훌리아나(멕시코 아가씨)만 여행사에 앉아서 그들을 기다리다가...


정 안되겠다 싶어서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서 온 동네를 뒤졌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추워 죽겠는데 이 망할 것들을 찾아서 온 동네를 뒤지고 있자니 슬슬 빡치기 시작했다.


아오 빡쳐. 프랑스랑 나랑은 뭐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나보다.


여행하면서 단 한번도 프랑스인이랑 이스라엘인이 좋았던적이 없다. 아오. 아오.




결국 약속시간보다 한참이나 늦어서야 그들이 나타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과 함께 일일투어를 떠날 수 있었다.


망할 프랑스. 나중에 유럽 가면 프랑스에서 어떻게 버티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