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7. 31. 11:52

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


미국을 거쳐, 남미를 거쳐,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를 거쳐, 중동을 거쳐, 인도를 거치는 일정이다.


여행이라는게... 솔직히 배낭여행이라는게...


하다보면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다.


남미를 여행하든, 유럽을 여행하든, 인도를 여행하든...


안전상의 문제만 조금 다르고, 물가만 조금 다르고, 숙소 형태만 조금 차이 날뿐...


이동하고 방 잡고 돌아다니고...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름대로 여러가지 형태의 여행을 하기 위하여,


유럽에서는 차를 리스해서 일주하기로 했고, 아프리카에서는 트럭킹이라는 형태의 여행을 하기로 했다...


남미에서는 뭐 별반 달리 할게 없길래 배를 타기로 했다.


뿌에르또 몬뜨 - 뿌에르또 나탈레스 를 오가는 배인데, 버스로 가는게 훨씬 싸고 빠르다.


그런데도 배를 타는 이유는, 순전히 그냥 다른 방식으로 여행해보고 싶어서였다.





짧게 아르헨티나를 경험하고 난 후 다시 칠레로 돌아가는 버스 안.


아르헨티나 - 칠레 국경 구간은 안데스 산맥을 넘어야 하는 관계로,


날씨운이 좀 따라줘야지 넘어갈 수 있다. (겨울철에 한해서만임... 여름에는 막 넘어다닐수 있을듯.)


우리는 다행히 눈이 별로 안 온 상태라 그런지,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요 정도면 눈이 적게 온거랍니다.


사실 나는 이때 게임하고 있었는지, 자고 있었는지... 창밖을 안 봐서 잘 모르겠다만,


여하튼 눈이 꽤나 많이 쌓여 있었다.





이렇게 국경지대인 안데스 산맥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그래도 나름 도로도 잘 뚫려 있고, 버스도 좋은 편이라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몇 시간 걸렸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7시간? 뭐 그쯤 걸렸던걸로 기억함.





망할 칠레의 검문소다.


칠레는 여타 다른 남미 국가와는 다르게 음식물 반입이 정말 끔찍하게 금지되어 있다.


보통 육로로 국경을 넘을때 소지품 검사는 잘 안하는 편인데, 


칠레만큼은 편집증이 있나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검사를 한다.


그나마 이 국경의 경우, 탐지견을 이용해서 냄새 맡는게 전부였지만...


이스터섬도 그렇고 (공항이라 더 그랬겠지만), 아타카마 사막 넘어올때는 X-ray를 이용해서 검사를 했다.


만약 걸리면 벌금을 낼수도 있으니, 칠레 국경 넘을때는 음식물을 무조건 버리고 넘어가는게 좋다.


(사실 뭐 걸리면, 그냥 서류 하나 다시 작성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면 봐주는 경우가 많긴 하다.)





이렇게 관광객이 직접 소지하고 있는 가방까지 모두 탐지견이 냄새를 맡는다.


마약탐지견은 많이 봤어도, 음식물 탐지견은 처음 봐서, 이게 진짜 음식물을 찾아낼 수는 있나 싶었는데...


냄새 좀 맡다가, 갑자기 어떤 가방을 손으로 턱 집는다.


아저씨가 뭐라뭐라 하자, 정확히 한손을 가방 위로 턱 올리면서 아저씨를 쳐다본다.


완전 신기하다. 게다가 그 가방에서는 음식물이 나왔다..


오.... 이런 영리한 개 같으니라고...


마약 탐지견의 경우 마약에 중독된 개라는 루머가 있던데... 이건 배고픈 개인가.. 어떻게 저리 잘 찾지?


근데 우리 가방에 들어있던 쌀은 못 찾더라.


봉지로 된 쌀은 괜찮다는데, 우리는 개봉한 상태라 이게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몰라서 걍 갖고 있었는데, 무사통과 했다.





덕분에 칠레 국경은 언제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짐을 일일히 다 검사하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찮기도 귀찮고...


망할. 이런 칠레 국경을 3번이나 넘어야 되다니...ㅠ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몬뜨 항구 정도 되겠다.


남미에선 좀 큰 항구도시를 '뿐따 ~'라고 하고... 좀 작은 항구도시를 '뿌에르또 ~'라고 한단다.


여기는 좀 작은 곳이라서 뿌에르또 몬뜨다.


우리가 여기서 3박4일동안 타고 갈 나비막이 출항한다.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록 여행정보가 별로 없다.


특히나 우리가 지금부터 여행할 파타고니아 지역(아르헨티나, 칠레의 남쪽 지역을 뜻한다)을 비성수기에 여행하는 바보는 별로 없기에,


여행정보 구하기가 더 힘들었다.


나비막 같은 경우도 성수기에는 한달전부터 예약을 해야되지만, 지금 같은 비성수기에는 그냥 당일날 가서 태워달래도 태워준다. ㅡ_ㅡ


그래서 그런지 버스에서 내렸는데, 삐끼가 달라붙지도 않고, 인포메이션 센터는 문을 닫아버렸다.


크흥....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서 배낭 매고 호구처럼 두리번 두리번 거렸더니,


역시나, 삐끼 아줌마 한명이 달려와서 우리를 주워가셨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슈퍼에 장 보러 오셨다가 그냥 우리가 보여서 주워가신게 틀림 없다.





뿌에르또 몬뜨의 첫 느낌은, 딱 그거다.


빌리 엘리어트 라는 영화를 보면 나오는 도시. 그 도시랑 흡사하다.


그 영화를 보면, 영국의 망해버린 폐광촌이 배경인데... 그 동네랑 느낌이 비슷하다.


망해버린 항구도시 같은 느낌.ㅡ_ㅡ


사실 망한건 아니고, 그냥 요즘은 비수기라서 여행객이 없을뿐, 성수기에는 나비막을 타는 사람들 때문에 온 도시에 방이 없을 정도다.


참고로 우리는 나비막을 2주전에 칠레 산티아고에서 예약하려다가, 신청자가 4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냥 여기와서 전날에 태워달라고 해도 태워줄거 같길래, 예약을 취소했었다.





동네의 집들은 다 이렇게 무너져가는 집이다.


특이한 점은, 생선비늘 모양처럼 생긴 집의 겉 모양인데...


이게 이 주변에 있는 칠로에라는 섬의 전통가옥 형태란다.


집 외벽을 저렇게 나무로 생선비늘처럼 만들어놨다.


망할 가이드북에는,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써놓고는 그 전설이 뭔지는 얘기를 안해준다.


뭐지? 직접 구글링 해보라는건가? 슬픈 전설이 있는데 난 전설따윈 믿지 않는다는 건가?





칠레 국경을 넘어오느라, 가지고 있던 모든 음식재료를 소진해버리는 바람에


점심으로 먹은 엠빠나다.


칠레의 엠빠나다는 정말 형편 없이 맛 없다. (아타카마 사막의 엠빠나다 말고... 거기 엠빠나다는 남미 최고였다.)


참고로 왼쪽 위의 감자 고로케는 원래 저색깔이 아니라, 기름에 쩔어서 저색깔로 변한거다.





우리가 2일간 묵었던 숙소.


정식 호스텔은 아닌거 같고, 그냥 주인집 아줌마 사는집에 얹혀 자는 그런 시스템이다.


주인 아줌마는 영어를 전혀 못하시고, 부엌 사용도 하루에 한번만 가능하지만....


정식 호스텔보단 저렴하고, 아침도 주고 뭐 잠자는데 나쁘진 않아서 괜찮았다.




나비막이라는 배는, 뿌에르또 몬뜨 - 뿌에르또 나탈레스 를 왕복하는 화물선이다.


말 그대로 화물선인데, 그 중에 일부분에 침대를 설치해놓고 관광객을 받는 시스템이다.


화물선이 오가기에는 그 길이 너무나 예뻐서 관광객을 유치한거라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비수기라서 별로 뭐 그렇게 예쁜지 모르겠더라.ㅡ_ㅡ


여하튼 이렇게 나비막에 탑승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