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한테 쥐어터지던 바다사자를 뒤로 하고, 이제는 다른 도시로 갈 시간이다.


이렇게 좋은 도시에서는 푹 쉬어줘야 제맛이지만, 우리가 타고자 하는 배 일정 때문에 서둘러야만 했다.


뿌에르또 몬뜨-뿌에르또 나탈레스 를 이어주는 나비막이라는 배가 25일날 출발인데,


우리는 바로 옆 아르헨티나에 있는 바릴로체에 들렀다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본 발디비아의 시내풍경은 흡사 영화 미스트의 한 장면 같았다.


안개 속에서 가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고,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나름 운치 있고 좋았다.





남쪽으로 오면서부터는 버스표 구하기도 힘들고, 남미의 버스시스템이라는게


일찍 예약하면 예약할수록 할인이 많이 된다는걸, 남미 온지 3개월이 지나서야 깨닫는 바람에,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떠나는 버스표부터 예약하고 다니고 있다.


진희랑 같이 여행해서 참 다행이다.


만약 혼자 다녔으면 이렇게 좋은 발디비아에서도, 아무것도 못 해먹고 파스타나 해먹으면서,


왕따처럼 혼자 강가에 가서 바다사자를 보면서 말도 걸고 친한척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겠지.





여기는 칠레 출국사무소쪽인거 같다.


이로써 2번째 칠레 출국을 하게 됐다. 이스터섬 때문에 한번, 발디비아 때문에 또 한번.


앞으로 다시 칠레에 들어왔다 나갈꺼니까... 칠레만 총 3번 왔다갔다 한 셈이 됐다.


왜 이러냐면, 아르헨티나는 땅덩이는 넓은데 교통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싸기 때문에....


길쭉한 칠레를 따라 내려가면서, 가까운 아르헨티나 도시가 있으면 거기만 왕복하고 다시 칠레로 들어오는 중이라서 그런다.


물론 칠레의 버스비도 남미 북쪽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만(콜롬비아 빼고...), 아르헨티나의 버스비는 비행기값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비싸다.





요기는 아르헨티나쪽 입국사무소에서 본 풍경이다.


겨울인데다가 점점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눈 쌓인 산을 볼 일이 많아진다.


설산만큼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도 없다.


특히 만년설이 쌓인 산을 보면, 보기만 해도 벅차 오른다.


왜냐면, 와이나 포토시의 악몽이 떠올라서.... 정말 지옥의 경험이었지.... 지금도 생각만하면 심장이 아픈거 같다.





에콰도르의 허접한 국경사무소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 사무소였다.


아르헨티나의 짐 검사는 별로 타이트하지 않았다. 그냥 직원이 나와서 버스에 실린 가방 중 몇개를 집어서 X-Ray검사를 한다.


입,출국 절차도 별로 어렵지 않다.


질문도 없이 그냥 도장만 쾅쾅 찍어주더니 끝나버렸다.





칠레-아르헨티나는 안데스산맥을 넘기 때문에, 뛰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이렇게 중간중간 있는 설산을 뒤로하고 있는 호수들은 매우 예뻤는데,


현지인들은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기도 했고, 곳곳에 전망대도 많이 눈에 띄었다.


남미를 차로 일주한 분들도 꽤 계시던데... 좀 부럽다.


하지만 우린 유럽을 차로 일주하지.ㅋㅋㅋㅋ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망할 유럽물가 때문에.ㅋㅋㅋ





여기가 바릴로체의 터미널이다.


여기서 좀 기다리면 시내로 가는 20번버스가 나타나는데, 그걸 타려면 저 터미널 안에서 따로 표를 끊어야 된다.


바릴로체만 그런건지, 아르헨티나 버스가 전부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버스를 타면 버스표 or 카드 로만 버스비를 낼수 있다. 현금은 절대 받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터미널만 봐도 알겠지만, 버스표 파는데가 그리 흔하지 않다. 특히 시내에서 좀만 떨어진 정류장은 버스표 파는 곳이 없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다니지 않으면, 시내로 못 돌아오는 수가 있다.




아르헨티나로 넘어오면서 우리를 가장 혼란스럽게 한건, 아르헨티나 페소-달러 환율이었다.


나라에서 뭔짓을 했는지... 공식환율은 4.5정도인데... 부에노스 아이레스 길거리에서 바꾸면 6.6까지도 쳐준다...;;;;


찾아보니까, 아르헨티나에서 국부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인이 달러 사는걸 엄청 까다롭게 만들어버렸고,


그러다보니까 달러가 귀해져서 이렇게 암달러상들이 판을 치고 있는거란다.


이런줄 알았으면 달러를 아껴서 아르헨티나에서 썼을텐데... 이걸 알았을때 우리는 달랑 200달러밖에 남아있진 않았다.


그렇다고 아르헨티나에서 ATM으로 돈을 뽑자니... 환율이 너무 안좋고(이게 비록 공식환율이긴 하지만...)


칠레에서 달러를 사자니, 한국돈-칠레-달러 환율적용 및 ATM수수료 때문에 부담되고....


참 힘든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래서 여행은 떠나기 전에 충분히 준비를 하고 떠나야 되는거 같다.


비록 결혼준비&퇴사준비로 바빠서 급하게 나왔다고 변명은 해보지만, 계획 없이 여행하는건 시간&돈 버리는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대부분 계획없이 내키는대로 다니는 여행은 대단하고, 시간별 일정까지 짜서 다니는 사람들은 빡빡하고 초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시간별 일정까지 짜서 다니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본다...


사람이라는게 급한일이 닥치면 다 해결할 방안을 찾아내기 때문에 계획없이 그냥 내키는대로 다니는건 아무나 할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오면, 마추픽추를 보고서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당연히 아는게 없는데 돌덩이를 보고 뭘 느끼겠나....


근데 정말 세세한 일정까지 짜오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여행에 투자한거고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나온 상태라,


똑같은 시간을 여행해도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고 본다.


노력한만큼 얻을 수 있다는건. 여행에서 특히 맞는 말인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