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드디어 이 거지같은 나라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내 여행 최악의 국가 1위.

 

하루에 100만원씩 줄테니, 다시 가라고 해도,

 

그러면 가겠지만.

 

여하튼 내 돈 내고 다시 가라 그러면 안 갈 나라임.

 

 

 

 

이집트에서는 물통을 버렸고...

 

이제 드디어 정수기를 버릴 시간이 왔다.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사서.... 아프리카를 지나... 우리와 함께 지구 반바퀴를 돈 정수기다.

 

 

이거 덕분에 500미리 생수 한통이 6천원씩 하던 노르웨이에서도 잘 살아남을수 있었고,

 

아프리카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안 걸리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왠만한 집에는 전부 정수기가 있고, 김밥천국만 가도 물은 공짜로 마실수 있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여행하면서 깨달았던거 같다.

 

 

이제 앞으로 가게 될 네팔과 인도는... 물가가 워낙 싸니까,

 

뭐 굳이 정수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그냥 여기서 헤어지기로 했다.

 

지금 봐도 참 아련하다.

 

무슨 물통 하나에 아련한 감정이 있겠냐만은,

 

아직도 이 정수기랑 물통이랑 용용이 사진을 보면 다시 보고 싶어진다.

 

 

지금쯤 저 정수기는 요르단 암만의 노르마스 호텔의 청소 아줌마집 물통으로 쓰이고 있겠지.

 

 

 

 

마지막날이니만큼 맛집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뭐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새로운 나라에 가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몇몇 유명 여행사이트만 들어가보면,

 

내 주변에 어디서 자야되는지, 뭘 먹어야 되는지, 뭘 봐야 되는지... 쫙쫙 나온다.

 

좋은 세상이다.

 

 

 

 

내가 맛집이라고 해서 또 무슨 고기 먹는줄 알았겠지만,

 

여기는 김밥천국 같은 그런 곳이다.

 

시스템이 상당히 독특한데.... 이게 지금 뭘 시킨건 아니고... 접시 하나씩 하나씩 가져다 먹는거다.

 

 

그니까 자리에 앉아 있으면... 쟁반에 감자튀김만 가득 담은 종업원이 테이블 사이로 돌아다닌다.

 

그때 알아서 쟁반에서 감자튀김 집어서 먹으면 됨.

 

 

그리고 또 바로 앞에 보이는 짜파티 같은것만 이빠이 들고 다니는 종업원이 있는데,

 

그 사람이 옆을 지나갈때 대충 몇장 집어서 먹으면 됨.

 

그리고 뭔가 옆 테이블에서 먹는게 먹고 싶다?

 

그러면 계속 그 사람을 쳐다보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 다시 날 쳐다볼테고... 눈이 마주쳤을때 살짝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니가 먹고 있는 그거... 어디서 먹을수 있냐고 물어보면 된다.

 

 

이 모든 행동은 눈빛과 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다.

 

영어따윈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마음이겠죠.

 

 

근데 신기한건, 마지막에 계산하러 가니까 우리가 뭘 먹었는지 전부 다 알고 있더라.

 

 

 

 

이제 대충 밥도 먹었겠다...

 

비행기 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주변에 볼거리를 하나 보기로 했다.

 

우리가 정한 곳은... 암만 시내에서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암만 시타델 이었다.

 

대충 뭐... 우리나라로 치면 남한산성? 그런 곳이라고 보면 된다.

 

 

보면 알겠지만, 꽤 심한 경사를 따라서 계속 걸어올라가야됨.ㅎㅎ

 

 

 

 

여기가 바로 암만 시타델이다.

 

참고로 암만 시타델 위에 그려진 장식은 아랍어인데,

 

저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거니까... 읽어보면,

 

아암마안 시이타아데엘. 되겠다.

 

 

 

 

우리가 높은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도시를 한눈에 볼수 있어서 좋아한다.

 

암만은 모든것이 황토색인 도시였다.

 

이집트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중동국가들은 사막이 가까이에 있어서 그런지, 건물색이 전부 황토색이다.

 

 

 

 

여긴 기원후 700~800년대쯤에 세워진 우마이야드 궁전 안쪽 모습이다.

 

요르단 암만은 처음에는 페트라를 세웠던 나마테아인이 만들어서 열심히 지지고 복고 하다가,

 

나중에는 로마의 지배도 받고,

 

그 다음에는 비잔틴제국의 지배도 받았단다.

 

그래서 그런지, 건축 양식이라든지 뭐 그런게 로마랑 많이 닮았다.

 

 

 

 

이건 헤라클래스 신전이란다.

 

건축양식 같은건 잘 몰라서 뭐라고 딱 집어 얘기할수는 없지만,

 

대충 봐도 로마나 그리스랑 비스무리하게 생겼다.

 

지금은 기둥 몇개만 남아있지만, 원래는 꽤 커다란 신전이었다고 한다.

 

이건 대충 기원후 100년쯤? 그때쯤 세워졌다고 한다.

 

 

처음 발굴할때는 그냥 로마의 다른 신에게 바쳐진 신전인줄 알았는데,

 

발굴하던 도중... 엄청나게 큰 손모양의 석상이 발견되서,

 

헤라클래스에게 바쳐진 신전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뭔 소린지 모르겠지? 나도 잘 모름.)

 

 

우린 이 모든 사실을 한국에 와서 검색을 통해 깨달았다.

 

왜냐믄, 이때 암만 시타델을 가면서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갔고, 가서도 대충대충 풍경만 둘러보고 와서,

 

위에서 말한 매우 의미있는 유물인 커다란 손모양의 석상도 못 봤음.ㅎㅎㅎ

 

 

 

 

암만 시타델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로마형 원형 극장도 보인다.

 

줌 땡겨서 보니까, 사람들이 안에서 놀고 있는걸로 봐서는,

 

지금도 사용중인거 같았다.

 

 

 

 

무식한 요르단 새끼들.

 

지네 나라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꼭대기에 기어 올라가고 점프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못배워먹은 중동놈들.

 

아오 빡쳐.

 

보기만 해도 빡치네.

 

 

 

 

이제 비행기 시간까지...

 

중동의 마지막을 음미해볼 시간이다.

 

우리가 찾아들어간 곳은 꽤 핫한 카페였다.

 

 

들어가자마자 뭔가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우리를 감싸고,

 

멋지게 차려입은 중동 남녀들이 한데 어울러져서,

 

카페 + 술 + 물담배를 빨아제껴대는 모습이 흡사 할렘과 같았다.

 

 

근데 문제는 가격도 할렘이었음.

 

슈발.

 

 

 

 

마지막으로 중동의 맛을 음미해보자.

 

이건 그 유명한 물담배.

 

시샤, 후카, 물담배 등등으로 불리운다.

 

 

저 가운데 은빛 기계는 계속 돌아가면서 쓰는거고,

 

가장 아래쪽에 물담배의 주원료인 물이 들어가있다.

 

저 물에 뭔가 향을 섞으면 딸기맛 물담배가 되고, 무슨 사과맛 물담배가 되고, 레몬맛 물담배가 된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를 보면 은박지 위에 숯 몇개가 올라가 있는데,

 

저게 다 타들어가면, 아무리 빨아도 물담배가 빨리지 않는다.

 

 

그럴때면 웨이터를 쳐다보기만 하면 됨.

 

그럼 웨이터가 알아서 숯 갈아준다.

 

 

 

 

보면 알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전부 물담배를 빨아제끼고 있다.

 

지금 보이는 빨대는 일회용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빨대임.

 

 

 

 

깊이 빨아제낀 다음 내뱉으면 이렇게 용으로 빙의할 수 있다.

 

솔직히 왜 하는지는 모르겠음.

 

항간에 들리는 루머에 의하면 해로움이 일반 담배의 2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왜냐면 이건 거의 한번 시작하면 한시간 넘게씩 빨아제끼고 있거든.....;;;;

 

 

다들 거의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빨아제끼고 있었다.

 

근데 우리는 몇번 하다가 왜 하는지 이해가 안되서 좀만 하고 안했음.

 

이게 원래 현지인들이 하면, 거의 500원정도에 한다고 하던데...

 

외국인이 하면 대충 2천원?... 뭐 이쯤 받아먹는다.

 

 

그래도 욕할수 없는데,

 

우리나라 홍대나 강남에 물담배를 할수 있는 곳이 있는데, 한번에 2만원씩 받는다고 한다.

 

ㅎㄷㄷㄷㄷㄷㄷ

 

 

 

 

여기는 우리가 머물렀던 노르마스 호텔이다.

 

이 호텔 뒤쪽으로는 우리나라 배낭여행자들에게 유명한 클리프와 만수르 호텔이 있다.

 

근데 둘다 지옥임. 왠만하면 가지 마셈.

 

 

가격은 거의 두배에 달하지만, 그래도 노르마스 호텔은 깔끔하고 좋았다.

 

뷰도 좋고... 직원분도 좀 친절하다.

 

우리에게 친절함의 기준은, 그냥 우리에게 말 안 거는게 친절한거임.

 

 

 

 

이제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

 

아... 정말 비행기 하나만큼은 원없이 타봤다.

 

여행하면서 정말 질리도록 탔던거 같다.

 

 

예전에는 비행기만 타면 가슴이 두근거려서,

 

창밖에 사진도 막 찍고... 안내방송도 잘 듣고, 앞에 있는 책자도 열심히 보고 그랬는데....

 

 

이번에 제주도 갈때는,

 

비행기에 앉자마자 잠들어서, 착륙하고 나서 깼다.

 

나 이제 비행기 좀 타본 그런 남자임.

 

근데 아쉬운건 맨날 싸구려 비행기만 탔더니, 마일리지가 하나도 없음.ㅠ

 

엉엉...ㅠ

 

세계일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갈 마일리지도 못 쌓아왔음.ㅠ

 

 

 

 

암만 국제공항은 꽤 근사했다.

 

뭔가 휑하니 아무것도 없긴 했지만... 희한한게 모두 다 오픈되어 있었다.

 

원래 공항이라는게... 처음에 뭐 비행기표 검사하고 들어가는 곳 있고...

 

그 다음에 짐 검사하는 곳도 있고.. 뭐 출국심사 하는곳을 거쳐야 면세점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여기는 그냥 다 오픈되어 있음...;;;;

 

쿨한건지... 아니면 뭔가 법이 다른건지 모르겠네.

 

 

 

 

오픈되어 있든 말든, 우선 난 배고프니까 햄버거 냠냠.

 

원래 옆에 있는 맥도날드였나... KFC였나... 그걸 먹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파파이스 먹고 있는 모습임..ㅠ

 

엉엉...

 

이 형 한국에서 술 한번 마시면 택시비도 겁나 쿨하게 거스름돈 안 받고 막 내리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여행하면서 사람 됐다.

 

역시 사람은 배가 고파봐야 어른이 되는거 같다.

 

 

 

여하튼 이렇게 요르단의 마지막 날도 지나갔고,

 

이제 남은건 네팔과 인도!!!!

 

꺄오.

 

(검색해보다가 알았는데, 저 위에 암만 시타델을 아랍어로 하면 '자발 알깔라' 라고 하네요..;;; 뜻은 언덕위 요새정도?... 뭐 그렇답니다. 그래요.)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