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즈의 마지막 날.


일줄 알았지만 D-1이 되어버린 그날의 일기.


방을 11시에 빼라는 주인장의 말씀에 따라 우리는 모든 짐을 꾸려서


이스터섬에서 만났던 동생분들의 방에 집어넣어 놓고 밖으로 나왔다.





라파즈에 머문 보름 가까운 시간동안... 특히 마지막 10일 정도는 매일같이 들렀던 란사 시장.


숙소와 가까운데다 없는게 없는 시장이라 자주 찾았다.


닭, 돼지, 소, 음식점, 쥬스, 세면도구, 럼주, 칵테일, 맥주, 보드카 등 없는게 없었다.


이날은 특별히 이스터섬의 동생분들이 불고기를 해주신다 해서 재료를 사러 갔다.


이럴땐 참 한국인이 많은게 좋다. 맘껏 요리를 해먹을수 있으니.ㅎㅎㅎ





점심으로 맛나는 불고기를 먹은 후, 진희가 와이나포토시에서 잃어버린 선글라스 케이스도 사고...


라파즈의 마지막 날을 쇼핑으로 화려하게 불태운 후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 이제 정말. 정말 마지막 밥이라고 생각하고는 집 앞에 있는 닭집으로 갔다.


그리고는 보이는 것처럼 최후의 식사.





이제 짐을 다 챙겨서 버스를 타러 나왔다.


망할 볼리비아 라파즈는 나름대로 원활한 교통을 위해 일방통행 도로가 많다.


서울 목동의 도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우리 숙소 바로 앞의 도로도 일방통행인데... 터미널과는 완전 반대방향이라 좀 걸어가야했다.


걷다보니 이러다 터미널에 걸어서 가게 생겼다.


아오 어깨 아파. 짐이 두배쯤 불어난거 같다. 이게 다 비싼 물가 때문에 직접 해먹는다고 설레발 치면서 모은 재료들 때문이다.


그냥 걸어가버릴까? 라고 생각할때쯤 택시를 잡고 터미널로 향했다.





우리보다 먼저 우유니로 향한 2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라파즈-우유니 밤버스는 밤 7시~9시까지 수시로 있다고 했다.


우리가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밤 8시 반. 근데 희한하게 우유니 가는 버스회사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


크흥. 이게 뭐지. 터미널을 전부 뒤져봐도 우유니 버스는 밤7시가 끝이었다.


엥? 다들 9시까지 있다 그랬는데? 


터미널 안내양에게 물어보니 터미널 밖에 사설버스중에 9시발 버스가 있단다.


그래서 찾아간 Todo Turismo라는 회사.



갔더니 2자리밖에 없단다... 아... 이렇게 우리는 소중한 훈이씨를 버릴수밖에 없구나.


훈이씨가 아무리 좋아도 마누라보다는 아니니까, 훈이씨를 버리자. 


라고 생각하고 가격을 물어봤더니. 230볼이란다.


230볼.


230볼이래요. 원래 탈려던 버스는 85볼인데. 이건 230볼이라네요.


망할. 망할. 망할. 아오 빡쳐. 어떻게든 가야되는데!!!!



우리는 밤새 다른 도시를 거쳐서라도 우유니 가는 방법을 열심히 탐구했으나,


답이 없었다. 그냥 숙소로 귀환하는 수밖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빡쳐서 사온 술들.


왼쪽은 LIZTO라고 불리우는 8도짜리 칵테일인데. 파인애플, 오렌지, 레몬, 블루베리 맛이 있다.


그리고 그 옆은 이름 모를 망고맛 칵테일. LIZTO는 25볼이고, 망고 칵테일은 15볼이다.


우리는 라파즈에서 모든 맛의 LIZTO를 마셔보는 쾌거를 달성했다.


자랑이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하루를 라파즈에서 보내게 됐다.


물론 훌라를 치면서 열심히 술값을 잃어주었다.


진희는 훌라도 잘 친다. 


훈이씨가 나에게 물었다.


"형. 형은 뭘 잘해요?"


생각해보면 내가 훌라를 배운게, 2007년 인도에서 진희랑 장옥빈 여사에게 배운건데...


내가 진희보다 잘 치면 안되잖아.


진희는 학교 다닐때 4년 내내 훌라만 쳤단다. 난 공부만 했으니까. 괜찮아. 훌라 좀 못 치면 어때.


어차피 술은 내가 80%는 마시니까, 내 돈 내고 내 술 마신다고 생각하면 돼.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