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카카 호수. 하늘 호수. 


바다처럼 넓고 (깊은지는 모르겠음), 푸르른 호수였다. 하늘에서 가장 가깝다고 하니 왠지 더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


이 티티카카 호수를 가장 잘 느끼기 위하여 우리는 태양의 섬으로 향했다.


태양의 섬은 티티카카 호수 볼리비아쪽에 위치해 있는 작은 섬이다.





아침 8시정도에 선착장으로 향하니 수많은 삐끼들이 우리를 환영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주인공 기분을 느끼는데 있는거다.


돈 많아보이는 원숭이들은 어딜가나 수많은 삐끼들의 환영을 받는다.





20볼(대략 4천원)을 내고 2시간 반정도 배를 타고 가야된다.


거리가 멀어서라기 보다는 배가 엄청나게 느리다.


게다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탄다. 이 안에 보이는만큼 천장에도 사람이 타있다.


이러다가 배 가라앉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위험해 보였는데...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그냥 얌전히 있었다. 내가 봤을때 정원초과를 해도 2배정도는 한거 같다.


실제로 얼마전 우로스섬(갈대섬)에서 운행하는 배중 하나가 정원초과로 천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요즘 우로스섬에서는 천장에 안 태워준다. (선착장에서만 안 태워줄 뿐이고 배 좀 몰고나가면 천장에 태워주긴 한다.)





태양의섬에 내렸는데 길을 모르는 관계로,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다른 노란머리 외국인들을 따라서 좀 걷다보니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같이 호스텔 사용하기 싫게 생긴 놈들만 가득한 텐트촌이었다.


왠지 마리화나 잘 빨게 생긴 애들이 불 피고 놀고 있었다.





파도가 잔잔한 것만 빼면 바다랑 별반 다를게 없었다.


궁금해서 손으로 떠마셔 봤는데 짠맛이 안 나는걸보니 호수가 맞긴 맞나보다.


태양의 섬에서 수영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트래킹 도중에 수영하는 외국인은 거의 없길래 포기했다.


왠지 신성시 되는 호수라서, 괜히 외국인이 수영하면 안될거 같기도 하고....





태양의 섬 트래킹은 매우 평이한 수준의 코스다.


코스도 잘 닦여 있고, 풍경도 좋고 중간중간 전망대나 유적지가 자리잡고 있어서


3시간정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올래길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난 올래길을 가보진 않았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고.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북쪽항구로 들어가서, 섬을 한바퀴 크게 돌고 남쪽항구에 도착한 다음에,


남쪽항구에서 1박을 하면서 일몰과 일출을 보고 아침배로 나오는 코스였다.


참고로 남쪽항구에는 오르막이 많으니 왠만해선 북쪽항구에서 남쪽항구로 걷는걸 추천한다.


그러면 그냥 평이한 오르막, 평지만 이어지고 마지막에 내리막이 이어지는 코스다.





다음부터는 사진 찍을때 비닐봉지 들지 말고 찍어야겠다.


이건 뭐 노숙자가 따로 없네.


저 뒤에 보이는 희한한 모양의 섬이 신기해서 찍은 사진인데... 줌이 안되는 카메라라 잘 안보인다.


약간 대각선으로 잘라놓은것처럼 생긴 섬이다.





티티카카 호수 멀리 설산이 눈에 띈다.


설산인지 구름인지 자세히 봐야 구분이 갈 정도로 희고 아름다웠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다.


수도부터가 그리 높아서 그런지 볼리비아 땅의 대다수는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설산이 눈에 자주 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걸로 추정되는 돌탑들.


무사히 세계일주를 끝마치기를 기원하면서 하나 쌓아봤다.


햇볕이 너무 쎄서 얼굴이 타는거 빼고는 괜찮은 날씨였다.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햇볕은 엄청 뜨거운데, 그늘에 들어가 있으면 추운 날씨다.





태양의 섬은 공동체 형식의 마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입장료를 여러번에 거쳐서 내야 된다.


섬의 북쪽 가면서 한번, 중간 부분에서 한번, 남쪽에서 또 한번.


이렇게 총 3번을 따로따로 내야되는데... 이런 시스템 때문에 항의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차라리 한번에 다 받든가, 매표소 같은 형식으로 돈을 걷으면 상관 없을텐데...


중간중간 마을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돈을 내라고 하니까... 뭔가 억울하고 삥 뜯기는 기분이라 항의하는거 같다.



사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천원~3천원 정도밖에 안되는 돈이라서 난 별 생각 없이 내버렸는데...


합리적이기로 유명하신 양키님들은 계속해서 항의를 하고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여행할때 얼굴 붉히는것보단 그냥 얼마 안되는 돈은 줘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저 사진에 보이는 양키는 아닌가보다.





하늘과 호수의 색이 똑같다.


분명히 제대로 사진을 찍으면 멋진 사진이 나왔을텐데...


우리의 사진 찍는 실력이 너무도 부족하여 이 멋진 풍경들을 제대로 못 담아내는게 아쉽다.


다음에 여행할때는 꼭....


악기 하나쯤 연주하고, 영어&스페인어 정도 하고... 사진 잘 찍고.. 글도 잘 쓰고...


70살쯤 되면 여행 나오면 되겠구나.





트래킹의 마지막 부분인 남쪽에서 다시 돈을 내는 모습이다.


저 오른쪽에 보이는 양키커플은 돈 내는 곳마다 저렇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흠... 불합리한 것에 항의를 해서 다음 여행자가 편하게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게 좋은건지...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면 끝날 정도의 돈을 현지인 공동체에 보태주는게 나은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섬 전체에 예쁜 돌로 트래킹 코스를 깔아줬는데... 이 정도 돈은 줘도 되지 않나 싶은게 내 생각이다.


이 사람들은 평생 일만 해도 한국행 비행기표 끊기도 힘들텐데... 난 운 좋게 한국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놀고 있는거 아닌가...


나도 여기서 태어났으면 저렇게 생판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욕 먹어가면서 천원씩 걷고 있을테고...


저 분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나처럼 팔자 좋게 놀러 다니고 계실텐데...


그런 생각하면 여행 하는 내내 마음이 안 좋다.


하지만 유럽 가면 내가 최빈곤국가 국민이 되버리겠지.





섬의 남쪽은 북쪽보다 좀더 번화한 느낌의 마을이 있었다.


수많은 레스토랑과 호스텔이 눈에 띄었다.


밥값이 비싼 편이라고 해서 우리는 빵만 잔뜩 싸들고 갔다. (아까부터 눈에 거슬리는 비닐봉지가 다 빵임)


숙박비는 코파카바나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물론 수도시설이 없기 때문에 샤워하는데 각오 좀 해야된다.





우리의 숙소에서 본 풍경이다. 멀리 설산이 보인다.


태양의섬에는 수도시설이 제대로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당나귀가 밑에서부터 물을 길어서 위로 올리는 시스템이란다.


빗물 하나도 아까워서 전부 받아 쓰려고 노력한 흔적들도 곳곳에 눈에 띄고...


그래서 샤워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숙소가 많은데, 우리 숙소는 다행히 샤워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진희가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진희가 부른다. 가봤더니 비누칠에 샴푸까지 했는데 물이 안 나온단다.


참고로 샤워한 시점은 해가 지기 시작한 시점이라 엄청나게 추웠다.


주인 아줌마한테 물 안나온다고 얘기했더니, 쿨하게 2시간 뒤에 나올거니까 기다리란다.


망할. 안에 사람 있다고 얘기했는데 알아들은건지 못 알아들은건지 쿨하게 뭐라뭐라 하신다.


결국 진희는 비누칠도 제대로 못 씻고 잠이 들었다.





일몰 광경이다.


보이는 방향은 동쪽이라서, 해가 지는 풍경 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일몰을 보려면 밖에 나가서 봤어야 되는데... 너무너무너무 추웠다.


트래킹 + 태양의 섬이라는 이름이 합쳐진 이미지는 뜨거운 불지옥이라 반바지, 반팔만 가지고 갔는데...


해가 떨어지고 나니 추워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볼리비아에서의 첫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볼리비아에서 하고 싶은건 4가지.


태양의 섬 + 와이나 포토시 + 우유니 사막 +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남미에서 가장 싼 물가를 자랑하므로... 신나는 쇼핑질.


속옷부터 아웃도어까지 모든 물품을 여기서 리필하고 다시 떠날 예정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