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4. 26. 19:37

때는 바야흐로 2007년 9월 15일경...


큰 맘 먹고 혼자 온 인도의에서,


나는 파리처럼 달라붙는 삐끼들의 온갖 농락과 사기질에 반쯤 혼이 나간 상태였다.



군대 전역한지 반년도 안된 상태라, 피지컬과 성깔이 모두 피크를 기록하고 있던 그때.


한 삐끼를 물리치니 곧바로 다른 삐끼가 달라붙었다.


'헤이 마 프렌드~ 어디 가? 뭘 찾어? 뭘 원해? 난 너의 친구야.'


'ㅈㄹ마. 어디 만기전역 예비군이랑 친구를 먹어 이 카레새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진짜 삐끼한테 화내고 성질 내봤자 내 멘탈만 무너진다는걸 난 익히 느끼고 있었다.



'나는 다람살라로 갈거야... 그리고 마날리를 거쳐서 레까지 갈거야.'


'오~ 마날리? 너 하시시 하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시시 구해줄까? 난 매우 싸게 구해줄수 있어. 오직 너만을 위한 가격이야'


....



뭐라는거야.. 하시시가 뭐야... 지기지기 같은건가? (지기지기는 인도말로... 성행위를 뜻함. 인도까지 가서 섹스투어를 다니는 용감한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삐끼들이 자꾸 물어봄)



그 당시에는 하시시가 뭔가 몰라서 그냥 대충 대꾸하다가 도망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하시시는 마약의 일종이었다.


누구는 마리화나, 하시시, 간자는 모두 같은거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뭐 말리는 방식에 따라 약간 다른 거라고도 하고...


내가 최종적으로 알기로는.. 마리화나는 그냥 풀가루 같은거고... 하시시는 약간 찐득찐득하다고 알고 있다.


아님 말고.


궁금하면 구글에 검색해보세요.





여하튼 그렇게 하시시 하러 가냐는 수백번의 질문을 뚫고 왔었던 마날리.


그곳에 6년만에 다시 오게 되었다.


맥간에서 밤 9시에 출발한 버스는 대략 9시간쯤 달려서 마날리에 도착했다.



우리는 6년전 우리가 묵었던 마운틴듀 게스트하우스에 갈까? 했으나...


그냥 만사가 귀찮아서 버스정류장에 나와있는 다른 삐끼를 따라 갔다.



여기서 중요한 여행팁 하나는...


마날리의 버스정류장은 뉴마날리에 있고.. 숙소는 보통 올드마날리에 있다.


뉴마날리에서 올드마날리까지 걸어갈라면... 거의 30분정도? 오르막을 계속 걸어가야됨.


중간에 강도 건너고 꼬불꼬불 오르막을 마구마구 걸어올라가야 됨.


(왜냐면 마날리는 정말 할일 없이 숙소에서 경치 구경만 하는 곳이라, 높이 있는 숙소일수록 좋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삐끼를 안 따라가면 바가지 옴팡 쓰고 릭샤를 타고 올라가든가,


(릭샤도 끝까지는 잘 안가준다. 중간정도쯤에서 더이상은 릭샤가 후져서 못 올라간다고 내리라고 그럼...)


아니면 6년전의 우리처럼 무거운 배낭 짊어지고 그 오르막을 계속해서 올라가야 되는데...



그럴바에는 차라리,


삐끼 따라서 가는게 낫다. 삐끼 따라 가면 삐끼가 릭샤비 대신 내줌.ㅋㅋㅋ





우리가 삐끼를 따라간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은...


마날수 게스트하우스였다.


메인길거리에서 약간 들어가서 위치한 곳이었는데, 손님도 별로 없고 한적한게 우리 스타일이었다.



바로 계약을 확정 짓고 방 탐색.


지금 보이는건 전형적인 인도의 중급정도 되는 게스트하우스의 화장실이다.


가끔 저 변기뚜껑이 없는 경우도 있음. 


차가운 도기에 엉덩이를 대는 기분은 언제나 짜릿하지만, 인도에 왔으면 인도방식을 따라야지 뭐.ㅋ



그리고 저 왼쪽 아래 변기랑 연결된 수도꼭지는...


보통 저렇게 연결되어 있지 않고 단독적인 수도꼭지로 되어 있다.


왜냐면.. 저게 그 유명한 인도에서 볼일 보고 손 닦는 용도의 수도꼭지임.



그리고 또.. 흠. 저 빠께쓰는... 왠만한 게스트화장실에는 다 있다.


휴지를 안 쓰는 사람들을 위해서 있는거 같은데,


잘 보면 빠께스 안에 작은 물통이 하나 더 있는데, 빠께쓰에 항상 물을 채워놓고...


저 작은 물통으로 물을 떠서 닦는게 보편적이다.


우리는 보통 저 빠께쓰를 빨래하는 용도로 주로 썼다.


아침에 온갖 빨래를 저기 담고, 물을 가득 채운 다음에... 슈퍼에서 몇백원에 파는 슈퍼타이를 사서 풀어놓고 주물럭주물럭 거려놓은 다음에,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 와서 보면 떼꾸정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그러면 다 꺼내서 몇번 헹구면 빨래 끝~~





우리 방에서 본 숙소 마당의 모습.


보면 알겠지만 우리방 숙소는 5층쯤 위치하고 있었음.


그래서 뷰가 끝내줌.


근데 뷰 사진이 별로 없네..;;;


뭐 설산이 보이거나 그런건 아닌데, 그냥 우거진 정글이 펼쳐져 있다.





사진에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서 아침을 먹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이런 류의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말도 안되는 가격.


그리고 말도 안되는 퀄리티.


인도는 정말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다.



참고로 저 컵에 담긴건 맥심모카가 아니고, 인도의 대표적인 음료인 짜이다.


홍차에 우유를 섞은 건데, 마시다보면 은근히 중독된다.


약간 계피향도 좀 나고.. 뭐 이래저래 인도스러운 맛이 남.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공사중인 건물이 많이 눈에 띈다.


인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곳이니까 뭐..ㅎㅎㅎ



예전에 인도에 게스트하우스 하나 해볼까 하고 알아봤었는데,


생각외로 집값이 높아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도 관광지에 3층정도 건물이 억대는 가더라.


(당연한건가...;;;;;)



방값은 3천원씩 받으면서 건물이 억대면 뭐 어떻게 유지하지...





밤새 버스에서 시달렸으므로, 아침 먹자마자 한숨 푹 잤다.


냠냠.  꾸르잠.


늦은 오후에 일어나서 동네나 한바퀴 돌기로 했다.



올드 마날리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같은 오르막이 계속 펼쳐져 있는 곳이다.


평지가 거의 없음.


그니까 한번 숙소를 떠날때 모든 동선을 잘 고려하고 가야된다.





올드 마날리에서는 길을 잃을 일도 거의 없다.


메인길이 딱 하나라서, 양옆으로 뭐 골목도 별로 없음. 바로 건물들임.



6년전에는... 새벽 4시인가 5시에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삐끼도 별로 없고.. 뭔가 다 맘에 안 들어서,


릭샤를 타고 무작정 올드마날리로 가달라고 했더니... 아래 사진에 있는 다리쯤에서 더이상 못 들어간다고 내리라 그래서..


내린 다음에... 엄청 무거운 배낭과 누나 2명을 데리고 이 길을 걸어 올라갔다.



그때 사용하던 후레쉬가 아직도 우리집에 있다.ㅋㅋㅋ


여하튼.. 그렇게 꾸역꾸역 두려움에 떨면서 올라가서는... 우리가 원래 묵으려고 했던 드래곤 네스트 게스트하우스였나..


거기에 갔더니, 자다가 일어난 종업원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새벽에 갑자기 꺠우니까 당연히 짜증나겠지...)


방은 한개밖에 없으니 3명이서 같이 자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 그래서...


우리 셋은 누구 하나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래도 만난지 2일만에 합방은 좀 그렇잖아요? 라는 암묵적 합의 하에,


바로 앞에 있던 다른 숙소에 방을 잡았었다.



그 숙소가 바로 좀 있다가 나올 마운틴듀 게스트하우스인데...


우리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종업원이 안 나타나서 (생각해보면 우린 참 진상이었다.)


직접 종업원이 자고 있는 숙소까지 들어가서, 자고 있는 종업원을 깨워서 방을 잡았었다.



신기한건... 인도에서는 새벽 4시정도에 방을 잡으면... 그냥 체크인이 된다.


그 시간부터 그냥 방 쓰면 됨.





여기가 뉴마날리랑 올드마날리를 이어주는 다리다.


이 다리 말고 다른 다리가 있는지 모르겠네... 여하튼 우린 6년전이나 지금이나 이 다리만 이용했다.



그 밑에 강은 생각보다 급류가 흐르는 강이었는데,


그걸 이용해서 인도인들은 재미있는 액티비티를 하고 있었다.


잘 보면.. 양쪽으로 줄을 연결해놓고... 그 위로 도르레를 매달아서 사람을 이동시키는 액티비티다.



중간쯤 갔을때 아저씨가 줄을 막 흔들어서 사람을 물에 닿을듯 말듯 하는 서비스도 제공해준다.



처음에 저걸 보면서 깔깔대는 인도인들을 보며,


아니.. 저게 도대체 뭐가 재밌다고 저렇게들 좋아하냐. 진짜 유치하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든 생각이,


난 뭐 그리 잘났다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재미있어 하는걸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거지?


였다.



생각해보면 저 사람들은 멀리 가족여행을 와서, 재미있는 액티비티 하나를 하고 있는 거고,


그걸 보며 진심으로 재미있어 하며 사진도 찍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인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나는 그게 뭐가 재밌냐고 반문하고 있는 꼴이다.


누가 나보고 돈내고 하라 그런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을까...



이때 들었던 생각은 한국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개콘이 재밌다고 하면 재밌구나 하면 끝인거다.


거기다 대고, 그게 뭐가 재밌어 유치하더만, 아니 그게 웃겨? 그걸 보고 웃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안가.


라고 한다고 해서,


나 스스로가 고귀해지거나 우월해지는게 아니라는거.


어떻게 보면 그걸 보고도 재밌게 웃음 한번 짓지 못하는 내가 더 불행한거다.


그걸 마날리쯤에서 깨달은거 같다. 너무 늦게 꺠달은거지.





다시 마날리로 돌아가서..


지금은 그나마 좀 덜한거 같던데... 그래도 마날리는 여전히 히피들의 성지였다.


하시시가 자유로이 거래되는 인도.


그중에서도 가장 자유롭다는 하시시.


그래서 그런지 저렇게 중간중간에 또라이 같은 양키들이 자주 눈에 띈다.



지금 사진을 보면, 급류가 흐르는 다리 위에서 객기 부리는 양키가 보인다.


주변에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술마신것도 아닌데,


지 혼자 저러고 있는 걸 보면 내 생각에는 하시시에 취한듯 싶다.





이건 언제 사먹은거지...


여하튼 마날리의 트렌드도 많이 바뀌어서, 6년전에 유명한 게스트하우스와 식당과,


지금 유명한 게스트하우스, 식당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2013년 5월에 제일 핫한 곳은 블루엘리펀트라고 하는 레스토랑이었음.


2015년인 지금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도 모르지..ㅎㅎㅎ





여기가 바로 6년전 우리가 같이 묵었던 마운틴듀 게스트하우스다.


나는 저 꼭대기의 가장 왼쪽 끝방을 썼고,


와이프랑 장옥빈여사는 그 바로 옆 방을 썼었다.



저 앞은 넓은 복도로 되어 있고, 거기에는 앉아서 쉴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는데,


우리 셋은 저기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었다.


(내 기억에 2007년에도... 마날리에서 하룬가 이틀밖에 안자고 바로 레로 떠나는 강행군을 했던거 같다..;;;)



여하튼 우리들에겐 처음으로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이 아닌 자력으로 찾아낸 훌륭한 숙소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돈을 좀 많이 벌었는지, 여행사도 차리고 레스토랑도 차리고 막 그랬더라.





여기는.... 마운틴듀 바로 앞에 있는 인터넷방이다.


지금이야 어디서든 와이파이가 터지니까, 인터넷방이나 국제전화 쓰는곳이 필요가 없지만,


2007년만 하더라도, 여행자가 몰리는 곳에는 항상 이런 곳들이 존재했다.



좀 빠르고 시설 좋다 싶은 인터넷방은 기다려서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많았고,


가격도 우리나라랑 거의 비슷했던거 같다. (대신 속도는 네이버 로그인하는데 정확히 1시간이 걸린다. 진짜임. 내 경험임.)



근데 이걸 왜 찍었냐면..


2007년에 나랑 와이프는 여친,남친이 없었고, 장옥빈 여사는 지금은 남편이 되신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하루에 한번씩 한시간 이상씩 꼭 통화를 해야만 했었다.



그래서 항상 우리 둘만 남겨두고 혼자 국제전화 쓰는 곳에 가서 전화를 하곤 했는데...


자연스럽게 그 시간동안 나랑 와이프는 둘만 남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었다.


그때 나눴던 얘기들.


사귀기 전에 나눴던 얘기들이 참 감명 깊어서, 와이프를 좋아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결혼하게 된데에도 일조를 한 인터넷방이지... 여기가...





동네 한바퀴 돌고나니 벌써 저녁.


꾸잉꾸잉. 밥 먹을 시간이 돌아왔다.


여행하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바로.


인터넷 하는 시간!!!!


이라고 하면 좀 그러니까, 밥 먹는 시간으로 하자.



다음에 여행갈때는 와이파이 되는 기기 전부 버리고 갈 예정이다.


휴대폰만 들고 가더라도, 이건 뭐 내가 한국에 있는건지 하와이에 있는건지 인도에 있는건지 분간이 안가더라.





저녁으로 먹은 인도음식.


잘 보면 포크랑 수저를 주는데도,


간지나게 손으로 먹는 모습을 볼수 있다.



사실 이건 간지를 위해서가 아니고, 그냥 손으로 먹는게 훨씬 편하다...


잘 생각해보면... 저 넓적한 밀가루판을 조금씩 찢어서 카레를 찍어 먹어야 되는데


숟가락이랑 포크로 어케 먹으라는거여...;;;




후식으로 먹은 바나나라씨와 짜이? 인듯.


라씨라는 음료도 인도의 대표음료 중 하나인데, 요거트 비스무리한거다.


아니지.. 요거트랑 똑같은거 같다.


여하튼 저거 몇번 먹고나면, 아침마다 용이 승천한다.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라 종업원이 엄청 친절하게 잘 대해줬는데,


뭐.. 가격 대비 맛이 그닥 뛰어나진 않아서 한번만 가고 다신 안갔다...;;;




흠.. 이렇게 마날리의 첫날이 끝났다.


6년전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면서 돌아다니는게 생각외로 신이 난다.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하는 나는 특히 더 신이 났었다.



예전 기억을 되살려보기 위해, 링크를 하나 걸어둔다.

http://blog.naver.com/firebloo/100046041901


예전에 2007년에 마날리에 갔다와서 썼던 글이다.


내 기억이 거의 다 맞긴 하네.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미미하게 다른거 말고는..ㅋㅋㅋ


같이 보니까 더 재밌다.


나중에... 언젠가는 글 마지막에 2007년, 2013년 두개의 링크를 다는 날이 오겠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