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4. 7. 21. 00:21

드디어 네팔을 떠나 인도로 넘어가는 날이 밝아왔다.


네팔과 인도는 이동도 자유롭고, 문화도 비스무리해서 한 나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거의 뭐... 홍콩과 마카오 관계정도?...



아 물론. 외국인에 한해서임.


인도에서는 네팔사람들을 우리나라가 동남아 외노자 취급하듯이 하기 때문에,


네팔에서 인도 비자 받아서 일하러 가는건 꽤 어렵다고들 한다...


그냥 우리같은 외국인들한테만 이동이 자유롭고 문화가 비슷해 보이는것임.





그래도 나름 신들이 사는 곳. 히말라야 코앞에서 일주일을 넘게 있었는데,


히말라야 사진은 거의 올리질 않아서,


죄송한 마음에 하나 올려본다.



지금 보이는 봉은...


흠... 뭘까... 로체?....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7천미터 이상 고봉 중 하나인것으로 추측된다.


내가 예전에 듣기로는 포카라에서는 안나푸르나 정상이 안 보인다고 했다.


그러므로 안나푸르나는 아닌거 같고... (안나푸르나는 제1봉, 제2봉, 제3봉까지.. 정상이 세개였던걸로 기억함...)


안나푸르나 바로 옆에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차푸레츠 라는 봉우리는 저렇게 안 생겼으니까 아니고,


그럼 남은건, 나도 모르겠다.


여하튼 히말라야는 언제 보든지간에 경외심이 생긴다.


요즘 예술의전당에서 히말라야14좌 사진전 하고 있던데, 꼭 보러 가고 싶네...



요즘 들어 차마고도 다큐멘터리도 다시고 보고... 히말라야 사진전도 하고 그럴때마다,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한국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





여기는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 엔젤.


지은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한국인은 거의 없고... 중국인이 좀 있었다.


다른 외국인들도 드문드문 있는걸로 봐서는, 


아직 뭐 가이드북 같은데에는 안 올라가 있는 곳인듯 싶다.



누가 주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주인의 터치가 전혀 없고,


가장 오른쪽 방들을 제외하고는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긴 하지만...


조용히 머무르기에 괜찮은 숙소였음.





이제 드디어 네팔을 떠나 인도로 향할 시간이다.


지도에서 보기로는 네팔과 인도는 겁나 가까워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선 네팔 포카라 -> 네팔 소나울리 -> 국경 넘어서 -> 인도 고락뿌르 -> 기차타고 인도 최대의 헬 오브 헬 바라나시 도착.


이게 우리의 루트였다.


포카라에서 소나울리까지 가는데 대충 버스로 7~8시간.


국경 넘는데 대충 1시간.


국경에서 고락뿌르까지 가는데 대충 3시간.


그리고 고락뿌르에서 바라나시로 가는데 대중 없음. 


왜냐면 여기는 인도니까요.



포카라에서 소나울리로 가는 버스는 매우 많다.


언제나 그랬듯, 숙소 주인장에게 웃는 얼굴로 접근하여,


헬로. 굿. 굿 호텔. 유아 굿 오너.


몇마디 해준 다음에,


나 어디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냐? 라고 물어보면 만사오케이다.



괜히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나울리까지 어떻게 가냐?


이렇게 물어볼 필요 없다.


그냥 대놓고, 바라나시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냐? 라고 물어보면 됨.


그러면 친절하게 시간과 가격까지 모두 설명해줄거다.


그러면 그 가격이 마음에 들면 돈 내고 싸인하면 되고, 덤탱이다 싶으면 숙소로 돌아와 다시 인터넷 뒤져보면 됨.





포카라에서 인도 국경지역인 소나울리로 가는 버스에는,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다.


외국인중에서도 지금 사진에 나온 사람처럼,


언제 감은지 알수 없는 머리스타일을 한 히피 아저씨들이 매우 많았다.


이 아저씨들의 특징은, 뭔지 모를 야릇한 냄새가 나고,


워낙 이동을 자주 해서 그런지, 버스 안에다가 항상 양말이나 수건을 말린다.



나름 이 아저씨는 일본아저씨라서, 매너가 좋은 편이었다.


그냥 자기 옆에다가 수건만 말리고 있더라.


가끔 재수없는 이스라엘쪽 애들 걸리면, 걔네는 젖은 양말을 머리쪽에 놓고 말리곤 해서,


버스타다가 토할꺼 같다.


이스라엘 꺼져.





신나게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언젠간 도착한다.


여행하다가 깨달은 것중 하나가 이거다.


언제 도착하냐. 얼마나 남았냐.


이런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버스가 조금이라도 이동하고 있다면, 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거다.


아예 멈춰서 있지만 않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건 인생에서도 똑같다.


목적지에 언제, 얼마나 빠르게 도달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길이 험해서 오래 걸릴수도 있고, 버스가 후져서 오래 걸릴수도 있다.


가끔 타이어가 펑크나서 멈춰 있을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냥 가기만 하면 된다. 중간에 차 망가졌다고 포기하고 서있거나, 거꾸로 가지만 않으면 된다.


느리게나마. 그냥 한시간에 1km라도 전진하면 언젠간 목적지에 도달한다.





버스기사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니까,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바람도 좀 쐬고...



여행하면서 중요한 팁 하나를 알려주자면...


보통 이렇게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장시간 이동수단을 타고 이동할때에 가장 애매한건,


휴게소에서 얼마나 머물러도 되냐는건데...


자칫 재수없으면 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 (우린 실제로 봤지... 버스기사가 손님 놓고 출발해서... 한시간쯤후에 그 손님이 택시타고 따라와서 버스기사한테 겁나 뭐라는 하는거를...)


여하튼 그럴때는,


우선 버스가 정차하면, 주위를 살핀다. 사람들이 다들 내리기 시작하면,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이게 뭐야. 무서워. 라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아이컨택을 시도한다.



보통 사람들은 외국인, 특히 원숭이들이랑은 아이컨택 하는걸 꺼려하므로,


매우 강력하게 시도해야된다.


그러다가 한명이라도 아이컨택이 됐다 싶으면, 손짓발짓으로 설명하면 된다. 입 열 필요 없다. 침묵은 금이다.



그냥 손으로 밥 떠먹는 시늉을 하면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겠지.


그러면 다시 손으로 손목을 가리키면서 몇시? 라는 제스쳐를 취하면,


그 사람도 손짓발짓으로 대답해줄거다.


당신 손가락은 10개니까, 10시간 이내로 출발만 한다면 충분히 알아들을수 있을거야 걱정마.



그리고 사실, 


외국인이 많이 타는 버스는 버스기사도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한 경우도 많고,


만약 외국인이 별로 안 타는 버스라면,


당신을 절대 놓고 갈리가 없다.


왜냐면 외국인이 잘 안 타는 버스를 타면, 같이 탄 사람들이 당신의 숨소리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체크하고 있거든.


코도 마음대로 못판다.


분명히 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거거든.....





여기는 전망대가 아님.


그냥 남자 소변기 있는자리에서 찍은거다.



그냥 화장실 가면 벽에 소변기가 하나 붙어있고, 그 바로 위가 이렇게 뻥 뚫려있다.


멋지다.


앞에 나무만 베어버리면 돈 받고 입장시켜도 될만큼 멋진 풍경의 화장실이다.


이런데서 볼일 보면 전립선이 풍경에 압도되서 잘 안 나오니 주의 바람.


그리고 자꾸 양옆에서 사람들이 카메라로 풍경을 찍어대는데,


정신줄 놓고 있으면, 풍경 말고 다른걸 찍을지도 모르니 주의 바람.



인도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관심은 정말 어마무시할 정도다.


특히 여성들은 더욱더 조심해야 됨.





이제 뭐 이정도 높이의 절벽길에서 코너링 하는것 정도는 무섭지도 않지.


예전에는,


자다가 눈을 딱 떴는데... 내 창문 바로 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 멋진거야.


그래서 감탄을 금치 못하며,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었지.



그리고는 와... 역시 고산지대구나. 풍경이 멋져. 라면서,


이건 내 사진실력으로 담아낼수가 없는 풍경이다. 동영상으로 긁자.


라는 생각으로 동영상으로 약 270도 가량 긁어댔는데...


이상하게 위로 아래로 아무리 카메라를 돌려봐도 풍경이 죄다 멀어.



상식적으로 아래로 가면 갈수록 뭐 아스팔트라도 보이든가 해야되는데 그런게 없어. 그냥 버스가 공중에 떠있는 기분이야.


이상해서 창문 살짝 열고, 고개를 내밀어봤는데,


레얄 뻥 안치고 타이어랑 도로의 경계선의 간격은 10cm 이내였다.


그리고 그 10cm 바깥으로는, 2km쯤?... 끝이 안 보이는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떄 갑자기 눈이 번쩍 떠지면서, 온갖 잡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저 멀리... 절벽 끝에 언제 떨어졌는지 모를... 녹슬어있는 차들을 발견하면서,


나의 공포심은 극대화되어...


이건 마치... 어차피 추락 안할거 알면서도 비행기 이륙할때마다 오금이 저린면서, 승무원의 안전교육에 초집중을 하는 것마냥,


엄마 아빠 얼굴이 스쳐지나가면서,


내가 왜 이렇게 인생을 헛되이 살았나 반성도 하고, 이번에 살려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살겠다고 기도도 한번 해보고..


뭐 그랬더너 기억이 나네.


순수했어 그때는.


지금은 뭐 떨어지든 말든 뭐 어떻게든 되겠지 에라 모르겠다.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의 버스는,


대충 점심이 지나서야 소나울리에 도착했다.


소나울리는 그냥 네팔-인도의 국경지역일 뿐이라서,


외국인을 위한 숙소나 관광지 따위는 없다.



이 부근에 룸비니 라고 하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이 있긴 한데,


거기를 가려는 사람들은 전부 그 부근에 가서 숙식을 해결하기 때문에,


소나울리에서 1박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계획변경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건 릭샤.


버스에서 내려서 국경지역까지는 꽤 멀다. 거의 1키로? 2키로? 


여하튼 각각 20키로가 넘는 짐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써는 걸어갈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뭐 어떻게 하나 멍 때리고 있었는데...


릭샤가 마구마구 달려든다.


(참고로 현지인들은 마을버스 같은걸 타고 가던데... 우린 엄두가 안나서 포기했음.)



그래서 그중에 제일 착해보이는 사람.


아 물론 인상 말고. 가격이.


착해보이는 사람껄 타고 신나게 출발.



릭샤 요금이 크게는 10배 이상 차이나는걸보니 여기가 인도가 맞구나 싶다.


현지인이 5루피면, 외국인 최저가격은 10루피고, 백인 최저가격은 50루피고, 호구 최저가격은 500루피 하는곳이 인도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국경지역에는 환전소가 많다.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는 어떻게 환전하냐가 여행경비를 얼마나 줄일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네팔-인도는 둘다 물가가 매우 싸다.


세계에서 제일 싸다.


그래서 어떻게 환전하든 상관 없다.


환전하다가 50%정도 덤탱이를 맞어도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싸다.



그래서 그냥 릭샤 아저씨가 이끄는대로 따라가서 환전을 했음.


보통 이렇게 릭샤 아저씨가 이끄는대는 릭샤 아저씨에게 커미션을 좀 주기 떄문에,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 좋기 마련이지만...


특별히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다. 그냥 까라면 까고 바꾸라면 바꾸고 그러는거지 뭐. 야박하게 뭘 돈 한두푼에 인상 찌푸리고 그러나.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어른 두명의 요금이었는데.. 우리의 짐을 합치면 왠만한 성인 1명분의 몸무게가 나오기 때문에...


릭샤 아저씨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냥 아저씨가 가자는대로 가서 환전했음..;;;





이제 좀더 가다보면 출입국사무소가 나온다.


이때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릭샤 아저씨한테 팁을 줬던거 같다.



원래 아프리카 막바지쯤... 그니까 이집트에서부터는 물가가 상당히 싼 편이라,


팁을 마구마구 뿌리고 다녔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집트 놈들은 내 주머니에서 나오던 팁도 다시 들어가게 하는 용한 재주가 있는 놈들이라 팁 따윈 전혀 없었으므로,


여기서 오랜만에 팁을 시전했다.





여기가 국경임.



웰컴 투 인디아. 라고 써있고,


지옥으로 오신걸 환영합니다. 삐끼와 혼돈의 세상,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맛보게 되는 곳입니다. 라고 읽는다.





국경서는 인증샷이 빠질수 없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면 갈수록 메인배낭 말고 양옆으로 들고 다니는 배낭에도 짐이 많아진다.





국경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또 다시 삐기와의 전쟁이다.


온갖 삐끼들이 달라붙어서 환전 or 버스 or 택시 or 뭔지 모를 말들을 마구마구 해댄다.



국경을 넘어갔으면, 여기서부터는 기차역이 있는 고락뿌르까지 지프차를 타고 이동해야된다.


뭐 여기서 바로 바라나시로 가는 버스도 있긴 한데,


우리는 더이상 버스 탈 여력이 없어서 기차를 선택했다.


여기서 고락뿌르 기차역까지는 대략 3시간정도 걸린다.



가격은 무조건 인터넷에서 미리 알아놓고 가야된다.


인도 물가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것보다 싼 경우가 태반이라서,


아무것도 모르고 가면 덤탱이 쓰기 딱임.





여기서 퀴즈.


누가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혼돈의 나라 인도에서 이정도쯤은 일도 아니지.


조수석에 두명 타는걸 많이 봤어도, 운전석에 두명은 흔치 않아서 한장 찍어봤다.


내 생각에 한명은 핸들 돌리고 한명은 브레이크 밝고 있는거 같다.





어김없이 중간에 휴게소!


포카라에서 바라나시로 바로 가는 버스도 있다고는 한다.


여행사에서 그렇게 판매를 하긴 하는데,


사실 법적으로 다른나라 버스가 자기네 국경을 넘는걸 허락해주는건 흔치 않다.


남미처럼 인터네셔널 버스라고 국경을 넘는 버스가 있긴 있는데,


인도-네팔은 그런건 없고.



만약 여행사를 통해서 포카라-바라나시 버스표를 샀다면,


그건 위에 보이는것처럼 포카라-소나울리 버스표, 소나울리-고락뿌르 버스표, 고락뿌르-바라나시 버스표.


이렇게 분리된 3장을 덤탱이 써서 샀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한번에 사버리면 편리하긴 하지만,


덤탱이 쓸 확률이 매우 높고, 가장 위험한건... 중간에 갈아탈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갈아타려고 딱 하는데.


잉? 뭔소리임? 이거 무슨 표임? 어디서 예약했다고? 포카라? 그럼 거기가서 얘기해. 난 모르는 일이야.


라고 버스기사가 매몰차게 대하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제발 태워달라고 애원해도 안 태워준다.



그니까 그냥 인터넷에 남들이 갔다는대로 따라가는게 제일 마음 편함.





여기가 고락뿌르 라고 하는 동네다.


나름 인도 북부지역에서는 꽤 큰 도시다.


우선 이정도 사이즈의 기차역이 있다는것 자체가 여긴 좀 산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음.


게다가 청바지를 입은 사람의 비율이 좀 높다는 것도, 여기가 좀 산다는 것의 반증임.





우선 우리는 야간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갈거라서,


밤까지 시간을 때워야만 했다.


고락뿌르도 관광도시는 아니다. 그냥 교통 요충지 정도?...



인도는 각 기차역마다 이렇게 돈을 내고 짐을 맡아주는 곳이 있는데,


이것만 잘 이용해도 매우 편하게 이용할수 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함. 24시간 운영하는데... 하루 맡기는데... 천원쯤 했던거 같다...



저 오토바이는, 주인장껀 아니고,


저것도 누군가 맡겨놓은 거임..;;; 새 오토바이라서 긴장했나보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인도입니다.


아무리 맨날 봐도, 저렇게 바닥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우리를 쳐다보는 인도인들의 눈빛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인도는 기차시스템이 엄청 잘되있는데, (영국 식민지 시절에 수탈해가려고 다 깔아놨다고 함.)


기차가 원체 노후되고 레일도 노후되서... 연착이 매우 잦다.


한두시간정도는 연착이라고 부르기도 좀 애매한 수준임.


들리는 풍문은 매우 많지만, 우리는 9시간 연착까지 경험해봤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당장 창구로 달려가서,


코레일 사장 나오라고 지금 장난하나 내가 일년에 세금을 얼마나 내는데 니네 지금 일처리가 말이야 이 싸람이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말이야 우리 당숙이 말이야 경찰청 임마 지금 니 모가지 임마 맘만 먹으면 그냥 확 이거 안놔? 안놔? 어따가 손을 대 사장 나와


를 연발했겠지만,


인도사람들은 평화롭다.


그냥 아. 늦는구나. 돗자리 깔고 누워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그냥 기다린다.


재촉하는 법이 없음.





대충 짐을 맡기고, 바깥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이머젼시.


GDP가 스페인 이하인 나라를 여행할때 제1원칙은.


일몰 이후 출타금지.



주변 구경 좀 하고 올라 그랬다가, 해가 지는걸 보고 밥만 먹고 들어오기로 마음이 바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역전 식당.


진짜 역전 식당임.


여행자용 식당을 찾으려고 해도 도무지 보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좀 먹을만해 보이는곳으로 들어왔는데....


따호!!!



내가 차마 사진은 못 찍었지만,


내 바로 왼쪽에... 그니까 저 노란두건 쓴 사람 테이블 바로 옆에,


어떤 사람들이 땅바닥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노숙자인데... 식당 안에서 자고 있는걸보니 노숙자는 아닌거 같고...


여하튼 매우 심한 악취를 풍기면서 주무시고 계셨다..;;;;



그리고 밥을 먹고 딱 나갔는데,


정말 오물밭 위에 사람이 자고 있었다.


소똥 + 뭔지 모를 타르 비슷하게 생긴 검은것들 위에 사람이 자고 있는데...


그떄 난 꺠달았다.



아. 내가 너무 인도를 과소평가 했구나.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흙위에서 잘뿐이지.... 적어도 똥밭 위에서 자지는 않잖아?....


그래. 인도는 이런 곳이었어.


내 모든 상식을 꺠뜨려주는 그런 곳이었어.





다시 역으로 와서 또 신나게 대기하고 또 대기하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나도 언젠가 저 사람들처럼 바닥에 돗자리 펴고 평화롭게 시간을 보낼수 있는 날이 올까?...



지금의 나는 휴대폰 배터리가 20% 이하로 떨어지면 가슴이 떨리고,


와이파이가 안 잡히는 곳이면 정신줄도 안 잡히는 수준에 도달했는데,


저렇게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법이 뭔지 기억도 안난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포스팅 대망의 하이라이트.


이날 우리는... 기차가 연착됐다.


밤 9신가 기차가 오기로 했는데, 새벽 3시쯤에 기차가 왔던걸로 기억한다.



인도기차는 화장실에서 응아를 하면, 그게 그냥 레일로 떨어지는 시스템이다.


근데 사람들이 보통 역에 멈춰있을때 아늑한 시간대에 용변을 많이 보다보니,


기차역에서 레일을 딱 보면... 진짜 헬임. 똥밭임.


다들 장이 튼튼한가봐.


여하튼 그러다보니 역에서 냄새가 엄청 많이 나고... 또 사람들이 화장실 가고 싶으면 화장실 안가고 그냥 플랫폼 위에서 레일을 향해 조준발사를 하고...


쓰레기도 그냥 아무데나 버리고... 뭔기 기둥만 보였다하면 다들 거기다 조준발사 하느라 여념이 없고...


그래서 플랫폼에 쥐가 엄청나게 많음.


바퀴벌레와 쥐와 온갖 해충들이 범람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자정을 기점으로... 졸린 눈을 비비면서 꼬박 6시간정도를 버텨냈다.



이날 진희는 쥐벼룩인지 뭔지 모를 것들에게 총공격을 당해서, 양쪽 다리에 수백개의 물집이 잡혔고,


나도 모기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온몸에 피를 쫙쫙 다 빨렸다.


처음에 쥐를 봤을때는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는 너무 많아서... 정말 잠시 정신 놓고 있으면 쥐들이 우리 가방을 막 들어가고,


다리사이로 드리블하면서 지나가고...


지옥이었다.


그래. 이래야 인도지. 이래야 인도답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