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2-Nepal2014. 4. 12. 22:30

도착한 첫날, 포카라의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


으흠~


원래 예전에 포카라에 왔을때 묵었던 한국말을 잘하는 네팔분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을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때 뭐 숙소 자체가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던데다가...


그 네팔주인장분이 너무 거들먹거려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터라,


그냥 이름도 위치도 모르는 이 숙소에 묵게 되었다.





포카라의 숙소들은 왠만해선 다 좋다.


외국인이 워낙 많이 오다보니... 그리고 이 곳에는 관광보다는 휴식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질 좋은 숙소들을 많이 찾는다.


그래서 그런지 숙소들 평균 퀄리티가 매우 좋음.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빼면, 그닥 할게 없는 도시다.


주변에 유명한 문화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재미난 레포츠를 즐길만한 곳도 아니므로,


안나푸르나에 올라갈 목적이 있는게 아니거나...


아주 멀리서 설산을 바라다보며 푹 쉴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안와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침을 느즈막히 눈을 뜨자마자,


포카라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우리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할까말까 고민을 좀 많이 해봤는데...


결국 안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1. 나는 예전에 한번 올라갔다 옴.


2. 근데 그때 4박5일동안 씻지도 않고, 하루에 2끼씩 먹으면서 개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음.


3. 우리는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따위는 안중에도 없음.



이중에서 3번이 제일 컸다.


6080m를 올라가본 우리에게, 4130m는 그닥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산을 높이로만 평가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한거고,


어떻게 보면 다시는 그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던거 같다.





예전에는 어떤 건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지만,


지금은 작은 쇼핑 컴플렉스로 바뀐 곳도 있었다.


뭔가 으리으리하다잉.





포카라 메인도로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등산장비 파는 가게와, 기념품 파는 가게와, 그리고 수많은 음식점과 게스트하우스들....


오른쪽에 보면 여기도 산마루라고 하는 한인식당이 있다.


여기는 안가봐서 잘 모르겠음.





난 기억력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어제 점심은 커녕, 오늘 점심에 뭘 먹었는지도 가끔 기억이 안날정도로 뭘 기억하고 살질 않는다.


근데 그럼도 불구하고,


2007년에 이곳에 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략 어느 골목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


어떤날 무슨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봤는지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다.


여기는 내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포카라 어느 구석에 있는 운동장 겸 버스정류장 겸 동네 개들의 놀이터.





그 바로 옆에 있는 로컬식당에 가서 먹은 뚝바.ㅋ


사진이 광각이라 이상하리만큼 작아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우리나라 김천에서 파는 라면정도임.





여기가 바로 내가 자주 가던 로컬 식당이다.


양옆으로 모두 로컬식당만 모여 있다.



식당촌은 아니고... 여기가 현지인들이 버스를 타는 곳이라서,


주변에 간단하게 뭔가 먹을만한 식당이 많다.


가격도 매우 싸고, 꽤 맛있음.



여기를 어케 알았냐면,


예전에 안나푸르나에 올라갈때, 초코바랑 땅콩이랑 이런저런 비상식량을 많이 준비하고 있었다.


근데, 주인 아저씨가 말하길,


진짜 산 타는 사람들은 그런 초코바 따위는 먹지 않는다!!!


진짜 네팔 셰르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저기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파는 '스쿠티'를 가지고 가라.



그말을 듣고 나는 바로 스쿠티라는걸 찾아 여기까지 왔었는데,


스쿠티는 그냥 육포였다..;;;


그때 설명듣기로는 야크(물소처럼 생겼는데 털이 엄청 길고... 아... 블랙야크 광고 보면 나오는 그 소임.)


고기로 만든 육포였다.


우리나라처럼 길쭉길쭉하게 팔지는 않고, 깍두기처럼 네모낳게 파는데,


나름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그때 스쿠티 사러 왔다가 발견한 보물같은 곳임.ㅋ





느즈막히 아침 겸 점심을 먹긴 먹고, 또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우리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할 생각이 아예 없었으므로,


그냥 맘 편히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근데 아침겸 점심으로 먹은 로컬식당의 음식들이 부실했는지,


배가 고파져서 다른 식당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버스정류장에서 파는 음식들이라 양이 적긴 적음.)





와웅.


포코라에서만 맛볼수 있는 싸디싼 야크 스테이크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무조건 먹을수 있다는 피자다.


특이한점은, 저 피자에 쓰이는 치즈는 야크 치즈임.ㅎㅎㅎ



포카라의 물가는 매우 싸다.


이렇게 여행자만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라고 해도... 저 스테이크 한접시가 만원을 넘지 않는다.


맛도 맛있음.


감자튀김을 보면 알겠지만, 주문하고 나서 튀기기 시작해서 바로 나온 음식임.


냠냠.



예전에 영국 런던에서 이 스테이크랑 거의 똑같이 생긴걸 먹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코벤트 가든 언저리에 있는 앵거스 스테이크?.. 무슨 체인점이랬는데...)


여하튼 거기서는 3만원이 넘는 가격에... 팁까지 얹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진은 훅 지나가서 저녁.


왜 중간에 사진이 없냐면, 


한게 없다.


그냥 유유자적 시간을 때웠다.


그냥 멍하니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가... 책 보다가... 자다가...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의 위장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나보다. 늦은시각 배고프다고 꼬르륵 대서,


부엌으로 내려와서 파워요리.





네팔에서 새우탕 구하는거따위는,


우리집앞 피씨방 가서 새우탕 구하는거보다 쉽다.



네팔에는 한국 식품을 많이 팔고 있어서, 매우 손쉽게 구할수 있다.


현지 라면보다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파는 가격이랑 별로 차이없이 팔고 있다.


맛도 비스무리함.


아니지... 똑같음. 


멕시코에서 파는 한국라면은, 생산을 그쪽에서 해서 약간 맛이 다르다고들 하는데,


네팔은 그냥 우리나라에서 만든걸 그대로 가져다가 판매만 하는거 같았다.




이때쯤... 네팔에 들어오기 직전쯤부터,


그니까 요르단을 떠나면서부터 내 실질적인 여행은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있어서 네팔과 인도는 꽤나 익숙한 곳이라서, 뭔가 모험이라기보다는 여유를 찾으러 온 곳이었다.


네팔에 도착해서도 그러했다.


모든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고, 새로운 곳에 왔다기보다는... 그냥 익숙한 곳을 또 찾은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마음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한국에 가서 뭘할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취업할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지,


정말 단순한 질문들인데, 답변하는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이번 1년동안 자기의 목표를 정하는 KPI작성하는데만 해도 몇일씩 걸리는데....


앞으로 수십년... 죽을때까지의 인생을 생각하는데 하루이틀로 끝날리가 없지.



결국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꽤 많은 것들을 얻은 시간들이었다.


이걸 왜 꼭 여행가서 해야되냐. 한국에서 시간날때 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여행 나가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보니 알겠더라.


나는 게을러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이 원래 다 그런건지는 몰라도.


회사에서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 처리하기도 바쁜 와중에, 저런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따위는 사치다.


그런 고민할 시간도 없다.


뭔가 회사에서 일하고, 부가적인 일들을 하고나면,


무조건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뭐... 자고 싶은거 다 자고, 놀고 싶은거 다 놀면 언제 공부하냐는 말이 있듯이,


그런 바쁜 와중에도 자기 자신을 되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쉽사리 되지는 않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