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0-Egypt2013. 8. 31. 16:22

내 생각에는, 다합이 시간이 멈춰버린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는


그냥 아무것도 할게 없어서 붙은 시간인거 같다.


뭐 날마다 뭔가를 해야지 기억에 남아서, 이날은 뭐했고, 다음날은 뭐했고 이런식으로 기억을 하는데...


다합에서는 뭐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다이빙 하고, 점심먹고 다이빙 하고, 저녁에 맥주 마시고 잠자고


이걸 반복하니까,


정확히 몇일날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네.


여하튼 대충 기억을 되살려서 써보자.





우선 시작부터 야밤이다.


오전에는 벌써 아침먹고 다이빙 2번하고, 점심먹고 다이빙 1번 했겠지.


다이빙 한번에 보통 40분정도 걸린다.


공기통을 하나 매고 들어가는데, 잘하는 사람은 1시간 이상도 할수 있다고 하고,


잘못하는 사람은 30분도 못되서 끝난다.


호흡법의 차이임.


그리고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공기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므로,


30미터급으로 들어가면, 20분도 버티기 힘들다.



다이빙은 생각보다 심오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정말 임요한급의 신컨이 필요한 세상이었다.


정말 숨 하나 들이마셨다고 수면위로 솟구쳐오르고,


숨 한번 내뱉었다고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세상이다.



이건 뭐 백날 말로 설명해도, 설명할 능력도 안되고 듣는 입장에서도 뭔소린가 싶을테니,


그냥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가까운 동남아 같은데서 다이빙 배워보세요.


나름 재미있는 레포츠임.





우리가 자주 찾았던 YumYum이라는 식당에서 야무지게 밥을 먹고,


다이빙 수경을 사러 갔다.


나는 눈이 안 좋은 관계로, 왠만한 스포츠를 하려면 무조건 눈에 대한 장비는 사야된다.


예를 들면 물안경은 항상 도수가 들어가 있는 물안경을 써야되고,


스키장을 갈때에도 안경 위에 쓸수 있는 고글을 사서 타야된다.



사실 우리가 다이빙을 배운 따조에서 눈 나쁜 사람을 위한 고글을 빌려주긴 했는데,


그냥 나중에 제주도나 동남아에서 다이빙 하려면,


어차피 안경이 있어야 되니까 하나 사기로 했다.



참고로 다합은 전세계에서 다이빙 장비가 엄청 싸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똑같은 장비를 반가격에 살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집트까지 가는 비행기값은 충분히 뽑고도 남는다고 함.



스쿠버 다이빙은 장비빨이 꽤 심한 레포츠인 관계로,


장비를 바꾸면 실력이 쫙쫙 향상된다는 루머가 있다.





보통 수경에 내 눈에 맞는 렌즈를 끼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지금 복층 다락방 어디 구석에 잠자고 있을 물안경이지만...


나름 애착이 가는 물안경이다.



스쿠버다이빙은 움직이는 레포츠가 아니다.


그냥 '보는' 레포츠다.


뭘 만지고 따라가고 어디 포인트로 가고 이러는게 아니고,


그냥 물 안에서 둥둥 떠서 뭔가를 쳐다보고 감상하는 레포츠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이 최우선이 되야하므로, 그래서 물안경을 샀다.


매우 만족스러운 물안경이었고, 또 매우 만족스러운 레포츠였다.



처음 물속에 들어갈때의 느낌이 참 좋다.


물 밖에서 숨을 쉬다가.... 물 안으로 가라앉는데도 숨을 쉴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몸을 전부 감싸는 물의 압력등이 느껴지면,


뭔지 모를 희열이 느껴진다.


그리고 바닥으로 다가가서, 물고기를 눈앞에서 보는것.


다합의 바닷물은 수돗물처럼 깨끗해서, 엄청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보인다.


우리나라 바다를 생각하면 안됨요.



숨도 쉴수 있고, 물고기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이다보니,


물속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든다.


게다가 고요하다. 들리는건 물고기가 이를 가는 소리와 내가 내뿜는 공기방울 소리뿐.



시간이 멈춰버린것 같다.


물고기가 내 앞을 스쳐지나가고, 내가 말미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뭔가 비현실적인 곳에 내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바다가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삼아봐야겠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