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더위에 뒤척이다가 시계를 보니,


앞으로 비행기 시각이 3시간 남았다!!!!


모든 나라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한 나라들은 비행기 출발 3시간 전부터 입장을 시켜준다.


국제공항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면세점이 펼쳐진다.


시원한 에어컨,


진한 커피향,


무언가 바빠보이는 비지니스맨들,


비싼좌석 쓰는 고객들을 위한 비지니스 라운지 등등...


아... 생각만해도 땀에 쩔은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흑형에게 비행기표를 검사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교통의 허브라고 불리우는 케냐 나이로비 공항이다.


아시아로 치자면 인천국제공항,


미국으로 치자면 JFK공항,


유럽으로 치자면 프랑크푸르트공항 정도?....



만만한 인천국제공항을 되새겨본다.


들어가자마자, 


루이비똥이 똻!!!


샤넬이 똻!!!


스타벅스가 똻!!!



근데 여기는,





잡화점이 똻!!!


비지니스맨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봤을땐 아루샤의 사파리 삐끼 같으신 분들이 똻!!


뭐지....


여기가 면세점인가?... 분명 출국심사까지 마쳤는데 왜 스타벅스가 보이지 않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잡화점이 뭡니까...


뭘 파는지나 한번 봅시다. 라는 요청이 들어올까봐 살짝 보여드립니다.





옙. 여깁니다.


잡화점. 이라는 단어 말고 생각나는 단어가 없어서 그냥 잡화점이라 불렀습니다.


뭔가 매우 좁은 공간 안에, 뭔가 매우 많은 물품들이 쌓여있긴 한데...


정확히 뭘 파는지도 모르겠고...


이게 과연 면세점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여하튼 좀 그랬어요. 


몰라. 난 좀 그래.





그래도 나름 아프리카 떠나는 날이니까, 


면세점 안에서 유일하게 카드가 먹히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마셔보기로 했다.



스타벅스에서도 고급커피로 속한다는 탄자니아 커피는 이미 마셔봤고,


이제 케냐커피랑 에디오피아 커피만 마셔보면 된다는 생각에 한잔 주문해봤음.



혹시라도 지금 이 사진이 뭔가 커피가 아닌, 우유나 두유처럼 보이실까봐 말씀 드리는건데,


이게 실제 색깔입니다.


난 커피를 시켰는데!!! 우유가 나왔어!!!



맛은 뭐랄까... 어차피 난 커피맛을 잘 모르긴 하지만,


커피우유 맛이 난다.


쌉싸름하거나 시큼하거나 뭐 그런 커피맛이 아니고, 그냥 커피우유 맛이 남.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할 순간이 왔다.


비행기를 몇번 타보신 분중에는,


'비행기는 당연히 암 (터미널부터 이어져있는 컨테이너박스 같은 동굴) 이나,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계단탑승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그냥 당당하게 걸어가서 비행기에 탑승하는 나라들도 꽤 있다.



셔틀 그런거 없음.


그냥 터미널 나가면 육교처럼 생긴게 있고, 그거 건너면 비행기임.



예전에 남미에서 탔던 LADE는,


마을버스처럼... 공항에 도착하면, '무슨 공항인데 내리실분 내리세요~' 라고 말한뒤,


인원체크따위도 안하고 그냥 출발해버리는 항공사였다.





비행기 안에 비치되어 있는 잡지를 보던중,


우리가 조만간 곧 가게 될 인도에 대한 섹션이 있었다.


이때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아... 빨리 인도로 가고 싶다. 인도만 가면 정말 힘 안들이고 여행할수 있을텐데...'



허나, 그건 그냥 망상이었음.


아프리카나 인도나 용호상박이었음.ㅎㅎ





우리가 이용한 항공사는 에디오피아 항공사였는데,


비행기 자체라든가, 음식 같은건 별로 문제 없었다.





그렇게 중간 경유지인 에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했다.


원래 같았으면 여기서 이집트 카이로로 경유했어야 했다.


그래서 잘 보면 손에 '경유 비자'가 들려져 있음.



아직까지 뭔가 경유 시스템이 잘 안되있어서 그런지,


경유하는 사람에게는 저렇게 코팅된 경유비자를 발급해준다.


뭔가 어설퍼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는거겠지.


당연하지.


흑형이 하는 일에 틀림이란 있을수가 음슴.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비행기가 연착되서, 내일 출발할거란다.;;



근데 만약 비행기를 기다려볼꺼면,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아니면 우선 호텔방으로 가서 쉬고 있으란다.


다른때 같았으면,


'오예!!!! 연착!!! 지쟈쓰!!!! 크라이스트!!!' 를 외쳤겠지만,



짐이 문제였다...;;;


원래 우리 짐은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한번 찾은 다음에,


우리가 알아서 다시 짐을 부쳐서, 이집트 카이로로 보내는 방식이었는데..


이게 이상하게 연착되는 바람에,


자기들이 알아서 이집트 카이로로 보내주겠다는거다.



처음에는 그냥 알겠다고 했는데, 저렇게 짐 찾는곳 옆에 널부러져 있는 주인 없는 짐들을 보니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짐을 찾아서 호텔방으로 갈지,


아니면 그냥 흑형들을 믿고 호텔방으로 갈지 둘이서 계속 고민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몸도 피곤한데 흑형을 믿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호텔방으로 향했다.





이로써 몇번째 호텔방인지도 모르겠다.


우린 여행하면서 수많은 비행기르르 타봤지만,


단 한번도 비지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된적은 없었다.


(훗날 주워들은건데, 혼자가 아닌 이상 비지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될 확률은 거의 없다한다.)



근데 이상하게 연착운은 쩔음.


연착이 무슨 행운이냐 하겠지만,


어차피 1년 넘게 여행하는 우리에게, 호텔방에서의 1박은 정말 절호의 찬스다.


뜨거운 물과 빨래를 할수 있다는 그 기쁨.



우린 뭐 아프리카에 92일 있나, 93일 있나 어차피 그게 그거니까,


연착이 되면 될수록 브라보다.





게다가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호텔에 머물게 되면,


1일 3식과 음료수도 제공해줌.ㅠ


엉엉... 흑형. 날 가져요.



이 얼마만에 먹어보는 신선한 야채란 말인가.


아프리카에 와서 난생 처음으로 '신선하다' 라는 단어 뜻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신선한 야채는,


집앞 슈퍼에 가도 있고, 이마트에 가도 있고, 백화점에 가도 있는 당연한 거지만,


아프리카에 있어서 신선한 야채는,


없어.


그런거 없어.





그리고 이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코카콜라.


이게 뭔 글자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에디오피아 글자란다.



아프리카 지도를 보면, 보통 자로 잰듯 직선국경을 가진 나라들이 많은데,


에디오피아의 국경은 구불구불하다.


게다가 다른 나라들은 영국처럼 좌측통행인데, 에디오피아는 우측통행임.



이 모든게,


에디오피아는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외세의 지배를 받아본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자기나라 고유의 언어가 있는거고,


망할 유럽애들이 땅따먹기 하듯 국경을 나눌때에도 꿋꿋이 자신들의 국경을 지켰고,


영국놈들이 좌측통행을 가르칠때, 얘네는 우측통행을 한거임.



글자 자체는 매우 기묘하고 이상하지만,


나름 대단한 자부심이 들어가있는 문자다.





마지막으로 저녁도 뷔페.


좋아. 아주 좋아.




이렇게 뜻하지 않게 에디오피아에서 행운의 1박을 했다.


호텔방에서 머물때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왠지 공짜로 밥 먹고 잔거 같아서..ㅎㅎ (사실 공짜가 맞지만...)



우리는 지금 한국에서 앞으로 살 집을 구하느라 복덕방을 뒤지고 다닌다.


저때도 느꼈지만, 지금 더욱더 절실히 느낀다.


사람이 발 뻗고 잘수 있는 공간이라는 곳에 대해서....


엉엉.... 망할...


아저씨... 조금 더 싼집은 없나요?....ㅠ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