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여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건 사진이다.


사실 돈이나 노트북 같은건 털려도, 금전적 손해만 보면 되는데,


사진이 날라가는건 마치 여행한 시간을 날려버린것 같아서 매우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사실 예전에 인도여행할때, 뭄바이에서 카메라를 도둑맞아, 


(라고 썼지만, 사실 그냥 내가 주머니에 넣고 흘린게 아닐까 싶다.)


몇일동안의 사진을 다 날려먹고... 멘붕에 빠졌던 기억이 있어서, 특히나 더 조심했다.


그때 날려먹은 사진중에는 지금의 와이프가 한국으로 가던날 배웅하던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아쉽다.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사진을 2중, 3중으로 백업하며 열심히 관리했는데,


이날은 앞쪽에 몇장을 날려먹었음...;;;


이유는 사파리를 하는동안 3박4일동안 하도 많은 사진을 찍다보니, 용량이 부족해서,


앞쪽부터 마구 지우다보니, (갑자기 동물이 나타났는데 하나씩 보면서 지울 여력이 없었음.)


몇장이 날라가버렸다.


별 중요한 사진들은 아니었으므로 그냥 시작하자.





우리팀은 5명이 한팀이었다.


동행이 많으면 일정 자체가 루즈해지고 사파리의 생명이라 할수 있는 기동력이 매우 떨어지므로,


사파리를 하기 전에는 꼭! 한 팀에 몇명인지를 확인해야된다.


우리도 사파리 전에 확인했을때는 5명이라 그랬고,


물론 우리 지프차에는 5명이 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11명이었다...ㅡ_ㅡ



어떻게 된 시스템이냐면,


차가 2대가 간다. 어차피 따로따로 다니니까 상관 없을것 같지만,


요리사는 한명임.


고로 밥을 먹을때도 11명이 다 모여야지 밥을 먹을수 있고, 이동을 할때도 11명이 모두 모여야 이동이 가능하다.


그만큼 전체 일정 자체가 루즈해진다.



알면서도 낚이고, 모르면서도 낚이는게 여행인지라,


이정도면 양호하다고 생각하고는 그냥 넘어갔다.



팀원은 아일랜드 남자 1명, 프랑스 커플 2명, 우리 2명, 운전사 겸 가이드 1명.


이렇게다.


이름은 전부 모르겠음. 연락처를 주고받긴 했으나, 페북친구할만큼 친하지는 않았던지라 그냥 스킵.





원숭이다 원숭이!!


바분이라고 불리우는 개코원숭이가 등장했다.


사실 지금은 세렝게티는 커녕 그 근처에도 안간거라 그냥 동네에 사는 원숭이라 보면 된다.



아루샤가 세렝게티의 전초기지이기는 하지만, 세렝게티까지는 자동차로 반나절은 가야 된다.


왜냐믄, 세렝게티 국립공원만 딱 따로 있는게 아니고,


세렝게티 국립공원 + 은고릉고르 국립공원 + 무슨 이상한 국립공원 + 각종 국립공원 들이 한곳에 뭉쳐 있기 때문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마을인 아루샤가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는거다.



고로 전체 일정은,


1일차 - 겁나 이동 후 휴식. (세렝게티까지는 하루에 못감, 그 앞에 있는 은고릉고르라는 곳까지만 감.)


2일차 - 은고릉고르에서 세렝게티까지 이동 후에 세렝게티 보고,


3일차 - 겁나 넓은 세렝게티의 나머지 부분도 좀 보고,


4일차 - 돌아오는 길에 은고릉고르라는 분화구를 보고, 아루샤로 컴백.



이런 시스템이다.


난 은고릉고르가 뭔지도 모르고 다 필요 없으니 세렝게티만 보면 된다. 싶은 사람은 2박3일짜리를 신청하면 되는데,


2박3일짜리를 신청하면 1박2일동안은 지프차에 타서 아스팔트만 주구장창 달리고,


실제 세렝게티는 아주 잠깐, 얘기를 들어보니 30분도 채 못 본다고 한다.



은고릉고르는 세렝게티 뺨치게 좋으므로, 세렝게티에 갈거면 그냥 같이 가는것도 좋아보인다.





가이드가 그닥 친절하지는 않다.


트럭킹을 할때의 가이드였던 마마 솔리웨처럼,


동물이 나타나면 유머와 함께 그 동물에 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고,


책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무슨 특징이 있는지 설명해주는건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이들은 프로 돈벌이꾼이다.


오로지 목적은 아무런 컴플레인 없이, 빅5라고 불리우는 동물들만 찾아내면 된다.


마마 솔리웨 뺨치는 매의 눈을 가진 자들이었음.


64배 줌으로 떙겨도 뭔지 모를 동물을 딱 보고 알아맞추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왜냐믄 이 형도 타고난 흑형이니까요.


찬양하라.





첫날은 주구장창 이동만 하다가 첫번째 캠핑장에 도착한다.


롯지라고 불리우는 지붕 있는 집에서 자는 사파리도 있는데,


그건 가격이 좀 비싸므로,


우리는 그냥 텐트를 이용하는 사파리를 신청했다.



어차피 유럽이랑 아프리카 트럭킹 내내 텐트에서 잤는데, 3박정도 더 하는건 일도 아니지 뭐.ㅋㅋㅋ


국립공원 주변이라 캠핑장이 많은편이 아니라, 어떤 회사를 통해 가든지 거기서 거기임.





이게 우리의 점심이다.


뭔지 모를 잡다한 먹을거리들이 가득 들어있다.



우리팀원중에 프랑스 커플은 둘다 채식주의자라 도시락도 따로 있다.


게다가 밥 먹을때도 걔네가 먹을 밥은 아예 따로 나옴.


채식주의자가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생활하기는 겁나 불편하다는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는 하루만 고기를 안 먹어도, 밤에 배가 고파서 잠을 못자는 사람들이라,


죽을때까지 채식주의자따위는 될수 없겠지.





첫날 묵었던 텐트다.


말이 텐트지, 미리 설치도 다 되있고, 앞에 의자도 있고, 전기시설도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잠을 잘만한 텐트였다.



2박과 3박째에는 말 그대로 야생에서 자는데,


밤에 오줌 마려우면 화장실을 못 간다.


그냥 텐트 문 열고 알아서 해결해야 됨.


가이드가 말하길, 주변에 사자가 나타나는 경우가 꽤 많지만... 실제로 공격은 잘 안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사자가 보이면 천천히 뒷걸음질쳐서 텐트로 숨으라고 말했다.


이게 지금 걱정하지 말라는건지, 걱정하라는건지 모르겠네.



1박째였던 이곳은 원숭이 빼곤 다른 동물이 거의 없다.





이렇게 안에 침대도 있다.


첫날은 그냥 이동하는 도중에 1박 하는 수준이라서 별로 할게 없다.



생각보다 모기도 별로 없었고, 그늘에 있으면 시원해서 마음에 드는 텐트였다.


할일 없는 우리는, 캠핑장에 있는 슈퍼에서 킬리만자로 맥주를 사다 먹었다.





이게 저녁메뉴임.


이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근사한 식사다.


3박4일동안 저녁 메뉴는 거의 똑같다.


정체를 알수 없는 이름 모를 카레 비스무리한것과 밥 수준의 식사다.


맥주는 따로 제공해주는게 아니고, 우리가 사마신거임.ㅎㅎㅎ


(사파리 계약할때 물은 제공해주는지, 밥 먹을때 쥬스를 주는지 등등까지 세세하게 모두 체크해서 예약해야된다.


이런거 작은거 하나까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챙기지 않으면,


흑형이랑 육탄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




사파리 1일차는 덜컹거리는 지프차 안에서 보낸 기억밖에 없다.


2일차부터는 진짜 끝내주는 동물들이 나타나니 기대해주세요.ㅋㅋㅋ 라고 쓰고 싶지만,


어제 사진을 다시 한번 본 결과,


이게 뭔가 싶다.


분명 그 당시에는 엄청난 흥분과 떨림 속에 셔터를 마구 눌러대면서, 이정도면 아프리카 동물사진 전시회를 열어도 될 정도라며 만족스러웠으나,


3달이 지난 지금 보니까, 이게 지금 풀숲을 찍은건지, 사자를 찍은건지,


이게 표범인지 고양인지 모르겠다.


내일모레 인도를 떠나 홍콩으로 갈 예정이므로, 그 전까지는 세렝게티 사파리를 다 포스팅해야지.ㅎㅎ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