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에 오는 이유는, 오래된 스톤타운을 보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멋진 해변을 보기 위한 것이 더 컸다.


수많은 아마츄어 사진작가들의 멋진 사진들을 보며 꿈꿔오던 곳.


잔지바르.


이름부터가 왠지 간지 풀풀 나는게 더 끌린다.





많은 사람들이 잔지바르 제1의 해변인 북쪽 능귀해변에 가지만,


우리는 그보다 좀더 한적하고 조용한 동쪽 파제해변에 가기로 했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능귀해변은 좀 북적북적한 반면에,


파제해변은 더 깨끗하고 사람도 적다는 얘기에 솔깃했던거 같다.



어제 봐놨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려는데,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흑형들이 달라붙는다.


능귀? 능귀? 거리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뇨. 파제 갈라고요... 라고 했더니, 이 버스에 타란다.


신긴한건 버스 한대당 삐끼가 2~3명씩 있어서, 서로 자기 버스에 타라고 난리다.


아무래도 외국인은 현지인보다 좀더 많은 돈을 받을수 있어서 서로 데려가려는듯 싶다.


아직까지도 저 버스의 정가가 얼만지 난 모른다.


그냥 흑형이 달라면 주는거다. 이의제기 따윈 없음.



여기의 버스는 말이 버스지, 실제로는 1톤트럭의 뒤쪽 짐칸을 개조해서 사람을 태우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수입해온 중고 버스도 있긴 한데,


우리가 탄건 사진처럼 개조한 트럭이었음.





지금 사진에 보이는게 일본에서 가져온 중고 미니버스다.


얘네들은 어디서 수입해오든지 저렇게 그나라에서 쓰던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저 버스도 앞쪽에 보면 일본말로 뭐라고 써있음.


대충 그림을 보면 통학버스였던거 같은데...



아무래도 운전대 방향이 일본이랑 똑같다보니 일본버스가 많이 보였다.


간혹 수출용 차량인지는 모르겠으나, 운전대가 반대인 우리나라 차들도 보였다.





거의 30분~1시간을 기다린 끝에 버스가 출발한다.


아니지... 트럭이 출발한다.


정말 사람을 꽉꽉 채워서 출발한다.


다들 우리가 신기한듯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눈빛을 교환하며 살짝 웃어주고 싶어도,


눈만 마주치면 오줌이 나올것 같아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가 달리는 내내, 삐끼가 목적지를 계속해서 외친다.


그러다보면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계속해서 승차한다.


마지막쯤 되면 승객으로 꽉 차서, 삐끼들은 차 밖에 매달린체 움직인다.





진정 아프리카 로컬 시장이다.


아프리카답게 수많은 과일들이 눈에 띄었다.


주로 망고, 바나나, 사탕수수 등을 팔았다.


뭐 좀 사먹고 싶어도, 이런 로컬은 말도 안통하고 얼마인지 감도 안와서 우선 패스.



사자머리를 한 원숭이 한마리와,


반바지를 입은 원숭이 한마리가 트럭에 타고 있는걸 발견한 로컬 사람들은,


동물원이라도 온듯 우리를 쳐다보며 뭐라뭐라 낄낄댄다.


무섭다.



이제부터 숙소에 도착할때까지의 사진은 없는데... 그 이유는,


우선 우리는 한시간 가량을 달려서 파제해변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다 내리길래, 차장(이라 쓰고 삐끼라고 부른다.)한테 파제해변 맞냐고 물어봤더니,


여기가 파제해변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가려던 숙소의 이름을 말했더니, 갑자기 옆에서 영어를 할줄 아는 흑형이 우리에게 길안내를 하겠단다.


몇번이나 말했듯이 영어를 안 쓰는 나라에서, 영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면 사기꾼일 확률이 99%라서,


됐다고 했는데,


차장이 저 사람 따라가면 된단다.



그래서 우선 짐을 가지고 그 사람을 따라 걷기로 했다.


걷는 내내 그 사람은 우리에게,


'여기는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케어해주려고 먼길을 걸어가는거다.' 라고 쉬지 않고 말했다.


'망할... 숙소 찾아주고 팁 달라고 하겠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몇백원 주고 숙소만 제대로 찾으면 된다는 생각에 계속 따라 걸었는데...


진짜 엄청 멀다.


무진장 멀다. 게다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모래사장을 끊임없이 걷는다.



망할... 아 빡쳐...


거의 1시간 넘게 미친듯이 걸어서 겨우겨우 우리가 가려던 숙소에 도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그 삐끼한테 물어봤다.


'이거 위치를 보니까, 그냥 우리가 탔던 트럭 타면 여기 앞에서 내려줄꺼 같은데? 아님?' 이랬더니,


'아니야. 그 트럭은 여기까지 안와.' 란다.


그러더니 바로 옆에 있던 택시기사가 스톤타운으로 되돌아갈때 자기 택시를 타란다.


안 그러면 스톤타운에 갈수 없는 곳이란다.


뭔가 이상해서 우선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고, 체크인을 하면서 주인한테 몰래 물어봤다.


'여기 진짜 버스 안옴? 우리 버스에서 내려서 한시간 넘게 걸어왔는데?' 라고 했더니,


'으잌? 뭔 소리임? 우리 숙소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인데?' 란다.



이런 망할 흑형.


까버리고 싶었지만, 난 한낱 원숭이라서 그냥 참았다.



숙소는 그닥 맘에 들지 않았지만, 또 다시 저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다닐 생각하니 힘이 쭉 빠져서,


우선 방을 잡고 짐을 풀었다.


체크인 하는곳으로 가면 아까 그 삐끼가 팁을 달라고 할것 같아서 방 앞에서 죽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삐끼가 오더니, 우리에게 숙소는 괜찮냐, 어디서 왔냐, 잔지바르 좋냐 등등을 물어본다.


여행 1년차인 우리는 그게 뭔 소린지 단번에 알아채고는,


그의 손에 팁을 쥐어줬더니,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갔다.


아스팔트 길을 걸어도 힘든 큰 배낭을 짊어지고 모래사장을 걸어온 우리는 진이 다 빠져서,


그냥 밤까지 누워있기로 했다.



대충 짐 풀고 침대에 누웠는데...


겁나 덥다.


아오 더워.... 근데 아프리카는 원래 낮에 무진장 덥고, 밤에는 무진장 춥다는걸 알기 때문에,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근데....


여기는 해변가였다. 매우 습하고 모기도 많았다.


게다가 낮동안 물탱크가 데워져서, 밤늦도록 찬물이 나오질 않는다. 데일 정도로 뜨거운 물만 계속 나옴.


엉엉... 밤이 됐더니 더 덥다.


푹푹 찐다.


아프리카의 열대야라는게 뭔지 몸소 체험하면서, 밤새 잠도 못자고 몸에 뜨거운 물을 뿌리고,


선풍기 앞에서 1분정도 몸을 식히면, 물이 전부 증발하는 과정을 무한반복하면서,


밤을 보냈다.


한낮 기온이 43도를 넘어서는 인도 바라나시보다도 더 더웠던 밤이었다.


아마도 여행하면서 가장 더운 밤이었던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