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방고 델타.


이름부터가 뭐가 방고스러운 이 지역은, 길을 잘못 들어서 바다로 흐르지 못하고 사막으로 흘러버린 오카방고 강이 만들어낸 지역이다.


델타라는건 우리나라 말로 삼각주를 의미함.



여기서는 야생동물도 야생동물이지만, 그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더 유명한 곳이다.


언제나 시간이 부족해서 모든게 바쁜 트럭킹에서,


2박3일을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니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오카방고 델타는 삼각주이므로, 배를 타고 들어가야 된다.


그래서 각자 가지고 갈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원래는 2개씩 깔고 자던 매트도, 이날은 한개씩만 챙기고...


짐 중에 필요 없을것 같은 것들은 모두 이곳 캠핑장에 놓고 간다.



왼쪽이 원래 우리가 타고 다니던 트럭이고, 뒤쪽에 보이는게 오카방고 델타로 들어가는 선착장까지 우리를 태워줄 트럭이다.





여기다 놓고 간 짐들은, 지금 왼쪽에 보이는 데이브랑 쟈크가 알아서 지켜준다.


오카방고 델타는 따로 가이드와 요리사 등등이 있기 때문에,


쟤네가 필요 없다..ㅋㅋㅋ


그래서 저 둘은 그냥 여기서 2박3일동안 자기들끼리 짧은 휴가를 가진다고 한다.



처음에 말했듯이, 액티비티 패키지를 신청하지 않으면 오카방고 델타도 가지 못하므로,


쟤네랑 같이 여기서 2박3일동안 놀아야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꽤 괜찮았을거 같다..;;





오카방고 델타로 가는 길에 있던 집이다.


저렇게 뻥 뚫려있어서 뭐 가축을 키우거나, 창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건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다.



이렇게 작은 부락을 지나갈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우리를 쳐다보는데...


부러워하는 눈빛도 아니고, 시샘하는 눈빛도 아니다.


그냥 자기들과는 전혀 무관한, 다른 세상 사람인듯 쳐다보는 눈빛이 더 가슴 아팠다.





갑자가 차가 멈추길래 뭔가해서 옆을 봤더니, 작은 개울이 우리를 막고 있다.


얼핏 보면 좀 깊어보이지만, 실제로 차를 타고 지나가보면,


깊어.


바퀴가 거의 다 잠길 정도라서 깜놀했음.



예전에 우리 외갓집 갈때도 이렇게 개울가를 지났어야 했던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함.





선착장에 다다를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의 트럭이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모두들 트럭으로 모여들더니,


직접 짐을 내려주기 시작한다...;;


무리 중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우리 가이드는 뭔가 알수없는 언어로 열심히 대화를 시작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보츠와나 언어라고 한다. 우리 가이드는 대충 6~7개 언어를 할수 있다고 함.)





다들 종이를 들고 있는 한 사람을 응시하며, 자기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린다.


예전에 회사 다닐때, 회사버스가 새벽 6시에 우리동네 인력사무소 앞에서 출발했는데...


그때마다 보던 풍경이다.



대충 짐작컨데, 우리를 따라서 오카방고 델타 안으로 들어갈 사람들을 뽑는거 같다.

대략 2명당 1명이 가이드로 붙고,

또다시 그들을 도울 몇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붙는다.

그러다보면 대충 투어인원수랑 보조인원수가 비슷해짐.




오카방고 델타는 자체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지역이다.


가만 넵뒀으면, 전세계 대형여행사들이 밀고 들어와서,


모터보트 띄우면서 초토화 시켰을텐데...


여기는 무조건 이 지역사람들을 통해서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이 자기들의 일터인 관계로,


최대한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애정을 갖고 투어를 진행한다.


세계 굴지의 유명호텔들이 모든 해변을 장악하고 있는 멕시코 칸쿤과 비교되는 곳이다.





이분이 우리의 가이드를 맡으신, 렙이라는 분이다.


영어가 딸리는 관계로, (이분 말고 내가.)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으나,


이분과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나누셨던 우르스 할배의 말에 따르면, 매우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나의 하찮은 견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우르스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음 사람임.



실제로도 2박3일동안 우리에게 매우 잘해준 관계로,


마지막에 팁을 두둑하게 챙겨드렸다.





우리가 오카방고 델타 안으로 타고 들어가는 배의 이름은 모코로.


이 지역의 전통배란다.


이 지역은 수로가 좁아서 그런지, 모코로 자체도 엄청 얇고 길게 생겼다.



노를 저어서 운전하는건 아니고, 길다란 막대기로 강 밑바닥을 밀면서 이동한다.


수심은 생각보다 그리 안 깊은거 같았다. 대략 3~4미터 정도?



원래 이탈리아 베네치아 갔을때, 곤돌라라고 불리우는...


그 유명한 배를 타보고 싶었으나,


둘이 타는데 15만원인가... 그정도를 달라고 하기에, 가뿐하게 쥐쥐 쳤던 아픈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여기서 비스무리한 배를 타봐서 다행이다..ㅎㅎ





이건 모코로를 탔을때 보이는 풍경이다.


우리 가이드 아저씨인 렙은 영어를 잘한다.


학교에서 배웠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학교를 안 다녔단다.


영어는 전부 관광객들한테 하나씩 하나씩 주워들어서 터득한거란다.... 헐...


우리나라도 명동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생활일어를 터득하듯이, 그렇게 터득한걸로 보인다.



뭔가 물어보고 싶은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는데...


있다가 보겠지만, 오카방고 델타는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다.ㅋ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퍼져있게 만드는 묘한 곳이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자게 될 섬이다.


진짜 그냥 숲이다.


화장실도 없고 샤워실도 없고, 물도 없고, 전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대신 야생동물이 있지.



실제로 얼마전에 야밤에 코끼리가 놀러와서는,


한국여자 2명이 자고 있는 텐트를 들어올렸단다...;;;


안에서 자고 있던 여자들이 놀래서 소리를 질렀더니, 코끼리가 놀란건지 재밌었던건지... 텐트를 계속 흔들어댔단다.


그러면서 가이드가,


잠을 자고 있는데, 코끼리가 텐트를 들어올려도 절대 소리 지르지 말란다.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가이드가 하지 말라니까 하지 말아야지 뭐....



그 소리를 듣고, 우리는 일부러 텐트를 가운데에 쳤다.ㅋㅋㅋ





우리 텐트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밤, 난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깼다.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무슨 소린가 들었다...



푸르릉.. 푸르릉...



헐... 얼룩말인가?... 뭔가 푸푸푸 거리는게 맷돼지 같기도 하고... 그누 같기도 하고...


괜히 텐트를 쳐서 내쫓으려다간, 텐트를 들이받을거 같다.


그럼 아무리 텐트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백빵 골로 갈텐데...


어쩌지... 어쩌지...


살며시 눈을 뜨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더니.



진희느님께서 코를 골고 계셨음.



지어낸 얘기 같겠지만 레얄 실화임. 난 저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었음.





대충 텐트를 치고나서, 점심을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


여긴 불도 없어서, 오른쪽처럼 모닥불에 밥을 해먹는다.



좀 안타까운게 있다면... 우리가 먹는 밥이랑 가이드들이 먹는 밥은 완전히 구분되어 있다.


우리는 스파게티랑 고기랑 마구마구 먹어대는데,


뭔가 밀가루 반죽한거랑 카레국물 같은거랑 비벼서 먹는 가이드들을 보면 좀 가슴이 아팠다...



게다가 우리를 위해서 밤새도록 모닥불 근처를 지키고, 모닥불 꺼질까봐 나무도 직접 해오고...


우리가 사용할 화장실도 직접 땅파서 만들어주고...


여하튼 여러모로 매우매우 고마웠다.





여기는 수영장.


자연수연장이다.


아직까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로, 오픈된 공간에 마련된 수영장이었다.



우리 텐트 친 곳에서, 길도 제대로 안 뚫린 수풀을 10분정도 해치고 가야지만 갈수 있는 야외 수영장이다.


천연수영장인 관계로, 발에 닿는 감촉이 매우매우 매우 매우 더럽고...


주변에는 하마 및 맹독을 가진 물뱀이 살고 있다고 하나,


아직까지는 전원 살아남았다고 한다.



참고로 하마는 물밖에서 만나면 매우 무서운 동물이지만,


물안에서 만나면 별로 안 무서움.


어차피 하마 보지도 못하고 죽을 확률이 99%쯤 되니까...





대충 텐트도 쳤고, 수영장 소개까지 받았으니,


바로 오카방고 델타 주변 걷기에 나섰다.


트럭킹에서 휴식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계속 돌아다닌다.



이날도 두개의 팀으로 나뉘어져서 투어가 진행됐는데...


우린 100% 한국인팀...


엉엉... 외국인팀에 가고 싶었으나, 우리의 영어가 매우 부족한 관계로 그냥 한국인팀에 꼈다.


그렇다고 뭐 가이드가 한국어를 해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그랬어.





가이드는 앞에 한명, 뒤에 한명이 붙었다.


내가 외국인팀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애들이 여기 있어서 그런거였다...



15일동안 느낀건데,


애들은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다. 나보다는 더 잘 알아듣는거 같은데... 여하튼 자기들은 잘 모르겠단다.


(그 비싸다는 영어유치원도 다녔는데... 나보다 영어 잘하겠지...)


그래서 가장 큰 문제는,


가이드나 누군가 영어로 얘기하고 있으면,


그걸 부모님이 동시통역을 해주신다.



아아아앙아아아각!!!!!


난 정말 온몸의 기관을 최대한 동원해서 초집중해야지 영어 문장 하나 겨우 들을만한 실력인데...


앞에서는 영어로 얘기하고, 중간에서는 부모님이 한글로 통역해주시고...


애들이 다시 부모님한테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시 또 대답해주시고...



결국 난 쥐쥐.



트럭킹 가이드도 매일밤 자기가 브리핑할때, 중간중간 통역하느라 소란스러운게 좀 불편했는지,


첫날부터 계속해서 얘기를 했는데도...


끝까지 안 고쳐지는걸 보면, 그냥 애들이 호기심이 많다고 좋게 봐주는수밖에 없는거 같다.


결국 이날도 처음에 몇번 들어보려다가 동시통역으로 인하여 아무것도 안 들리는 바람에,


나랑 진희는 그냥 뒤쪽에서 경치만 구경했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우리의 가이드 렙이, 우리가 불쌍해보였는지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엉엉... 렙.... 넌 정말 팁을 부르는 친구야.





이건 코끼리 똥이다.


코끼리는 장이 안 좋은지, 응가에 풀이 그대로 다 박혀있었다.



이날밤, 자고 일어났는데 우리텐트에서 정확히 2미터정도 떨어진 곳에,


따끈따끈한 코끼리 똥이 새로 생성되 있는것을 보고는,


살아남은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렙이 말하길, 원래 이 주변에서, 코끼리, 하마, 원숭이, 표범, 얼룩말, 기린 등등... 전부 다 볼수 있단다.


근데 우리는 운이 안 좋아서 그런지 하나도 못 봤다.


표범이 너무 보고 싶어서 렙한테 표범 본적 있냐는 바보같은 질문을 했더니,


렙이 말하길,


자기는 표범이 자는거, 죽은거, 사냥하는거, 걷는거, 뛰는거 다 봤단다.



알고보니 자기는 원래 이 주변에 살았었는데, 정부에서 여기를 뭐 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밖으로 나가 살게 된거란다.


쩝...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모르겠네.





요건 얼룩말 및 하마 등등의 발자국이다.


가이드들은 어려서부터 여기서 커와서 그런지, 여기에 있는 동물과 식물 중에 모르는게 없다.



학교도 안 다녔는데 이런건 누구한테 배웠냐고 물어봤더니,


어릴적부터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하나씩 다 알려준단다.


그러다보니까 이 주변에 대해서는 빠삭하고... 대충 발자국만 봐도 언제 생긴건지, 어디쯤에 뭐가 있는지 알수 있단다.





왼쪽은 나무. 오른쪽은 개미집.


오른쪽에 있는건 80년쯤 된 개미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80년동안 만들어지고 있는 개미집이다.



이런 개미집이 수십미터 간격으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개미는 보통 밤에 활동하므로, 낮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밤에 오면 개미핥기가 개미를 먹는 모습을 볼수 있단다.


(실제로 개미핥기가 있을것으로 추정되는 땅굴은 무지 많이 봤는데, 그놈은 야행성이라 낮에는 못 본단다.)



그리고 장마철에 오면, 웅덩이에 개미떼가 익사해있는데,


그거가 기가 맥히게 맛있다며 나중에 장마때 와서 먹어보란다.


아니야. 난 됐어.





한참 그렇게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외국인팀이 보인다.


지금은 안 보인다만, 여하튼 제일 앞에서 가이드 하고 있는 애가


제로 라고 불리우는 이 그룹의 대빵이다.



뭐 자기들 말로는 제로의 아빠가 누구고, 누가 제로의 형이고 뭐라뭐라 그러는데...


아무리 봐도 하나도 안 닮은것으로 봐서는,


그냥 다 친척인거 같았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는 친척들이 마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고,


왠만한 친척은 전부 브라더 아니면 시스터다.





외국인팀이 저쪽에 하마가 있다고 해서 보러 간 하마.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작은하마 이야기'라는 만화가 떠올라서 귀여울뻔 했으나,


아프리카에서 사람 제일 많이 죽이는 동물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무서워졌다.



실제로 우리 가이드였던 렙은,


사촌이 하마한테 물려죽는걸 코앞에서 봤단다...;;;


정확히 입을 두번 벌렸다가 닫으니까, 사촌이 죽었단다......



결국 그날밤 마을사람들이랑 다 같이 그 하마를 찾아내서 죽이긴 했으나,


듣는 순간 좀 무섭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참고로 하마 고기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단다.





아프리카의 하늘.





이것도 아프리카의 하늘.





요것도 아프리카의 하늘.




오카방고 델타는 무지하게 덥고 습하고 벌레도 많다...


게다가 사방이 물인 관계로 말라리아 위험지역이고,


이곳에... 그 유명한 체체파리가 산다.


체체파리가 뭐냐면, 파리 주제에 사람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흡혈파리인데,


이 파리는 수면병을 옮긴다.


수면병에 걸린 사람은 시름시름 기력이 쇠하면서, 결국엔 죽게 됨.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보다 이 수면병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우리가 자는 지역은 아니겠지만, 오카방고 델타의 한 지역은 체체파리가 너무 많아서


사람이 출입할수조차 없다고 하니... 겁나 무서운 곤충임.


이놈의 나라는 동물이고 곤충이고 식물이고 전부 위험하다.



여하튼 그렇게 습하고 덥고 씻지도 못하고 할것도 없고 빡치는 이곳에서,


우리는 언제나 그늘에다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있었고,


우리 텐트 바로 앞이 우르스의 텐트인 관계로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중에 90%는 날씨때문에 빡친 것을 뒷담화로 풀어내는 수준이었다.



난 이때 확신했다. 뒷담화만큼 친구 사귀기에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고.ㅋㅋㅋ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