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 날인 이날.


나는 아프리카 여행은 물론 이번 세계일주를 하면서 경험한 것중 가장 최악의 날을 보냈다.


엊그제 포스팅에도 써있지만,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불공평하다는걸 인정할수밖에 없었던 날.


많은 생각을 하고, 크나큰 슬픔을 느꼈던 날이다.





아침은 언제나처럼 마마표 아침.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칸'이라는 메이커의 커피가 유명한데,


생각외로 은근 맛있다.


네슬레의 본고장인 스위스에서 반평생을 살아온 우르스도 인정한 맛임.



우르스는 내 인생의 롤모델로 격상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모든 기준은 우르스다.


어릴때 겁나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어, 겁나 돈 벌어 남 부럽지 않게 살다가, 노년에는 주구장창 여행을 다니는 사람.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다.





아프리카의 흔한 표지판.


우리나라 제주도에 가면 노루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아프리카에는 코끼리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다.



아무리 코끼리라 그래도 트럭이랑 부딪히면 당연히 코끼리가 죽을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세렝게티에서 코끼리가 나무를 부러뜨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코끼리랑 트럭이랑 부딪히면 코끼리가 이길거라 본다.


정말 힘이 어마어마하다잉...



맨날 쳐자빠져있는 어린이대공원 코순이랑은 차원이 다른 파워였음.





다음 캠핑장으로 향하는 도중에 들른 헤레로 부족이 운영하는 노점상이다.


헤레로 부족.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던 대학살의 주인공이 된 부족이다.



망할놈의 독일은 유대인을 학살했던 세계2차세계 대전보다 35년이나 앞선1870년대에...


나미비아를 식민지로 삼았다.


갑자기 노란놈들이 나타나서 자기들의 땅을 빼앗은거에 열받은 헤레로 부족은 대대적인 봉기를 감행했으나,


이에 더 빡친 독일놈들은 헤레로 부족이라면, 무기소지에 상관 없이 + 어린아이이건 여자건 상관 없이 무조건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 결과....


헤레로 부족의 80%가 넘는 6만명의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던 '홀로코스트'(대학살)이었다.



이런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부족이라 그런지, 사진 찍히는거에 대해서 엄청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단다.


투어 첫날부터 가이드가 누누히 얘기했던게 뭐냐면,


'니들 투어하다보면, 어디에선가 머리에 뿔달린 사람들을 만나게 될텐데.. 절대!! 절대!! 네버!! 사진 찍으면 안된다.'


헤레로 부족을 몰래 찍다가 걸리면, 정부간의 문제로까지 비화될수 있으니 절대로 사진기 들이밀지 말라고 누누히 얘기했었다.


이때만 해도 머리에 뿔 달린 부족이 도대체 뭐지 싶었는데, 직접 보니까 이해가 되더라.





이게 헤레로 부족 아주머님이다.


절대로 사진 찍으면 안되지만, 인형 하나 샀더니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해서 한장 찍었다.


헤레로 부족은 전부 저렇게 생긴 모자를 쓰고 있다. (남자는 안 쓰는듯)



저 모자 안에 뭘 넣어서 저렇게 만든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멀리서 딱봐도... 아 저 사람은 헤레로 부족이구나... 라는 느낌이 팍 온다.





이게 전형적인 헤레로 부족의 모습이다.


헤레로 부족 사람들이 만들어 팔고 있는 자기들 인형인데,


머리에 뿔달린 모자부터 시작해서, 뭔가 퀼트처럼 만든 옷까지....


전부 다 저렇게 입고 다닌다...



흠... 뭔가 말이 통하고 아는게 많았더라면, 많은 대화를 했을텐데,


아는거라곤 부시맨밖에 없고... 영어도 후달리는지라 그냥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아프리카의 도마뱀 2탄이다.


저번에 봤던 도마뱀보다는 훨씬 안 징그럽다만, 여하튼 이것도 실제로 보면 좀 징그럽다.


뭔놈의 도마뱀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처음 보는 동물사진이 있으면 전부 올리겠음.


참고로 내일부터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사자 사진들이 올라올 예정임.





우리가 이날 머물렀던 캠핑장은 힘바족이 살고 있는 마을 바로 옆에 위치한 캠핑장이었다.


그곳에서 힘바족을 만나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염소떼가 나타나더니 저렇게 풀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어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큰놈이 높은 곳에 있는 나무를 끌어내리자 새끼로 보이는 놈이 먹는게 인상적이었다.


큰놈이 지 먹을라고 끌어내린건지, 아니면 새끼를 위해서 끌어내려준건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감명 깊은 장면이었음.



참고로 코끼리는 나뭇잎이 너무 높게 있어서 자기 새끼가 못 먹으면,


나무를 통째로 뽑아버려서 새끼가 먹을수 있게 해준단다...


코끼리가 짱임.





이제 드디어 힘바족을 만날 차례다.


힘바족은 아프리카에 있는 수천개의 부족중 하나인데, 2000년이 넘게 자기들의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온 몇 안되는 부족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부시맨, 마사이족 처럼, 아직까지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부족이다.



물론 우리가 만날수 있는 부족은,


마치 '인간 동물원'처럼 보여주기 위해 생활하고 있는 곳이지만,


실제로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 부족민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이제부터 내가 왜 이곳을 방문한 다음에 그토록 서글펐는지 쓰겠다.





참고로 힘바족 방문은 트럭킹에서는 빼놓을수 없는 액티비티 중 하나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몇십만원의 추가요금을 내면서까지 이 부족을 만나려고 한다.


도대체 왜일까...



위에 사진과 지금 사진은... 힘바족이 운영하고 있는 고아원의 모습이다.


난 진짜 고아들을 데려다가 운영하는 고아원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관광객으로부터 더 많은 동정을 얻어내기 위한 고아원이었다...



난 그들의 거짓말을 비난하는게 아니다.


그냥 그 거짓말을 해야 할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서글펐다.


입구에서 이 고아원을 보는 순간부터 기분이 매우 불쾌해지면서, 그냥 캠핑장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었다.





힘바족 방문은 별거 없다.


그냥 힘바족이 실제로 살고 있는 부락에 가서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그들에게 우리가 사온 선물 (밀가루와 설탕 등등)을 전달해주고,


사진 찍고... 팁 주고... 물 주고 등등을 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 방문을 통해서 관광객이 얻을수 있는게 뭔가 싶다.


아.. 아직도 가죽 한장 걸치고 사는 원주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사나? 


뭐 이런걸 느끼라는건가?



나 같이 이런걸 싫어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았는지, 가이드가 방문 전에 얘기했다.


'물론 힘바족 방문을 인간동물원이라고 느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힘바족은 자기들의 문화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므로 너무 부정적으로 안 보면 좋겠다.'


허나, 나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였다.


인간동물원이 아니면 뭐야... 





사진을 올릴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가,


'정글의 법칙'에서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는 얘기를 듣고는 사진을 올린다.



난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 작품사진 남겨보겠다고 처음 보는 사람 얼굴 앞에 카메라 들이대는 사람도 아니라서,


그냥 순식간에 한장 찍고 말았는데,


이 사진도 왜 찍었나 지금은 후회가 된다.



변명이라고 하나 해보자면, 난 이때 느꼈던 그 미안함을 계속 되새기고 싶었던거 같다.


지금 보이는 사람들이 힘바족 사람들이다.


평생 목욕은 하지 않고, 머리에는 진흙+동물의 기름을 섞은 것을 바르는 사람들.


피부에도 진흙+동물의 기름을 발라서 붉은색으로 보이고, 모기등을 막아낼수 있단다.



실제로 가까이 가보면 체취가 느껴진다.


나에게는 좀 불쾌했던 체취였는데... 그런 말 하면 실례겠지.


여하튼 뭔가 좀 텁텁한 체취가 났었던거 같다.



더 신기한건, 스와콥문트나 빈툭처럼... 매우 현대화되어 있는 도시에도 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기념품을 팔기 위해서임.)


도시에서... 버스를 탈때조차 저 복장 그대로 탄다.


헤레로 부족도 그렇고 힘바 부족도 그렇다.


가슴을 모두 노출한채, 저렇게 도심을 활보한다.



도심에서 저들을 봤다고 해서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으면 절대 안된다.


그들을 구경거리가 아닌 하나의 부족으로 봐야 한다는게 아프리카의 불문율이다.





지금 사진 뒤쪽에 청반바지 입은 사람은 힘바족 남자인데,


현재는 도시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투어팀이 있을때마다 투어가이드를 해주면서 살아간단다.



지금 힘바족 여인네가 보여주는건, 어떻게 목욕을 안하고도 청결함을 유지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모습이다.


저렇게 나무로 만든 바구니 안에, 숯불 + 약초 등을 태워서 그 연기로 몸을 씻는다고 했다.



뭔가 되게 신기할것 같지만, 실제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나에 대한 혐오 뿐이었다.


내가 뭐 잘났다고 저 사람들을 보면서,


'오...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오.. 신기하네요' 를 연발하고 있을까...





난 투어하는 내내 저렇게 멀찌감치 서 있었다.


오죽하면 진희가 나에게 말하길,


'그렇게 인상 쓰고 있는게 이 사람들에게 더 실례되는 일이니까, 그냥 웃으며 서있어.'


라고 말할 정도였을까....


우르스가 나에게 물었다... '너 괜찮음? 겁나 안 좋아보이는데?'


나도 우르스에게 물었다... '우르스... 당신은 괜찮음? 난 솔직히 지금 저들을 구경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럽다.'


우르스가 말했다... '걱정마라. 나도 니 기분 안다. 인간은 원래 불공평한 존재야.'



너무나도 서글펐다.


난생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물을 얻어마시기 위해, 앞에 와서 갖가지 재롱을 부리는 아이들...


팁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힘바족을 보면서,


내가 뭐 그리 잘난 사람인가 싶었다.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제발 내 앞에서 잘 보이려는 행동은 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에서 성행했던 '인간 동물원'.


유럽인들이 부시맨, 뉴질랜드 부족, 남미 사람들을 납치해서 원숭이와 같이 동물원에 전시해놓고 돈을 벌었던 그 일.


그건 과거의 일이 아니었다.


힘바족 방문은 21세기 '인간 동물원'이었던거 같다.





그렇게 지옥 같았던 힘바족 방문을 끝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난 전혀 기쁘지 않았고, 가이드에게 '인간 동물원'을 본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안 좋다고 했다.


그러자 가이드 역시... 너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데,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그들은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힘바족 방문은 내 여행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우선 그들보다 잘난거 하나 없는 내가, 그들을 내려다보듯 관람하는 것 자체가 싫었고,


그 다음에, 그렇게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 하나 주지 않는 내가 싫었다.



이날 밤은 아니지만, 훗날 난 우르스에게 이런 얘기를 털어놨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너무 힘들다... 내가 잘나서 한국에 태어난것도 아닌데, 난 그들보다 열심히 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다. 그게 너무 불공평한거 같다.'


그러자 우르스가 얘기해줬다.


자기도 스위스에서 처음 남아공에 왔을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처음에는 유니세프 같은 곳에 기부도 하고 그랬는데,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당최 알수가 없어서,


빈민촌에 있는 아이들에게 직접 돈을 주기 시작했단다.


허나, 나중에 보니 그 아이들에게 준 돈은 고스란히 알콜중독자인 그들의 부모가 술 사는데 쓰이고 있었고,


그 후로는, 가끔씩 빈민촌에 가서 눈에 보이는 아이들 몇명을 데려다가,


옷과 먹을거리와 공책, 연필 등을 사서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했다.



나도 언젠가 우르스처럼 실천하게 되는 날이 올까... 올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가장 이날 충격을 받았던 일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쓸까 말까 겁나 고민했지만, 지금 7%짜리 ICE NEPAL 맥주를 두병 깠으니 그냥 쓰자.



힘바족을 방문해서... 너무나도 기분이 안 좋을때...


같이 투어를 했던 S군이 갑자기 나와 진희를 부르면서 말했다.


'잘 보세요. 얘네 강아지 같아요.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물통을 넵다 집어던졌다.



물통을 축구공이나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힘바족 어린애들은 그 물통을 따라 다 같이 뛰어가기 시작했고,


S군은 그것을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아... 난 좀 매우 충격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뭔가 사리분별을 할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아닌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정말 말문이 막혀서 그냥 어떻게 말해야되나...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데,


진희가 말했다.. '야.... 그러지 마...그러면 안돼.'


그러자 S군이 말했다. '왜요?'



S군의 아버지는 TV에도 나온 유명한 정신과 의사, 어머니는 센터까지 갖고 계신 아동 심리학자....


근데 왜... 이렇게 컸지?


아프리카 힘바족 어린아이들에게... 물통을 집어오라고 던지면서 깔깔대는 모습이라니...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이 어린아이를 왜 아프리카에 데리고 왔을까?


의사선생님과 심리학자 어머님은 아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걸까?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애들도 있는데, 너희들은 복 받은줄 알아라~ 이런걸 보여주고 싶으셨던걸까...


아니면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땅에 살고 있는 사자가 보여주고 싶었던걸까?



진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왜냐면 난 어릴때부터 엄마에게 정신과 의사는 의사중에서도 가장 공부를 잘한 사람이 되는거라고 누누히 들었고,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뭔가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연히 아동심리 전문 의사시고, 아동심리 전문 심리학자시니까... 그들의 자식은 완벽할거라 생각했다.


허나, 그건 완전 틀려버렸다.



내가 오버해서 힘바족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으나,


진희만 아니었으면, 한대 쥐어박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날부터 슬슬 그들의 안 좋은 모습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이날부터 더 우르스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을때... 멀찌감치 힘바족을 쳐다보면서 자괴감에 빠져있던 내 옆에서 날 이해해준건 우르스밖에 없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