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이 끝나버린 스와콥문트를 뒤로 한채, 다시 또 신나게 달린다.


2일동안 따땃한 물과 시원한 물이 동시에 나오는 천국 같은 곳에서 머물렀으니,


오늘은 샤워시설도... 화장실도 없는 진정한 부시맨캠프에서 잠을 자는 날이다.



하루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 땀 흘리다가, 세수도 못하고 침낭 덮고 잔다는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짜증날거 같은데, 이때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잤던거 같다.


물론 4성급 호텔 주인이었던 우르스는 그런걸 겁나 싫어했음.


(그래서 우르스는 사전에 돈을 더 주고, 방이 있는 캠핑장에서는 텐트 말고 방에서 자겠다고 신청했단다.)





가다가 중간중간에 이렇게 기념품을 파는 곳에도 들른다...


지금 사진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니고, 이렇게 생긴 상점이 옆으로 5배쯤 더 길게 늘어서있다.


모두들 트럭킹 하는 사람들만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게 이런 것들이었다.


아프리카뿐만이 아니지... 남미도 마찬가지임. 인도, 네팔도 포함될테니 여하튼 유럽 빼고 전부다.


나는 태어나기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을 잘 만나서 27살에 첫 취업하기 전까지, (따지고보면 취업후에도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자랐지.)


한번도 끼니를 거른다거나... 뭐 집에 물이 샌다거나 걱정해본적이 없었다.


그건 전생의 내가 덕을 쌓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지금의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축복이었다.


아, 물론 아빠가 스위스 사람이거나, 할아버지가 노르웨이 사람이 아닌게 안타깝긴 하지만 이정도로 만족한다.



하지만 저들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오늘은 뭘 먹어야되나...를 매일매일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가끔 티비에서 안성기씨가 유니세프 홍보를 할때마다, 뭐 저렇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실제로 아프리카에 와보니, 관광지만 다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차라리 제대로 옷 갖춰입은 사람을 찾는게 더 힘들 정도였다...



저 사람들은 나보다 열심히 살고 있었다. 하루종일 땡볕 아래서 트럭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트럭이 오면 여행객을 통해 배운 영어로 열심히 물건을 팔려고 노력했다.


꼬맹이들부터 시작해서, 어른들까지... 모두들 정말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근데 왜 나는 저들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하루하루 돈 쓸 궁리만 하고 살아갈까...


라는 자괴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다고 내가 저들을 위해서 뭘 했나?


아무것도 안했다. 여행이 많이 남았으니까 물건은 못 사겠고... 그렇다고 그냥 돈을 주자니 저들에게 실례인거 같고...


기타 등등... 별에별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가면서,


그냥 저들을 외면해버렸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우르스 할아범이다.


딸 한명, 아들 한명이 있는걸로 추측되며... 대략 딸은 독일, 아들은 스위스에서 공부를 하는건지 일을 하는건지... 여하튼 그렇다.


외국인들은 원체 개인적인 사생활을 잘 얘기 안하는데다가,


죽었다 깨나도 와이프 얘기는 안하는걸로 봐서는 이혼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이혼률이 50%이므로 별로 놀랄일도 아니다... 부부 2쌍중 한쌍은 이혼하는 셈이다.)





오늘 우리가 자게 될곳은 바로 스피츠코프 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부시맨 언어로... 뾰족한 산이라는 뜻이란다. (라고 나는 기억하는데 확실치 않음.)



완전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생긴 돌덩이가 하나 놓여있다.


잘 보면 돌산이 아니고, 그냥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저렇게 생겨먹은거다.


뭔가 진흙이 굳어서 된건지.. 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녁에 노을진 모습이 참 예뻤던 산? 돌? 이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저래 보여도, 안으로 들어가보면 이런 공간이 숨어있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저렇게 돌이 하나 걸려있는데,


왼쪽 아래 데이브의 크기를 토대로, 얼마나 큰 돌이 걸려있는지 짐작해볼수 있다.



노르웨이에도 트롤스티겐이라고 이렇게 생긴 매우 유명한 지형이 있는데,


아프리카에서 저정도는 그냥 이름 없는 돌덩이일뿐이다.



하지만 저런게 요르단에 있었더라면, 입장료 8만원씩 쳐받으면서 바로 아래서는 낙타몰이꾼이 "짜이니스? 자판? 오~ 꼬레아~ 마이 뿌렌드~" 이러고 자빠졌겠지.


망할 요르단. 망해버려라.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수 있는 도마뱀이다.


이 동네는 메뚜기도 그렇고 도마뱀도 그렇고 뭐 이렇게 휘황찬란한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보면 되게 아름답고 예뻐보이는데,


직접 코앞에서 보면 혐짤이 따로 없다.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저게 뭐지... 라는 생각만 든다.



가끔 샤워하다가 천장을 봤는데, 저런게 붙어있으면... 엉엉 울고 싶어진다.


샤워하다가 중간에 나가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씻자니 왠지 떨어질꺼 같고...


도마뱀이 무냐!!!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보통 저렇게 화려한 색깔을 가진 놈들은 전부 독을 가지고 있음.



우리나라 꿀벌처럼 잠깐 아프고 마는게 아니고,


옛날에 부시맨이 사자 잡을때 쓰던 독을 가지고 있는 놈들도 있음...;;;





바깥에는 완전 땡볕이므로, 오늘의 점심은 바위 안 동굴에서 먹기로 했다.


생각외로 매우 운치 있는 공간이었다.


가끔 텐트 안치고 이 동굴 안으로 매트리스 가지고 와서 자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모두들...


오... 오늘은 다같이 여기서 잘까? 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밤이 되자 모두들 텐트로 도망치기 바빴다... 이유는 마지막까지 보면 나옴.





전에도 말했듯이 데이브형은 야생인이라서,


저렇게 맨발로 아무데나 올라다니고... 돌아다니는걸 좋아한다.



사진으로 보면 별거 아닌데, 저기 경사가 생각보다 꽤 높았고,


돌도 화강암 비슷해서, 맨발로 밟고 다니기에는 꽤 무리가 있는 곳이었다.


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저렇게 올라가서 담배피고 다시 뛰어내려와서 기타 치고 그러고 놈.



자기는 이 직업이 천직인거 같단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것도 너무 좋고, 자연에서 지내는것도 좋고, 모든게 다 만족스럽단다.


참 부럽다.





아무리 샤워장도 없는 부시맨 캠프라고 할지라도, 스케쥴은 소화해 내야 된다.


오늘의 스케쥴은 레얄 부시맨 가이드를 따라서 부시맨의 흔적을 따라 다니는거다.


첫날의 부시맨도 그렇지만, 오늘 오신 부시맨 아저씨도 가죽팬티만 두르고 있는 레얄 부시맨은 아니다.



모자에 조끼까지 갖춰입으신 좀 배우신 부시맨이었음.





몇년전인지 감도 안올정도로 엄청나게 옛날에, 부시맨이 그려놓은 벽화를 보러 갔다.


입장료도 없고, 지키는 사람도 없다.


수천년된 벽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관리가 허술하게 되고 있는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물론 이거 보러 오는 사람들은 전부 트럭킹 하면서 가이드 끼고 오는거라, 훼손하지는 않겠지만...쩝.



뭐가 벽화인지 잘 모르겠으면, 사진 왼쪽 위를 잘 보면 빨간색으로 그린 코뿔소가 보일거임.


저거뿐만 아니라, 기린, 코끼리, 오릭스 등등 무지 많았는데,


왜 그린건지는 아무도 모름.



뭐 애들한테 교육시키려고 그렸다는 얘기도 있고, 뒤에 따라오는 부시맨들에게 이 근처에 무슨 동물이 있는지 알려주려고 그렸다는 얘기도 있고 그렇다.





그리고 이건 가장 쇼킹했던 식물중 하나인데...


지금 부시맨 아저씨 바로 뒤에 보이는 저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잡초.


저거는 맹독성의 잡초다.



뭔가해서 가까이서 보려고 다가갔더니, 가이드랑 부시맨 아저씨가 멀리 떨어지란다.


혹시라도 이걸 만진 손으로 밥을 먹거나 입에 대거나 하면,


그 즉시 안녕.


이번 생은 참으로 황홀했군요. 라며 세상을 등지게 된단다.



망할... 이런게 있으면 진작에 알려주지.


분명 아까 부시맨 벽화 보러 갈때 이 바로 옆을 보고 지나갔는데, 그때 그냥 우연찮게 만지기라도 했음 어쩔뻔 했어...;;





노을이 질 무렵의 스피츠코프의 모습.


평범함 돌산처럼 보였는데, 노을이 지니까 꽤 멋졌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을 지는 모습이 참으로 좋다.



왜냐믄 해가 지고 있다는 신호니까... 한낮의 내리쬐는 태양이 이제는 집에 갔다는 얘기니까요...


이쯤부터 야외활동이 가능해진다.





다같이 노을을 보러 돌산으로 올라가서 찍은 사진.


가이드까지 포함해서 총 11명이 찍은 그림자 사진이다.


나는 우측에서 5번째 요상한 바지그림자를 가진 사람이다.





이 드넓고 넓은 사막에...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더 특별한거 같았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저 끝에 지평선까지...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평선 보기도 힘든데... 게다가 서울에선 반경 100미터 내에 사람 없는 곳 찾기도 힘든데...



사막 한가운데.. 우리밖에 없다는 느낌이 꽤 이채로웠다.





아프리카의 노을





노을을 보고 돌아오니, 데이브가 생선을 요리해놨다.


헐... 샤워시설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생선을 먹게 될 줄이야..ㅋㅋㅋ



스누크 라고 불리우는... 우리나라 말로는 꼬치고기 라는데, 여하튼 맛있는 흰살생선이었음.


알고보니, 오늘 아침에 스와콥문트를 떠나면서 생선 한마리를 사서 얼음으로 꽁꽁 싸서 얼려놓은 모양이다.



참고로 버스 안에는 냉장고가 두개 있는데,


한개는 식자재를 넣어놓는 매우매우 시원한 냉장고.


그리고 한개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얼음이랑 물이랑 채워놓는 아이스박스.



가끔씩 겁나 더울때면 가이드의 냉장고를 뺏어 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었다.





저녁을 다 먹고나서, 다 같이 둥글에 앉아 내일 스케쥴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쟈크가 후레쉬를 켜달라 그런다.


그래서 켜주면서 뭘 찾냐 그랬더니,


"전갈."


넴? 전갈? 뭔 전갈? 스콜피온? 그거?


지금 방금 자기 발 위로 뭔가 지나갔는데, 자기 생각에는 전갈 같다면서 여기 주변에 있을거란다.



ㅋㅋㅋ 전갈... 독 있음?


이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독 있단다. 아마 죽지는 않겠지만, 죽을만큼 아플거라고 조심하란다.





그리고는 결국 찾아냈음. 사진 한가운데 잘 보면 전갈 있음.


근데 이때도 대단하다고 느낀게 하나 있는데,



나 같았으면 저런건 보자마자 바로 죽여버렸을텐데... 쟈크를 비롯한 외국애들은 저걸 절대 죽이지 않았다.


죽일까 말까 고민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안 죽이는거였음.


하지만 우리가 너무 무서워하는 관계로, 얌전히 컵으로 덮어서 밖으로 못 빠져나오게 만들었다. (모래를 파고 나갈수도 있으므로 바닥에도 쟁반 깔았음.)


그 모든걸 맨손으로 해냈다...;;;; 


컵으로 전갈을 잡는 쟈크를 보고, 난 잠시 성정체성에 혼란이 왔었다.



여기 전갈 자주 나타나냐고 가이드한테 물었더니, 자기가 8년인가 가이드하면서 처음 본거라고 걱정말란다.


근데 망할!!!


10분도 안되서 더 큰 놈이 우리 곁에 나타났다.


엉엉.... 차라리 날 쏘세요... 쪼지 말고.ㅠ



이번에도 쟈크가 잡길래 내가 죽이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이걸 왜 죽이냐고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 죽이긴 새킈야.. 내가 죽기 싫으니까 그렇지...


여하튼 그 전갈은 멀리멀리 가져가서 풀숲에 던져놓고 왔다.



이로써 밖에서 잘까? 했던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져버리고,


모두들 브리핑이 끝나기 무섭게 텐트로 들어가서 지퍼 잠그기 바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