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대망의 트럭킹 시작날.


정확한 명칭은 '노매드 오버랜드 트럭킹'이 되겠다.


케이프타운에서 40일에 걸쳐서 케냐 나이로비까지 가는 루트도 있고,


요하네스버그에서 바로옆 크루거 국립공원만 도는 일주일짜리 루트도 있고,


탄자니아에서 시작해서 케냐에서 끝나는 것도 있고...


에디오피아 북부지방만 돌아다니는 루트도 있고...


여하튼 수십개의 루트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건 바로 우리가 하는,


케이프타운 - 빅토리아 폭포 루트.


원래 한국인 여행특성상 남들이 하면 무조건 다 따라하게 되있다. 그게 제일 편하거든.ㅋㅋㅋ





이게 바로 우리가 20일동안 타고다닐 트럭이다. 이름은 해리슨.


운전수는 데이브. 가이드 겸 요리사는 마마 솔리웨. 거기다 인턴사원 쟈크까지.


버스가 아닌 트럭으로 이동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프리카는 왠만한 큰도시가 아니면 제대로 된 도로가 있질 않음..


거의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인 관계로, 이렇게 무식하게 생긴 트럭이 아니면 차가 버티질 못한다.


뒤에 예비바퀴도 2개씩 싣고 다닌다.


훗날 3달짜리 트럭킹을 하는 팀을 만났는데, 걔네는 예비바퀴가 4개나 되더라...ㅡ_ㅡ



여하튼 아프리카라는 특성에 맞게 개조된 트럭이라 이동하는 내내 겁나 피곤하다.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우리 트럭은 구형이라 그런지 등받이도 제낄수 없었음...ㅠ


다른 트럭은 등받이가 막 넘어가고 그러더만...



우리팀 인원은 총 10명. 그중에 한국인이 8명...ㅡ_ㅡ


예약할때 일부러 한국인팀에 넣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한국인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80%가 한국인이다... 역시 세계 어딜가나 한국인이 제일 많은듯.ㅋㅋㅋ





다 함께 트럭에 올라탄 다음에 처음 도착한 곳은 테이블마운틴 뷰.


말 그대로 테이블마운틴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는 뜻임...;;


멀리 테이블마운틴이 보인다.


진짜 꼭대기는 평평하게 생겼음.ㅋㅋㅋ



트럭킹은 아무래도 자리가 중요한데... 가장 좋은 자리따위는 알려주지 않겠다. 


사실 있지도 않을뿐더러, 트럭킹은 자기 혼자 하는 패키지 관광이 아니다.


20일동안 10명이 넘는 인원이 다같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하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자리도 왠만하면 날마다 돌아가면서 앉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매우 중요함.


특히 가장 많이들 하는 착각중에 하나가,


가이드가 동남아 패키지 관광에 있는 가이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님.


가이드는 어디까지나 가이드일뿐, 내 조수가 아니다.



나중에 계속해서 말하겠지만, 텐트도 직접 쳐야되고 (가이드의 텐트도 대신 쳐줘야함. 왜냐믄 가이드는 이래저래 바쁘니까.)


요리준비도 옆에서 해줘야되고, 식사준비 및 뒷정리까지 모두 알아서들 해야되는 시스템이다.


그냥 느즈막히 일어나서 텐트 문 열고 나오면 가이드가,


'어머. 고갱님~ 음식준비 다 됐어요~ 포크랑 나이프까지 셋팅해뒀으니 드시기만 하면 됩니다~ 다 먹고나면 접시는 그냥 두세요. 제가 치울게요~'


가 아니다...


일찍 일어나서 가이드가 음식하고 있으면, 옆에서 오이라도 썰어주든가, 의자라도 피든가, 테이블이라도 피든가 해야되는거임.


물론 이건 강제사항이 아니다.


근데 이게 바로 서로에 대한 배려임.



근데 아무래도 이런 투어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트럭킹이 패키지라고 생각하고 오는 바람에,


당연히 알아서 식사준비도 해주고, 이것저것 다 챙겨주고, 


차가 고장나서 일정이 지연되면 당연히 환불 해줘야되는거고...


이렇게들 생각해서, 생각외로 많은 마찰이 일어난단다.





트럭킹 첫날의 일정은 매우 간단하다.


그냥 부시맨 마을에 가서 부시맨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캠핑장으로 가서 텐트 치는법 배우고 자면 끝.



우리에겐 코카콜라 병을 들고 개그하는 사람으로만 여겨졌던 부시맨은,


사실 남아공 북부와 나미비아쪽에 거주하던 원주민이다.


매우매우 원시적인 부족이었으며, 지금도 극소수의 부시맨들은 여전히 원시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집도 없고, 이불도 없고, 그냥 떠돌아다니면서 사는중임. (근데 국경이라는게 있어서 예전처럼 돌아다닐수는 없단다.)



부시맨에 대한 역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이 앞을 가려 들을수가 없는데...


한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예전에는 부시맨을 원숭이랑 비슷한 동물로 취급했기 때문에, 허가만 받으면 누구든 부쉬맨을 사냥할수 있었다고 한다...


부시맨이라는 이름 자체도, bush(풀숲)에 사는 사람이라는 경멸의 뜻이 있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부시맨이라는 영화도 부시맨을 구경거리이자 웃음거리로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시각이 담겨져 있다.





그런 부시맨의 슬픈 역사보다 나를 더 놀라게 한건, 바로 이놈...ㅡ_ㅡ


케이프타운을 빠져나가자마자 만난 이 미치도록 징그러운 메뚜기는,


나를 극한의 공포로 빠져들게 했다.


'헉... 이제 진짜 아프리카구나... 아프리카에는 이런 놈들 투성인건가..ㅠ'


라는 생각만 했다.


저 메뚜기가 사진으로 봐도 크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크다...ㅡ_ㅡ 내 손바닥 길이만함.


게다가 한두마리도 아니고, 여러마리가 널려져 있으며....


가장 무서웠던건.... 날아다님..ㅠ


잘 보면 배부분도 보이는데... 혐짤이 따로없음.





그런 메뚜기를 피해서 언능 부시맨 설명을 들으러 실내로 이동.


부시맨은 서양인들의 풀숲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낮춰부르는 거고,


원래 이름은 코이산족이다. 코이코이족이랑 산족이 합쳐져서 코이산족이라 부른단다.



나름대로 자기들 말도 있는데, 클릭 이라고 하는 희한한 발음이 있는게 특징이다.


그게 뭐냐면... 흠.. 글로 쓰니까 힘든데,


흔히 강아지 부를때 쭈쭈쭈~ 거리는 그 소리라든가... 혓바닥으로 윗천장을 튕겨서 내는 큰소리...


그런것들을 클릭이라고 부르더라.


그걸 왜 쓰냐믄, 부시맨은 사냥을 하던 원시부족인데... 도구 또한 매우 원시적이라, 


동물의 10미터 안까지 접근해야지 그나마 사냥이 가능했단다.


고로... 동물이 눈치 못채게 가까이 가는게 관건인데...


일반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를 내면 동물이 도망가므로, 클릭이라는... 


동물이 내는 소리랑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동물들이 눈치 못 채게 다가갈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건 토익점수 700도 안되는 내가 받아들인 설명이므로 신뢰성이 매우 떨어짐.





저 아저씨가 부시맨족임.


부시맨은 영문도 모른채, 아프리카에 쳐들어온 서양놈들에게 멸종당하다시피 됐고,


남은 사람들도 대부분 사막을 떠돌아다니면서 살기 때문에, 우리가 진짜 부시맨을 만날 확률은 극히 적다.



게다가 부시맨들 중에서도 대다수는 이렇게 도시로 나와서 돈을 벌고 있단다.


당연히 옛날처럼 사냥하면서 먹고 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겠지...


그래서 이렇게 도시를 왔다갔다 거리는 부시맨들 때문에, 부시맨들 사이에서 전염병도 돌고 에이즈도 돌고해서...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단다.





부시맨들이 어떻게 야생에서 살아가는지 식물들도 보여주고,


뭐 타조알로 수통 만드는것도 보여주고,


이렇게 불 지피는것도 보여주고 하는데... 생각외로 볼건 없음..;;;



지금 손으로 불 만드는건 좀 신기했다.


옛날에, 사람이 손으로 나무 비벼서 불 만드는건 불가능하다고,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날 부시맨이 직접 보여준바에 따르면, 손으로 나무 비벼서 불 만드는데 10초정도 걸린거 같음...ㅡ_ㅡ





이제 부시맨 마을은 다 구경했고, 캠핑장으로 왔다.


우선 20일동안 써야하는 텐트 치는 법을 배운다.


텐트는... 군용텐트처럼 생긴 무식한 텐트다. 겁나 튼튼하되 겁나 무거운 그런 텐트.ㅋㅋ


유럽에서 우리가 애용하던 힐맨텐트가 그립근영.



나도 트럭킹을 오기 전에는 트럭킹에 대해서 정확히 몰랐다.


남미여행 하면서 만났던 분이 트럭킹을 추천해줘서 그냥 신청한것뿐이었고,


한국어로 된 홈페이지에는 여느 패키지 상품만 별반 다를거 없이 설명되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텐트 치는 법을 가르쳐준다길래, 가만히 팔짱 끼고 서서 보고 있었는데,


우리팀의 다른 외국인 2명은, 그들을 도와서 열심히 텐트를 만들었다...


'어차피 내돈 내고 투어하는건데... 그리고 저 사람들은 그 돈 받고 우리 도와주는게 일인데, 뭘 굳이 내가 손 더럽히면서까지 텐트 치는걸 도와주나... 더워 죽겠는데...'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걸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텐트를 다 치면 이런 모습이 됨.


2명이 한 텐트를 쓰면 된다. 만약 혼자 갔을 경우에는 혼자 쓰겠다고 사전에 신청하면 추가요금을 내고 혼자 쓸수 있음.


만약 사전신청을 안하고 혼자 갔다면, 이름 모를 사람과 같이 텐트를 쓰게 되므로 잘 판단하세용.



텐트생활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게다가 우린 4개월에 걸친 유럽투어를 통해 텐트가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졌으므로 별로 힘들지 않았다.


텐트도 넓고... 매트리스도 편하고... 나름 좋았음.





이 트럭은 만능이다.


언제 어디서 차가 퍼져서, 언제 어디서 밥을 먹게 될줄 모르므로,


이렇게 차 옆에는 부엌도 달려있고... 뒤에는 테이블도 있고... 비가 올때를 대비해서 천막도 달려있고,


안에 가스렌지도 있고, 물탱크도 있고 다 있다.



지금 보이는 사람이 우리 가이드인 마마 솔리웨인데, 짐바브웨 사람이다.


매우 유쾌하고, 나름 에이스였음.


게다가 흑누나답게 춤을 겁나 잘춤. 리듬이 살아있음. 난 죽었다깨나도 따라가지 못할 수준을 보여주심.



트럭킹 1일차는 별거 없다.


그냥 부시맨 마을 가서 설명 한번 듣고, 캠핑장 가서 텐트 치는법 배우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 듣고. 그럼 끝.


지금 총 여행한지 1년이 다 되가는데, 트럭킹을 했던 20일은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거 같다.


역시 여행에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느끼는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