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케이프타운 시내구경도 다 끝냈고, 희망봉도 다녀왔으니...


나미비아 비자가 나올날만 기다리면 된다.


고로 이날은 별로 할게 없는 날이었음.



같이 움직이시던 일행분은, 이날 골프를 치러 가셨고,


(남아공은 필드 도는 비용이 매우 싸다고 함... 골프에 대해선 잘 모르는지라 정확히는 모르겠음.)


우리는 그냥 시내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로 했다.





케이프타운의 마켓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넘어왔다.


이스탄불에서 우리가 했던 생각은,


'이제 아프리카니까... 거긴 공산품이 엄청 비싸겠지?.. 비싼건 둘째 치더라도 구할수도 없을거야...'


였다.


그래서 이스탄불에서 샴푸, 린스, 비누, 치약, 칫솔 등등... 2~3달정도 아프리카에서 쓸만한 모든 공산품을 사들고 왔다.


비누도 4개씩 사고 그랬음...;;;



허나...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와서보니까,


여긴 없는게 없다. 


게다가 가격도 이스탄불보다 훨씬 쌈.ㅋㅋ


종류도 더 많고, 희한한 물건들도 엄청나게 많다.


결론은. 아프리카 여행 준비는 남아공에 와서 해도 충분하다능.





믿기지 않겠지만, 여긴 아프리카임.


워터프론트라고... 케이프타운에서도 가장 유럽스러운 곳에 위치한 쇼핑몰이다.


바로 앞에는 관람차도 돌아가고 있음....


이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대부분이 백인이고, 가끔 청소하는 흑인들도 보이긴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에도 계속해서 인종차별을 당하다가...


결국 흑인이 대통령이 되서 인종차별을 철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을 당하고 사는 나라.



가끔 여행하다보면 진짜 요즘에는 식민지 라는 개념이 없는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아무것도 모를때 양키들이 들어와서, 말도 안되는 싼값에 모든 금광채굴권을 가져가고...


짐바브웨나 에콰도르처럼 경제가 엉망이 되서, 미국의 달러로 연명중이고...


남아공처럼 90%가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굴러들어온 10%의 백인들이 모든 혜택을 누리는 이런 나라들이...


과연 식민지가 아니고 뭘까라는 생각이 든다.





케이프타운 이후로는 절대 만나볼수 없던 퀄리티의 햄버거.


아프리카 음식은 보통 입맛에 잘 안 맞는다.


여행자를 위한거 말고... 진짜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보면, 저게 지금 밥을 먹는건지 뭘 먹는건지 구분도 안가는 음식들이 많다.


그런건 위생상의 문제로 일부러 안 먹었고,


주로 이런 여행자를 위한 식당을 찾아다녔다. (여긴 여행자를 위한건 아니고, 케이프타운 자체가 그냥 전부 이정도 퀄리티임)



아무래도 여행을 길게하다보니, 가장 문제시 되는게 돈인지라.


어느 나라에 가든지, 가장 싼 음식만 먹게 된다.


만약 해먹을수 있다면, 무조건 장봐와서 해먹고... 해먹을 형편이 안되면 우리나라 김밥천국 같은곳 찾아다니면서 밥을 먹곤 하는데..


아프리카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왜?


여긴 더럽고 맛없고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에서 수돗물도 마셨고, 페루에서 기니피그도 뜯어먹었는데 아프리카 밀가루떡이 뭐 그리 큰 대수겠냐..


근데 여기는 자칫 했다간 병에 걸린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에볼라 바이러스.ㅡ_ㅡ



무슨 에얼리언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바이러스인줄 알았는데, 실제 존재하는 바이러스였다.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중 하나인데,


침으로 감염될수도 있으므로 매우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이는 실제로 잠비아 - 탄자니아 국경지대에 포스터로 붙어있던 내용이므로 무시하지 말길.)





그렇게 대충 워터프론트도 가보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케이프타운 중심가쪽에 위치한 카페다.


케이프타운도 여느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여행자 거리가 있다. 롱스트리트.


거기 옆쪽에 위치한 이름 모를 카페임.



보통 여행다니면서 밥 먹을때, 잘 모르겠다 싶으면 다른 여행자들 많은곳에 가서 먹는 편인데...


케이프타운은 누가 여행자고 누가 현지인인지 알수가 없어서 가게 고르는데 애좀 먹었음...


참고로 서울에도 여행자 거리가 있다는데,


예전에는 안국역 부근이었으나, 요즘에는 홍대 근처로 바뀌었다는 루머가 들림.





외국 나가서 뭘 먹어야 될지 모를때 선택은 딱 두개.


맥도날드 or 피자.


어느 나라에서 먹든 평범한 맛을 자랑하므로 안전하게 먹기에 딱이다.


물론 런던이나 노르웨이같은 곳에서 맥도날드 들어갔다간, 우리나라 회전초밥집 가격으로 빅맥을 사먹는 영광을 누릴수 있다.




이제 더럽게 지루한 시내사진은 그만 올리고, 재미있는 사건사고 이야기를 해보자.


원래 신문도 정치, 경제 면은 다 지나치고, 사회면과 연예면부터 보는게 기본자세임.



밥을 먹고나서 우리는 돈을 뽑으러 롱스트리트로 향했다.


거긴 수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거리는 매우 안전한 거리다.


케이프타운에서 밤에도 마음 놓고 돌아다닐수 있는 곳중 하나임.



그래서 우리는 마음 놓고 길거리에 있는 ATM에서 돈을 뽑기 시작했다.


허나 케이프타운이 아무리 유럽같다 할지라도, 여긴 아프리카임.


게다가 남아공 케이프타운이야 이정도로 살지, 나머지 허접한 도시들과 주변국들은 완전 빈민국이다.


그말은 곧 위험하다는 뜻임. 가난한 사람이 위험한게 아니고, 가난한 사람들이 흘러흘러 들어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한거임.


여하튼 진희가 돈을 뽑고, 나는 뒤를 돌아보며 이상한놈 없나 유심히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흑인이 진희 뒤에 선다.


순간 긴장해서 유심히 봤는데... 멀찌감치 떨어져있는걸로 봐서는 비밀번호 훔쳐보는거 같지도 않고, 그냥 매너있는 남아공인인줄 알았다.



여하튼 그렇게 돈을 다 뽑고, 가려고 하는데... 이 놈이 갑자기 우리를 부른다.


"어이... 이 기계 아직 안 끝났으니까 와서 끝내고 가."


"응?.. 뭐가 안 끝나? 돈 받고 카드 받았음 장땡이지."


"이 화면 봐봐. 안 끝났잖아."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싶어서 화면을 봤더니 진짜 어쩌고 저쩌고 영어로 뭐라뭐라 써있다.


영어 해석중인데 이 망할 새킈가 옆에서 뭐라뭐라 쳐씨부린다.


"나 바뻐!! 빨랑 끝내. 카드 다시 넣고 빨랑 니네 프로스세 끝내라고!!!"



아... 뭐라는거야 이 까무잡잡한 놈이... 그래서 그냥 취소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랬더니 첫화면이 나옴


"됐지?"


그리고는 다시 길을 가려는데, 다시 우리를 붙잡는다. 아직도 우리 프로세스가 안 끝났단다


화면을 다시 보니 아까 화면이 떠있었다.


다시 취소버튼 눌렀더니, 첫화면이 나옴.



그랬더니 이 망할놈이 무슨 버튼을 다시 누르더니, 


"아... 니네 프로세스 안 끝났다고. 빨리 카드 넣어. 나 바빠."


"ATM 처음 써보나. 버튼을 쳐누르지 말고, 우선 니 카드를 쳐넣어. 그럼 되잖아!!!"


라고 했더니, 뭐라뭐라 말하면서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근데 진짜 희한한건, 첫화면에서 무슨 버튼 하나만 딱 누르니까 이상한 화면이 떠버림... 마치 우리가 잘못한것마냥.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중인데, 바로 맞은편에 동일한 은행 ATM기가 보인다.


"아... 그럼 저기 가서 하면 되겠네. 저기 가. 이거 고장났나봐" 라고 했더니,


"싫어. 난 이걸 쓸거야." 란다.


이때 확신했다. 이새끼가 사기꾼이라는걸.


"그럼 니 맘대로 해. 우린 갈테니까.ㅋㅋㅋ"


라면서 건널목을 건너는데, 뒤에서 겁나 우리를 불러댄다. 우린 그냥 무시하고 갈길 갔음. 설마 대로변에서 강도짓은 안하겠지 싶어서...


근데 건널목 맞은편에서 오는 또다른 놈이 우리를 쳐다보고 간다.



그때 뭔진 모르지만 느낌이 왔다. 이새킈도 한패라는 그런 느낌.


그땐 100% 확신할순 없었는데, 그 후에 확신하게 됨.



여하튼 그렇게 건널목을 건너서 돌아다니다가, 한참뒤에 다시 그 ATM있는 곳을 지나치게 됐다.


멀리서 봤더니, 백인여자 두명이 돈을 뽑고 있었고,


그 뒤에 아까 우리한테 사기 치려던 새킈가 서있었다.


마침 그새킈가 나를 봤고, 난 씩 웃어줬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흑인이 고개를 내밀고 날 쳐다보는데... 아까 건널목에서 나를 지나쳐간 그 놈이 맞음...



흠... 대충 추측해보자면.


우선 그렇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카드를 다시 넣으면, 비번을 넣으라고 나오겠지.


그럼 그때 몰래 비번을 뒤에서 훔쳐본다.


그 다음에 그 자리에서 카드를 바꿔치기하든, 아니면 우리가 카드를 가지고 건널목을 건너면 마주오던 놈이 


힘으로 뺏든, 아님 소매치기를 하든 우리 카드를 훔쳐 달아나겠지.


그리곤 우린 거지가 되서 한국으로 귀국했겠지.



여하튼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놈 앞을 지나치면서 


"안녕? ^___________^"


이라고 웃어줬더니, 이 망할놈이 인상을 쓰면서


"왓?"


이라고 한다.


순간 욱해서 강하게 나가고 싶었으나, 여기는 지금 당장 칼에 찔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프리카고,


이새킈는 외국인 상대로 뭔짓을 할지 모르는 막장 흑인이라는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냥 얌전히 눈 내리깔고 숙소로 도망쳐왔음.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일을 당했다면 60%의 확률정도로 ATM에 다시 카드를 집어넣었을꺼다.


근데 우리는 그일이 있기 전날밤, ATM위치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신나게 두들겨댔고,


그러다가 매우 가슴 아픈 포스팅을 하나 읽게 됐다.


어머님과 딸이 같이 여행을 왔는데... 우리와 똑같은 일을 당해 여행자금 전부를 털려버리신 분의 글이었다.


어머님은 자기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거라고 숙소에서 계속 우셨다는 글을 보면서 마음이 짠했는데...


바로 다음날 우리가 만나게 될줄이야...;;;;



그래서 나도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는거임.


케이프타운 뿐만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한국에서도!! ATM에서 돈 뽑을때는 항상 조심하시길...


특히 에콰도르는 국가은행 ATM에서 돈을 뽑아도 위조지폐가 튀어나오는 그런 곳이니 더 조심하시길...ㅡ_ㅡ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