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 한번 타보겠다고 3일째 새벽 5시반에 기상하고 있다.


그리고 3번째 실패했다.


이날은 아예 픽업하러 오지도 않았다.


괜히 5시 반에 일어나서 옷입고 준비 다하고 기다리다가, 6시가 다되도 안오길래 신발 신은채로 잠들었음.





열기구는 눈이 내리는것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게 더 큰 문제란다.


그래서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상관 없이, 그냥 바람만 10키로 이내로 불면 무조건 뜬다.


근데 아마도 이날은 바람이 거셌나보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아침부터 계속 피곤해서,


옷 갈아입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는 점심이 지나서야 일어났다.



더이상 이렇게 시간만 허비하고 있을수는 없다.


열기구 하나 바라보면서 하루를 공치기에는 우리의 하루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그냥 아무데나 가자는 심정으로 숙소를 나왔다.





우선 점심으로 싸구려 케밥 하나.


터키는 별로 물가가 싸지 않다. 우린 런던에서 와서 그런지 싸다고 느꼈지만,


곰곰히 잘 계산해보면 한국이랑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항아리케밥 한번 먹을라 그러면 보통 만원이고...


10분정도 버스타는데... 2.5니까.. 한 1500원정도?...


지금 생각하니까 더럽게 비싸네.


여하튼 지금 사진에 있는 곳은, 요즘 한국인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카파도키아 케밥 센터 라는 음식점이다.



어느샌가 한국 가이드북에 실리고, 인터넷에 추천글이 생기면서,


식탁이라곤 5개밖에 없는 식당에, 한국인만 4팀정도 상주해있다.


아저씨 좀 깜짝 놀랐을듯.


갑자기 어느날부터인가 한국인들만 주구장창 먹으러 오니까...ㅋㅋㅋ





카파도키아 버스터미널 근처다.


오른쪽에 보면 버스회사들이 주욱 늘어서있다... 버스시스템이 약간 남미랑 비슷한거 같다.


국가에서 터미널을 운영하는게 아니고, 그냥 버스회사별로 가격이 다 다른 그런거.


완전 짜증나는 시스템.



그냥 우리나라처럼 고속터미널 가서 대구 3시표 주세요. 하면 알아서 정해진 금액으로 끊어주는게 아니고,


버스회사별로 이스탄불 얼마? 몇시? 라고 다 물어보고 다녀야된다.


게다가 가격도 지맘대로라서 깎아주기도 하는데...


이게 더 짜증남.


차라리 정가제면, 오케이. 하고 열심히 알아볼텐데,


깎아줄수도 있기 때문에, 깎아달라고 이집저집 다 말하고 다녀야되고... 또 깎아줬는데 다른집 가기도 뭐하고...


다른집 갔다가 더 안 깎아줘서 원래집으로 되돌아오면 갑자기 원래 가격대로 받아야겠다 그러고...



이런게 여행의 재미 아니겠는가... 는 개뿔. 재미 하나도 없음.


이럴땐 패키지가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터미널 부근에서 우치히사르 라는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우치히사르.


전에 말했듯이, 우리는 카파도키아 지방의 괴뢰메 라는 마을에 묵고 있는거고,


우치히사르는 카파도키아 지방의 다른 동네 이름이다.


걸어서 1시간정도면 충분히 갈수 있을만큼 가까이에 있는 동네지만,


이날은 폭설이 내린 관계로 얌전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우치히사르 마을은 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조용하고 경치 좋은 숙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우치히사르는 마을 중간에 우뚝 솟은 성채 때문에 유명한데,


뭐 별반 이름이 없는지, 우치히사르 성채라고 부른다.



그 성채에 올라가면 카파도키아 지방을 한눈에 볼수 있다고 해서, 폭설이 온 이날. 꾸역꾸역 기어 올라갔다.


여행 나오면서 산 트래킹화를, 중간에 몇번 빡씨게 빨아댔더니,


방수기능과 보온기능이 사라져버려서, 눈밭에서 신으면 발가락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앞으로 아프리카랑 인도는 더울테니까 조금만 버티면 될듯.





요거이 바로 우치히사르 성채임.


마을 한중간에 떡하니 서있어서 찾기는 쉽다.


예전에는 이 성채랑 괴뢰메 마을까지 이어지는 지하통로도 있다고 하던데, 지금은 없어진듯 싶다.



옛날 여기로 피신해온 기독교인들은 무슨 구멍구멍 열매를 먹었는지,


이렇게 모든 돌에 전부 구멍구멍을 내버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제주도에 가면 있는 그 현무암.


그걸 확대해서, 그 구멍구멍에 사람들이 살았다고 보면 될거 같다.


놀라운건 그 구멍구멍을 전부 이어놨다는 점.





실내로 들어가면 이렇게 옛날 사람들이 다니던 통로를 이용해서 위로 올라갈수 있다.


계단정도는 요즘에 다시 보수한거 같지만,


벽이랑 천장을 보면 옛날 사람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판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냥 내키는대로 마구마구 파댔는지,


간혹 옆 통로랑 구멍이 나있는 곳도 있고, 파다가 만 방도 있고, 지나가기 겁나 힘든 부분도 있고 그렇다.


겉에서 보면 외부로 뚫려있는 입구들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채광을 위해서 일부러 밖으로 뚫은 거 같다.


아니면 말고.





꼭대기에 다다르면 이렇게 카파도키아 지방이 한눈에 보인다.


멋지죠?


자연이 만들어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만큼 멋진 기암괴석들을 자랑하는 카파도키아입니다.


근데 눈이 내려서 하나도 안 보여!!!


안 보인다고!!


이게 파주 헤이리 출판단지랑 다를게 뭐야!!!



망할... 내 생각에는 저 앞에 솟아있는 게 로즈밸리라고 불리우는,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3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그런 곳인거 같은데,


이건 뭐 전부 눈으로 덮여 있으니 알수가 있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렇게 모든 돌마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도망친 기독교인들이 암석에 굴을 뚫어서 숨어 살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외부로 구멍을 숭숭 낸 이유는 뭘까...


게다가 1층에 뚫어놓은 구멍은 입구라고 보면 되겠는데...


저렇게 중간중간에 2, 3층 위치에 뚫어놓은 입구는 뭘까....


사다리 놓고 오르락 내리락 거린건가?...


창문이라고 보기엔 너무 크고, 입구라고 보기에는 위치가 생뚱 맞고...



아니면 간혹 우리나라 건물에도 있는, 비상구 개념이었을수도 있겠다.





지금 보이는건 우치히사르 동네다.


괴뢰메랑 크기는 비스무리한 동네인거 같은데, 비수기라 그런지 개 한마리 보기 힘들다.


눈이 많이 와서, 차도 거의 안 다니고, 사람들도 안 다니고...


그냥 동네 자체가 매우 조용하다.



잘 보면 사진 중간중간에 이상하게 우뚝 솟은 탑들이 보인다.


저게 아랍 사원은 모스크인데, 


괴뢰메 동네만 그런건지, 다른 아랍계 나라가 전부 그런건진 모르겠으나,


새벽에 갑자기 경전 외우는 소리가 크게 나온다.


대략 새벽 5시 50분경부터... 약 10분간, 우리나라 시골에서 이장님이 방송하시듯이,

갑자기 스피커를 켜고는 경전 외우는 소리를 겁나 크게 틀어댄다.

약간 노래하는거 같기도 하고... 뭐 명단 부르는거 같기도 하고...




우치히사르 성채는 해질녙에 와서 노을을 바라보면 매우 예쁘다고 하던데,


우리는 괴뢰메까지 걸어갈 예정이라서 일찍 내려왔다.


1시간정도 걸린다고 해서 천천히 내려가면서 마을 구경이나 하자~


라고 했는데,


표지판에서 6키로 떨어져있다고 나와있다...;;;



괜히 길에서 객사하기 싫어서 그냥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왔음.


(근데 6키로는 아닌거 같고, 걸어서 1시간정도 걸리는게 맞는거 같다.)





카파도키아 동네는 동네 곳곳에 이렇게 터키 국기가 걸려있다.


터키 국기 바로 아래 있는 제단 비스무리한건,


음료수 파는 가게임..;;;


아마도 성수기때는 여기서 커피도 팔고, 음료수도 팔고 하는 모양인데, 지금은 비수기 of 비수기 라서 다 문 닫았음.





그렇게 하루중에 절반은 낮잠자고, 절반은 우치히사르라는 동네에 다녀온뒤 먹은 저녁.


카파도키아 시내에는 겁나 많은 케밥집이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주일간 이곳에 머물면서 계속해서 다른집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도전한 집은, 메인거리에서 한블록 떨어져있는.... 일본인에게 인기가 많은 식당인거 같았는데,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대신 맛은 그닥 없음.


이날은 당근이 남아돌았는지, 저기 보이는 샐러드가 전부 다 생당근이다. 양배추나 오이 그런거 없음. 그냥 다 당근임.




이렇게 3번째 열기구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남들은 카파도키아 2박3일이면 충분히 볼거 다 보고 떠날수 있다고 하던데,


우린 지금 여기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


숙소 주인도 이런 우리가 불쌍했는지, 매일 아침 우리를 보면 낄낄대면서, 벌룬 캔슬? 캔슬? ㅋㅋㅋㅋ 이러고 자빠졌다.


아오. 빡쳐.


아... 지금 4시 50분인데, 또 모스크에서 경전 소리가 흘러나온다. 좀 기괴하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