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숙소를 너무 환상적인 곳에 잡은 바람에,


런던에 머무는 내내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잠들어버렸다.


혹시라도 오해할까봐 미리 얘기해두지만,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와서 만나는 사람들은 보통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다.


관심분야도 완전 다르고, 살아온 루트도 완전 다른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듣다보면,


배울점도 많고 느끼는 점도 참 많다.


근데 난 그냥 술마시는게 좋아서 마셨음. 남자답게 변명하진 않겠어. 그냥 난 술이 좋았어.





영국에 왔으면 그래도 박물관이랑 미술관 하나씩은 보고 가야되지 않겠니?


라는 나의 설득에, 사촌동생과 진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서 우리는 대영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에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대영박물관은 걸어서 5분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그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


땅값 비싸기로는 뉴욕을 쌈싸먹을 정도인 런던 도심에 이런 공원이 있다니...


허나 놀랄게 안된다.


런던에는 하이드파크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뿐 아니라, 이렇게 소규모의 공원도 곳곳에 널려있다.


친구한테 듣기로는 전부 영국 여왕님의 개인소유 땅인데, 국민들 뛰어놀라고 개방해주신거라 하던데,


여하튼 대단한 나라다.





여기는 대영박물관.


얼마전 루브르박물관에서 함무라비 법전을 봐서 그런지, 로제타 스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데 단서가 된 그 돌. 로제타 스톤.



우선 그거 보기전에, 대영박물관은 무료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사람이 겁나 많다는 점도요.


아... 루브르 박물관보다는 훨씬 작으니 스트레칭 안하고 구경하셔도 됩니다.





이게 바로 로제타스톤.


2007년에 여기 왔을때는 이게 뭔지도 모르고 왔다가,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뭔가 대단한거보다 라는 느낌만 가지고,


집에 돌아가서 검색해본 기억이 난다.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유물인만큼, 여전히 인기 짱이었다.





뭐 대단한 내용이 새겨진건 아니고, 평범한 내용인데,


대신 3가지 언어로 적혀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고대 그리스어, 이집트 신성문자, 이집트 상형문자. 이렇게 3가지 언어로 적혀 있는데,


이걸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집트 신성, 상형 문자는 해독이 불가능했었다.



이걸 발견하고 나서 읽을수 있는 고대 그리스어를 토대로 나머지 언어들도 해독을 끝냈고,


결국 방대한 양의 이집트 문서들을 전부 해독하기에 이르렀다.


고래서 나름 인류학적으로 매우 가치있는 이집트 유물인데,


영국이 뺏어왔음.





이건 이집트 람세스 2세의 석상이다.


왼쪽 가슴팍에 보면 둥글에 구멍이 뚫려있는데,


옛날 프랑스가 이집트에 쳐들어갔을때, 이걸 보고 돈좀 되겠다 싶었는지 프랑스로 옮겨버릴려고 구멍을 뚫었단다.


근데 너무 크기도 크고 옮기기 힘들어서 포기해버렸고,


나중에 이집트에 쳐들어간 영국군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어찌저찌 한 덕분에,


영국으로 훔쳐올 수 있었다.



이건 뭐 프랑스나 영국이나 이집트, 그리스 문화재 뺏어오기로는 도찐개찐이다.





영국이 이집트에서만 뭔가 훔쳐왔다고 하면 오산이다.


지금 보이는것은 엘긴마블 이라는 대리석 장식으로써,


이건 그 유명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 것들이다.



그리스 파르테논 외벽에 있던 대리석 장식을 그냥 고대로 전부 다 떼서 영국으로 가져온 것이다.


스케일이 남다르다.


뭐 한두개 도굴해온게 아니다.


그냥 통째로 고스란히 영국으로 옮겨버렸다.



나중에 열받은 그리스가 언능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영국은 안주겠다고 버티는 중이다.


만약 이거 하나 줘버리면, 이집트에서 우리것도 내놓으라고 할테고... 그래서 이집트것도 다 줘버리면,


결국 남은건 그냥 대영박물관 건물뿐일듯.



예전에 어디서 들은 얘긴데, 이집트가 자꾸 로제타 스톤을 달라고하자,


영국에서는 이거 줘봤자 니넨 제대로 보관할 능력도 없잖아. 우선 내가 좀 가지고 있자. 라고 했고,


열받은 이집트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무리를 해서 엄청나게 크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박물관을 짓는 중이라고 했다..;;;


그게 완성되면 이젠 내가 더 잘 보관할수 있으니 내놔. 라고 한댔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남.





모아이다.


2007년에는 잘 몰랐는데, 칠레 라파누이 섬에서 진땡 모아이를 보고 온지라 감회가 남달랐다.


설마 칠레면 완전 먼데, 이것도 훔쳐온건가? 당연히 모조품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란다...


이걸 뭔수로 훔쳐온거지..;;;



여하튼 멀리서나마 모아이를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안녕. 니 친구들은 지금 라파누이섬에 잘 살고 있단다. 일본에서 도와준 덕분에 대부분 복원되서 열심히 서있어.


좀 외롭겠지만 기다려봐. 조만간 니네땅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대영박물관에 있는 한국관...


세계3대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대영박물관에 한국관이 따로 존재하는건 정말 고무적인 일인데,


알고보니 우리나라 '한광호' 라는 분께서 낸 기부금을 토대로 만들어진 곳이란다.


1965년에 처음 대영박물관을 갔는데, 한국에 대한 거라곤 거의 없는거에 충격을 받으셔서,


16억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하면서 한국관이 만들어지게 됐단다.


종로의 작은 화약품가게 종업원으로 시작해서 자수성가하신 분인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안타까운건, 한국관을 찾는 외국인은 별로 없다는점..;;;


2007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한국관에 있는 관광객중 절반 이상이 한국사람들이었다.ㅎㅎ


그래도 외국의 유명한 박물관에 한국관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뿌듯하다.





영국애들이 이집트에서 신나게 뽀려온 다른 유물들.


개중에는 실제 미이라도 다수고, 이렇게 고양이 미이라까지 다 훔쳐왔다.


자기네 조상이 아니라서 그런지, 미이라 안을 X-ray로 스캔해서 그 스캔본까지 전부 공개해놨다.



여기도 잘 보면 고양이 미이라 뒤쪽에 미이라 스캔본을 전시해놨다.


참으로 징하다.


이러다 나중에 다 반환해야되면 박물관에 뭘 전시해놓을라나...





진희가 보고 싶어했던 파피루스다.


세계사 시간에 신나게 외웠던, 최초의 종이. 파피루스.


종이인지 천인지 분간도 안가게 오묘한 재질이었다.



이래서 난 여러명이서 같이 여행하는걸 선호한다.


3명이 같이 다니면, 하나를 보더라도 3개를 볼수 있고, 밥을 먹더라도 3개를 먹을수 있다.


나 혼자 대영박물관 왔을때는 이런거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쳐버렸는데, 이번엔 진희 덕분에 볼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내셔널 갤러리에 가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감상했으나,


거긴 사진촬영이 금지이므로 사진이 음서.




그리고 런던 마지막날이니까 런던아이 한번 봐줬다.


2007년에도 분명 런던아이가 있었는데, 왜 기억이 안나는지 모르겠다.


흔히 에버랜드에 있는 대관람차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차원이 다르다.


왜냐면 저거 한번 타는데 5만원임.



한번 타면 30분정도 돌수 있다던데, 별 관심 없는 우리는 패스했다.





그리고 런던아이 바로 옆에 있는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에 딸려있는 저 시계탑이 그 유명한 빅벤이다.


저기 달려있는 4면의 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명종 시계란다.


단일 시계탑으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수준이라고도 하고...


여하튼 밤에 보기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원래 우리 비행기가 다음날 새벽 7시 비행기인데다 싸구려 비행기라서, 런던에서 겁나 멀리 떨어진 곳에 공항이 위치한 관계로, 


이날 저녁에 공항으로 가서 노숙을 하고자 했다.


허나 그동안 감사했다는 의미로 싸들고 간 치킨과 맥주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고,


우린 결국 새벽 3시까지 술마시다가, 4시쯤에 택시타고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버스타고 공항으로 갔다.


결국 떠나기 직전까지도 술마시다가 터키로 떠난거임.ㅎㅎ


여행 뭐 있나. 홀룰루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