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희 여사님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동물이다.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도, 이상하게 여자사람들한테 인기가 좋다.


내 생각에는 뒷담화를 기가 맥히게 잘 까서 그런듯 싶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니 우선 넘어가고....


여하튼 그런 배진희 여사님의 회사친구중 한명인 인애리님께서 오늘 파리에 들어오신다.


그래서 이날 오후에는 공항으로 픽업을 나가기로 해서, 오전에 잠시 몽마르뜨 언덕에만 들렀다.





몽마르뜨 언덕... 하도 많이 들어봐서 난 가보지도 않았는데 마치 가본듯한 착각이 드는 동네였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처럼 조그만 언덕 수준의 관광지인줄 알았는데,


직접 가보니까, 남미 칠레의 발파라이소처럼... 큰 언덕 자체가 관광지로 꾸며져 있었다.


예전에 싼 땅값으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거주한 덕분에, 동네 자체가 아름답게 꾸며져서 관광지가 되어버린,


마치 뉴욕의 소호지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곳이다.





몽마르뜨 언덕은, 어디 하나를 딱 지칭하는건 아니고,


그냥 드넓은 언덕 통째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 드넓은 관광지의 메인에는 이 몽마르뜨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까지 괴기하고 그로테스크한 고딕양식의 성당들만 봐오다가,


오랜만에 흰색의 고풍스러운 르네상스 풍(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내 느낌이 르네상스임)의 성당을 보니 아름다웠다.


맘 같아선 벤치에 앉아서, 풍경도 좀 감상하고 그러고 싶었는데,


날씨도 너무추운데다가, 몽마르뜨 언덕은 겁나 위험해서 그러진 못했음.


왜 위험한지는 아래쪽에 설명하겠음.





몽마르뜨 언덕은 야경이 유명하다던데, 이렇게 보이는 파리 시내의 야경이 유명하다는건지,


아니면 몽마르뜨 언덕 자체의 야경이 유명하다는건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엄청난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임에는 틀림 없었다.



시내 중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길래, 차를 끌고 와볼까.... 라는 멍청한 생각을 잠시 했었지만,


만약에 차 끌고 왔다면, 난 지금쯤 차 반납도 못하고 여기서 일어난 사고처리나 하고 있었겠지.





남미 아르헨티나 산뗄모 시장에서 봤던 풍경이 여기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하나 다른점이 있다면,


거기는 '남미의 유럽!!'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긴 진짜 유럽이라는 거...


몽마르뜨 언덕의 기원 자체가 예술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라 그런지,


몽마르뜨 곳곳에는 예술가들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물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가라서 흥이 좀 덜하긴 했지만,


그림 실력 하나만큼은 다들 끝내줬다.





몽마르뜨 언덕의 골목길들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포스터 파는 가게.


엥... 어디서 많이 본 그림들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봤던 그림이랑 똑같은 그림들을 팔고 있었다...


이것도 전부 중국에서 대량 생산해서 파는건가?....



참고로 난 소가죽이 유명한 아르헨티나에서 팔찌 하나를 샀는데,


유럽에서도 똑같은 팔찌를 엄청나게 많이들 팔고 있었다.


결론은.


세상 어디에서 기념품을 사던지간에, 메이드 인 짱깨 라는 불편한 진실.





몽마르뜨 언덕이 위험한 이유는 이분들 덕분이다.


악명 높은 팔찌 채우는 흑인.


예전에 처음 파리 도착했을때도, 그리고 이번에 왔을때도 너무 많이 들어서 예상은 하고 있었다.



몽마르뜨 언덕에 가면 강제로 팔찌를 채우고 돈을 달라 그러는 흑형들이 바글바글하다고...


숙소에 가보면 꼭 하루에 한두명씩은 강매를 당해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뜯기고 왔었다. (대략 2~3만원 수준씩 뜯김)


겨우 실로 될 팔찌 하나일 뿐인데, 2~3만원씩 내놓으라고 한단다.



난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그걸 바보같이 왜 당하나... 그냥 뿌리치면 장땡이지.


라고 생각하고 용감하게 몽마르뜨 언덕에 진입했는데,


(참고로 몽마르뜨 성당에 가는 입구는 가정집 대문처럼 한곳만 뚫려있음.)


입구에... 무슨 학익진을 펼쳐놓은 것마냥, 흑형들이 팔찌를 들고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입구를 지나치는 순간.


갑자기 흑형이 달려들더니 내 팔을 잡아 올린다. (일부러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음.)


헐... 장난하나. 지금 대한민국 육군 동원훈련도 다 마친 이 민방위 아저씨를 건드린거임?


이라면서 노!!! 싫어!! 꺼져!!! 를 외치면서 손을 잡아뺄라고 하는데....


흑형이다.


진짜 힘이 장난이 아니다. 뿌리치면 그냥 놔줄줄 알았는데, 안 놔준다. 진짜 손목이 아플정도로 세게 잡는다.


싫다고!!!! 계속 뿌리치는데, 내 손을 끌고 바로 옆에 있는 표지판으로 끌고 간다.


거기에는 '성당이니까 예의를 지켜주세요.' 라고 써있었는데, 그걸 가리키며 팔찌를 차는게 예의를 지키는거란다.


지랄!!!!


이라면서 손을 뿌리치는데... 정말 무서울 정도로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는다.


무서웠다... 2초만 더 잡고 있었으면 오줌 싸면서 살려달라고 울뻔 했다.



겨우 손을 뿌리치고 도망쳐서 멀리서 지켜봤더니, 그거 당하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거의 5명에 1명꼴로 손목을 붙잡히고는 억지로 팔찌를 사고 있었다.


(머뭇거리면 갑자기 미칠듯한 속도로 실로 된 팔찌를 팔에 감아버리는데, 절대 안 풀어지게 감아버리므로 무조건 돈을 줄수밖에 없음.)





그렇게 별로 볼거 없던 몽마르뜨 언덕을 나와서, 숙소에 가서 차를 가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가는길에, 내일 차를 반납해야 하는곳에 가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인애리씨의 짐을 실은 공간을 정리했다.


원래는 우리 캠핑장비를 다음 사람에게 싸게싸게 넘기려고 했으나,


요즘 같은 날씨에 캠핑하는 사람이 어딨겠나.... 산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냥 대부분 인애리씨 주고, 나머지는 버렸다.





버릴때 가장 슬펐던 물건이다.


독일에서 궤짝으로 샀던 크롬바허 맥주궤짝...


나는 8개월이 넘는 여행기간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마추픽추를 봤을때? 아니.


노르웨이 피요르드를 봤을때? 아니.


그건 바로 독일에서 이 크롬바허를 마실때였다고 할수 있다.


독일 수제 소세지와 함께 마시는 독일 맥주는.... 정말... 정말.... 목이 메여서 말이 안나오는구만.


내가 처음 순대국밥을 접했을때만큼이나 충격적인 맛이었다.





대충 짐정리를 끝내고 공항에 가서 기다렸다.


외국에 여행 나온 주제에, 외국에서 아는 사람을 마중나간다는건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다.


예전에 덴마크에서 사촌동생을 만났을때만큼이나 떨리고 재미난 경험이다.



처음 외국 나와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를때,


비록 여행 나온 처지라 프랑스라고는 에펠탑밖에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이렇게 마중을 나온다면 좀 안심될꺼 같다.


물론 100% 내 개인적인 생각임. 인애리씨는 그렇게 생각 안했을 가능성이 더 큼.


귀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음...





둘다 초상권이 비싼 관계로, 아직 라이센스 협약을 못 맺어서 뒷모습만 올린다.


얼핏 보면 누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서로 카트를 끌겠다고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짐을 안 들어줬음.


왜냐면, 난 귀염둥이 막내니까....:$





인애리씨가 한동안 머물 예정인 집에 가서, 우리의 캠핑장비들을 넘겨주기 시작했다.


꽤 오래 머물 예정이므로, 우리가 쓰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이것도 역시 100% 내 생각임.


얘네가 왜 쓰레기를 나한테 넘기고 가나. 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더 큼.



110일동안 우리와 함께했던, 수많은 캠핑용품을 떠나보내려니 가슴이 아파서


작별인사 대신에 작별사진을 찍었다.





원래 파스타 면 거를때 쓰려고 샀던 저 찜기 비스무리한 스댕그릇.


하지만 우린 파스타 면은 대충 짜파게티 물 버리듯이 걸러내버리고,


저 그릇은 우리가 고기 구워먹을때마다 상추 씻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110일동안 밥 해먹고 다녔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중에 98%는 죄다 돼지목살 구워먹었던 기억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한 전기쿡커...


이거 하나만 있으면 코펠도 필요 없고, 후라이팬도 필요 없고, 그릴도 필요 없었다.


이거 하나만 있다면, 나도 고든 램지보다 뛰어난 요리사가 될수 있었다.


그동안 행복했다.



막판에 새우 구워먹는 바람에, 전기쿡커에서 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 덕분에 행복했다.


새로운 주인분은 우리처럼 육식을 즐겨하지 않을테니 좀더 편할거야.





그렇게 픽업과 캠핑용품을 넘겨주는 댓가로 인애리씨께서 밥을 사주셨다.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레스토랑 한번 못 들어가본 우리를 위해,


특별히, 거하게, 스페셜한 요리를 사주셨다.


참고로 인애리씨는 불어전공이라서, 불어를 진희가 스페인어 하는만큼만 하신다.


미스테리야.




여하튼 이렇게 또 하나의 재미있는 경험을 쌓으며 하루가 지나갔다.


이제 드디어 내일이면 차를 반납하는 날이고, 그 다음날이면 유럽 대륙을 떠나는 날이다.


110일동안 꿈을 꾼것마냥,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18000키로나 뛰었지만, 비 오는날 텐트 치느라 내 얼굴에 흐르는게 빗물인지 눈물인지도 몰랐던 날들도 많았지만,


다 기억나지 않고,


오로지 고기 구워먹은 기억만 남. Only 고기. 닥고.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