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한국에 있을 때도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었다.


우선 내가 뭘 사야 될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빙빙 걷기만 하고, 그러다 보면 다리 아프고 그러면 빡치고.


반대로 고터라 불리우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찬양하는 진희는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봤을 때 뭘 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쇼핑을 자주 한다.





콜롬비아에서 딱히 할 일이 없는 우리는 배낭커버 쇼핑길에 나섰다.


우선 먼 길을 떠나기 전 길거리에서 시원한 과일음료수 한잔.


가격은.. 500페소.. 우리나라돈으로 300원? 정도 했던거 같은데 컵에 넘치도록 따라준다.


파인애플, 구아바, 파파야, 딸기, 바나나 등등을 넣어 만든 음료수다.





우선 론리플래닛에 나와있는 Outdoor 전문매장으로 갔다.


Calle (미국으로 치면 Avenue)숫자가 별로 멀지 않길래 걸어갔다.


근데 Carrera (미국으로 치면 Street)가 꽤나 멀어서 30분은 걸어간거 같다..


다시 말해서 세로 거리는 별로 안 멀지만, 가로 길이가 멀었던 셈....


걷고 또 걷고 또 걷고 후회하고 또 걷고 후회하고 걷고 걷고 멍청하면 답이 없다.





막상 도착한 Outdoor매장은 우리가 생각한 매장이 아니었다.


그냥 텐트나 캠핑용품을 대여해주는 그런 곳이었다.. 게다가 문이 닫혀있었음... 헐...


절망한 우리는 그 주변에 있던 밥집으로 들어갔다.


힘이 빠지면 밥을 먹던가 쇼핑을 하던가 둘중 하나를 해줘야 한다.





이곳에서는 아침을 데사쥬노(Desayuno), 점심을 알루메소(Allumezo)라고 부른다.


이런거 써있는 집에 들어가면 대략 백반 같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


어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오늘은 치킨과 소고기를 시켰다.


백반을 시키면 저렇게 소파(sopa), 우리가 스프라 부르는 걸 주는데.. 저것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이 어메이징한 사이즈의 밥이 우리나라돈으로 3천원정도밖에 안한다.


닭다리 하나가 아닌 1/4마리정도는 나오는거 같다.


이제까지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얘네는 음식을 좀 짜게 먹는 거 같다.


저기 보이는 샐러드도 너무 짰다. 





게다가 왠만한 식당은 이렇게 직접 닭을 구워서 팔고 있다.


허접한 전기가 아닌 숯불로 구워서 파는 시스템이다.


이 정도 닭이 3천원이라니... 콜롬비아는 위대하다.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와서 살면 딱일듯.





첫번째 실패후, 우리는 론리에서 말한 보고타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향했다.


이름은 산 안드레지또(San Andresito).... 허나 영어 실력이 초등학생 수준인 우리는,


몇 블럭에 퍼져있는 엄청 큰 마켓이라는 걸... 몇 블럭에 퍼져있는 엄청 큰 쇼핑몰이라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서 센텀씨티나 타임스퀘어 같은 곳을 상상하고 갔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님이 길에 세우더니 여기가 산 안드레지또란다..


우리가 물었다.. 응? 어디가?.... 기사님이 말씀 하셨다. 이 주변 전부를 산 안드레지또라고 부른다고...


우리는 패닉에 빠졌다. 거의 도시 끝까지 온 셈이라 택시비도 많이 나왔는데....ㅠ





서울 광장시장, 용산, 동대문, 남대문을 합쳐 놓은 듯한 이 엄청난 크기의 마켓은... 아니 장터라고 불러야 되나...


가이드북에 따르면 없는 게 없을 정도의 크기다.


옷, 신발, 자동차 부품, 게임기, 오디오 장비, 조명 등등 엄청나게 많은 가게가 있었으나.....


우리가 여기서 배낭커버를 사는 것은 한국어,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외국인이 평화시장에 가서 부인복을 사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다시 말해서 불가능했다.


그들은 영어를 못했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못 했다. 결국 Fail.





분노에 차서 리카르도 전화 찬스를 사용했다.


리카르도. 지금 당장 보고타에서 가장 큰 쇼핑몰을 말해줘. 백화점 같이 생긴걸로.


리카르도는 두군데를 보내줬다.


하나는 그란 에시따씨옹(Gran Esitacion), 또 다른 하나는 싼타페(Santa fe).


우리는 좀 더 가까운 에시따씨옹으로 향했다.


가서 보니, 작년에 리카르도 아버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후안 발데스 커피를 마시고 콜롬비아 음악씨디를 선물 받은 그곳이었다.





그래. 우리가 원한 건 이거였어.


쾌적한 에어컨, 빠른 와이파이, 달달한 커피냄새.


오전 내내 걷기만 한 우리는 그란 에시따씨옹에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마셨다.





후안 발데스 커피는 마셔봤으니, 이번에는 콜롬비아 커피 체인점의 양대산맥인 Oma에 도전해봤다.


개인적으로 후안 발데스보다 오마가 더 맛있는 거 같다.


콜롬비아에는 스타벅스가 없단다.... 왜 없는지는 모르겠다만... 콜롬비아 커피가 너무 맛나서 그런가...


후안 발데스는 그 인기만큼이나 매장을 개점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롭단다.


사진에 보이는 커피는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같은건데... 이름이 G로 시작한다.. 


그냥 커피숍 가서 쉐이크 기계 같은거 가르치면서 달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다.





아무리 그란 에시따씨옹이라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배낭 커버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웃도어 매장이 몇군데 있었지만 우리나라 OKOutdoor 같은곳이 아닌 그냥 자질구레한 것만 파는 수준이었다.


계속되는 실패에 빡친 진희의 모습이 보인다.


먹을 걸 앞에 두고도 저 표정이라는 건 상당히 불만족 스럽다는 뜻이다.





열 받은 우리는 그란 에시따씨옹에서 애플샵을 갔다.


그리고는 Tex Back시스템이 적용된다는 얘기까지 듣고 뉴아이패드를 지르려 했으나.


재고가 없단다... 다음 달은 되야 들어온단다.


아오. 빡쳐. 열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집 앞에 있는 Falabella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냥 질렀다.


3만원짜리 배낭커버 때문에 열 받아서 60만원짜리 아이패드를 샀다.





그리고는 자축의 의미로 럼앤콕.


얼음을 좀 넣고, 콜라랑 럼이랑 섞으면 럼앤콕 탄생. 엄청나게 맛난다.


게다가 다음날 숙취도 없다.


물론 나 혼자 마셨으면 개가 되서 다음날 숙취 때문에 화장실에서 울고 있겠지만,


진희느님의 컨트롤 덕분에 중후하게 마실 수 있었다.




뉴욕에서 만난 치느님이 말씀 하셨다.


이제는 예전처럼 그렇게 가이드북 하나 딸랑 들고 여행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거 같다고.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예약하고 비행기표 구하고 해야지 좀 돌아 다닐 수 있을 거 같다고.


그 분도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들고 계셨다.


그래서 산거다. 다른 뜻은 없다. 좀 더 풍족한 여행을 위하여 구입했다.



는 사실 변명이고 그냥 이뻐서 샀어.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