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6-Italia2012. 12. 10. 05:55

스위스에서 우리가 하고자 했던건 오로지 보드 타는것 하나뿐.


유적지보다는 자연풍경을 즐기는 곳인데, 이미 북유럽을 들렀다 온 우리에게 자연풍경은 큰 의미가 없었고...


워낙 물가도 비싼 나라라 이곳저곳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스위스에서 보드를 타는 미션을 완수한 우리가 다음에 향할 곳은 스페인.


한번 가본 사람은 다시 또 찾게 된다는 스페인.


호불호가 확실한 나라.


허나 라틴피플이 좋아 콜롬비아까지 날아간 내가 스페인이 싫을 확률은 극도로 낮았으므로,


스페인으로 빨랑 가기로 했다.



버뜨.


스페인은 스위스 바로 옆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 함정임.


단순한 우리는, 스위스에서 그냥 좀 무리해서 스페인 바로셀로나까지 가면 안되나? 라고 생각하고 일정을 짰으나...


거의 20시간 가까이 운전만 해야지 가능한 루트였다.....;;;;


그래서 중간에 그 아름답다는 프랑스 남부 지방을 슬슬 보면서 가기로 했다.



버뜨.


스위스에서 프랑스 남부로 바로 가는것도 생각보다 애매했다... 길이 이상해. 꼬여있어.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루트는.


스위스 - 이탈리아 - 프랑스 - 스페인....


이게 뭐야.... 기름값도 비싼데 뭐하는 짓이여...





이날, 우리에게 있어서 스페인이고 뭐고간에 가장 중요한건.


자동차 시동이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 였다.


3박4일동안 영하10도 안팍을 넘나드는 곳에 세워둔 차가... 과연 얼지 않았을까...



참고로 어젯밤에 맥주를 꺼내려 차문을 열었는데...


차안에 둔 맥주가 얼어서 터져버렸다...엉엉.. 망할... 


피같은 독일맥주 하나가 그렇게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시트는 맥주지옥... 그나마 얼어서 다행이었는데, 후에 더운지방에 가니 차안에 맥주냄새가 진동했다.



더 중요한건.


뒷트렁크에 놔뒀던 간장도 얼어서 터졌음. 망할...



여하튼 그런 강추위 속에 차를 놔둬서 내심 두려웠는데, 다행히 시동이 걸린다.


엉엉... 르노 사랑해요. 날 가져요.





우선 시동을 걸어놓고 차에 쌓여있는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주인 아저씨가 우리차에 쌓여있는 눈을 치워주신 덕분에 이글루로 변신하진 않았으나...


하룻밤만에 쌓인 눈의 두께가... 30센치는 족히 넘었다.



내가 우산이랑 맨손으로 눈을 치웠더니, 주인 아저씨 아들이 저 빗자루를 갖다줬다.


다른 부분은 그냥 차를 왔다갔다 거렸더니 알아서 치워지긴 했는데,


앞, 뒷유리에 언 눈은 어떻게 치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아... 와이퍼!!!!


그래서 무작정 들어가서 와이퍼를 이빠이 돌렸다.


그랬더니.... 가가각ㄱ가가가가가가가각ㄱ가가가각!!! 와이퍼가 부러질라 그런다.


아... 이게 얼음 치우라고 있는게 아니고 비 치우라고 있는거구나.





이건 뭐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산인지도 모르겠다.


이 동네부터 시작해서 체르마트까지... 걸어서 20분정도가 전부 호텔이다.


개중에서 아마 우리 호텔이 가장 싸지 싶다....


호텔이라 부르기는 좀 그렇고, 그냥... 팬션?....



조용히 쉬기에는 정말 좋은 동네였다. 비싼것만 빼면 모든것이 좋았던 스위스였음.





스위스는 잘사는 나라답게 EU가입국가가 아니다. 그래서 지네 나라 돈을 씀.


뭐 노르웨이처럼 EU따위엔 가입 안해도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수 있습니다. 라서 안한 이유도 있겠지만,


스위스는 오랜 전통을 가진 중립국가로써, EU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중립국가는 정말 말 그대로 중립이라서, UN가입도 안하고 안하고 안하다가 2000년인가에 겨우겨우 한걸로 알고 있음.


근데 웃긴건 UN본부의 3개의 지사 중 하나가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는것...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써, 냉전시대에 소련도 미국의 편도 아닌 것으로 유명하고,


2차 세계대전때도 독일 나치가 온 유럽을 다 휩쓸때도 잘 버텨낸 저력 있는 중립국이다.


(네덜란드도 스위스처럼 중립국이었으나, 스위스만큼 힘이 없어서 그런지 나치한테 바로 먹혔음. 냠냠)





스위스 체르마트는 오는길도 험난했지만, 가는 길도 험난했다.


들어올때는 니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망할. 도로가 또 끊겨있다.


허나 우리는 한번 겪었던 일이라서, 뭐 이정도쯤이야.. 스위스에선 흔한 일이죠. 라는 마인드로,


주변 기차역을 찾아냈다.



허나 기차시간이 좀 오래 남은 관계로, 주변 쇼핑몰을 찾아 나섰다.





유럽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수 있는 Coop이라는 대형마트다.


우린 보통 차를 타고 지나다니다가, 월곡동 이마트 이상 크기의 Coop이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고 본다.


뭐 별로 살건 없지만...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가 언제나 쏠쏠하다.





이날 Coop에서 발견한 핫 아이템.


바로 과라냐 음료수.ㅋㅋㅋ


브라질에서 즐겨마시다가 유럽에 오면서 한번도 못 봤는데, 이걸 여기서 보다니.


너무 반가워서 하나 사마셨다.



정말 콜라를 능가할 음료수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맘 같아서는 한박스씩 싸들고 다니고 싶다.





그리고 초콜렛.


스위스하면 역시 초콜렛이죠.


핀란드 대형마켓에 가면 자일리톨껌이 정말 한쪽 벽면을 꽉 채우고 있고,


독일에 가면 소세지가 꽉 채우고 있고,


프랑스에 가면 와인이 꽉 채우고 있는데,


스위스는 초콜렛이 꽉 채우고 있었다.



허나 가격은 스위스답게 전혀 저렴하지 않은 관계로, 우리는 자체상품 하나만 사먹어봤다.


먹어본 결과... 뭐 그다지 다른점은 모르겠고, 좀 많이 달다는 거 정도?...


참고로 유명한 네슬레 라는 브랜드가 스위스 브랜드란다.





그렇게 Coop투어를 마치고 다시 기차를 탔다.


왕복 기차비만 7만원은 나간거 같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고속도로 통행권 끊어서 다닐껄..엉엉....


산을 내려가는 기차는 올라올때보다 더 빨리 달렸다.


이러다가 앞차랑 박을꺼 같이 덜컹덜컹거리며 신나게 산을 내려갔다.



진희랑 손 꼭잡고 울다시피 하고 있는데 역에 도착했다.


앞에서부터 차례차례 차가 내리는데... 내 바로앞차인 이 아우디차가 안 움직인다.


뭐지... 왜 안 움직이지?....


근데 뒤에서 아무도 클락션을 울리지 않고 다들 가만히 차에 앉아만 있다.


뭔가 있는건가... 원래 이런건가 싶어서 나도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옆에 걸어가던 역무원이 이 차를 보더니 창문을 두드린다.


알고보니 앞차 아저씨가 자고 있었음.


우리나라 같았으면 가장 뒷사람부터 달려와서 백미러에 드롭킥을 맥였을텐데...


다들 얌전히 가만 있는걸보니, 뭔가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터널을 하나 지나자마자.... 갑자기 햇살이 우리를 반긴다.


헐... 덥다.


그저 산 하나 통과했을뿐인데, 덥다.


갑자기 사람들이 운전을 개판으로 하는걸 보니 이탈리아인 모양이다.



뭐징... 우린 아직 퐁듀도 안 먹었는데... 이탈리아 오면 안되는데...;;;;


여하튼 이렇게 이탈리아에 다시 도착하게 됐다.





그렇게 끝없이 달리고 달려서 간 곳은. 이탈리아의 토리노 라는 동네.


우리에겐 토리노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한 동네다.


꽤나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건 이탈리아도 프랑스도 아닌 오로지 스페인.


그래서 토리노에서는 그냥 잠만 자고 이동하기로 했다...;;;;



자면서도 왠지 내일 일어나서 토리노 시내 구경좀 하다 갈까 말까 수십번 고민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보고 가기도 좀 뭐하고....


그렇다고 보자니... 보고 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보는거 같아서 좀 뭐하고....


결국은 그냥 지나쳐버렸다.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지 뭐.... 여하튼 이렇게 신나게 이동만 하다가 하루가 지나갔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