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은 따땃한 숙소에서 나와, 대망의 돌로미티로 향하는 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던 드라이브길이 코앞에 있다.


과연 노르웨이보다 멋질까... 크로아티아보다 멋질까...


역시 차를 빌리기 잘했어. 이게 바로 자동차 여행의 묘미지.


라고 생각하면서 신나게 아침을 먹었다.





우리 숙소에서 알프스 산맥이 보인다.


아직 설산은 안 보이지만, 갑자기 높은 산들이 주루룩 있는걸 보니 여기가 알프스인가보다.


태어나서 알프스도 다 와보고.. 호강하는구만.



히말라야를 올라가봤다는 자부심때문에, 언제나 알프스는 한수 아래로 보고 있었다.


에이... 알프스 뭐 그거, 그냥 설악산처럼 스위스에 있는거 아님? 관광지 아님?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 엄청나게 멋지다.





이 동네는 희한하게 이상한 성들이 많다.


큰 성은 아니고, 매우 조그만 성들인데... 위치한 곳이 죄다 저런 곳이다.


무슨 절벽끝에다가 성인지 망루인지 모를것들을 하나씩 만들어놨다.


이 동네 자체도 꽤 유명한 관광지인듯 싶은데.... 우린 돌로미티만 바라보고 있었기에 바로 패스.



원래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여긴 이탈리아 북쪽임에도 불구하고,


겁나 불친절하다.


아니... 불친절한건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여기 주변에 괜찮은 숙소 없어요?"


"얼마정도를 원함?"


"30유로 정도?"


"그런건 없음. 끝."


....


"그럼 좀더 비싼건 어느정도?"


그러자 책을 뒤지면서 뭔가를 찾는다.


기다리다가, 근데 지금 돌로미티 고갯길 넘을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자,


"나 지금 니 숙소 찾아주고 있는데, 니가 다른걸 물어봤음. 그럼 나 숙소 안 찾는다? 그럼 돌로미티 설명해준다? 숙소 필요없는거지?"


흠.... 미안해요. 그냥 숙소 찾아줘요.



이런 식이다. 쓰고나니 내가 진상같네. 왜 물어봐놓고 다른걸 또 물어봤을까.ㅋㅋㅋ


여하튼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딱딱하게 굴길래 빨랑 북쪽으로 도망침.





저기도 이상한 위치에 성이 하나 있다.


뭐를 위한 성인지 잘 모르겠으나, 관광지는 아닌거 같다..;;


돌로미티로 가는 길은 평탄했다.


아니... 이때까지만 해도 평탄했다.


그냥 좀 추운거 같긴 했지만, 어차피 하루종일 달리는것도 아니고... 대충 반나절만 드라이브하다가 내려가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도착한다는 얘기를 들은지라,


별 걱정 안하고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이제 진짜 돌로미티 초입 부분이다.


생각보다 산들이 낮아서 별거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부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안 보였을뿐... 가끔 구름 너머도 얼핏 보이는 산들은 높이가 어느정도인지 가늠도 안갔다.


게다가 멀리는 딱봐도 눈구름처럼 생긴게, 산을 뒤덮고 있었다.



흠... 설마...


괜찮아. 이탈리아랑 오스트리아 국경이잖아. 유럽이잖아.


무슨 남미도 아니고, 눈좀 왔다고 도로 폐쇄되고 그러기야 하겠나.


선진국이니까 알아서 제설작업 다 하고, 뭐 중간중간에 휴게소도 빵빵하고 잘되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잘 보면 앞에 산이 있는데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인다.


간혹 차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리고 도로 위에 바퀴자국이 있긴 하지만,


여기가 과연 길이 맞는지 의심조차 든다.


가뜩이나 2번의 펑크사태를 경험한지라 운전이 두려운데, 점점 두려워진다.



게다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길에 휴게소는 커녕 집도 별로 없다.


그리고 알프스의 눈은 장난이 아니었다.


미친듯이 휘몰아친다. 


선진국의 산길이라고 해서, 양옆에 가드레일 다 있고, 중간중간 쉬어가는곳 있고 그럴줄 알았는데,


개뿔. 낭떠러지가 바로 옆이다. 표지석도 제대로 안되있다.





이쯤되니 이러다가 죽을꺼 같았다.


분명 난 30키로도 안되게 가고 있는데, 차가 지맘대로 움직인다.


핸들은 고정되어 있는데, 차가 왼쪽 오른쪽으로 심하게 미끄러진다.


경사도 별로 없는데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멈추질 않는다.


오르막길을 오를때 액셀을 끝까지 밟았는데도 차가 뒤로 움직인다...


이렇게 되다보니 기름 먹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라서, 기름도 모자를꺼 같다.



두려웠다. 이러다가 여기서 고립되면 어떡하지?


또 다시 보험에 전화 걸어야되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거 아냐?


보험을 부른다고 쳐도, 이 추위에 차안에서 얼마나 견딜수 있을까...


보험이 와도 차를 견인해갈수 있는 곳인가? 여기가? 견인차는 올라올수 있나?



별생각이 다 들면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냥 얌전히 고속도로 타고 오스트리아로 향하기로 했다.


유럽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고 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드라이브는 커녕 시야확보조차 힘들어서 사고나기 딱 좋게 생겼다.





그렇게 머나먼길을 다시 거꾸로 온 다음에, 고속도로 비스무리한걸 타고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아... 우리가 다시 오스트리아로 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


저번에 비엔나에 들렀을때, 자석을 안 사왔다.


그냥 나중에 독일 도는김에, 잠깐 짤쯔부르크 가서 오스트리아 자석 사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안 샀는데,


일정을 봤더니 도저히 짤쯔부르크 갈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정말... 오로지. 냉장고 자석 하나 사려고 오스트리아까지 2박3일에 걸쳐서 갔음.


무식한 짓이긴 하지만, 우리 여행의 목적중 하나니까 기어코 갔다.


물론 겁나 후회했음.


리히텐슈타인 이라는 동네 가니까 오스트리아 자석 팔더라.ㅋㅋ





여기가 2번의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인스부르크다.


겨울 스포츠의 메카. 인스부르크.


우리에게는 냉장고 자석의 메카. 인스부르크.


여기서 냉장고 자석만 사고 바로 스위스로 가기로 했다.


물론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니까, 잠깐 독일에 들러서 장을 본다음에 넘어가야지.





밤에 자석을 사기 위해 잠시 주차를 하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한바퀴 돌았다기보다는... 그냥 자석을 사러 기념품샵을 찾아 나섰다.


인스부르크 자체는 꽤 큰 도시지만, 관광구역은 별로 크지 않으므로,


자석 사러 돌아다니면서 왠만한 건 다 본거 같다.



요건 마리앙또아네뜨의 엄마이자,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수 있는 마리아 테레지아 라는 사람이 세운 기념물이다.


개선문은 아니고... 자기의 아들의 결혼식을 축하하고자 지었다고 한다.


허나... 그 아들이 결혼하던날 남편이 죽어버렸음둥.


그래서 한쪽면은 기쁨을... 한쪽면은 슬픔을 나타내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근데 우리의 거지같은 가이드북님께서는 이렇게 설명을 하고 계셨다.


우리가 원하는 기념품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은 개선문의 뒤쪽에 있다.


어디가 뒤쪽인지 내가 어떻게 알어.ㅋㅋㅋㅋㅋ


결국 이상한 방향으로 한참 가다가 아니다 싶어서 다시 되돌아 왔음.





이건 스와로브스키 매장이다.


뭔가 박물관이랑 같이 되있다고 하던데... 냉장고 자석에만 정신이 팔린 우리는 그냥 지나쳐버렸다.


저 앞에 한국에서 온 단체관광객이 있었는데...


다들 진눈깨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계셨다.


그리고 관심 없는 중년 남성분들은 모두들 뒤에서 삼삼오오 담배를 피고 계셨음.


짠하더라...





요건 인스부르크에서 아까 본 개선문과 더불어 있는, 단 2개의 볼거리중 하나인,


황금지붕 건물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광장인데... 먼 옛날... 왕님께서 이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들을 보고 싶어하셔서,


저렇게 황금지붕이 있는 발코니를 만드셨단다.


잘 보면 지붕이 누리끼리한데... 순금은 아니고 도금한 지붕이란다.


우리가 갔을때는 왜 그런진 몰라도, 무슨 밴드들이 저기서 연주를 해줬음.


아마도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주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우린 오늘 스위스 알프스에서 얼어죽을뻔 했다.





이건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인줄 알고 사먹었더니... 알고보니 독일음식과 비슷했던 길거리 음식이다.


뭔가 사람들이 엄청 줄을 서서 사먹길래,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사먹어봤고..


결국... 그냥 넓게 펼친 도너츠였다.


우리 나라 도너츠는 안에 뭐 팥이라도 넣어주지... 이건 그냥 아무것도 없는 도너츠다. 밀가루 도너츠.


그걸 넓게 펴서 그 위에 저렇게 2가지 토핑중 하나를 선택해서 같이 먹는건데...


빨간건 체리잼?... 뭐 비스무리한 인공적인 맛이 팍팍 나는 거였고...


흰색은... 독일의 전통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양배추 절임?....


생각외로 우리 입맛에 매우 잘 맞았다.





유럽은 지금 어딜 가든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크리스마스가 한달이나 남았는데 뭘 벌써부터 준비하나 싶긴 하지만,


얘네에게 있어선 1년중 가장 큰 행사니까 그럴만도 하지...


그래서 대형마켓에 가면 1/4은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이고 1/4은 애들 선물로 줄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우리도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맞게 되겠지...


그리고 새해 첫날은 세계기준시간인 영국에서 맞이하게 되겠지...


덕분에 방값이 겁나 비싸겠지....


난 크리스마스고 새해첫날이고 별 의미 없으니 제발 방값만 미친듯 안 비쌌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비싼 런던에서 새해 첫날에 방 잡는게 과연 가능할지가 관건임.ㅋㅋ




돌로미티.


유럽 자동차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할곳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산되버렸다.


엉엉... 만약 돌로미티만 아니었으면 어제 인스부르크까지 갈수도 있었을텐데...


이래저래 시간만 잡아먹은 곳중 하나다.


허나... 이 돌로미티를 넘어가면서 겪은 일들... 많은 애기들은 잊을수 없겠지.


오해할까봐 얘기하는거지만, 저런 극한상황에서 사랑스러운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음.ㅋㅋㅋ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