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6-Italia2012. 11. 29. 09:28

피렌체에서 두오모를 다녀왔더니, 더이상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중에 가장 유명하다고도 할수 있는 다비드상이...


진품이 피렌체 안에 숨쉬고 살아있는데도...


우린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안 갔다.


그래서 바로... 피렌체 주변에 위치한 피사라는 동네에 가기로 했다.



한때 피렌체와 맞먹을 정도로 크고 강성했던 도시였는데...


이쪽 지방을 놓고 피렌체와 한판 붙었다가, 크게 후두려 맞은 이후로는 그냥 그런 도시가 되버렸다.


우리에게는 기울어져있는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도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 몰고 피사로 향했다.


별로 멀진 않았던거 같다. 1~2시간정도 걸렸던거 같은데...


여하튼 피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눈에 띈건, 망할 진입금지 구역인 ZTL....



나는 맨날 피사의 사탑만 찍혀있는 사진을 봐서 그런지,


피사의 사탑이 그냥 드넓은 초원위에 쌩뚱맞게 혼자 기울어져 있는 탑인줄 알았다.


그래서 몇키로 떨어진 고속도로에서도 막 보이고 그런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피사의 사탑은,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피사 대성당의 종탑으로 만들어진 거란다.


그니까 피렌체 대성당에 지오토의 종탑이 있듯이, 여기도 피사 대성당에 딸린 종탑으로 만들어진거임.



그리고 한때 피렌체만큼이나 강성했던 도시였던만큼, 도시가 성벽으로 둘러싸여져 있는데,


이 성벽에 가려서 피사의 사탑은 멀리서 잘 안 보였던거다.





피사 대성당의 모습이다.


이거 만들때만 해도 피렌체랑 어깨를 견줄 정도로 힘 있는 도시였다고 한다.


피렌체 대성당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왠만한 성당들에 비하면 어머, 크고 아름다워.


성당임에도 불구하고, 안에 못 들어가게 되어있어서 못 들어가봤다..;;;


공사중인건지... 아니면 우리가 입구를 못 찾은건지 모르겠네.





내 뒤에 아저씨를 보면 알겠지만,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좌우 20m정도에는,


이런 포즈를 한 사람들이 20명정도 서있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피사의 사탑이 얼마나 기울어졌느냐가 아니고 내가 신은 샌달이 신발처럼 보이냐 안 보이냐는 것임.


나름대로 안에 검은양말까지 신고 있지만, 신발로 봐주기에는 무리지? 그치?


망할 이탈리아.


이탈리아 와서 가장 짜증났던 일 하나만 말하라고 하면 신발이 젖은걸 얘기하겠음.





피사의 사탑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많이 기울어져 있어서 깜짝 놀란다.


이게 어떻게 서있을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피사의 사탑은 지을 당시부터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했으나,


쿨한 이탈리아인들답게 그냥 끝까지 공사를 강행한 나머지,


결국 삐뚤어진 채로 종탑이 완성되버렸다.


허나 관광지로는 인기 대만점이었으므로 그걸로 위안 삼을까 했지만...


이게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해서, 이러다간 콜로세움에 버금가는 관광지 하나 잃겠구나.. 싶은 이탈리아 정부의 노력에 의해,


1990년부터 신나게 보수작업을 한 결과, 지금은 더이상 기울어지지 않고 저렇게 멈춰 섰단다.



최종으로 기울어진 각도는 5.5도정도 된다 한다.


처음엔 이게 점점 기울어지니까 이탈리아에서는 세계 각국의 건축전문가들에게 SOS를 보냈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해법을 찾다가, 결국 다른 쪽의 땅을 깍아버렸다는 얘기가 있다...;;;


뭐 약품을 주입해서 땅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보고 별걸 다 생각해봤다던데...


여하튼 그렇게 10년동안 보수작업을 거쳐 2001년에 다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건 피사 대성당의 후면부 모습인데, 피사의 사탑만 아니었으면 관광지의 메인으로 자리잡았을 곳이다.


다른 곳들은 전부 메인이 대성당이고 종탑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한데,


이곳은 종탑이 메인이고, 대성당이 장식품에 불과하다.



피사의 사탑은 돈만 내면 꼭대기까지 올라가볼수도 있는데, 입장료도 무지하게 쎈데다가,


40분에 30명씩인가밖에 입장을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지금 같은 비수기야 맘만 먹으면 올라가겠지만, 성수기때는 거의 포기하는게 낫지 싶다.





아래쪽을 찍으면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기울어진 거에 너무 초첨이 맞춰져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꽤 예쁜 종탑이다.


전부 대리석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제대로만 서있었으면 이름값좀 했을 놈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짓는 도중에 기울어졌는데 왜 끝까지 강행했을까... 라는 질문은 직접 보면 답이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종탑을 중간에 포기해버릴수는 없었겠지.





난 항상 피사의 사탑 사진을 볼때마다 밑부분이 궁금했다.


그럼 밑은 땅으로 파고 들어가 있는건지, 아니면 뭐 반대편이 떠버린건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이런식으로 생겨있었다.


보수작업을 통해서 이렇게 만든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생긴건진 모르겠으나,


생각외로 깔끔하게 기울어져서 놀랬다.



이날도 비가 좀 왔는데, 비가 전부 반대편에 고여 있을 정도로 기울어짐의 정도가 심했다.





피사의 사탑의 전체 무게는 14000톤이 넘는다.


게다가 높이는 55미터에 이름..


이렇게 거대한 건축물이 이정도로 기울어졌는데도 안 쓰러지는걸 보면 신기하다.


왠지 꼭대기에 올라가서 쿵쿵 거리면 쓰러져 버릴거 같은데...



그리고 피사의 사탑에는 또 한가지 비밀이 있는데...


완전히 다 기울어진건 아니다.


그게 뭔 소리냐면, 이게 짓다가 기울어진거라서... 자꾸 수평을 맞출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좀 이해가 되는데...





잘 보면 피사의 사탑 자체가 정확한 일직선이 아니다.


약간 바나나처럼 휜것처럼 보이는데, (잘 안 보이면 자라도 대고 보면 느껴짐)


이게 짓는 도중에 기울어진것을 깨닫고는, 계속해서 보수작업을 하면서 쌓아올린거라,


처음에는 일직선이다가... 그 다음에는 기울어진쪽을 좀더 길게 만들어서 상층부는 수평을 맞췄다.


그러다가 또 기울어지니까... 그 다음에 세우는 층은 더 비대칭으로 만들어서 어쨌든 상층부는 수평을 맞추고...


이런식으로 만든거다.


이렇게 총 3차례에 걸쳐서 조정을 했다던데.... 그렇게 억지로라도 완공했을 당시에는 최상층부는 거의 수평이었다.


허나 오랜 세월동안 계속해서 지반이 침하했고, 지금처럼 되버린거임.





그래서 멀리서 꼭대기만 바라보면, 생각보다 온전한 모습의 피사의 사탑을 볼 수 있다.


이건 기울어진쪽이 아니라서 거의 정상처럼 보이지만,


여하튼 이 탑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에 눈물이 다 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하나님을 위해 종탑을 짓다가 이게 기울어지면,


하늘이 노했다고 생각되서 그냥 버리고 다시 짓는게 맞는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보다 많이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다 본 다음에 향한 곳은 피사에 있는 대형마트.


피사의 사탑 말고는 딱히 볼게 없는지라, 금방 관광이 끝나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대형마트에 들어갔다.


고기를 하도 많이 구워먹어서 그런지, 부탄가스도 새로 사야되고...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리고 바로 옆 Coop에 있던 아이스크림 코너...


우리가 어제 피렌체 대성당 앞에서 3유로를 주고 먹었던 것보다 더 큰 사이즈의 아이스크림이


달랑 2유료인가 2.5유로였다.


엉엉..... 역시 관광지에서 뭐 사먹으면 언제나 덤탱이다.



근데 사람이 좀 간사한게, 둘다 느끼기에 왠지 어제 먹은 아이스크림이 좀더 맛있었다.





그렇게 다시 피렌체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관계로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야경을 보러 나가기로 함.


오늘도 그냥 고기를 구워먹을까 했지만, 이틀 연속 고기를 구워먹는건


올바른 배낭여행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되서 보류했다.



피렌체는 특별히 야경이 예쁜 도시는 아니라서 별 기대는 안했는데,


진짜 별 기대 안하는게 맞는거 같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 같은 야경은 없음...


하지만 오래된 도시답게 은은하게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결코 부다페스트 못지 않았다.





강 이름도 모르지만, 여하튼 피렌체를 관통하던 이 더러운 강도 밤이 되니 아름다워 보였다.


낮에는 바닥도 안 보일정도로 더러웠는데.... 밤에 보니 아름답다.




이렇게 피렌체도 슬슬 끝나간다.


이제 남은 곳이라곤, 이탈리아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하는 그곳. 수상도시 베네치아.


이탈리아 북부쪽으로 점점 올라가니, 생각외로 이탈리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남부에서는 정말 하루라도 빨리 스위스로 도망치고 싶었는데...


여하튼 이제 내일이면 피렌체를 떠나 베네치아로 향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