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뎃의 집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대로변에 있는 집인지라 아침 8시만 되면 차들의 경적 소리에 바로 잠을 깬다.

 

어제 오뎃에서 집안 사용 설명을 받은 진희가 아침을 차려줬다.

 

 

   

 

어제 오뎃이 집에 오면서 장을 봐줬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사다주셨다.

 

빵이랑 우유 같은 경우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사주셨다.

 

딱딱한 빵, 밀가루빵, 호밀빵, 그냥 우유, 뭔가 맛이 다른 우유 등등등

 

 

   

 

그렇게 푸짐한 아침을 먹고 우리는 센트로로 향했다.

 

1년만에 다시 탄 택시의 요즘체계는 여전했다.

 

미터기에 찍힌 숫자만큼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테이블을 이용하여 미터기 숫자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면 된다.

 

거기에 추가 요금이 붙는데,

 

밤 8시 이후에는 +얼마, 공항까지 가면 +3400페소 등등의 추가요금이 붙는다.

 

우리가 밖으로 나온 5월 1일은 전세계 노동절이라서 휴일 추가요금이 붙었다.

 

 

   

 

우리 나라 노동절 때 밖을 안 나가봐서 그런지 색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바로 노동절 기념 시가지 행진이다.

 

택시기사가 센트로로 못 들어간다고 좀 멀리서 세워주고는 뭐라고 설명해줬지만, 우리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이 형은 오리지널 한국인이므로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른다.

 

 

   

 

그냥 기념 행진인줄 알고 구경하는데, 점점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더니 복면을 쓴 시위대도 등장한다… 헐… 뭐지.. 페스티벌이 아닌가 데모인가..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댔다.

 

잠시 후 각목을 든 시위대도 등장한다.. 뭐지… 우리는 광주에 온건가.. 시위대가 우리를 원숭이 보듯 쳐다본다..

 

방송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더니 스페인어 할 줄 아냐고 묻는다… 뭔가 인터뷰를 시도 하는거 같다.

 

하지만 우리는 "노 아블로 에스빠뇰". 우리는 스페인어 못한다고 말했더니 바로 가버린다..

 

복면에 각목이라… 우리의 간은 그리 크지 않았으므로 바로 카메라를 집어넣고 우리의 목적지. 보테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콜롬비아가 배출한 유명한 화가. 모든 사물을 뚱뚱하게 그리기로 유명한 보테로.

 

근데 이 날은 공휴일이라 미술관 문을 닫았다….. 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휴일을 칼같이 지키다니... 돈을 벌겠다는거여 말겠다는거여...

 

 

   

 

어쩔 수 없이 보테로 미술관 앞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리카르도에게 전화가 온다.

 

에두아르도(리카르도 형) 식구가 우리에게 점심을 대접하겠다면서 지금 자기네 집으로 택시타고 오란다.

 

센트로가 봉쇄되어 이리저리 해매다가 겨우 택시를 타고 리카르도 집으로 향했다.

 

5월의 콜롬비아는 겨울이란다. (사실 콜롬비아는 1년 내내 똑 같은 계절이지만 겨울에는 비가 좀 자주 온단다…)

 

비가 부슬부슬 온다..

 

아. 눈물이 다 난다.

 

 

   

 

저번에 왔을 때 내가 묵었던 리카르도의 방은 사무실로 변해있었다.

 

현재 리카르도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인도네시아와 무역을 준비 중이란다.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씩 동업자인 친구와 함께 어떤 물품을 수입하고 수출할지 아이디어 회의를 한단다.

 

그래서인지 사무실에는 인도네시아 관련 서류, 물품이 많이 있었다.

 

 

   

 

1년 전 불고기를 만들고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에두아르도의 집이다.

 

그때 잠시나마 콜롬비아에 한국 음식점을 차리는 것을 생각해보았으나,

 

본인의 할머님을 모셔오기에는 콜롬비아까지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서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한달 전쯤 결혼한 에두아르도(1년 전에는 그냥 동거중이었음. 약혼이었나…)의 결혼식 사진도 보고,

 

우리나라 결혼식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에두아르도는 사업이 잘 되서 그런지 집이 더욱 럭셔리 해졌으며 들어본 바로는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갔다왔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했단다.. 총 1달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단다..

 

에두아르도와 동갑인 진희는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의 신혼여행은 1년이므로 우리가 이겼음. 정신승리 중.

 

 

   

 

뒤에 더욱 젊어진 에두아르도가 보인다.

 

오뎃도 그렇고 에두아르도도 그렇고 1년 전보다 더욱 젊어진 거 같다.

 

에두아르도 침대 옆에는 1년 전 내가 선물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셋트가 놓여져 있다.

 

비록 메이드 인 짱깨 제품이지만 뿌듯하다.

 

 

   

 

보고타 외곽까지 차를 몰고 나가서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 맛집이었다.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바로 한명 내려서 줄 서있고 나머지가 주차하고 뛰어왔겠지만,

 

얘네는 라틴이니까, 그냥 천천히 주차하고 천천히 다른 차 기다리고 천천히 가서 천천히 느긋하게 기다린다.

 

아오 속터져.

 

 

   

 

뭘 파는지도 잘 모르는 식당이라 에두아르도와 식구들이 메뉴를 정해준다.

 

왼쪽부터 에두아르도, 이름 모를 청년(에두아르도 부인인 죠한나의 남동생), 그리고 죠한나.

 

 

   

 

그리고 오른쪽부터 오뎃, 그리고 리카르도의 새로운 여자친구인 리한나 이다.

 

디한나인지 리한나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대충 얼버무리면서 부르면 된다.

 

리한나는 무슨 산업관리자? 뭐 그런거라는데 자차 보유자다… 그것도 외제차… 뿌잉뿌잉.

 

(이 글 올릴때쯤 안 사실인데 리한나가 아니라 디안나 란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랑 똑같은 이름임.)


 

   

 

이 가게의 시스템은 대략, 메뉴를 정해 왼쪽에서 주문하고 오른쪽에서 받는 시스템이다.

 

각종 고기를 파는 음식점이었다. 말 그대로 그냥 고기만 판다.

 

샐러드나 뭐 사이드메뉴 이런 거 없다. 순수 고기만 판다.

 

 

   

 

소, 돼지, 닭, 플라타노(바나나 비스무리한거), 아레빠(옥수수 빵), 노란감자(콜롬비아에서만 맛 볼수 있단다) 등을 저렇게 바로 구워서 준다.

 

우리나라 순대와 똑 같은 음식도 있었고, 곱창도 구워서 준다.

 

 

   

 

그러면 저렇게 말도 안되는 메뉴가 탄생한다.

 

보면 알겠지만 죄다 고기다. 고기가 아닌거라고는 옥수수와 감자, 아레빠 뿐…

 

소스도 별거 없다. 저걸 그냥 손으로 집어서 먹는다.

 

정말 엄청나게 많이 시키고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 난 이래서 콜롬비아가 좋다. 고기가 고기가 아니다. 질리게 먹을 수 있다.

 

 

   

 

그렇게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고기를 먹었다.

 

나와 진희는 계속해서 "무이 제뇨"(너무 배 불러요.)를 외쳤으나, 오뎃은 말했다. "노".. 뭐가 아니라는거여.. 내가 배 부르다는데…

 

군대 100일 휴가 복귀 날 아침 내키지 않았지만 어거지로 먹었던 짜장탕수육 셋트가 생각난다.

 

콜롬비아나(콜롬비아 음료수)+맥주로 만든 음료수를 마시고 고기를 먹고 다시 음료수 마시고 고기 먹고 무한 반복.

 

그리고는 우리를 위해 전망이 좋은 술집으로 향했다.

 

 

   

 

뒤로 보이는 게 보고타 시내다.

 

콜롬비아 친구를 둔 덕분에 콜롬비아에서는 여행자로써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들을 다 해본다.

 

고급 음식점도 가보고 이렇게 차타고 나가야 하는 로컬 맛집도 가보고…

 

게다가 진희가 스페인어를 조금 공부해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다들 좋아한다. 다행이다.

 

물론 진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술집이지만 다들 차를 가지고 온 관계로, 간단하게 커피,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을 먹는다.

 

후식을 먹으면서 내가 진희에게 만들어 준 동영상(1년 전 콜롬비아에 녹화 해 간, 파울로, 리카르도, 리나, 오뎃의 영상)을 보여줬다.

 

물론 리카르도의 전 여친이 나오는 관계로 리카르도의 새여친이 없을 때 빠르게 보여줬다.

 

 

 

 

그렇게 다들 열심히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하고나서 이 자리에서 헤어졌다.

 

다들 진희를 좋아했고, 진희 또한 그들을 좋아했다.

 

콜롬비아에 와서는 이방인이 아닌 손님이 되는 기분이다.

 

언제나 기분 좋고 언제나 즐겁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