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발 날이 맑기를 기도하면서 아침에 눈을 떴는데,


망할. 세상에 신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분명 어제는 화창했던 날씨가 다시 어두워졌다.


우린 안될거야. 우린 글렀어. 우린 텄어. 안될놈은 뭘해도 안되는거야.


그래도 더이상 부다페스트 구석탱이 숙소에서 애니팡만 하고 있을수는 없기에, 숙소를 나섰다.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오자마자 우리눈에 띈건 정체를 알수 없는 동상.


뭐지 이거... 왜 이런게 지하철역 한가운데 있나...


궁금해서 아무리 둘러봐도 설명문도 없고 뭔지도 모르겠다.


옆에 계시던 헝가리 할머니 한분도 이게 뭔가하고 이곳저곳 흝어보시는걸로 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동상인거 같다만...


여하튼 이게 우리가 헝가리 시내에서 처음 본 장면이다.





내가 부다페스트에 대해서 알아볼때... 가장 먼저 날 사로잡은게 바로 여기... 국회의사당이다.


난 이걸 사진으로 봤을때 당연히 왕궁인줄 알았다.


그리고 첫날 야경을 볼때도 이게 왕궁인줄 알았다. 


낮에 보는 국회의사당은 밤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의 마음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네오고딕인가 고딕인가 뭐 여하튼, 고딕 비스무리한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은 국회의사당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



근데 왜케 사진을 멀리서 찍었냐고 물으신다면,


우리가 갔으니까.


그래서 공사중이었다.





망할 무슨 관광지만 가면 죄다 공사중이야...


공사중이라서 관광객을 일체 받지 않고 있었고,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국회의사당을 왜케 간지나게 지어놨는지 모르겠다.


내가 봤을때는 부다왕궁보다도 더 멋지게 지어놓은거 같다.



참고로, 부다페스트는 부다지역과 페스트지역이 나뉘어진 곳이었는데, 세체니 다리가 놓이면서부터


두개가 합쳐져서 부다페스트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부다지역은 옛날부터 겁나 잘살던 부다왕궁이 있는 동네고, 페스트지역은 옛날엔 버려지다시피 한 동네였었다.


지금도 부다지역은 잘살고, 페스트지역은 좀 못사는 동네다.





하루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국회의사당도 울고.


이건 국회의사당 앞쪽에 있는 박물관인데 뭐하는 곳인지는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다.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이게 좀 안 좋다.


패키지로 왔거나, 짧게 왔다면 눈에 보이는 이런 곳을 전부 다 들어가볼텐데...


그렇게 들어가다보면 예상외로 마음에 들거나 뭔가 배울 수 있을텐데,


장기로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잘 모르는 곳은 아예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 입장료야 뭐 별로 상관 없지만, 체력적인 요인도 그렇고...


왠지 들어가봐도 별거 없을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다 건너뛰게 된다.





대신 배낭여행 하면 이런게 좋음.


여긴 시내 중간에 위치한 재래시장 비스무리한 곳이었는데,


길 찾다가 잘못해서 들어간 곳이다.


비록 소세지, 햄, 치즈 종류만 겁나 많이 팔고 있어서 우리의 이목을 끌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여기 사람들이 뭘 먹고 어디서 사먹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치즈를 파는 재래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고 냄새도 안났다.





부다페스트의 메인거리인 바찌 거리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명동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냥 메인거리면 무조건 우리나라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임)


뭔가 활기찬 분위기를 기대하고 갔는데... 생각해보니 월요일 오전에 활기차봤자 얼마나 활기차겠나...


그냥 장사 준비하는 사람들과 관광객 상대로 물건 판매하는 사람들만 보다 왔다.


중간에, 갑자기 우리를 가로막고는 "한국분임?" 이라고 묻는 삐끼가 있길래 맞다고 그랬더니,


정말 나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오빤 강남 스따일." 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어서 재밌긴 했지만, 그 외의 특이점은 없었음.



싸이 덕분에 어딜가나 강남 스타일이다.


저번엔 어디지... 폴란드였나. 여하튼 밤에 운전하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떼거지의 학생들이,


운전하는 원숭이인 나를 보더니, 갑자기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말춤을 추더라.





헝가리는 옛날에 좀 잘나가던 시절에, 지하철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바로 1863년에 영국 런던에 지어졌고, 그 후로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지하철을 만들 엄두도 못내고 있다가,


30년쯤 지난 1890년에... 드디어 세계 2번째로 헝가리에 지하철이 생겼다.


헝가리 사람들은 이거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해서, 세계 2번째라고 안 부르고 대륙 최초의 지하철이라 부른단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1913년에 만들어진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하철도 엄청 자부심을 갖는데,


헝가리인들은 오죽 하겠나...


세계 2번째로 지어진 지하철이라 그런지, 플랫폼이 엄청나게 짧다. (처음 만들어진 역에 한해서만)


차량칸이 한 3칸? 4칸? 정도밖에 안된다. 거의 트램 수준임.





신나게 지하철을 타고 간곳은, 작은어머님께서 강추하신 그곳. Menza라는 식당이었다.


주변에 레스토랑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만 사람이 바글바글거리는걸 보니 진짜 맛집인가보다.


점심특선메뉴 하나랑 뭔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하나 시켰는데...


저번에 프라하 체코에서 먹었던 그 돼지고기 음식이 나왔다.


엉엉...뭔놈의 나라들이 죄다 지네나라 음식이라고 광고하는거여...





이제 배도 채웠고, 슬슬 오후 일정을 시작하자.


오후에 우리가 가고자 한 곳은, 어부의 요새 + 마챠시 교회다.


어부의 요새는.... 어부가 지켰다고 해서 어부의 요새란다.


진짜임. 농담 아님.



그게 뭐 부다페스트 지역은 민병대가 지켰었는데, 이 요새는 어부 노동조합에서 지켰다고 해서 어부의 요새라고 불린단다.


2차 세계대전때 부분적으로 파괴된걸 지금은 다 복원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중이다.





어부의 요새는. 요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예쁘게 지어졌다.


7개의 망루가 있는데, 이 모든것들이 네오고딕과 네오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는데 그게 뭔데!!!!


여하튼 망루의 지붕이 청동으로 만든것도 아닌 돌로 만든건데, 저렇게 예쁘장하게 만들어놨다.


요새다보니,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장점이 있다.





어부의 요새를 만든 이유가 바로 이 마챠시 성당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썰이 있던데...


여하튼 어부의 요새는 이 마챠시 성당을 둘러싸고 있다.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성당은 성이스트반 성당인데,


우린 이걸 크로아티아에 와서 처음 알았다...ㅡ_ㅡ 저런 성당이 있는지도 몰랐다. 시내에서도 본 기억이 없다.


여하튼 우리 기억에 부다페스트의 성당은 바로 이 마챠시 성당이다.



지붕이 예쁜 성당으로 기억한다.


지금 보이는 알록달록한 지붕은 색칠한게 아니고, 기와 자체를 저렇게 조립해서 만든건데...


나중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가면 더 예쁜 지붕의 성당이 있으니, 아직 놀라지 마시라.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다보는 부다페스트의 전경이다.


쩌어기 앞에 있는 멋드러진 뾰족뾰족한 건물이 바로 국회의사당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부다페스트 야경의 핵심이자 가장 멋진 건물이 아닐까 싶다.


비록 지금은 공사중이라서 못 들어가봤지만, 멀리서 봐도 충분히 아름답다.


저것뿐만 아니고, 강변 대부분의 오래된 건물들이 밤만 되면 멋진 조명을 받기 때문에 


두나강 주변의 야경이 전반적으로 알흠답다.





왼쪽에 보이는게 어부의 요새고, 내가 지금 서있는 곳도 어부의 요새고...


오른쪽은 두나강이고, 위쪽은 어제만 잠시 화창하고 다시 오늘 다시 꾸물꾸물거리는 망할놈의 하늘이다.


우린 여기에 올때, 16번 버스를 타고 왔는데...


당연히 상식적으로 이런 유적지 안쪽으론 버스가 안 들어오는지 알고, 저어기 아래 한참 멀리서 내린 다음에 걸어 올라왔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어부의 요새 내부를 구석구석 다 돌아주더라.


혹시라도 여기 올 사람이 있으시면 16번 버스타고 끝까지 뻐기세요.



 


오른쪽이 마챠시 성당이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석조요새가 어부의 요새다.


멀리서 보면 왕궁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예쁘게 지어놨다.


생각해보니 요새라서 지붕까지 전부 돌로 만든게 아닌가 싶다.


중간중간 경비를 위한 테라스도 있고 망루도 있고.... 그 덕분에 지금은 아주 멋진 전망대로 쓰이고 있다.


사진 왼쪽 아래쪽에 테라스를 지탱하기 위해 돌기둥들이 보이는데...


시멘트도 없이 이런걸 만들어낸게 신기할 따름이다.


참고로 부다페스트의 부다강 주변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젠 뭐 별로 놀랍지도 않다. 내가 갔다하면 무조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어부의 요새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이게 바로 부다왕궁이다.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왕궁 꼭대기에 있는 청동이 벗겨져 있다.


즉, 뭐 대통령이 살거나 그런 용도로 쓰지는 않는다는 말임.


지금은 박물관 2개랑 미술관 1개인가... 여하튼 전시실 용도로만 쓰고 있는데,


그 이유는... 옛날에 몽고족의 침입으로 인해 궁전을 여기로 옮긴 후, 헝가리가 잘 나갈때 르네상스 양식으로 싹다 바꿈.


그러다가 투르크족한테 뚜드려맞으면서 다 뽀개졌다가,


다시 합스부르크 왕가 (옛날엔 얘네가 헝가리도 다스렸음.)가 지금의 형태로 개조해놨단다.


그리고는 또 2차 세계대전때 뽀개진걸 지금도 복구중이란다.



원래 왕이 있을때 복구를 시작했는데, 복구가 거의 완성됐을때쯤에는 왕이 없어지고 대통령 체제로 바뀌는 바람에,


왕궁으로써의 쓸모가 없어져서 박물관 및 미술관 용도로만 쓴다고 함.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제 블로그에 써있는 정보는 99%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었거나 길거리에서 외국어 듣기로 들은 내용이라,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므로, 레포트를 쓰거나 개인적으로 관심이 더 생기시면 따로 찾아보시길 권장하는 바입니다.


참고로 제 외국어영역 영어듣기 수준은 평균 정답률이 60%였음.





그럼 대통령은 어디에 있을까?


부다 왕궁 바로 옆에 조그만한 집이 하나 있는데, 여기가 대통령 집무실이란다.


유리창이 전부 오픈되어 있어서, 안에서 누가 뭘 하는지 훤히 다 보이던데...


쿨한 대통령인가보다.


우리가 갔을때는 운 좋게도 교대식이 진행중이라서, 교대식도 좀 구경하다 왔다.


역시 교대식은 동유럽이 폼나는듯하다.


소련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동작 하나하나가 육군훈련소 조교 수준이다.





이제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고, (이 동네는 오후 5시 이전에 해가 짐. 대충 4시쯤 되면 노을이 지는듯)


우린 노을이 질때의 부다페스트를 감상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본것은 멋진 조명을 받고 있는 마챠시 성당이다.


사진으로 봐도 알겠지만, 비수기라서 보수작업중이라 뭐 완벽하지는 않다만,


여하튼 로맨틱하게 보인다.


신혼여행으로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렇게들 많이 오던데... 꽤 괜찮은 생각인거 같다.





이제 슬슬 포토타임이다.


부다페스트에 왔으면 당연히 야경사진을 찍어야 인지상정.


다들 숨겨두었던 대포만한 카메라와 키만한 삼각대들을 꺼내서 야경을 찍는데 여념이 없다.


허나 원래도 사진을 잘 못 찍는 우리에게 야경 사진은 무리였다.


게다가 한국에서 5천원 주고 사간 미니삼각대는 쓰레기였다.ㅋㅋㅋ


무슨 삼각대가 카메라 무게를 지탱 못하고 자꾸 쓰러지냐능.


결국 멋드러진 야경 사진을 건지지는 못했음.


부다페스트의 야경 사진이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 검색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But, 유명 블로그들의 경우 너무 실제와는 다른 사진들이 주를 이루므로, 대충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보길 권함.)





밤에 바라보는 국회의사당의 모습이다.


실제로 보면 이렇게 밝게 보이지는 않고, 은은하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 모든 걸 내 카메라탓으로 돌리고 싶다만... 다음에 여행올때는 사진 책이라도 한번 읽어보고 와야겠다.


여러분들에게 이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네요.





이건 그 유명한 세체니 다리다.


부다지역이랑 페스트지역을 이어주는 최초의 다리였단다.


저 뒤쪽에 다리 중간에 있는 건 파리 개선문을 모티브로 한 다리 지지대다.


그리고 세체니 다리 양쪽 끝에는 사자가 2마리씩 앉아있는데, 이 사자가 매우 유명한 이유는 혀가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어떤 시민이 혀가 없는걸 우연히 발견해서, 헝가리 사람들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할때,


사자가 울면~ 이라는 표현을 쓴다고도 한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썰에 의하면 이 사자를 조각한 사람이 실수로 혓바닥을 안 만들어서, 그로인해 괴로워하다가


이 다리에서 자살했다는 썰도 있던데, 


이건 좀 뻥인듯.





다리위에서 찍은 부다왕궁의 모습이다.


실제 부다왕궁도 저렇게 밝지는 않고, 그냥 은은하게 불빛이 비추는 정도다.


그리고 저 왼쪽 멀리 산위에 밝은 부분이 있는데, 저기가 어제 본 겔레르트 언덕이다.


개인적으로 겔레르트 언덕에서 본 야경보다는, 어부의 요새에서 본 야경이 더 멋졌다.


왜냐믄 난 국회의사당을 좋아하니까요.ㅋ





도시 곳곳에 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대부분 이렇게 멋진 조명시설을 가지고 있어서,


도시의 멋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헝가리는 생각보다 안전해보여서 밤에 돌아다녀도 별 문제가 없었다.


뭐.. 남미여행 하다 온 마당에, 유럽이 위험하다 그래도 얼마나 위험하겠냐 싶다.


소매치기 정도만 조심하면 될거 같다.


요즘 전반적으로 극우주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렇게 대도시의 관광지역은 아직 안전한 모양이다.





트램 기다리면서 찍은 세체니 다리다.


세체니 다리 왼쪽 끝으로는 멀리 어부의 요새다 보인다.


어부의 요새로 이어지는 산중턱에 가로등이 쭉 켜져 있는게 보이는데, 


저건 옛날에 발파라이소에서 봤던 아센소르 비스무리한, 그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다.


홍콩에도 있다 하던데, 난 안 가봐서 모르겠음요.


지금 앞에 보이는 차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는 차들이다.





그렇게 부다페스트 투어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요상한 플래시몹.


다들 귀에 헤드폰을 끼고 지네들끼리 무슨 율동을 추고 있었는데...


뭔가 싶어서 한장 찍어왔다.


방송국 카메라까지 와서 찍는걸 보니 재미있는 플래시몹인거 같은데, 


괜히 가까이 있다간 외국인이라고 강제참여 당할꺼 같아서 후딱 집으로 왔다.




지금까지 헝가리하면 왠지 집시만 생각나고, 다들 파트라슈가 끌고 다니던 그 양철로 된 우유통 같은거 들고다니면서,


앞치마랑 두건 같은거 두르고 과일 팔고 다니는 그런 분위기일꺼라 생각했는데,


직접 와보니 뭐...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낮에도 아름답고 밤에는 더 아름다운 도시였다.


비록 관광하기에는 체코 프라하보다 어렵지만, 야경 하나만큼은 프라하보다 낫다는게 우리의 결론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