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아침을 맞이하며, 우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영어로는 비엔나고, 독일어로는 빈 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서 빈이랑 비엔나랑 같은 도시임.


오스트리아는 독일 옆에 있는데다 독일이랑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관계로,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다.


검색할때 빈이라고 치면 자꾸 미스터 빈이랑 헷갈리므로, 난 비엔나라고 적겠다.





체코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


어제 사온 요구르트를 뜯었다. 여행 다닐때 요구르트는 필수품목이다.


원활한... 그.. 그 뭐냐... 여하튼 그런거 있어. 필수적인거.


여하튼 그걸 하기 위해서 요구르트는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되는데...


망할 요구르트가 날 낚았다.


분명 겉껍데기에 커피콩이 그려져 있어서, 커피맛인줄 알고 샀는데... 완전 플레인 요구르트다.


먹자마자 시큼한 맛이 날 덮친다...


엉엉... 저번에 어디야. 발틱3국에서 낚였던 그 우유랑 똑같은건줄 알고 그냥 쳐묵쳐묵 하고 있는데...


가장 밑바닥에...


응축된 커피 원액이 보인다...;;; 먹기 전에 이걸 잘 섞어 먹어야 되는 거였나 보다...


결국 난 그냥 플레인 요구르트만 먹고 커피 원액은 버렸음.





체코에서 오스트리아 가는 길은 별로 멀지 않다.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체코랑 가깝게 있는 덕분에, 쉽게 갈 수 있었다.


허나 문제는. 우리는 체코 비넷이 없다는 것.


비넷이 뭐냐면.


고속도로 통행증이랑 똑같은거다. 우리나라는 톨게이트에서 표 받아서 나갈때 계산하는 방식인데,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등... 몇몇 나라에서는 비넷이라는 걸 이용한다.


이건 무제한 고속도로 이용권이랑 똑같다.


비넷을 사서 차 앞유리에 부착하거나, (혹은 그냥 전산망에 등록하거나) 하면 고속도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루짜리부터 한달짜리까지... 나라마다 모두 다름.



여하튼 우린 돈 아까워서 체코 비넷을 안 산 관계로, 이렇게 마을마을을 이어주는 국도만 타고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함정단속으로 유명한 체코라서 매우매우 긴장하면서 운전했는데도...


내 생각에는 과속으로 3번정도 찍힌듯.


딱지 날라가면 우리누나가 잘 처리해줄거라 믿는다.





그렇게 국도를 타고 신나게 오스트리아로 향하는데... 망할 안개가 날 덮친다.


가시거리가 10미터쯤 되는듯한 안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엉엉.. 저기 가운데 차선이 흰색 점선이라 일방통행처럼 보이지만, 이건 엄연히 양방향 통행임. 저게 중앙선임.


여하튼 코너 꺽을때마다 갑자기 나타나는 헤드라이트때문에 시껍한게 한두번이 아님.


스위스도 아닌것이 왜케 날씨 변덕이 심한지 모르겠다.





요즘 동유럽은 단풍이 한창이다.


우리나라 단풍나무처럼 빨간나무가 없어서 멋이 좀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꽤나 볼만한 단풍이 들었다.


덕분에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수기에 여행하는것도 성수기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다.





드디어 비엔나 도착.


비엔나는 숙박비가 겁나 비싼 관계로, 오랜만에 도미토리를 잡았다.


왜 캠핑 안하냐고. 초심을 잃어버린거냐고. 나약한 사람, 배낭여행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지 마라.


진짜 겁나 춥다.


체코 프라하부터 오스트리아까지... 진짜 무진장 춥다.


그래서 캠핑을 하고 싶어도, 모든 캠핑장이 문을 닫아서 캠핑을 할수가 없다...


우리도 야외에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그냥 맘 편하게 싸게싸게 캠핑하고 싶다.


근데 그럴수가 없어서 도미토리 잡은거임.ㅠㅠ 엉엉...



여하튼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비엔나 시내로 나왔다.


지금 보이는건 비엔나의 상징. 성 슈테판 성당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하지만, 잘 보면 50%가 보수작업중이다....ㅡ_ㅡ


뭐 어쩌겠어... 비수기에 여행 온 내 탓이지.ㅠ





성 슈테판 성당은 원래 있던 두개의 성당 유적지 위에다가 지은거란다.


비엔나의 중앙에 있는데다, 오스트리아의 중요한 역사마다 산 증인의 역할을 해왔다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고,


여하튼 직접 보면 매우 웅장하고, 딱 봐도 '저는 고딕양식입니다요.' 라고 써있는듯하다.


이제 고딕양식정도는 딱 보면 알게 됐으니, 이정도면 유럽여행의 절반은 했다고 본다.



또한 특이한점은,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점.


보통 성당은 좌우대칭이라서 앞뒤좌우가 분명한데, 여기는 희한하게 지어져서,


어디가 앞인지 어디가 옆인지 잘 모르겠음.





이건 성 슈테판 성당 내부인데, 사진 찍을 당시에는 미사 중이라서,


안쪽까지는 들어갈 수 없고, 멀리서 사진만 찍을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은 관광객들이 전부 사진기를 들고 서있는 곳이고,


쇠창살로 가로막혀 있는 저 반대편이, 실제 미사를 진행중인 곳이다.



원래 우리는 잘 모르고 저 미사 보는곳으로 직접 가려고 했는데...


경비하시는 분이 우리를 바로 가로막고는... '미사 보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헐... 우리가 미사를 보러 갈수도 있는거잖아? 어떻게 알았지? 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옷차림을 보니 수긍이 갔다.


2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까지... 모든 한국 장기여행자가 선호하는 그 복장.


트래킹화 + 클라이밍바지 + 바람막이 셋트.


거울을 보니 우리는 딱 여행자더라.





대충 요로코롬 멋드러진 성당이다.


그리고 비엔나하면 딱  떠오르는 그거. 오스트리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거.


바로 음악이다.


모짜르트, 슈베르트, 베토벤(독일 사람이지만 거의 비엔나에서 생활함), 스트라우스, 하이든 등등...


물론 뭐 이 사람들이 뭘 작곡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학창시절에 겁나 쉽기로 유명한 4지선다 음악시험에 무조건 나오는 그 이름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들은 전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뭔가 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비엔나 시내 곳곳에는 위의 사진처럼 모짜르트 복장을 하고 콘서트 티켓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저렇게 삐끼들이 파는 표도 뭐 나쁘지 않다는 평이지만,


우리는 이왕 볼거, 제대로 된걸로 보자는 마음으로 국립 오페라 하우스로 향했다.





여기가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다.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라는데, (사실 이건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다만, 정하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말하기 좀 그렇다..)


매일밤 엄청난 퀄리티의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 + 현지인들이 언제나 이곳에서의 공연관람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좌석은 2~3개월전에 이미 매진이고, 입석을 사기 위해서는 최소 2시간 이전부터는 줄을 서야만 한다.


우리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반 전부터 줄을 서있었음.



허나, 이날의 공연은 우리가 봐도 뭔지 모르는 공연이라서,


그냥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왜냐면 내일 하는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표임.ㅋㅋㅋ


오페라 하우스에는 매일매일 레파토리가 바뀌는데 발레, 오페라 등등이 돌아가면서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인데다, 발레는 대사도 없어서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다.





여기는 뭐냐... 비엔나의 국회의사당인거 같다.


아테네 신전을 본떠서 만든데다가, 앞에 있는 석상도 아테네의 상징.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다.


그냥 지하철 타러 가면서 얼핏 본거라 사진만 한장 달랑 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뭔가 으리으리한 건물이 나타났다.


오... 뭔가 싶어서 들어갔는데, 아까 본 국립 오페라 하우스랑은 다른,


왕립 극장이란다.


흠... 뭔가 국립보다는 왕립이 더 간지나보이고, 좀 더 품격 있어 보인다.


그래서 들어가서 표를 사볼까 했는데, 전부 현지인들만 서있는게 아닌가...


혹시 몰라서 안내원한테 여기 뭐하는데냐고 물어봤는데,


"오늘은 어쩌구저쩌구의 연극을 합니다, 근데 독일어로만 함.ㅋ 번역서비스 없음요."


그래서 바로 포기하고 지하철 타러 갔다.


국립 오페라 하우스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는데... 왕립 극장은 현지인들만 찾는듯 싶다.





그렇게 내일 국립 오페라 하우스를 기대하며 먹은 저녁.


이름도 기억 안나지만, 여하튼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식당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음식은, 체코에서 지네음식이라고 우겨서 한번 먹어본... 슈니첼이라는 치킨까스다.


근데 알고보니 오스트리아도 지네 음식이라고 우기고 있었음.


그리고 저 멀리 있는건 도합 50cm는 넘어보이는 등갈비다.


마지막으로 왼쪽에 있는건 맥주임.ㅋㅋㅋ




이렇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하자마자 왠만한 시내구경은 다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비엔나에 와서 하고 싶은거라곤 오로지 하나.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봤던것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것 같아서, 무조건 오케스트라를 보기로 했다.


물론 3시간 넘게 서서 봐야하는 입석표지만, 그래도 음악은 귀로 듣는거니까 별 문제 없겠지 뭐.


(좌석은 2~3달 전에 매진되는게 문제가 아니라, 가격 자체가 몇십만원에 이를만큼 비쌈.)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