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딘지도 모를 시내 구석탱이에 위치한 호텔을 빙자한 모텔방에서 눈을 떴다.


망할. 밤새도록 동네 양아치들이 요 앞 길거리에서,


드리프트도 하고 시끄럽게 오토바이도 타고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시끄러워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우리 차 털어갈까봐 걱정되서....





우리가 브로츠와프에서 묵은 호텔 오르비타.


아침도 주고 객실도 그리 나쁘지 않지만, 위치가 나쁨.


차 없는 사람은 꺼지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어차피 하루만 묵고 떠날거라서 묵었지만,


2박 이상 할 사람이라면 안 가는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은 숙소다.





이제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의 시내를 구경해 볼 차례다.


브로츠와프는 폴란드에서 왼쪽아래쯤에 위치한 좀 큰 도시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체코 프라하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길래 그냥 한번 들러봤다.


사실 난 여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여기 가는지도 전날 알았다.


그냥 진희가 브로츠와프 가야된다고 네비에 찍으라고 하길래 예예~ 하면서 그냥 차를 몰았다.


결론은 브로츠와프는 바르샤바보다 알흠다운 그런 도시다.





브로츠와프는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듯한 그런 도시다.


그도 그럴것이 전쟁때 초토화가 된 이후에, 전부 복원시켜 놓은거라 한다.


원래 오래된 건물들은 겉은 멋있으나, 오래된 때가 타고 뭔가 파손된 흔적들이 많기 마련인데,


브로츠와프의 오래된 건물(이라 쓰고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는이라 읽는다.)들은 전부 깔끔하다.


페인트칠도 새로 한거 같고, 창문 샷시도 우리집 샷시보다 더 좋은걸 쓰고 있었다.





이건 브로츠와프의 명물. 난쟁이들이다.


이렇게 생긴 난쟁이 동상이 도시 곳곳에 160개가 흩어져 있다...;;;


원래 5개만 만들어놨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서 한두개씩 늘리다보니 지금은 160개가 도시에 포진해있고,


정확한 위치는 인포메이션 센터도 모른다.


그냥 도시를 돌아다닐때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주변을 살피다보면 한두개씩 발견하게 된다.





대략 브로츠와프의 메인 광장이다.


오른쪽은 뭔가 증축에 증축을 거듭한 것으로 보이는 성당.


잘 보면 성당 가장 오른쪽 부분의 벽돌색이 다른데, 저건 다른 건물이 아니고 그냥 성당을 증축시켜 놓은거다.


뭐 저리 성의 없이 벽돌색 하나 안 맞추고 증축했나 싶기도 하지만...


뭐 어때. 여긴 유럽인데.


아... 유럽이구나. 남미였으면 이해가 될텐데, 왜 유럽에서 저렇게 엉성하게 해놨는지 모르겠네.





우리가 브로츠와프를 찾은 이날은, 날씨가 매우 좋아서 관광하기도 매우 좋았다.


물론 매우 춥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선 전혀 예상치 못한 도시였는데, 바르샤바보다 멋져보였다.



여행하다보면 남들 다 가는 곳에 가는게 가장 안전빵이라는 걸 언제나 깨닫는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곳엔 다 이유가 있어서 많이 가는거고,


많이 안 가는 곳엔 다 이유가 있으니까 많이 안 가는거다.


무슨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아닌데 가이드북에도 없는, 인터넷에도 정보 하나 없는 그런곳에 가면,


마치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정릉1동 로타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듯한...


그런 왜 왔는지도 모를 그런 곳에 가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중에 예쁜 곳을 발견하게 되면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유럽의 경우, 왠만한 유명 관광지가 유레일패스에 맞춰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차로 돌아다니다보면 예상외로 예쁜 도시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 곳중에 하나가, 처음 독일에서 캠핑장을 찾을때 본 마을인데, 에버랜드랑 똑같이 생겼음. 이름 모름.)





성당이다.


유럽에 와서 본 성당만 해도 길음뉴타운 래미안아파트 동수만큼은 되는거 같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카톨릭 성당도 있었을테고, 러시아정교회꺼도 있고, 뭐 기독교 교회도 있었을테고 하겠지만...


여하튼 내 눈엔 죄다 십자가 달려있는 성당이다.


들어가보면.... 종교에 무지한 내가 보기에는 그저 천장이 높고 창문이 예쁜 그런 건물일뿐.


뭐 유네스코가 지정한 보물이라도 들어있지 않는한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허나, 관심 없다고 계속 안보고 지나쳐버리면 평생 관심 없이 살거 같아서,


눈에 띄면 우선 한번 들어가본다.


박물관도, 미술관도... 관심 없다고 안봐버리면 평생 그쪽으론 문외한으로 살거 같아서,


아무것도 몰라도. 르네상스가 뭔지 로코코가 뭔지 고딕이 뭔지 몰라도 그냥 한번 보기는 본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계속 보다보면 언젠간 관심이 생기고 감탄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시내관광을 할때 72%쯤은 저 자세로 관광한다.


지도를 보면서 여기가 어딘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되는지 찾아내는게 내 제1임무.


특히 브로츠와프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제공하는 지도랑 실제 도시랑 잘 안 맞아서 고생했다.





요 건물은 브로츠와프의 상징인 시청 건물이다.


뭔가 볼품 없게 생겼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더 볼품 없게 생겼다.


이렇게 벽면이랑 지붕이랑 첨탑이랑 장식이 따로따로 노는 건물도 처음 본거 같다.


게다가 입구는 가운데 커다랗게 있는것도 아니고, 저기 왼쪽 아래쯤에... 창문인지 문인지 헷갈리는 그게 바로 문이다.


브로츠와프는 전체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깔끔한 도시이기는 하나, 뭔가 하나 특별하게 대단한 게 없는 도시라느 는낌이다.





길을 걷다가 성당 앞에서 발견한 난쟁이다.


160개의 난쟁이를 모두 발견하고 싶지만, 우리는 10개정도를 찾는거에 만족해야했다.


이 난쟁이들은 그냥 뜬금 없이 아무곳에나 위치하고 있다.


가로등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건물 구석에 혼자 있기도 하고...



근데 이거 꽤 좋은 아이디어인거 같다.


이렇게 도시 구석구석에 난쟁이를 만들어놓다보니, 나도 모르게 도시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별거 아닌 난쟁이 동상일뿐이지만,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놓은 이들을 발견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특별한거 없이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봐야 예쁜 도시인만큼,


구석구석 잘 보라는 브로츠와프시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나중에 시간 많은 사람은 160개를 모두 찾아보기 바란다.





그리고 브로츠와프시에는 한국인이 많이 살기로 유명하다.


LG랑 삼성이 이 도시에 꽤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여기 공장이 있다고 그러는것도 같고...


여하튼 그러다보니 왠만한 동유럽 주재원들은 전부 여기 와서 지내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 한글이 많이 눈에 띈다.


유럽 자체가 한국인이 워낙 많아서 한글이 자주 눈에 띄긴 하지만, 브로츠와프 시에서는 유난이 더 눈에 띈거 같다.


그리고 딱 봐도 관광객이 아닌, 주재원이다!!! 하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주재원인지 관광객인지 알수 있는 방법은.


우선 대략 30대로 보이는 남자들 4~5명이 아무런 가방도 없이 여행하기에는 부적합한 기지바지등의 옷을 입고,


담배를 피워대며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시면,


그건 99% 확률로 주재원이다.





이제 슬슬 이렇게 생긴 예쁘장한 집들도 질리는걸 보니,


뭔가 색다른걸 찾아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이런 부류의 집들을 봤을때는 너무 예쁘다고 생각하고 셔터를 마구 눌러댔었는데..


여러 나라를 지나치면서 본 결과.


그냥 북유럽이랑 동유럽쪽 집들이 다 이렇게 생긴 모양이다.





이제 시내구경은 모두 끝마쳤고...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성당 하나를 보러 가기로 했다.


브로츠와프는 시내가 있고, 그 시내에서 강을 건너가면 성당 6개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 있다.


시내를 걸어서 한바퀴 둘러보고는... 강을 건너가려고 했으나, 생각외로 거리가 좀 되서..


갈까 말까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눈에 딱 띄는... 가장 높은 첨탑을 가지고 있는 성당 하나만 가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된게 바로 이 성당임.ㅋ


독일이 죄다 부숴버린 관계로, 열심히 복원한 것으로 보이는 이 성당의 특징은 좌우 첨탑의 모양이 다르다..;;


복원 하다가 그냥 귀찮아서 대충 땜빵했는지 모르겠다만, 여하튼 원래 모습은 좌우가 대칭인 모습이다.





이 성당 내부에는 스테인글라스가 매우 아름답고 컸다.


내가 지금까지 본것중에 가장 아름답고 크길래 유럽 최고의 스테인 글라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유럽은 크고 위대하고 알흠다운 곳 투성이었다.


정확히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체코 프라하 성 비타 성당에서 본 스테인글라스는 더욱 놀라웠다.


근데 분명히 나중에 가보면 더 놀라운 스테인글라스가 나타나겠지.





이제 폴란드를 뒤로 하고 체코로 넘어갈 시간이다.


간혹 더럽게 불친절한 러시아인처럼 생긴 폴란드 애들이 몇몇 있었고,


여행하면서 가장 빡쳤던 기억인 폴란드에서 빵꾸 터진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사람들도 친절하고, 물가도 납득할만한 수준이고, 이래저래 즐거웠던 나라다.



허나... 우리가 지금 향하고 있는 체코는.


진희가 말하길, 유럽계의 볼리비아라고 했던가...


다른건 다 필요없고... 우선 독일만큼 맛난 맥주가 물보다 싼곳.


이 한 문장으로 모든게 다 표현되지 않나 싶다.


우리는 지금 들떠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