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0-Poland2012. 10. 30. 06:24

예기치 못하게 암스테르담에서 1박을 한 다음날,


제발 하루만 더 연착되라 라는 나의 간절한 바램을 뒤로 한채 비행기는 이륙해버렸다.


그렇게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장기주차를 해놓은 주차장에 전화를 걸었다.


"저 손님인데요. 어젯밤에 비행기 연착되서 오늘 도착한다고 한...."


"FAV#@#TGFAVSRT@#TGAR"


"넴?.... 잉글리쉬? 잉글리쉬? 노? 노?"


"%@$#T#QH#GRTG@G"


.... 주인장 어디갔냐고도 못 물어보겠다. 거기가 주차장 맞냐고도 못 물어보겠다.



2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도 자꾸 폴란드말로 뭐라 그런다. 공중전화라고 바디 랭귀지도 못하고... 미치겄네.


결국 공항에 있던 인포메이션 직원을 불러서 통역을 부탁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주차장과 연락을 마치고는 우리는 2주간 외로웠을 우리의 르노 씨닉을 데리러 갔다.





여기가 내가 2주간 차량을 주차시켜 놓은 장기주차장이다.


다른 곳에 비해서 가격도 저렴하고, 주인장이 매우 유쾌하고 친절하다.


딱 봐도 소싯적에 동네에서 양아치 짓좀 했을것 같은 친구지만, 여하튼 지금은 친절한 주인장이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장기 주차하는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만,


여하튼 우리처럼 폴란드말로 검색하느라 진 빼지 말라고 명함을 올려둔다.





폴란드 바르샤바는 한국 가기 전에 미리 다 봐놨으므로,


차를 찾자마자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크라크푸라는 도시 근방에 있는데, (기차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크라크푸에서 아우슈비츠로 가야됨)


우리는 어차피 차로 가는거라서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찍고 갔다.


차로 4시간인가 걸리는 거리였는데, 폴란드답게 도로가 엉망이라서 더 오래 걸렸다.





2주만에 돌아온 폴란드는 많이 바껴있었다.


우선 날씨가 상당히 쌀쌀해졌고, 단풍이 절정에 이른 상태였다.


돌아와서도 계속 캠핑을 하려고 했던 우리는 계획을 급변경하여, 그리스로 가기 전까지는 왠만해선 호스텔을 알아보기로 했다.


동유럽의 호스텔은 당일치기로 찾으면 저렴한 곳이 많이 나온다.


가격은 대충 더블룸에 3~5만원 정도...


주차도 되고, 개인욕실에, 간혹 아침도 주는 곳이 많으니까 잘 찾아보면 캠핑장보다 나은거 같기도 하다.




여하튼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고속도로를 타고 신나게 크라크푸로 가고 있는데,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 차도 있는데 굳이 크라크푸로 갈 필요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네비로 아우슈비츠를 찍었더니, 이상한 국도로 안내한다.


난생 처음 와보는 곳인데 별수 있나. 그냥 네비말을 믿고 지옥과 같은 국도를 달리고 또 달렸다.


국도의 특성상 별별 도시를 다 거쳐가기 때문에, 차가 겁나게 밀렸다.


결국 중간에 쳉스토호바 라는... 가이드북에도 없는 도시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도시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와이파이를 찾아 해매다가,


IBIS라는 저가호텔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는 와이파이를 훔쳐서 이름 모를 숙소 하나를 예약했다.



저렴한 숙소인 관계로 당연히 시외곽에 있었는데... 밤 늦은 시간, 외곽으로 향하는 도로는 개판이었다.


이건 뭐 유지보수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여하튼 시간은 늦었고, 시차적응도 안되서 피곤한 나는 신나게 밟아댔다.


진희랑 떠들면서 액셀을 밟고 있는데, 얕은 언덕 하나를 지나다가 갑자기 오른쪽 앞바퀴가 퍽~ 하고 충격을 받았다.


뭐여... 보니까 도로에 구멍이 나있었다.


이런 망할. 뭐 이딴 나라가 다 있어.


하면서 계속 차를 몰고 가는데, 계기판에 뭔가 이상한 표시가 뜬다...;;;


봤더니 오른쪽 앞바퀴가 깜빡거리면서 빵꾸가 났단다.. (요즘 차는 좋다. 지가 알아서 다 알려준다.)


설마... 설마... 차가 이렇게 쉽게 빵꾸남?


난 한국에서도 왠만한 웅덩이는 피하지도 않고 그냥 다 밟고 지나갔었는데,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는데?



흰색으로 깜빡거리던 계기판이 이제는 빨간색으로 깜빡거리면서 당장 멈추란다.


안돼!!! 2km밖에 안 남았단 말야!!!


결국 매우매우 천천히 차를 몰고서 숙소에 차를 세웠다.


내려서 타이어를 보니까... 멀쩡한데? 그냥 타이어에 충격을 받아서 센서가 망가졌나?



자세히 보려고 타이어 가까이 다가가니까 바람 세는 소리가 엄청났다.


푸쉬시시시시~~~~~


시망. 패망. 망했음. 레얄. 망함. 도움!!!!!



사실 1급 자동차 정비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자동차에 대해 아는거라곤 액셀과 브레이크밖에 없는지라,


출국하기 전에 아빠랑 삼촌한테 엔진오일 가는거랑, 썬텐지 붙이는거랑, 혼유사고 났을때 대처법 등등 


이것저것 많이도 물어보고 나왔다.


근데. 빵꾸는 안 물어보고 나왔다. 당연히 그딴일은 나에게 안 일어날거라 생각했기 때문에.ㅋㅋㅋ



스패어타이어를 어떻게 가는지 따위도 몰랐다. 뒤트렁크에 타이어 하나가 있긴 있는데,


그걸 뭔수로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갈수 있긴 있는건지도 몰랐기 때문에,


쿨하게 보험사로 전화 걸었다.


(폴란드에 있어서 가뜩이나 로밍비도 비싼데, 거기서 프랑스로 국제전화를 걸었으니 엄청난 로밍비가 나왔다.)



근데 망할 콜센터 직원이 인도인이다..ㅋㅋㅋ 24시간 콜센터가 인도에 있나보다.


뭔 소린지도 못 알아듣겠고, 저쪽도 내가 뭔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모양이다.


결국 회사 다닐때 인도인이랑 전화회의를 좀 해봐서 인도식 영어가 익숙한 진희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겨우겨우 뭔가 사고접수를 하고는 불안불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