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0-Poland2012. 10. 30. 04:49

동유럽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긴 하지만, 난 항상 동유럽하면 폴란드를 떠올렸다.


왠지 동유럽의 중심에 있는것 같고, 가장 동유럽스러울것 같기도 하고...


허나 많은 여행기들이나 카페를 보면, 폴란드의 바르샤바는 정말 볼거 없는 도시라는 평이 가득했다.


정녕 폴란드는 아우슈비츠만을 보기 위해 가는 나라일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비행기 시간은 남았고, 할게 없고, 한국 가면 빵빵 터지는 인터넷을 하기에는 우리의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에,


우리는 바르샤바 시내 관광을 나섰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시내에서 좀 많이 떨어진 숙소다.


텐트 치고 자는게 아니고, 호스텔이나 호텔을 이용할 때에는 최대한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잡는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가격이 낮고, 어차피 우리는 차가 있으니까 거리는 크게 상관 없으니까요.ㅎㅎ


특히 시내에 있는 숙소들은 주차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 왠만해선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잡는다.


이날도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관광을 해야 했으므로,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사려고 매표소 직원에게 어떻게 사야 되냐고 물었더니,


이 망할 폴란드놈이 겁나 쿨하게 우리를 무시한다.


진상 부린것도 아니고, 그냥 영어 할줄 아냐고 물어보고, 표 어떻게 사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냥 매표소 창구를 닫아버린다.


망할 놈. 저주하겠어.


매표소 밖으로 나와서 어찌어찌해서 기계를 통해서 표를 사서 기차로 입성.





우리가 탔던 폴란드의 기차는 꽤 깔금했다.


여기도 다른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쿨하게 표검사따위는 하지 않는다.


표 없이 탔다가 재수 없으면 벌금 무는거고, 아니면 그냥 공짜로 타는거고...


표를 사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다가,


유럽에서 불시에 표검사를 할때 외국인은 무조건 제1타겟이라는 점을 떠올리고는 표를 샀다.





대충 번화가가 나오는것 같아서 기차에서 내렸다.


건물에서부터 벌써 우리는 동유럽입니다. 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무미건조한 껍데기로 둘러싸인 건물들.


잿빛의 칙칙한 하늘 아래 있는 어두운 색의 건물들.


이게 우리가 처음 느낀 폴란드의 풍경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관광도 별거 없다.


그냥 인포메이션 센터 가서 몇개 물어보면 몇시간 내로 돌수 있는 루트를 알려준다.


우리는 딱히 바르샤바에서 보고 싶은게 없어서, 그냥 가장 메인루트인 왕의길을 따라서 걷기로 했다.


폴란드 왕궁으로부터 신시가지쪽으로 쭉 뻗어나온 왕의 길.


이걸 따라서 걷다보면 양쪽으로, 그리고 양끝으로 멋진 건물들이 나타난다.


지금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대통령 관저였나... 총리 관저였나.. 여하튼 정부 건물이었다.





이렇게 왕의 길을 따라서 쭉 걷다보면 정체는 알수 없으나,


딱 봐도 뭔가 높은 사람들이 사용할것만 같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북유럽과는 다르게 동유럽쪽은 영어를 할줄 아는 시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길 가는 사람한테 저게 뭔 건물이냐고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인터넷에도 서유럽에 비해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대충 예상컨데 뭐 장관이 있는 곳이겠지 뭐.


아님 말고.





엉엉... 여기가 왕의 길 끝부분에 있는 뭔가 넓은 광장인데.


저 오른쪽에 있는 건물 이름은 까먹었다.


대신 왼쪽의 높은 기념비에 대해 말하자면,


폴란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의 동상이란다.


미안. 팜플렛을 한국에 두고 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그냥 분위기만 느껴보자고.ㅋㅋ





바르샤바 관광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그런지, 외곽보다는 건물들도 예쁘고 거리도 깨끗하다.


외곽 지역은 뭔가... 그 티비에서 나오는 외국인만 보이면 때려눕히는 네오나치즘 같이 생긴 애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반면,


중심 지역은 관광객을 위한 정보시설이나 상점등이 많다.


우리가 갔을때는 비수기인데다 동양인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아님 일본인으로 알았나..;;


알다시피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때 독일한테 무지하게 유린당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독일이랑 같이 까불던 일본을 매우 싫어한단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폴란드랑 일본 사이는 별로 좋지 않단다.





바르샤바는 도시 곳곳에 성당이 꽤나 많은데, 그도 그럴것이 폴란드는 전 교황이셨던 요한 바오르 2세의 고향이다.


본인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관계로 이분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대충 공부해 본바는 다음과 같다.


천주교계의 16대 달라이 라마.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써는 455년만의 교황.


역대 교황중 가장 많이 여행을 다닌 분. (평균적으로 100개 이상의 국가를 더 방문하셨단다.)


20세기 교황중 최연소.


역사상 3번째로 가장 오래 교황직에 계셨던 분.


뭔가 어마어마하다잉.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폴란드 곳곳에는 요한 바오르 2세의 사진들이 많이 걸려있다.





이제 여기는 구시가지의 가장 메인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 모를 광장이다.


뭔가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본것과 비슷한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잘 보면 건물들 지붕위로 이상한 다락방들이 한층씩 더 올라가 있는게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뒤편 건물인줄 알았는데, 잘 보니까 지붕의 절반 정도를 저렇게 한층 더 높게 지었더라.


이게 무슨 양식인지, 언제적에 지은건지는 잘 모름.





이제 바르샤바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지 대충 살펴봤으니,


야무지게 점심을 먹을 차례.


캠핑을 안하다보니 밥 먹는게 매우 신경 쓰인다.


캠핑할때는 아침이랑 저녁을 양껏 먹을수 있으니 점심은 간단하게 떼워도 큰 무리가 없었는데,


이제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부실하니 끼니때마다 뭘 먹어야 될지 고민해야 된다.


다행히 유럽 가이드북을 들고 온지라,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바르샤바에서 가장 싼 집으로 향했다.


이건 그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무슨 성벽이다.





낭패라는 단어는 이럴때 쓰는거다.


폴란드 현지음식을 먹을수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인데, 말 그대로 현지식당이다.


관광객에게 폴란드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이 아니고,


그냥 폴란드 사람에게 폴란드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 정도 되는거 같다.



근데 문제는 주인장이 영어를 전혀 못하는데다가, 전혀 친절하지도 않고.


메뉴판은 전부 폴란드말로 써있어서 도저히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는 점.


게다가 메뉴 자체가 단일메뉴가 아니고, 이것저것 같이 시켜야 되는 점이다.


예를 들면 밥1 + 돈까스1 + 스프1 이렇게 시켜야 된다...;;;


근데 뭐가 뭔질 알아야 시켜먹지...



결국 카운터 앞에서 삐질삐질 대다가, 주인장한테 쩌어기 저 사람이 먹는거랑 똑같은걸 달라고 주문했다.


이걸 바디랭귀지로 했으니, 거의 춤을 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결국 먹게 된건. 이게 음식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체 모를 메뉴다.


내가 먹은건 까르보나라 소스에 물을 섞은듯한 맛에, 밀가루 반죽이 몇개 떠있는 스프였고,


진희껀 치킨까스 비스무리한 고기랑 감자 으깬거다.


거의 2차 세계대전때 폴란드 사람들이 먹었을법한 메뉴였다.



진희 메뉴는, 사진을 보면 저기 왼쪽 뒤에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 할머니꺼랑 똑같은거 달라고 해서 받아낸 메뉴다.ㅋㅋㅋ


내껀 그냥 눈에 띄는 사람 아무나 찍어서 저 사람꺼랑 똑같은거 달라고 해서 받아낸 메뉴임.ㅋㅋㅋ





이제 배를 채웠으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한국 가서 뭘 먹어야 될지 고민할 시간이다.


폴란드는 독일이랑 소련 사이에 껴있다는 이유만으로, 2차 세계 대전때 거의 초토화 된 나라다.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 역시 그 전쟁때 거의 폐허가 되어버렸을텐데,


지금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은 그때 포화를 피해 살아남은건지, 나중에 다시 지은건지 모르겠다.


동유럽 애들은 전쟁때문에 폐허가 된 후에, 다시 도시를 재건할때,


예전이랑 똑같이 건물을 지어 올리는거 같다.


우리나라는 완전 현대식으로 바꿔서 다시 올리는데.... 얘넨 왜 굳이 불편한 오래된 건물을 다시 올렸는지 모르겠다.


뭐가 더 좋은건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싹 바꾼게 더 나은거 같다.





우리가 숙소로 돌아갈때쯤이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온갖 건물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들 양복을 입고 가슴팍에 명찰을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는걸 보니, 뭔가 정부부처가 있는 동네임에 확실하다.


버스 타는 곳도 몰라서, 한참을 걷고 나서야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것도 바르샤바에서 뭔가 오래된 성당 중 하나라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문이 잠겨있어서 안을 보진 못했다.


이렇게 바르샤바 관광을 야매로 끝냈을때까지만 해도 폴란드는 정말 볼거 없고 안 예쁜 나라인줄 알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갔을때까지만 해도 별거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훗날 우리는 폴란드의 보물같은 도시를 발견한다.


그 곳은 바로 브로츠와프. 


만약 폴란드 여행할때 도시선정을 위해 이 글을 보게 된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아우슈비츠야 무조건 가야하는 곳이니까 둘째쳐도, 브로츠와프는 꼭 한번 가보라고.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