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서쪽에 있는 피요르드 중 가장 유명한 4개의 피요르드.


그리고 그 중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피요르드가 바로 오늘 포스팅할 에이랑게르 피요르드다.


사실 에이랑게르인지 게이랑게르인지 아직도 잘 모르지만, 여하튼 내가 계속 부르던대로 에이랑게르로 부르겠음.ㅎ


이름이야 어쨌든 가장 멋진 피요르드임에는 변함 없으니까.ㅎ





소근달 시내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별 4개짜리 캠핑장이다.


캠핑장의 별 갯수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매겨지는데,


예를 들면 1km이내에 레스토랑이 있는가? 캠핑장 내부에 수영장이 있는가? 뭐 이런식이다...


다시 말해서 텐트만 치고사는 우리에겐 별 의미가 없는 기준이다.ㅎㅎ


특히 수영장, 사우나, 볼링장, 놀이터, 유아방 등 다양한 시설들은 성수기에만 운영을 하고,


비수기에 접어드는 요즘에는 대부분 운영을 안하기 때문에, 별 갯수는 더욱더 의미가 없어졌다.ㅠ



그리고 이날은 주변에 돌덩이가 있길래, 타프(텐트 위에 설치한 천막)를 넓적하게 이상하게 설치해버렸더니,


밤새도록 미칠듯한 바람 때문에, 머리 위에서 태극기 휘날리는 소리가 들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텐트 치는 법이라도 제대로 터득해야지 잠 좀 편하게 잘거 같다.





노르웨이의 기름값이다.


우리차는 디젤이라 야무지게 가장 싼 디젤로만 꽉꽉 채워 다니고 있는데,


(사실 돈 없어서 만땅은 항상 못 넣고, 기름칸 한두칸만 채워다님.ㅠ)


이 망할 노르웨이는 산유국인 주제에 기름값이 비싸다....


들은 바로는 북유럽 국가들은 자연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머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차 같은 거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세금을 무지막지하게 매겨서 비싼거라던데....


여하튼 디젤 1리터에 14.12NOK... 우리나라돈으로 대충 2800원이다...


기름값이 물값보다 싸다는 베네수엘라가 부러워 진다.ㅠ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차 연비가 20키로를 넘는데다가, 휘발유가 아니라는점임.


휘발유는 디젤보다 더 비쌌음.ㅋㅋㅋ





이제 슬슬 주변산들이 설산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아직 9월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겨울만큼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겉옷 2개정도는 껴입어야지 밖에서 돌아다닐 정도다.


차로 여행해서 그런지, 차 밖으로 안 나가고도 원하는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편한 여행방법이 있는줄 알았으면, 지금까지 갔던 나라들도 전부 차 끌고 다녔을텐데.ㅋㅋ 안타깝구만.





에이랑게르를 향해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에 빙하같이 생긴게 보였다.


뭔가 싶어 가까이 가봤더니, 산 위에 빙하가 있다. (사실 빙하인지 그냥 눈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내 눈엔 빙하처럼 보임)


저번에 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도 산 위에 있는 빙하가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가보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던 것을 어떻게 알고!! 여기 이렇게 산 위에 빙하가 얌전히 계셔주셨다.


오...


하지만 이미 모레노 빙하를 보고 온 우리에게, 이정도 빙하는 그냥 캔디바 수준임.





그렇게 잠깐의 빙하투어를 마치고 다시 차를 몰고 가는데..


다들 터널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뭔지 모르니까, 우선 앞차 뒤에 가서 얌전히 줄을 섰다.


여행하면서 뭔가 이상하다? 이게 뭐지? 어떻게 해야되지? 싶을때는 그냥 현지인들 따라하는게 제맛임.



그렇게 좀 기다리다보니, 반대쪽 차선에서 지금 왼쪽에 보이는 차가 나타났고, 그 뒤에 엄청난 차량들이 줄지어 나왔다.


그리고는 그 차가 다시 U턴을 해서, 우리들을 이끌고 터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터널은 너무나도 자연 친화적이라서, 대부분이 내벽공사가 안 되어있다...


우리나라 터널 같았으면 타일로 예쁘게 꾸며놨을텐데, 


얘네는 인테리어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건지, 아니면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내벽이 전부 울퉁불퉁한 바위다.


사진 찍고 싶었지만, 터널이라 사진이 제대로 안 나와 못 찍었으니 양해 바람.



하이라이트는, 터널 안에 조명이 없는 곳도 부지기수임.


터널 안이 완전 깜깜해서, 자기가 켜고 가는 조명에만 의지해서 길을 해쳐나가야된다.


그렇다고 터널이 일직선도 아니고, 구불구불하기는 매 한가지다.


그냥 목숨 걸고 터널을 통과하라는 노르웨이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파리나 스톡홀름 같은데는, 터널 안에 분기점도 있었음.ㅋㅋ 


지하에다가 무슨 짓을 해놓은건지 모르겠네.





그렇게 엄마오리를 따라가듯 쫄쫄 따라서 터널을 통과하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아. 아름답근영.


하지만 노르웨이에게 있어서 이 정도 풍경쯤은, 우리나라 교회수보다 많기 때문에 아무런 전망대도 쉬는 곳도 없다.


핀란드에 있는 지금 봐도 정말 아름답다.


지금은 노르웨이를 떠나 스웨덴을 거쳐 핀란드에 와있는데, 자연 하나만큼은 노르웨이가 최고였던거 같다.


물론 스웨덴이랑 핀란드는 도시만 돌아다녀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는 정말 환상적이다.





이런 이름 모를 동네의 풍경도 이정도 수준이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이런데서 요트나 끌면서 여생을 즐기면 딱일꺼 같지만...


난 이나라의 물가를 감당할만한 잔고가 없으므로 그냥 꿈으로만 간직해야겠다.


콜라 1.5리터가 6천원이 넘어가는 이런 동네에서 뭔수로 살아남나...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끽하며 좀 달리다보니, 또 다시 차가 줄지어 서있다.


우리도 앞차 뒤에 붙어서 기다렸다. 좀 기다렸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시동을 껐다.


계속 기다려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뒤에는 끝도 안 보일만큼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섰다.


여하튼 총 1시간정도는 기다린 후에야 길이 뚫렸는데...



신기한건, 이렇게 기다리는데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앞에 길 막고 있는 인부한테 소리지르고 그러는걸 말하는게 아니고,


인부한테 와서 물어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이게 일상화 된건지 아니면 법으로 정해진건지...


그냥 다들 차 세우고 가만히 있는다.


공사중이에요? 언제 갈수 있어요? 돌아가는 길은 없나요? 이런거 물어보는 사람이 1시간동안 단 한명도 없었다.



천성이 쭈굴쭈굴한 우리는, 누군가 가서 항의하면 옆에서 맞어. 언제까지 기다려요. 이런게 어딨어요. 무슨 일처리가 이래.


라는 식의 피쳐링을 넣어주려 했지만,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어서 fail.



 


이제 이런 풍경쯤에는 놀라지 않아야지 노르웨이 여행 좀 해봤다고 어디가서 자랑할 수 있는거다.


보통 잘 사는 나라에 갈때는 그 나라의 도시를 보고,


개발이 덜된 나라에 가서는 자연풍경을 보는게 정석이라고 생각하며 여행했는데,


노르웨이를 생각하면서 그 생각들이 바꼈다.


그냥 무조건. 노르웨이 여행하는게 답임.


잘사는데다가 자연풍경까지 예쁨...



그나마 다행인건 얘네는 유적지가 별로 없는거 같다. 만약 얘네가 마추픽추 같은거라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나라 관광공사는 문 닫아야 할듯.





지금부터 내가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의 사진들이다.


노르웨이에는 투어리스트 루트라는 길들이 있다.


어디서 어디까지 정해진건 아니고, 노르웨이 곳곳에 있는 길들인데,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곳들을 정해서 노르웨이 정부가 투어리스트 루트라고 이름 붙여놓은 곳들이다.


지금 보이는 곳이 그중에 하나인 에이랑게르 가는 길인데,


반지의 제왕에서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지금 보이는 길들은 전부 평지쪽이 아닌,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에 펼쳐지는 풍경이다.


노르웨이는 피요르드 지형이 대부분인 관계로,


산길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도 평지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것이 피요르드 지형 자체가 빙하가 산을 깎아만든 지형이기 때문에,


원래 평평했던 곳이, 피요르드 부분만 움푹 파여 물길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보이는것처럼, 원래는 산 꼭대기 부분만 설산이었던 풍경들이,


그냥 바로 옆에도 설산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것이 더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로도 제대로 된 아스팔트 길이 아닌, 약간은 비포장 도로인것 같은 도로들이 쭉 이어진다.


물론 양방향 차로임.ㅋ 


주변 풍경에 홀려 한눈 팔았다간 코너를 돌다가 마주 오는 차랑 키스하게 되므로 주의할 것.


이 꼭대기 부분에는 별로 볼건 없고, 그냥 이렇게 멋진 풍경들만이 가득하다.





노르웨이 자체가 위도가 높고, 그 중에서도 에이랑게르 피요르드는 가장 위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4대 피요르드에 한해서... 더 위쪽에도 피요르드들은 계속 있다.)


게다가 산 꼭대기까지 올라온 격이니, 주변에 나무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끼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이상한 식물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어디서 흘러내려온지도 모를 물길이 합쳐지면 비로소 비현실적인 풍경이 완성된다.





어디를 여행하든 가기 힘든 곳이 항상 더 예쁜 법이다.


더 고생하면 고생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멋진 곳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에이랑게르로 가는 이 길은 정말 예뻤다.



원래 이 길로 가려던 것은 아니었고, 다른 빠른 길로 가려고 했으나,


그 곳이 공사중이라서 공사장 인부가 이 길을 알려준 것이었다.


만약 공사중이 아니라서, 원래 가려던 길로 갔으면 그냥 터널 따라서 쭉쭉 직진만 하다가 에이랑게르에 도착했을 것이다.


매우 럭키하다. 


아르헨티나 칼라파테 후지민박 아주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린 행복자니까요.ㅋㅋㅋ





그렇게 30분 남짓 비현실적인 공간을 벗아닌,


역시. 이렇게 멋진 풍경에 집들이 없을리가 없다.


나무인지 집인지 분간이 안 가는 집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노르웨이에는 숲에 집을 짓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하던데... 얘네들은 무슨 수로 지었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문화시설은 커녕 마트 하나 없는 곳인데도 꽤나 많은 집들이 있었다.


뭐... 얘네는 잘 사니까. 여기서 피자만 배달해 먹어도 평생 잘 먹고 잘 살겠지..ㅎㅎ





에이랑게르 가는 길의 멋진 풍경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사진으로 보면 좀 덜한데... 갑자기 절벽이 나를 향해 인사하고 있는게 보였다.


이게 뭐여. 왜 절벽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지?


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저기 한번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차를 몰아서 갔더니,


앞으로 기운 것이 아니라 절벽의 결이 사선으로 나있는 절벽이었다.


멀리서 보니 그것이 착시현상을 일으켜 앞으로 기울어 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아... 정말 환상적이었어.





에이랑게르 가는 길에 비하면 별로 볼 거 없는 에이랑게르 피요르드의 모습이다.


만약, 최소한의 경비로 여행하는 배낭여행의 컨셉과 맞지 않아 유럽을 포기했다면?


만약, 너무 비싼 물가에 겁먹어 북유럽을 빼버렸다면?


만약, 비싼 기름값이 아까워 아래쪽의 피요르드만 보고 스웨덴으로 넘어갔다면?


결코 이런 멋진 풍경들을 보진 못했을 것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하고, 만족하기 마련인데,


이번 노르웨이 여행은 정말 만족스럽다.


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다만, 너무나도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는 뉴질랜드도 이만큼 멋질까 싶다.





에이랑게르 피요르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지금 내가 보이는 곳에서 폭포가 떨어져, 저 피요르드로 흘러 들어가고,


그 물들이 흘러서 바다로 나가는 형식이다.


원래 이곳에서도 배를 타고 피요르드를 관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이곳에 오는 내내 보였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정작 주인공인 에이랑게르 피요르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다시 노르웨이에 차를 가지고 오게 된다면,


그때는 투어리스트 루트를 전부 다 따라 다녀보고 싶다.





캠핑이 발달한 노르웨이답게, 에이랑게르의 시작지점에 이렇게 멋진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다.


시즌이 아니라서, 문 닫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주인장이 문을 열어주었다.


우린 그 중에서도 피요르드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텐트를 치고,


오늘 느꼈던 그 감동들을 다시 되새겨 봤다.


물론 이때 되니까 그저 배고프고 피곤해서 별 생각 안났지만,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그때의 감동이 다시 느껴지는 듯 하다.




이로써 노르웨이 4대 피요르드를 전부 다 둘러보았다.


개인적으로 처음 뤼세 피요르드의 프레이케스톨렌에서 느꼈던 짜릿함과,


마지막 에이랑게르 피요르드에 가는 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간 길이, 나에게 최고의 경험과 풍경을 안겨 주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북유럽.


그 중에서도 전세계 물가 1위를 자랑하는 노르웨이.


그것 때문에 노르웨이를 포기하기에는 노르웨이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노르웨이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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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