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우리가 우수아이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4박5일.


그중에서 첫날과 마지막날을 제외하면 3일만에 우수아이아를 모두 보고 돌아가야만 한다.


우수아이아에서 꼭 하고자 했던 건 단 두개.


개썰매와 등대.



개썰매는. 비록 우리나라 평창에서도 타볼수 있다고는 하나, 레베루가 다를꺼 같고....


유럽에서 그린란드라도 가게 되면 탈수 있겠지만,


왠지 그린란드는 남극보다 비싸서 못 갈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여기서 타보기로 했다.



그리고 등대.


우리는 여행지를 정할때 주로 애용하는 소스가.


걸어서 세계속으로 같은 여행정보 프로그램이나, 그 나라에 관련된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해피투게더로 개봉하였으나, 원작 이름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인 그 영화. 장국영과 양가위의 찐한 키스신 때문에


흡사 주진모씨와 조인성씨의 쌍화점을 떠올리게 하던 그 영화.


그 영화에 보면 마지막에 우수아이아가 등장한다.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 그리고 그곳의 등대에 가면 슬픈 기억을 모두 버리고 올수 있다고 하면서... 영화에 나오는데.



그 영화가 매우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나름 그곳에 담긴 의미가 좋아서 등대를 보러 가기로 했다.





우수아이아의 중앙거리격인 산마르틴 거리다.


산마르틴이 누굴까.


당연히 독립영웅이겠지.ㅋㅋ


남미 북쪽에 볼리바르 장군이 있다면 남쪽은 산마르틴 장군이 있다.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독립시킨 독립영웅이다.



남미여행하면서 센트럴이 어딘지 궁금하다면, 볼리바르, 아르마스, 산마르틴, 산프란시스코 중 하나정도 집어서 어디냐고 물어보면


거기가 바로 센트럴이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남극 크루즈가 눈에 띄진 않았다.


왼쪽의 큰배들은 전부 화물선이고, 오른쪽에 조그만한 배들은 전부 비글해협을 투어하는 배들이다.


비글해협은 찰스다윈이 탔던 배인 비글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비글호에도 슬픈 전설이 있는데... 이건 무슨 남미 X-file도 아니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계속 올리는거 같긴 한데...


이런게 재밌잖아?



비글호의 첫번째 선장은 파타고니아 지역을 신나게 탐험하다가, 워낙 빡세고 우울한 동네라서 그런지 항해 도중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했단다.


그리고나서 선장으로 임명된게, 피츠로이다.


엘 찰튼에 있는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 피츠로이가 이 사람의 이름을 딴거 같다.



선장이 된 피츠로이는 비글호의 두번째 항해를 책임지게 되었는데, 그때 지질학에 대해 조언을 해줄 사람으로 구한게 찰스다윈이다.


찰스다윈을 데리고 갈라파고스를 포함하여 남미를 뒤지다가 귀국하였는데,


망할 찰스다윈이 "사람은 원숭이가 진화한거라능. 신이 만든게 아니라능. 내가 갈라파고스에서 봤다능."


이라는 진화론을 발표하였고, 이에 충격을 먹은 피츠로이는 자신이 신을 거역하는 자의 탐사를 도왔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빠져 자살해버린다.



비글호가 사람 여럿 죽였다잉.





우수아이아는 남극 크루즈의 거점이 되는 도시인만큼, 남극사무실이 따로 존재한다.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남극에 관한 사항만 접수받고 문의 받는다.


아무도 남극에 가지 않는 지금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게다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도 비수기라서 그런지 공사중이었다.;;;





공식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돌아다니다가 이상한 여행사를 발견했다.


창을 통해서 문을 열었나 확인하는 중에....


이상한 털모피를 입은 개같이 생긴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헐. 뭐지 저건. 비싸보이는 모피를 입고 있네. 하고 봤더니,


진짜 개다.



왜 사람은 서있고 개가 의자에 앉아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여기는 개도 사람취급을 받는 파타고니아입니다.





우수아이아 기념도장.


세계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도시라고 적혀있다.


칠레의 뿐따 아레나스가 더 남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가 우수아이아를 최남단 도시라고 우기는 까닭은,


우수아이아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뭐 도시의 기준이 2천명인가 2만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마을이라는데.... 솔직히 어거지로 갖다껴맞춘 느낌이다..;;;


여하튼 양조위가 여기가 세상의 끝이랬으니 여기가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해야지.





기념도장의 종류는 총 6가지다. 여권에 다 찍어버리고 싶었지만... 사증이 모자를거 같아서 하나만 찍었다.


유럽이야 뭐 쉥겐조약인가 뭔가로 인해 출입국 절차가 없어서 사증이 그리 많이 추가될거 같진 않지만..


그 후에 아프리카에 가면 미칠듯한 사증들이 추가되겠지...;;;



예전에 큰아찌의 여권을 보면서, 사증란이 부족해서 사증종이를 더 추가한걸 보고 캐간지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거 같다.


정 안되면 동남아 순회공연이라도 한번 하고 한국으로 들어가야지.





우수아이아에는 스키장도 있다. 주변이 전부 설산이니 뭐 아무데서나 타도 스키장이겠지.


그래서 그런지 시내에는 스키복이나 아웃도어 용품 파는 곳이 즐비했다.


게다가 면세지역이라는 이점까지!!!


는 사실 별로 적용되지 않는다. 말이 면세지 신발, 가방을 제외한 옷이나 생필품들은 더럽게 비쌌다.



저번에 뿌에르또 몬뜨의 백화점에서 본 버튼 스키복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안 사온게 후회된다.


엉엉... 우리나라에선 80만원씩 하는 버튼 스키복이 거기는 8만원 수준이었는데.ㅠ


진희의 명언이 떠오른다.


"살까 말까 고민될때는 사는게 맞는거야."





우수아이아의 날씨도 엘찰튼과 흡사했다.


분명 100미터쯤 앞의 하늘은 맑은데 내가 서있는곳에는 눈보라가 휘몰아 쳤다.


워낙 날씨가 급변해서 그런지, 이정도 눈에는 아무도 우산을 들지 않았다.


학생들도 전부 스키복이나 아웃도어 점퍼를 입고 다니는걸 보니, 진짜 남극에 가까운 지역이라는게 실감났다.



우리나라 중고딩이 즐겨입는 노페같은건 이런 곳의 학생들이 입어야 되는거다.


제발 그 미쉐린 같은 디자인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네.





세계의 끝인 이 우수아이아에도 한국분들이 거주하고 계신다.


다빈이네 라고 불리우는 교민분인데, 한인민박과 옷가게를 같이 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숙소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리오 그란데에도 자동차를 팔고 있는 한국분이 계신단다.



어떻게 이 먼곳까지 오셔서 자리잡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뿐따 아레나스에서의 악몽 때문에 그닥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뭐 동네가 전부 개판이다.


여행객들중에 아르헨티나에서 개한테 물렸다는 사람이 꽤 되는데,


희한하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아무 어린 꼬마애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저 개를 괴롭히면서 논다.


한번 물리면 목이 부러질꺼 같은데... 뭔 깡인진 모르겠다...



광견병 주사를 안 맞고 온 우리는, 최대한 개를 조심하면서 다녔다.


특히 내가 술마시고 진희를 자주 물어봐서 아는데, 진희는 물리는걸 싫어한다.





면세지역이라면 역시 카지노죠.


우수아이아에는 카지노가 여러개 있는데, 가장 큰 카지노는 항구쪽에 위치해 있고,


이 카지노는 조그만 편이다.


카지노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쓰기로 하자. 이 날은 그냥 멀리서 구경만 했다.ㅋ





뿐따 아레나스에서 공수해온 통조림과 땅콩과 보드카.


왼쪽에 보이는 토마토와 치즈들은 진희가 특별히 손수 만든 안주거리가 되겠다.


역시 술안주는 과일안주죠.




우리보다 미리 우수아이아에 왔던 한국대학생 은정씨의 추천에 따라 힐다할머니네 라는 숙소를 잡았다.


물가가 비싼 우수아이아에서 아마도 가장 저렴한 숙소가 아닐까 싶다. 


원래는 50페소라는데, 와이파이를 설치한 후부터는 65페소를 받고 계신다.


근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응? 몇주전에 내 친구가 왔는데 50이었다는데 50에 안되나연?"이라고 했더니 바로 50으로 깍아주셨다..;;


4박이나 한다고 해서 좀 깍아주신거 같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힐다 할머니의 70번째 생신이셨는데... 매우 친절하신 할머니다.


밥 먹고 있으면 계속해서 뭔가 먹을걸 갖다주시고, 이것저것 엄청 잘 챙겨주신다.



근데 숙소 상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상태다..;;;


우선 화장실의 물이 안 내려가는 관계로, 볼일을 보고 나면 자기가 직접 세면대에서 물을 받아서 물을 내려야 된다.ㅡ_ㅡ


그리고 부엌이나 다른 방에서 뜨거운 물을 쓰고 있으면 뜨거운 물이 안나오고...



게다가 바로 옆에 페루 이민자들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숙소 상태가 엉망이었다.


자꾸 뭔지 모를 음식들을 해서 방안에서 먹고, 화장실 벽에 전부 빨래를 걸어놓고...



가장 중요한건, 난 여기서 빈대에 물린거 같다..;;


가격이 저렴하고 주인 할머님께서는 친절하지만, 그와 별개로 시설은 열악하니 참고하세요.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