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Cuba2012. 5. 1. 11:39

예전에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가 남긴 블로그 글을 보면,

 

내 자신이 얼마나 멘붕에 빠졌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가히, 지옥이 있다면 그곳 일거라 생각이 들 정도로 싫었고 두려웠다.

 

 

그 후에 그 글을 다시 읽어보면,

 

그냥 인도라서, 처음 배낭여행을 시작하는 거라서 그런 거였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어느 나라든지 야밤에 도착하면 멘붕에 빠지는 거였다.

 

이 날은, 오랜만에 내가 공황상태에 빠진 그날이다.

 

 

   

 

패키지가 아닌 모든 여행자들이 하루에 3번씩 겪게 되는 고민.

 

뭐 먹지?

 

멕시코 마지막 날 아침도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우리는 전날 발견한 신대륙, 4형제 식당에 가기로 했다.

 

어제 3번째에 있던 돼지고기집이 맛있어 보였는데, 못 먹은게 아쉬워서 그곳으로 향했다.

 

론리에도, 100배에도 안 나온 신대륙 맛집 4형제는 로컬수준의 가격과 엄청난 양으로 우릴 반겼고, 우린 만족했다.

 

특히 직접 만든 핫소스와, 방금 만든 토마토 소스는 일품이었다.

 

위치는 대략, 항구에서 내려서 배를 뒤로 하고 봤을 때, 센트럴의 왼쪽 위 부근에 위치한다.

 

센트럴이 워낙 작으니 직접 가면 누구나 찾을 수 있을거라 본다.

 

 

 


야무지게 짐을 챙겨서 UltraMar를 타고 다시 칸쿤으로….

 

이슬라 무헤레스에 온 것은 좋은 선택이었고, 만약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1박2일정도는 이슬라 무헤레스를 추천한다.

 

 

   


우리는 일정 중간에 끼어있는 쿠바 때문에, 돈을 정확히 맞춰써야 했다.

 

미래에셋 외환전문가도 헷갈릴만한 환전체계를 가진 쿠바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못하겠지만,

 

여하튼 쿠바에서 캐나다 달러, 유로 말고 다른 돈으로 환전을 시도하는 것은 그냥 쿠바정부에 돈을 퍼다주는 일이라 보면 된다.

 

 

   

 

일찌감치 표를 끊고 들어가서 칸쿤의 면세점을 돌아다녔다.

 

위에 보이는 저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처럼 생긴 악기. 왠지 꽂혔다.

 

이 사진을 찍을때만 해도 그냥 재미있어 보여 찍은건데,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보고 난후.. 난 왠지 타악기를 배우고 싶어졌다.

 

 

    

 

우리는 마지막 남은 돈 6.5페소를 쓰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저 빵쪼가리 하나만 건졌다.

 

칸쿤의 면세점은 가격이 말도 안되게 비싸므로, 만약 잔돈을 쓰려면 무조건 출국수속 밟기 전에 쓰기를 추천한다.

 

저 빵쪼가리의 가격은 7천원에 해당한다….. 망할. 밖에서는 2천원이면 사먹었었는데.ㅠ

 

 

   

 

그렇게 한시간 반정도를 날아서 온곳은 쿠바.

 

쿠바. 공산국가. 미국의 경제봉쇄, 하바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체 게바라, 시가.

 

그 중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공산국가.

 

정확히 공산국가인지 사회주의국가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공항시설부터 차이가 확실히 났다.

 

네팔이나 인도의 공항수준이었다.

 

공산국가라고 인식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입국심사 할 때 엄청 떨렸다. 아오지 탄광으로 끌고 갈까봐….

 

 

   

 

우리를 멘붕에 빠뜨린 첫번째 관문인 환전이다.

 

쿠바의 환전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외국인 여행자, 너희를 지금부터 쿠바의 봉으로 임명한다. 였다.

 

특히 멕시코 페소(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넘어오니까.), 미국 달러(미국이 싫으니까.)의 환율은 엉망이었다.

 

미국 달러 같은 경우 최악의 환율을 적용한 다음에 그중에 10%를 또 떼간다.

 

하지만 항의할 곳도 없고 반항 할 수도 없다. 이 나라를 쿠바니까요.

 

 

원래 우리의 목적은 ATM기를 이용해서 돈을 뽑는 거였다.

 

하지만 인출은 불가능하고 현금서비스만 받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행이랑 연계된 카드는 먹히지도 않는다.

 

우리가 가져간 모든 카드(씨티은행, 국민은행, 신한카드, 하나은행 등)가 먹히지 않아 우리는 절망했다.

 

우리 앞의 외국인도 절망에 빠졌고, 우리 뒤의 외국인도 절망에 빠졌다.

 

쿠바는 은행이 국영은행 하나뿐이라 다른 ATM기를 사용할 수도 없었고, 어디다 항의할 수도 없었다.

 

안되면 안되는거다. 그냥 안되면 안되는거니까 수긍해야 된다.

 

 

결국 비상금으로 가져간 유로화를 털어서 환전했다. 달러를 환전하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엄마랑 누나가 터키여행하고 남은 60유로를 우리에게 줬었는데, 너무나 감사했다.

 

는 나중의 일이고, 저 당시에는 터키에서 뭘 그리 많이 써서 60유로밖에 안 남겨줬냐는 생각이 든걸 보니 제대로 패닉상태에 빠졌었던거 같다.

 

게다가 쿠바는 내국인 화폐와 외국인 화폐가 구분되어 있다.

 

똑같은 1페소라고 불러도 외국인 1페소는 내국인 25페소와 동일한 가격이다.

 

이 엄청나게 복잡한 화폐체계를 거치고 나서야 우리는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바로 이어서 우리의 두번째 멘붕이 오는데, 바로 숙소를 잡는 일.

 

쿠바는 호스텔 개념이 없고, 까사라고 불리우는 일반 가정집에서 자야된다.

 

까사는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사람들인데,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수많은 추천 까사들이 나온다.

 

 

하지만 간지나는 우리는 한국인이 많은 까사는 가기 싫었고, 론리에 나온 까사도 별로였다.

 

간지나게 인터넷 검색 후 마음에 드는 까사를 정해서 위치를 캡쳐해서 돌진.

 

결론은 택시기사가 도저히 모르겠다면서 포기.

 

길 한복판에 우리를 내려줬다.

 

택시기사는 영어를 몰랐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몰랐다. 정확한 주소가 없으면 못 찾는단다.

 

 

우리는 해매고 해매다가, 원래 가려고 했던 CASA MAURA라는 곳을 발견했으나, 방이 꽉 찼단다….

 

헐. 님하. 살려주셈. 왜 이러세요. 저는 비록 남한에 살지만 급진보입니다. 빨갱이 소리 듣는 수준입니다. 살려주세요.

 

라고 했더니 옆집을 소개시켜줬다.

 

주인장이 영어를 못하고, 방값이 우리의 예상보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어디를 갈수도 없었기에 묵기로 했다.

 

 

   

 

짐을 풀자마자 우리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왜? 배고파서.

 

나에겐 구본준 부회장님이 하사하신 퇴직금이 있었고, 진희에겐 탐 키스로치가 하사하신 퇴직금이 있었으나,

 

그림의 떡이었다.

 

인터넷이 불법인 나라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고, 우리의 돈을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전무했다.

 

인도를 여행하며, 인도가 여행하기 가장 빡센 나라라고 생각한 나는 멍청한거였다.

 

세상에 인도보다 빡세고 힘든 나라는 지천으로 깔렸었다.

 

 

우선 밖으로 나갔는데 컴컴하다. 가로등이 별로 없다.

 

게다가 흑형, 흑누나들의 눈동자만 공중에 떠다닌다. 무섭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채 그냥 불빛이 환한쪽으로 무작정 걸어다가 위의 장소를 발견했다.

 

슈퍼처럼 보이는 곳이었는데, 쿠바도 자본주의를 받기 시작해서 저런 슈퍼 같은게 있다.

 

하지만 외국인 따위에겐 관심도 없었고, 이게 내국인 화폐 기준인지 외국인 화폐 기준인지도 몰라서 바로 나왔다.

 

(쿠바인도 외국인 화폐를 쓰고, 외국인도 내국인 화폐를 자유자재로 쓴다. 결국 판단은 자기의 몫)

 

사실 저날은 저게 슈퍼인지 아닌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멘붕에 빠져 있을 때 발견한 빵 파는 가게.

 

3페소라고 써있었다. 저게 3천원인가? 쿠바는 물자가 별로 없어서 더럽게 비싼건가? 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1페소는 미국달러 1달러와 거의 동일하다. 우리나라돈으로 1200원정도.)

 

머뭇거리던 우리에게 흑누나 한분이 오시더니, 뭐라뭐라 계속 스페인어로 말씀하신다.

 

대충 들어보니 내국인 화폐로 3페소라는 듯… (대충 150원정도…)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바로 3개를 사먹었다. 이놈이 거스름돈을 안준다. 하지만 뭐 몇백원 쯤이야 팁이라 생각하고 줬다.

 

 

 


와구와구 먹었다. 믿을 수 없는 맛이다.

 

쿠바는 소스가 부족해서 조미료, 향신료, 소스 등을 거의 안 넣어서 먹는단다.

 

정직한 맛이다.

 

내 평생 햄버거 먹으면서 내가 건강해 질 거라고 생각해보긴 처음이었다.


멕시코를 떠나올 때 엄청나게 비싼 샌드위치를 먹으며 억울한 마음에 왕창 챙긴 소스가 위력을 발휘했다.


만약 쿠바를 가게 된다면 꼭 캐쳡, 마요네즈, 허니머스타드 등을 챙겨가길 바란다.


정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