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8-Finland

D+176 - 핀란드하면 역시 디자인과 사우나죠_20121003

v멍군v 2012. 10. 7. 07:19

볼것도 별로 없고, 오려면 비싼 페리를 타고 와서, 다시 비싼 페리를 타고 나가야 되는 핀란드.


여기까지 우리가 꾸역구역 온 이유는 단 하나.


사우나.


티비에서 1년에 몇번씩은 보여주는 바로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기고 싶었다.


엄청나게 뜨거운 사우나에서 정신이 혼미해질때쯤 바로 뛰쳐나가 바로 앞에 있는 호수에 풍덩.


그리고는 다시 또 다시 반복.


맨날 영화탕 사우나에서 이름 모를 아저씨와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가 기어나와서 쓰러지는 그런 사우나 말고,


제대로 된 사우나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참고로 사우나 라는 단어는 영어가 아닌 핀란드 고유언어란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사우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날 오전엔 디자인에 관련된 것을 보기로 했다.


디자인 관련 샵을 마구마구 돌아다니는 것보다, 핀란드 디자인이 예전부터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보고 싶어서,


디자인 박물관을 찾았다.


결론은 대실망.ㅋㅋㅋ



우리의 관광이 항상 그렇듯, 우리가 갔을때 박물관은 공사중이었음.


그래서 1층만 볼 수 있었는데, 생각외로 볼게 별로 없었다.


내부사진은 찍을 수 없으므로 사진은 없지만, 대충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핀란드 디자인 제품들을 쭉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었다.


보면서 좀 놀란건, 내가 인터넷에서 보면서 오... 예쁘다. 라고 느꼈던 디자인 제품들이 벌써 핀란드에서는 1960년대 제품이었다는거..


예를 들면 뭐 오스틴파워에 나왔던 사람이 쏙 들어가는 둥근 의자라든가...


1990년대의 노키아 핸드폰 등등은 벌써 시대를 앞서나간 디자인들이었다.





그렇게 시시했던 디자인 박물관을 나와서, 그 주변에 있는 샵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렇게 가게에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라고 딱지가 붙은 가게들은,


헬싱키에서 인정받은 디자인 제품들을 만드는 곳이므로 한번쯤 구경해 볼만 하다.


그냥 아무것도 안사고 구경만 해도 아무도 뭐라 안 그런다.


대신에 아무런 관심도 안 가져준다는게 함정임.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 인증은 디자인 제품에만 해당되는게 아니고,


음식 디자인이 예쁜 음식점이라든지, 뭔가 실용적인 디자인을 가진 공구 등을 파는 가게에도 모두 붙어있다.


물건을 사지도 않을거면서 대놓고 사진을 찍어대는건 매너가 아닌거 같아서,


사진은 별로 없다.


그냥 기억 속에 남은거라곤, 매우 예뻤다는거... 그리고 매우 비쌌다는거 정도.





여기는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 인증도 안 받은, 그냥 길거리에 넘쳐나는 샵들 중 하나다.


덴마크부터 시작해서 핀란드 자국제품까지, 각종 가구, 주방용품, 조명, 장식품 등을 파는 가게다.


예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 중에 생각외로 덴마크 물건들이 많았다.


특히 주방용품들이 예쁜게 많아서, 우리의 구매욕구를 매우매우 불러일으켰으나...


뭐... 여행자 입장에서 살만한 수준의 가격들이 아니라서 가뿐하게 포기했다.


막 살까? 말까? 이런것도 아니고, 그냥 가격표 보자마자 이건 못 사는거야. 라고 생각했음.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의자랑 쇼파 파는데 있던걸로 봐서는 의자라고 보여진다.


앉아봤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둥글둥글해서 흔들의자처럼 양옆으로 움직이기도 편하고, 뭔가 등받이도 되고...


이건 뭐에서 영감을 얻어서 디자인한걸까...


버섯? 영지버섯?





정말 별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디자인이다.


나무로 된 장식장이었는데, 손잡이 부분을 저런식으로 만들어놨다.


따로 손잡이를 만들지 않았음에도 문을 여닫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고, 심플하다.


나무 판자를 휘어서 만든건데, 이 가게에서 가장 사고 싶은 제품이었다.


이게 얼만지는, 가격표 자체를 안 봐서 모르겠음. 어차피 못 살건데 가격표 봐서 뭐하나.





외부에서 찍은 사진인데, 뭐 주방용품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다 팔고 있다.


의자 같은거는 직접 앉아도 보고, 가구도 열어보고 닫아보고, 주방용품 들도 한번씩 다 잡아봤는데,


신기하게도 전혀 불편함도 없고 손에 착착 감기는게, 


이 디자인들은 예쁘라고 만든게 아닌 사용하라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예쁘기까지 하니까 더 좋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목적에 매우 부합하는 디자인들뿐이었다.





요건 옆에 있던 가게인데, 조명등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가게였다.


이렇게 각자 세분화된 분야들이 있었는데, 조명등만 파는 가게, 신발만 파는 가게, 장식장만 파는 가게 등등.


대체적으로 매우 심플한 디자인들이었다.


그게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인지 뭔지는 디자인에 대해서 아는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여하튼 디자인이나 예술쪽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곳에 온다면 좋을 듯 싶다.


타이포그래피부터 시작해서 사진, 그림, 공업용 디자인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여기는 애기들 옷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다.


이 동네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들은 전부 직접 디자인한 제품들만을 팔고 있었다.


북유럽에 와서 부티나 보이는 애들이 많길래 금발이라서 그런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어. 북유럽에서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나 보이는거였어...


참고로 북유럽에서 돌아다니는 유모차들도 매우 예쁘다.


애기들 사진은 되도록 안 찍는게 욕 안 먹는 지름길일거 같아서 사진은 없지만, 


딱 봐도 저건 유모차의 람보르기니구나. 싶은 유모차들이 길거리에 즐비함.





배낭여행자들의 떠오르는 바이블인 트립어드바이저는 물론, 


전세계적인 맛집 평가지인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인정 받은 유명한 맛집이다.


근데 간판이 달랑 저거임. 다른거 적혀 있는것도 없이 그냥 저 간판 하나만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음식점이라는게 딱 표가 난다.


가격대는 뭐 가장 간단한 음식이 4~5만원대였던거 같다.





지도에 색깔별로 찍혀진 곳이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 인증을 받은 가게들이다.


뭐 빨간색은 옷가게, 녹색은 음식점, 파란색은 디자인샵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수많은 가게들이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어서 다 가보지는 못하고, 그냥 가운데 좀 뭉쳐져 있는 지역만 돌아봤다.


디자인 박물관 주변에 많이 포진해 있으므로, 걸어서 돌아다녀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렇게 오전에 디자인 투어를 마치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비가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우리는 내일 핀란드를 떠나 에스토니아라는 듣보잡 나라로 가기 때문에,


기념품인 자석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본 건물.


딱 봐도 무슨 종교적 건물인거 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핀란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터교를 믿는다고 하니 이건 루터교 건물일 확률이 크겠다.





이것도 뭐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버스 타는데쯤 있길래 찍어봤다.


어릴적부터 예쁜 것들만 보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자란 핀란드인들에게


디자인이라는 것은, 따로 공부해서 얻어지는것이 아닌 그냥 생활속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디자인 샵에서는 직접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용구부터, (재봉틀, 재단가위, 실 등)


어떻게 디자인을 쉽게 하는가에 대한 책들도 매우 많이 판다.


자신만의 스티커를 만들어서 디자인 하는 셋트도 있고...


뭔가 디자인 제품을 사는것을 넘어서서 디자인도 DIY를 하는 곳이 바로 핀란드다.





그렇게 자석을 찾아 신나게 돌아다니가 보게 된 또 다른 교회.


우리나라에서는 동방정교 라고 불리우는 종파의 교회란다.


뭔가 무지하게 단단하고 두툼하게 생겼다.


여기 갔더니, 한국에서 패키지 여행을 오신 분들이 가득했다.



패키지 여행 자체가 그렇지만, 특히 북유럽에 여행 오시는 분들은 조금 나이대가 많으신거 같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여하튼 교회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이제까지 보아온 카톨릭 교회보다 훨씬 아담하고, 내부 생김새도 많이 달랐다.


성모 마리아상이나 예수상이 있는게 아니고, 누군지 모를 이런 그림들로 대체되어 있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카톨릭이랑 개신교의 차이점도 잘 모르는 무지함 때문에, 많은 종교적 관광지를 놓치고 지나온터라,


이번에는 공부 좀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인터넷에서 신나게 찾아댔는데... 전혀 모르겠음.


카톨릭이랑 개신교도 모르는 마당에, 동방정교니 러시아 정교니 뭐 이런게 쏟아져나오니 쥐쥐.


그냥 건축물 자체로만 봐야겠다.





그렇게 헬싱키 시내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파티를 준비하러 마트에 갔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물가지옥 북유럽의 마지막 날이다.


덴마크부터 시작된 북유럽 여행.


노르웨이에 도착해서 느꼈던 미친 물가에 앞으로의 여행이 막막했었으나,


어찌어찌 잘 버텨가며 북유럽 여행을 끝마쳤다.


그 기념으로 고기 구워먹을라고 마트에 갔음.


마트에서 가장 놀란건, 역시 이 껌 파는 코너.ㅋㅋㅋ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 부동의 쥬시후레시를 제치고 껌시장을 장악해버린 자일리톨이 바로 핀란드꺼였다.


휘바휘바~ 라는 광고로 더 유명한 자일리톨.


그 본고장이 핀란드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왠만한 껌에는 전부 자일리톨이라고 써져 있다.


저기 보이는 앵그리버드랑 그 옆옆에 있는 하마 그려진 껌이랑 좀 고민하다가,


결국 하마가 그려진 껌을 샀다.


저 하마 캐릭터는 스웨덴에서부터 봐온 캐릭터인데, 유명한거 같긴 한데 난 잘 모르는 캐릭터다.


여하튼 핀란드 원조 자일리톨 껌은... 딱딱했음.


망할. 독일 껌보다는 말랑 거렸지만, 그래도 씹고나면 다음날 턱이 아플 정도였음.ㅠ





이제 파티를 즐기기 전.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던 사우나를 할 시간이다.


우리 캠핑장은 겁나 좋은 캠핑장이라, 캠핑장 내부에 사우나 시설도 완비되어 있다.ㅋ


듣기로는 핀란드는 왠만한 가정집마다 전부 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하니,


캠핑장에도 있는게 당연하겠지.



원래는 호숫가에 뛰어들수 있도록 호숫가쪽 사우나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금액이 거의 3배차이가 나는 바람에, 얌전히 숲속에 있는 사우나를 이용하기로 했다.


내 모공은 그만큼 소중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싼거 택했다.





핀란드식 사우나의 특징이라면, 온도를 자기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거.


핀란드식 사우나는 습식 사우나인데, 사우나 하는 곳에 이렇게 물 양동이가 있다.


이걸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서, 우선 샤워를 하고 조심스레 사우나 문을 열었다.


핀란드 사우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만큼 뜨겁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살짝 쫄면서 문을 열었는데,


엥... 그냥 뭔가 덥긴 한데 하나도 안 뜨겁다.


보일러는 분명 켜진거 같은데 왜 이렇지... 라고 생각하면 사우나 안을 둘러봤는데,





요렇게 생긴 히터가 하나 있다.


아... 예전에 인터넷에서 대충 어떻게 사용하는지 본적이 있는지라, 위에 보이는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서


저 히터에 한바가지 뿌려봤다.



물을 뿌리자마자 수증기로 변신해서 사우나 안을 가득 채운다.


오.. 뜨뜻하다.


더 뿌렸다. 오.. 더 뜨뜻하다.


이래뵈도 영화탕 사우나 모래시계 한바퀴 돌만큼은 버티는지라, 물을 계속 뿌렸더니,


타죽을꺼 같다. 


이게 물을 뿌린 다음에, 수증기가 올라와서 데워지는 방식이라 시간차가 좀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마구 뿌려댔더니,


사우나 안이 너무 뜨겁다.



그럴때는 사우나 안에 있는 창문을 살포시 열어주면 금새 온도가 다시 내려가니 별 문제는 없음.ㅋ


여하튼 그렇게 앉아서 물을 뿌리면, 그 수증기가 뭉쳐서 올라오면서 내 등을 휘감으면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아.. 좋다. 이게 얼마만에 하는 사우나인가.



몸을 한계치까지 달구다가 뛰쳐나가서 찬물로 샤워하고, 추워서 다시 들어와서 사우나를 하고를 반복하다보니


온몸이 노곤노곤해지면서 피로가 더 쌓였다.


망할. 피곤을 풀려고 사우나 한건데, 사우나 하고 났더니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됐음.





하지만 우리의 파티는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니, 마켓에서 파는 가장 싼 돼지고기와 버섯을 굽고 굽고 구워서


저번에 브라질에서 사온 봄베이 진이랑 같이 마시기 시작했다.


끝내주는구만.



아... 이번 말고 스웨덴에서 상추를 사다가 고기를 구워 먹은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3백원어치 상추를 3천원에 팔고 있었다.


허나 상추가 너무 먹고 싶어서 하나 사왔는데....


상추를 씻어서 파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상추 뿌리까지 전부 작은 화분에 담아서 팔고 있었다.ㅋㅋㅋ


그대로 집에 가서 심으면 계속 상추가 자라나는 그런 상태의 상추를 마트에서 팔고 있음.


진짜 비싸고 양도 적지만, 너무나도 맛있었다. 뿌리까지 살아있는 상추를 바로 씹었을때의 그 기분이란 참... 최고였는데...


그때 딱 한번뿐이었음. 그 이후로는 비싸서 상추는 물론 아무런 야채도 못 먹고 있음.




여하튼 이렇게 우리의 북유럽 일정은 전부 끝이 났다.


이제 내일이면 유럽 본토로 넘어가서, 에스토니아 - 라트비아 - 리투아니아 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3개의 나라 (합쳐서 발틱3국이라 부름)를 거쳐서 폴란드로 간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