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20. 09:57

전날 밤에 있었던 일부터 정리해보자면,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어버렸다. 온 도시가 깜깜해졌다.


자가발전기를 가지고 있는 집들을 제외하면 전부 전기가 나가버렸다.


아무생각 없이 우리집이 아니니까 상관 없는 외국인들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문득, 레스토랑 바깥 상황이 궁금해졌다. 별은 많이 보이나? 사람들은 어떻게 걸어다니지? 뭐가 보이긴 보이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다가.


콘크리트로 만든 문지방에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찍어버렸다. 오우 쉣.


너무 아파서 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을 마구마구 문질러댔다.


문질문질문질문질.


근데 손에 뭐가 묻는다. 불빛이 없어서 뭔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뻔하지. 피다.


피가 솟구친다. 엄마. 이렇게 내일은 택시타고 가야되나요. 설마 택시비가 아깝다고 진희가 걸으라 하진 않겠죠.


가이드한테 발가락이 찢어졌다고 약국 어딨는지 알려달랬더니, 문 닫았다고 슈퍼에서 반창고 사란다.


망할. 후시딘이랑 마데카솔 전부 숙소에 두고 와버렸는데..... 그렇게 울면서 잠들었다.





다행히 같이 간 동생분이 후시딘을 가지고 계셔서 그걸 바르고 잠이 들었다.


찢어진 껍데기가 덮고 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크게 다친거 같진 않았다.


아쉽다. 택시 탈수 있는 기회였는데.


여하튼 그렇게 다친 발과 함께 아침을 냠냠.





가이드한테 발 다쳐서 못 걷겠으니, 택시나 버스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마추픽추가 있는 동네는 기차밖에 안 다닌단다..;;;


버스나 택시가 아예 못 간단다. 그냥 도로 자체가 없기 때문에 기차 타고 가야된단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마추픽추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기차다.


그럼 기차값이 얼마나 비쌀지는 예상이 간다.


내 엄지 발가락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거 같지는 않길래 그냥 걸어간다고 했다.





3일차 트래킹은 생각외로 별로였다.


현재 공사중인 구간을 걷는거라서... 쉴새 없이 차가 흙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고, 그늘 하나 없는 땡볕만 걷는다.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걷는데....


오전 3시간은 공사장 길만 걸어가고... 오후 3시간은 철길만 따라 걸어간다.


(도로 자체가 없어서 기차만 갈수 있기 때문에... 철길을 따라 걸어가야된단다..;;;)





공사현장을 계속 걷다보니 신기한 폭포가 나타났다.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내렸는데 댐을 만들기 위해 물길을 돌리기 위해 만든 구멍 같았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거면 벌써 관광지 명단에 올라겠지?...





계속에서 공사판만 걸어간다.


어제 트래킹으로 인해 지친 체력과 땡볕이 합쳐져서 힘들었다.


다른 외국인들은 벌써 한시간 이상 뒤쳐졌고, 한국인 4명만 계속해서 걸어갔다.


역시 국토의 70%가 산으로 덮힌 국가의 민족답다.





지금 생각해도 여기가 뭐하는데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중간 게이트다.


여기서 스탬프를 찍고 이름을 적고 등록을 한다.


바로 수돗물이 나오길래 머리도 감고 땀좀 식히면서 외국인들을 기다렸다.


한시간 정도 기다렸더니 같은 팀원들이 나타났다.





철길의 시작.


이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30분쯤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저 지팡이가 생각보다 유용했다.


철길이 여러개 있었는데 전부 사용중인 철길인거 같다.


뒤쪽을 보면 철길이 땅에 파묻히다시피 했는데 어떻게 기차가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조금 걷고 있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저쪽을 보란다.


줌이 안되는 카메라라서 잘 안보이지만 사진 한가운데 마추픽추가 아주 조금 보인다.


산에 안 올라가면 마추픽추가 안 보인다는 말은 지금시대에는 뻥인거 같다.


여기도 그렇고 계속 걷다보면 마추픽추의 꼭대기 부분이 아주 조금씩 보인다.


아마도 예전에 정글로 뒤덮혀 있을때는 안 보였겠지만, 지금은 정리를 해서 보이는거 같다.





철길 중간에 이런 말도 안되는 다리가 나타난다.


양옆으로 피할틈도 없고, 발을 헛딛으면 강물로 떨어지는 철길이다.


대략 50미터는 넘게 이어져 있는 다리였다. 이거 지나가다가 기차가 오면 어떻게 되는거지 싶어서 엄청 빨리 걸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옆에 사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다...;;;


가이드보다 너무 빨리 걸은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기차가 지나는 다리 위로 목숨을 걸고 지나갔다.





저건 지금 멈춰있는 기차고... 가끔씩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서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원래 돈 내고 기차타고 지나가는 코스인데, 돈 없는 우리팀은 그냥 다들 걸어갔다.


기찻길이라서 경사도 없이 평이한 길이었고 그늘도 많아서 걸을만 했다.





왜 도로가 없는지 알수 있을것 같은 길이다.


오로지 철길만 뚫려 있어서 기차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다.


걸어가든지, 기차 타고 가든지 둘중 하나다.





오전, 오후 총 6시간쯤 걸어가니 마추픽추 입구가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마추픽추의 입구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여기서 20분쯤 더 걸어가면 나타나는 아구아스 칼리엔테라는 마을에 있다.


다시 말하면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여기까지 걸어와서 마추픽추까지 가야된다는 말이다.


마추픽추의 코앞까지 온 셈이다. 거의 다 왔다.





여기가 아구아스 칼리엔테라는 마을이다. 이름에서 나타나듯 온천이 있는 동네다.


마추픽추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라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있고,


마을 전체가 마추픽추를 위해서 존재하는 동네다.


마을 한가운데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특징이다.





어제랑 오늘 물린 자국들.


목이 저정도고, 다리랑 팔은 더 심했다.


특히 허벅지 뒤쪽은 모기가 아닌 빈대인지 벼룩인지 뭔지 모를 벌레들한테 물리는 바람에,


걸을때마다 따갑고 엄청 간지러웠다.


외국인들은 전부 모기퇴치제를 뿌리고 다녔는데, 한국인들은 준비를 못하는 바람에 대표로 물어뜯겼다.





요게 마추픽추 입장권이다. 128솔. 우리나라돈으로 6만원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


학생카드가 있으면 3만원정도로 할인된다.




드디어 내일이면 남미여행의 꽃 마추픽추를 간다.


남미역사를 공부하고 왔더라면 감동이 배가 됐겠지만 그래도 투어를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웠다.


나중에 아프리카는 더하겠지만, 남미에서도 투어를 적절히 이용하는건 결코 나빠보이지 않는다.


마지막날은 새벽 4시 반까지 체크아웃을 해야되기 때문에 이날은 먹을거리 좀 사고 바로 잠들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