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20. 07:55

뜨신 물도 안나오는 호스빼다헤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이 동네는 1000미터급이라서 더운데다가(쿠스코에 비해서) 어제 낮에 도착한 바람에 뜨신 물이 안나와도 별 무리가 없었다.


인도였다면 하루에 300루피정도씩은 내야 될 정도로 중급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남미에서는 여인숙 수준이다.





아침은 간지나는 서양식으로 빤케이크. 지금 저거 먹고 나보고 8시간씩 걸으라는건가.


배에 기별도 안가는 아침이었다.


그래도 앞에 보이는 오믈렛보다는 나은 아침이었다.





트래킹을 시작하기 전에 오른쪽 앞에 보이는 4개의 십자가에 가서 안녕을 기원했다.


왼쪽 길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가 원래 동네 메인이었는데... (산타마리아 라는 동네임)


몇년전에 동네 바로 옆의 우루밤바 강에서 크나큰 홍수가 일어나서 싹다 밀렸단다.


그래서 지금은 좀더 높은 곳으로 동네를 옮겼단다. (우리가 잔곳)


십자가의 의미는 예수님, 뭐 2명의 도둑 그런게 아니고,


콘돌, 퓨마, 뱀을 위한 십자가다. 여기는 남미니까요.





이제부터 신나게 걷기만 하면 된다.


대략 2시간동안 이렇게 평평한 길을 워밍업 삼아 걸어간다. 하지만 워밍업 하다가 쓰러질뻔 했다.


배낭에는 옷가지랑 이것저것 있고, 비닐봉지에는 먹을거. 그리고 오른손에는 지팡이.


저 지팡이는 진희가 페루 아줌마한테 식용유 조금 빌려주고 선물로 받은거다.


근데 내 허리가 더 중요하기에 주로 내가 썼다.





처음 쉬는 곳에 가니 원숭이가 있었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이후 쉬는 곳마다 별별 동물이 다 있었다.


관광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 키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부터 슬슬 모기에 물리기 시작했다.


결국 모기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벌레 + 빈대인지 벼룩인지 모를 벌레 들에게 온몸을 죄다 헌납해버렸다.





군대에서 행군하면서 배운 단 한가지.


쉴때는 양말까지 벗고 쉬면 피로도가 빨리 회복된다.


대신에 발바닥까지 모기에게 다 물어뜯긴다. 망할.


아직도 밤마다 온몸이 가려워서 일어났다가 다시 잠든다. 아침이 되면 모든 손톱이 피로 물들어 있다.





두번째 쉬던 곳의 모습이다.


저 가운데 빨간건 옥수수로 만든 전통음료수인데.. 약간의 술맛이 난다.


그리고 카카오라든가, 코카잎을 이용한 마취방법이라든가.. 뭐 이상한 전통땅콩 같은걸 시식할 수 있다.


이때, 코카잎을 이용한 마취방법을 배우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코카잎의 잎줄기 부분을 제거한후 한움큼 집어서 계속 씹다가 가이드가 주는 이상한 걸 조금 넣어서 다시 씹다보면,


점점 혀 끝부분부터 마비증상이 오기 시작한다.


잉카인들이 고대에 사용했던 마취방법이라고 하던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UN마약관리본부인가.. 어디에서 볼리비아랑 페루정부에 코카잎 씹는 습관을 버리라고 했단다.


코카인이라 불리우는 마약이, 코카잎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드는건데...


코카잎을 대량으로 씹으면 약간의 환각증상이 올수 있단다... 난 환각증상은 모르겠고 그냥 혀 끝이 마비되는 느낌만 받았다.





그리고 길가에 열려있는 열매중에 씨앗을 짓이기면 저렇게 이쁜 다홍색이 나오는 열매가 있는데,


그거 가지고 사람들 얼굴에 그림을 그려줬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다들 얼굴에 문질러댔는데... 이게 물로도 쉽게 안 지워진다..;;;


말로는 모기퇴치랑 뭐 피부병에 좋다고 하길래 다리에 발라댔는데... 모기가 그 위를 물어댔다.





트래킹 하면 역시 멋진 자연환경.


총 11시간을 걷는데,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랑 밥 먹는 시간 빼면 8시간동안 걷는다.


대략 2시간 평지, 4시간 오르막, 2시간 내리막 정도다.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다. 어린 외국 여자애들도 다 완주해내는 수준이다.


그리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다음 장소까지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해도 되고,


짐이 무거우면 3솔을 주고 다음 목적지까지 짐만 택시에 태워 보낼수도 있다.





우리팀의 구성원은 대략 아르헨티나 여자애들 + 브라질, 베네수엘라 커플, 한국인 4명, 파라과이 1명 등이었다.


개인적으로 같이 투어하기 싫은 단체 프랑스나, 단체 이스라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우리팀 말고 옆팀이 단체 프랑스 팀이었는데... 같은 팀이었던 한명이 프랑스인 싫다고 난리를 치는걸 보니


나만 싫어하는건 아닌거 같다.





길은 대체적으로 평이하고, 뷰도 평이하고, 난이도도 평이하다.


잉카 오리지널 트레일은 텐트 치고 잔다던데... 그거에 비하면 훨씬 편한거 같다.


중간중간에 쉴수도 있고, 뒤쳐지면 가이드가 알아서 케어도 해주고...





배낭이 트래킹용 배낭이 아니고 그냥 민예품 배낭이라서,


좀 매고 있다보면 어깨가 끈에 눌려 팔쪽에 피가 안 통한다.


먹을걸 많이 싸들고 가서 무거운거 같아서, 계속해서 먹어댔다.


마지막날 먹을게 없어서 좀 후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때는 배낭이 너무 무거웠다.





중간중간에 이렇게 열매도 따먹을수 있다.


아보카도, 파파야, 오렌지 등등 지나가다 보이는건 다 따먹을수 있다.


제주도 올래길이었으면 욕 먹을짓이겠지만, 가이드가 말하기를... 지나가다가 보이는건 전부 따먹어도 된단다.


개인소유가 아닌 페루정부 소유니까 먹을수 있으면 먹으란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보이는 귤 + 오렌지 비슷한 열매를 마구마구 따먹었다.





우리팀의 속도가 좀 빨라서 그런지 점심을 먹고 나서 낮잠 시간을 줬다.


맛난 밥을 먹고 해먹에 누워서 자는 잠은 언제나 최고다.


나중에 여건이 되면 집에다가 해먹 설치해서 자고 싶다.





중간중간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다리들도 지나친다.


망할 가이드가 여자들 손은 다 잡아주면서 남자들은 방관한다.


남미 특유의 매너인거 같다.


계단이나 높은곳에서 내려올때 등등, 뒤에 여성분이 계시면 다 손을 잡아주지만 남자는 떨어져 죽어도 넵둔다.





중간에 강을 건널때는 이렇게 뭔지도 모를 기구를 이용해서 건넌다.


줄에다가 바구니를 매달아서 3명씩 이렇게 이동해 간다.


양쪽에서 줄을 당겨서 바구니를 이동시키는데... 스릴 있다.


이 스릴 있는 바구니가 단돈 1솔(500원정도).





이렇게 하루종일 걷다보면 해가 질때쯤 온천에 도착한다.


이게 자연온천인지 물을 데운건진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먼지 뒤집어 쓰고 땀 흘린 다음에 들어간 온천은 너무 좋았다.


우리나라 목욕탕에 비하면 미지근한 물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몸 지지고 나서 마시는 맥주 한잔은 역시. 굿.


사실 몸 안 지지고 그냥 맥주 마셨어도 굿일듯.




이렇게 가장 힘들다는 2일차 트래킹이 마무리 됐다.


잉카 정글 트레일은 매우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만약 개인적으로 마추픽추에 갔다면 교과서랑 똑같아서 별로였다는 소리나 하다가 왔을텐데...


3일동안 잉카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추픽추에 가서도 따로 설명을 들으니,


하나하나가 다 새로워 보였다.


아는만큼 보이는건 진리인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