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5. 30. 12:24

내가 어릴적에.. 그니까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그닥 에어컨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우리집에는 물론 없었고... 백화점이나 은행 같은데가 아니면 밖에도 에어컨을 볼일은 흔치 않았었다.


물론 학교는 고등학교때까지 에어컨 없는 학교를 다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에어컨 없이 어떻게 여름을 버텼는지 모르겠다.



더운 나라만 가면 온몸에 힘이 빠져서 맥을 못 추던 나였는데...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났더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없던 체력도 생겨나고, 고장난 내 관절들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캐리어 박사 감사합니다.





에어컨으로 인하여 체력이 급상승된 몸을 이끌고 밥 먹으러 간 곳은 어제 찾아낸 구석탱이 식당.


백반이다보니, 매일매일 메뉴가 바뀐다.


오늘은... 어제보다 좀더 화려하다.


뭔가 디저트도 두개나 있다.



왼쪽 은박접시에 있는건 달콤한 앙금 같은거고... 오른쪽은 우유에 옥수수 말아놓은거다.


둘다 맛남.


가격도 맛남.


따봉.





뭐할까 고민하다가, 코넛 플레이스에 가기로 했다.


이제 슬슬 한국에 들어가야되니까... 1년간 우리가 없어진지도 모르고 있던 사람들 빼고,


항상 카톡으로 부럽다.XX야. 비행기는 왜 추락 안했냐. 강도는 언제 만나냐. 등등.


우리를 걱정해준 사람들에게 하사할 기념품을 사러 갈 시간이다.



이 세상 모든 물건은 중국에서 구할수 있다고 한다.


근데 인도가 중국이랑 가까워서 그런지... 여행객이 많아서 그런지...


델리에서도 왠만한건 다 구할 수 있다.



특히... 인도 전역에 산재되어 있는 특산품들.


단연코 가장 싼곳은, 델리 빠하르간지에 있는 기념품샵들이다.


뭐 다즐링차가 유명하다고 해서 다즐링에서 차를 사봤자,


델리 빠하르간지에서 파는 다즐링차랑 동일하지만 가격만 두배쯤 비싸게 주고 사는 셈이다.



이건 개발도상국 여행할때 유용한 팁인데...


예를 들자면... 커피하면 역시 콜롬비아. 콜롬비아 커피가 유명하다고 해서,


콜롬비아 가서 아무샵에서나 아무 브랜드의 커피를 사도, 우리나라 맥심보다 좋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로 콜롬비아에서 나오는 커피중, 최상품들은 나오자마자 진작에 외국으로 전량 수출되고,


남은 것들이 콜롬비아 내부로 유통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뭐 참치 잡으면 제일 좋은것들은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고, 남은것들만 무한리필 참치집 같은데로 유통된다던데...


똑같은 이치인거 같다.



고로...


외국의 유명한 식료품은, 그냥 현대백화점 지하1층 매장에서 비싼돈 주고 사먹는게 낫다는게 결론입니다.





코넛플레이스까지 걸어갈 수는 있으나...


굳이 이 땡볕에 거기까지 걸어갈만큼의 의지가 우리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빠하르간지에 수없이 많은 릭샤를 잡아타기로 했다.


릭샤는 오토릭샤와 싸이클릭샤... 그리고 2007년에는 없었는데 2013년에는 새로 생긴,


오토바이릭샤가 있었다...



이 사진에서 보면 오른쪽에 노란지붕의 릭샤가 오토릭샤고,


왼쪽 길가에 세워져있는 자전거 바퀴 달린게 싸이클릭샤다.


보통 싸이클릭샤가 오토릭샤보다 훠배 싸다. 그리고 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내가 듣기론 오토릭샤를... 베트남인가... 동남아쪽에서는 뚝뚝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음...)



우리는 왠만해선 싸이클릭샤를 애용한다.


바로 앞에서 릭샤꾼이 땀 뻘뻘 흘리면서 고생하는걸 즐기는 새디스트라서 그런건 아니고..


오토릭샤도 뭐 그리 부자는 아니겠지만.. 싸이클릭샤꾼보다는 그래도 돈좀 있는 사람이 아닐까 판단이 되서,


왠만해선 싸이클릭샤꾼들이 돈을 벌게끔 하찮은 배려를 하는 셈이다. ( 내 나름대로의 배려임..)



근데 싸이클릭샤는 언제 타고 언제나 기분이 편치는 않다.


우리 둘을 태우고 낑낑대며 온몸의 땀을 흘리고 페달을 밟는 릭샤꾼을 보면... 


왠지 죄 짓는듯한 기분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자기 돈 많다고 사람 막 하대하고 안하무인인 그런 악당캐릭터가 된듯한 기분이다.





코넛 플레이스에 도착했다.


우리는 처음 싸이클릭샤꾼이 부른 가격의 배 이상을 요금으로 냈다.


따지고보면 오토릭샤보다 더 비싼돈을 주고 싸이클릭샤를 타고 온 셈이다.



나름대로의 팁이다.


유럽 같은데서는 팁을 마구마구 줄수 없으니... 인도에서라도 마구마구 줘야지.


웃긴게, 팁을 좀 줬다고 마음이 약간은 편해지는듯한 마음이다.


아주 잠깐, 돈만 많으면 행복도 살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


저기 보이는 씨티뱅크로 가야된다.


저 씨티뱅크는 내가 2007년 인도에 처음 와서, 자력으로 간 첫번째 목적지다.



더위, 삐끼, 사기꾼, 혼란, 카오스, 냄새들을 모두 뚫고나서,


저 씨티뱅크 간판을 마주쳤을때 느꼈던 쾌감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그 당시에는 씨티뱅크 국제현금카드가 있으면 왠만한 나라에서는 수수료 없이 출금이 가능했는데,


요즘에는 무료는 없어졌고... 제휴된 나라에서는 1달러를 수수료로 내야되고, 어떤 나라는 좀 더 많이 내야되도록 바꼈다.





코넛플레이스는 거대한 쇼핑센터다.


가운데 로터리가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둥근 원모양으로 건물들이 배치되있다.


안쪽 원은 좀 고급샵들이 모여있고, 바깥쪽 원은 좀더 후즐근한 샵들이 모여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곳은 뭔가 싶겠지만...


저기 가운데 넝쿨로 뒤덮힌 건물 1층을 잘 보면 간판이 있다.


고렇다. 저기는 음식점이다.



2007년에 누나들이랑 두번째인가 왔을때, 저곳에서 밥 먹었던 기억이 나서 찍어봤다.


저기서 밥 먹고 너무 나가기가 싫어서, 간이용 체스판 가지고 체스를 뒀던 기억이 나네.





요게 안쪽 원형건물에 있는 샵들이다.


벌써 리바이스가 있다는것 자체가 고급샵들이 있다는 증거다잉.


이 쪄죽는 인도에서 청바지를 입는다는건, 더위따윈 아랑곳 하지 않는다.


왜냐! 우리집과 차에는 에어컨이 있으니까! 난 부자니까!


라는 의미가 되겠다.



예전에는 비오는날, 청바지 위에 비닐바지 (어부들이 입는 그 바지) 를 입고 다니는 인도인을 봤을만큼,


리바이스 청바지는 좀 고급브랜드에 속하는거 같다.



보통 이런 샵들 입구에는 무장한 경비원들이 있으나,


아무 걱정 없이 들어가서 구경해도 된다.


쫄 필요 없음.





코넛플레이는 지상상가 말고 지하상가도 있다.


여기는 약간 뭐랄까... 부평 지하상가의 낙후된 버젼 정도?...


게임기부터 시작해서, 향수, 화장품...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것들을 많이 판다.



남미에서 많이 보던 종류의 상가들이 모여있다.


생각외로 꽤 크고, (물론 부평지하상가에 비하면 새발의피임...)


공기도 쾌적하여 슬슬 돌아다니기 좋다.



하지만 지하상가에 양아치가 많은건 전세계 공통인거 같다.


가끔 외국인만 보면 미친듯이 달려드는 양아치들이 존재하므로, 걔네만 조심하면 된다.


아... 그리고 인도인들의 특성인,


사진 오른쪽 아래처럼 아무데나 앉아계시는 분들만 잘 피해다니면 된다.





코넛플레이스에서 기념품을 사려 했으나,


생각외로 살게 없어서... 우선 땀 좀 식히고자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인도의 대표 커피숍, 커피데이다.



코넛플레이스에만 커피데이가 4~5개쯤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온 이 커피데이는 뭔가.. 리미티드 버젼인가보다...;;;


커피 가격도 다른 커피데이보다 좀더 비싸고, 인테리어 같은것도 장난 아니게 화려하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외국인이거나, 맥북 들고 다니는 인도인들이다..



우왕.... 뭐지....


근데 다시 나가서 다른 커피숍 가는게 귀찮아서 여기서 커피 한잔 마시고 쉬었다.


인도 빈부격차가 심하다고는 들었으나, 실제로 보면 진짜 심한거 같다.



하긴, 우리나라도 우리집이랑 같은 성북구에 있는 성북동만 가도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체감은 가능하지....





이제 다시 릭샤를 타고 빠하르간지로 복귀.


역시 기념품은 빠하르간지가 제일 싸다.


여기는 어제 본 삼거리라고 불리우는 곳인데, 오른쪽으로 가면 아래의 길이 펼쳐진다.





여기가 빠하르간지...


수많은 기념품샵과 여행자식당과 여행자숙소가 몰려있는 곳이다.


인도여행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으므로,


그냥 검색만 하면 바로바로 튀어나온다.



내 생각에는 강원도 정선 여행정보 찾는것보다, 인도 델리 여행정보 찾는게 더 쉬울껄.





우리가 가장 먼저 산건, 가방.


홍콩에 쇼핑하러 가는 사람들중에, 홍콩가서 새 캐리어 하나 사서 거기에 물건 가득 담아 오는 사람들 있잖아.


우리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방 가게를 찾아갔다.



인도에서는 괜찮은 캐리어를 구하기 힘드니까,


우리는 그냥 천가방... 약간 공사장에서 공구 담을때 쓰이는듯한 가방을 하나 샀다.


이제 여기에 기념품들을 꽉꽉 채워서 한국으로 가면 된다.



인상적인건 엄청 오래되보이는 듯한 가방들과, 


나 어릴적에 문방구에서 봤던거 같은 문구품들...


그리고 제발 좀 디스카운트 하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외국인 식당중에 유명한 Sam's Cafe였다.


1층부터 시작해서, 지상 5층쯤 되는 건물이 통째로 다 식당이다...;;;



근데 신기한건, 1층에 손님 조금 있고... 옥상에 손님 조금 있다.


중간층에는 아무도 없음...ㅎㅎ


어떻게 아냐면... 여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이 옥상까지 꾸역꾸역 걸어올라와야 된다.



주메뉴는, 전세계 여행자 레스토랑의 공통메뉴인


피자와 치킨 되시겠다.





이 음식점에 온 이유도,


예전에 같이 왔었던 기억이 있는 곳이서 다시 한번 찾았다.


위에서 바라다보는 빠하르간지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여전히 혼란우면서 활기차고 이국적인 풍경으로 가득했다.




이건 뭐야. 먹는거야?


피자랑 치킨이다.


이렇게까지 어둡지는 않았던거 같은데 사진을 좀 이상하게 찍은듯...;;;


여하튼 맛은 꽤 괜찮았다.


유명한 여행자 식당은 나름 검증된 곳이라서 언제 가도 언제나 비슷한 맛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 내일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미친듯한 쇼핑을 해야지~ 룰루랄라.


처음으로 가는 동남아서 약간은 설레이고, 진희는 한번 가본곳이 약간은 마음이 편하다.


인도를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죽기 전에 적어도 한번 이상은 다시 와볼 곳이기 때문에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는다.


곧 다시 가야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