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보고타를 떠나는 날.

 

일주일간 있었지만 오뎃, 리카르도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웠다.

 

세계일주 중에 잠시 들렀다 가는 것이라, 예전만큼 놀진 못했겠지만 그래도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랬다.

 

리카르도의 실직과 오뎃의 출가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것보다 우리가 시점을 잘못 잡은게 더 큰 원인이겠지만…

 

 

   

 

일주일간 집을 내어준 오뎃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신나는 미씽작업.

 

휴지에 물 묻혀서 화장실 바닥을 다 닦았다고 하면 말 다 했지 뭐. 열과 성의를 다해서 청소했다.

 

 

 

 

 

처음 왔을때보다 더 깨끗이 청소하려고 노력한 흔적들.

 

왼쪽에 보이는 고양이와 왼쪽 탁자위의 모든 것들은 전부 오뎃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그리고 벽에 걸린 모든 것들은 오뎃의 어머님께서 직접 만드신 것들이다.

 

작년에 놀러갔던 오뎃의 외갓집. 소코로에 있던 그 집이 팔리는 바람에 기념으로 가져온 것들이란다.

 

 

   

 

원래 일요일에 출발하려던 우리가 출발을 하루 늦춘 가장 큰 이유.

 

바로 배낭커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비행기, 버스 탈 일도 많을 테고 짐을 숙소에 맡기고 장기간 투어를 떠날 일도 많을텐데

 

그때마다 가방을 어떻게 잠그고 다녀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우리가 가져온 가방은 여행가방이 아닌 등산가방이라서 시건장치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가방을 전체 다 덮는 커버가 필요했다. (쉽게 말해서 가방을 통째로 포대자루에 넣고 잠그는 방식)

 

근데 인터넷으로 아무리 뒤져봐도 우리나라 말고 파는 곳을 찾기는 힘들었고… 실제로 본것도 우리나라꺼 빼곤 독일애들꺼밖에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가방수리점. 금요일날 가서 얘기해본 결과 대충 만들어줄수 있다는 거 같길래…(우리가 이해하기론…)

 

오늘 리카르도를 데리고 갔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ㅎㅎㅎ

 

 

   

 

주인 아저씨가 수욜까지 만들어준다는걸.. 리카르도가 얘네 한국에서 온 애들인데 좀 빨리 해달라 그러자,

 

4시까지 만들어준단다… 뭐여 이건… 그렇게까지 일정조정이 가능한건가…

 

여하튼 주문을 마치고 리카르도는 볼일이 있어서 갔다. 가면서 우리에게 내준 숙제. CALDO라는 전통음식을 먹어봐라.

 

CALDO는 우리나라 갈비탕 비스무레한 음식이었다. 어제 알았더라면 해장하는데 아주 좋았을텐데..안타깝다.

 

 

   

 

메데진에 가서 쓸돈을 뽑는 진희.

 

씨티은행은 ATM기에서 한글을 지원해준다… 여행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예전처럼 뭐 달러나 여행자수표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인터넷이 되니 가이드북 짊어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원래 어제 보고타와의 작별인사로 술 한잔 하려고 안주로 사놓은 라면을 그냥 이날 끓여먹었다.

 

피칸테(매운맛)를 사서 끓였는데 꽤 맛있었다… 봉지라면인데 컵라면 맛이 난다.

 

 

   

 

우리가 발견한 유니크 상점. 정말 커버 없었으면 매일매일 맘 졸이며 여행할뻔 했다.

 

왼쪽이 한국인이라는 말에 일정을 3일 줄여주신 쿨한 주인장. 그리고 오른쪽이 실제 재봉질 524 명장 찍으신 아주머님.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나왔다. 두개 합쳐서 단돈 3만페소(대충 2만5천원). 나중에 사진 찍어서 올려야지.

 

 

   

 

배낭커버가 잘 나와서 기념삼아 커피를 한잔 마셨다. 리카르도도 기다릴 겸.

 

원숭이상이라 어딜 가나 주목 받지만, 저런 배낭을 두개씩 짊어지고 다니면 전부 다 쳐다본다.

 

가끔 너무 빤히 쳐다봐서 시비를 거는건지 아닌지 헷갈릴때도 있다.

 

 

   

 

리카르도가 데려다 준. 보고타 북부터미널.

 

북쪽으로 가는 버스는 여기서 출발하고, 남쪽으로 가는 버스는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한단다.

 

리카르도는 미리 우리의 표와, 시간, 도착시간, 가는 길에 산사태는 없는지, 있다면 어디로 돌아가는지… 등등을 다 알아놓은 상태였다.

 

정말 꼼꼼한 친구다. 이피얄레스(콜롬비아-에콰도르 국경지대.)에 있는 지금도 리카르도에게 매일 전화가 온다.

 

무슨 음식이 맛있는지, 어디를 조심해야 되는지 등등… 좋은 친구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좋은 버스를 타고 메데진으로 향했다.

 

리카르도가 대신 다 끊어주고 우리를 VIP룸까지 데려다줬다.

 

보이는 사람마다 전부 얘네 둘 다 한국인이니까 잘 좀 부탁 한다고 인사를 하고 다녀서 귀빈 대접을 받았다.

 

 

   

 

리카르도에게 말했다. 저번에 헤어질때는 다시 못볼줄 알고 울었지만 오늘은 안 울거라고. 애 낳으면 다시 온다고. 아니면 너를 초대하마.

 

그렇게 쿨하게 리카르도와 작별을 하고 버스를 탔다.

 

비싼 버스라 그런지, 버스 안에 전원, WIFI, GPS가 되고, 각 좌석마다 영화를 볼수 있게 터치스크린 설치가 다 돼있다.(물론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우리는 못봄)

 

 

   

 

대략 12시간을 달려서 메데진에 도착했다.

 

중간중간 잠에서 깨서 본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터널이 없는 콜롬비아(하나도 없는지는 모르겠음)는 산을 빙빙 타고 다니는데 산 정상쯤 지날 때 보이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구름 위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보고타에서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

 

오뎃이 몸도 안 좋고 월요일이라 출장을 나간 바람에 제대로 인사를 못한게 아쉬웠지만,

 

메데진 도착하자마자 스카이프로 신나게 대화했다. 오뎃은 한국말로 우리는 스페인어로…

 

구글은 위대하다. 찬양하라 구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