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3-France2012. 12. 31. 04:46

벨기에 브뤼셀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후,


바로 파리로 되돌아 왔다.


아... 빡쎄...


근 일주일동안 계속해서 이동만 했더니, 이제 차도 골골댄다.


110일동안 18000키로를 뛰었으니... 골골댈만도 하지...


개인적으로 나중에 우리차를 인수받을 사람에게 매우 미안한 감정이 든다.





브뤼셀에서 신나게 밟고 밟고 또 밟아서 파리로 향했다.


벨기에는 독일이랑 똑같이 고속도로가 무료다.


나라가 좀만 더 컸어도 좋았을텐데... 나라가 작아서 무료 고속도로도 너무 짧다.ㅠ


아숩구만...


만약 나중에 다시 또 차 끌고 유럽에 올 일이 있으면, 그때는 독일만 한달 잡고 와야겠다.


차 끌고 다니기에 독일만큼 좋은 유럽도 없는거 같다.


최고다... 아우토반에서 신나게 직진만 하면 왠만한 곳은 다 갈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한 여행이 어딨을까.





파리로 가는 길은 생각처럼 무난했다.


비가 조금 오긴 했지만, 뭐 차 타고 다니니 날씨는 크게 문제가 안되고...


마지막 장거리 운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이렇게 파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크리스마스라서 아름답고 흥하는 얘기만 하고 싶지만, 우리의 크리스마스 저녁은 그다지 흥하지 않았다.



우리가 파리의 숙소로 잡은 곳은, 한인민박집이었다.


호스텔보다도 싸면서 주차가 가능한 곳은 불법 한인민박집밖에 없다.


원래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때 머물렀던 한인민박집에 가고자 했지만, 그곳엔 자리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그 근처에 있던 다른 민박집에 갔는데...


헬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헬이었다. 지옥. 지옥 오브 지옥. 지옥의 문.



시설 같은건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엄청나게 열악한 환경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머물 것이라는건 예상한바다.



우리가 갔을때는, 대략 남녀 합쳐서 20명 가까운 사람이 머물고 있었다.


처음 남자 도미토리에 들어갔을때 숨이 턱하니 막혔다... 창문 하나 없는 방에 2층 침대 3개,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린 잠자리가 3개.


총 9명이 머물고 있었다. 


가뜩이나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땀냄새 진동하는 남자 9명이 창문도 없는 방에 있으니 당연히 습하고 냄새 나겠지.


또 한인민박의 특징은 화장실이 매우 열악하다는점.


일반 민박집을 숙소로 쓰는거다 보니, 화장실 갯수도 많아봐야 1~2개... 이 곳을 20명 가까운 사람이 쓰니 당연히 개판이다.



여기까지는 다 이해한다. 어차피 예상한 거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통 한국인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특히 유럽의 특성상 젊은 대학생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이 친구들은 대부분 로맨스를 꿈꾸고 온다.


나와 진희가 만났던 인도처럼, 거지꼴이 아닌... 최대한 꾸밀대로 꾸미고 치장할대로 치장한 대학생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도착한 날도 한 친구가 맥주 마실 생각 있냐고 물었다.


허나 나랑 진희 둘다 너무 피곤한데다, 생각보다 열악한 시설이 술 생각이 전혀 안 들어 사양했다.


그리고는 우리 둘을 뺀 나머지 15명정도의 사람들이 부엌 겸 거실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대충 9시부터 벌어진 술판. 나는 그나마 2층 구석이라 조용했는데, 진희는 부엌 바로 옆방이라 잠을 잘수가 없단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카톡을 통해서만 했음.)


게다가 크리스마스 저녁이라 그런지 음악도 틀고 왁자지껄 술판이 벌어졌다.


이 정도쯤이야 뭐 한인민박 오면서 모두 예상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1시가 좀 넘자, 주인 아주머님이 자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파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신나게 떠들던 남자, 여자가 각자 방으로 들어왔다.


난 자고 있다가, 갑자기 켜진 불에 눈뽕을 맞으며 일어났다.. 아오... 눈 부셔...


그리고는 방에서 다들 아쉽다는 얘기를 한다.


'조금만 더 마시면 좋은데..'


'아.. 술이 좀 더 있었어야 되는데..'


'여자애들도 아쉬운거 같던데...'



그러다가 결국 담 넘어서 술을 사러 가자는 얘기까지 오가고, (불법 민박이라 야밤에는 문을 잠궈서 밖에 못 나가게 한다. 안 그러면 주변집에서 민원이 들어가니까....)


계속해서 1층을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허나 아주머님께서 1층을 지키고 계셨고, 내려가는 족족 혼나고 다시 올라와서는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1시간 넘게 우왕좌왕 술을 사러 월담을 하네 마네 얘기도 나오고,


여자애들 자면 어떡하지. 누가 마음에 드는데 아 미치겠네. 소리도 나오고...



내가 미치겠다. 이 새킈들아. 무슨 고등학교 수학여행 쳐왔나.


여하튼 그렇게 1시간 넘게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를 하고는...


도미토리에서 5명이 바닥에 앉아 떠들기 시작한다...



미쳤나보다.


나를 포함해 3명이 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 반까지 5명이서 떠들기 시작한다.


겁나 쓰잘데기 없는 얘기들...


군대 얘기부터 시작해서, 학교 얘기... 그리고 여자 얘기까지...


환장하겠네....



1시부터 4시 반까지... 3시간 반을 눈만 감은채 잠드려고 열심히 노력해봤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수가 없다.


세상 어느 호스텔에서 다른 사람이 자는데 떠든단 말인가..


자꾸 마지막날이라 아쉬우니 좀더 놀다 자자고 하는데... 니 여행만 끝이지 난 이제 중간이다.


차라리 오늘이 그냥 니 인생의 마지막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여행 다니면 가장 진상으로 꼽는 나라가, 중국과 이스라엘이다.


중국이야 워낙 무개념이라 다른 사람 배려 안하는걸로 유명하고,


이스라엘은 대부분 군대 갓 전역하고 기어나온 놈들이라 혈기가 너무 왕성해서 언제나 시끄럽다. 게다가 더럽지.



근데 간혹 한국인을 거부하는 숙소들도 있다.


그런 숙소를 보면서, 뭐 저리 오바하나 싶었지만... 이젠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인들은 3명 이상만 모이면 술판이 벌어지고, 밤늦게까지 떠들고, 술을 너무 과하게 마신다는 얘기...


모두 맞는 얘기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


여행을 많이 안 해본 대학생이라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이건 도가 좀 지나쳤다.



결국 4시 반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다들 안되겠다 싶었는지, 이제 그만 자자며 잠자리에 든다.


근데... 갑자기 내 침대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뭔가 해서 들어봤더니, 11학번이라는 어떤 미친놈이 이어폰도 없이 '우리 결혼했어요'를 쳐보고 있다..


아.. 환장하겠네.


간혹 지하철에서 이어폰 없이 동영상 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라고 생각을 해봤는데,


9명이 자는 도미토리에서 이어폰 없이 어떻게 우결을 쳐볼 용기를 가지게 됐을까.


귀국하면 곧 군대 간다고 하던데, 저런 놈이 내 밑으로 왔었어야지 정신개조를 시켜줄텐데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건.


20명 가까이가 인터넷선 하나를 쓰는데, 다들 토렌트를 쳐돌린다는 점...


토렌트라는게 뭐냐면... 이걸 한명이 돌리면 나머지 19명은 인터넷을 거의 못 쓸 정도로 느려진다.


근데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떳떳하게 지금 토렌트 돌리고 있다고 말을 한다.


아.. 미치겠다. 이런 미친놈들.


여하튼 하루빨리 이 거지같은 놈들과 헤어질 시간만 기다리며 다시 잠을 청했다.




난 유럽을 오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 여행 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이건 나름 여행 좀 다녀봤다고 어깨에 힘 주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있을법한 편견인데...


여행 온 주제에 치장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편법도 불사하지 않는다.


(우리 방에도 교통비가 아까워서 무조건 무임승차를 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래놓고 세끼를 겁나 비싼 집에서 쳐먹는다고 말했지.)



여하튼 그런 편견들이 처음 유럽에 오면서 좀 사그라 들었었다.


아... 유럽 여행하러 온 사람들도, 인도나 남미 여행하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목적이 있을테고,


그 사람들만의 여행방식이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다름이 아닌 틀림이었다.


이 망할 놈들은 틀린거다.


사람이 자고 있는 도미토리에서 새벽 4시 반까지 쳐 떠들다니, 이건 미친게 분명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필수다.


그게 같이 다니는 일행이건,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건, 호스텔에서 일하는 사람이건간에.. 지킬건 지켜야 된다고 본다.



난 이날의 일을 계기로, 내가 겪은 이 날의 일을 계기로,


유럽에 여행온 대학생 새킈들은, 돈 없다고 징징대면서 루이비똥 가방 사러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미술관 입장료는 아까워서 들어가지는 않으면서, 다른 쓸데없는 데에는 펑펑 돈을 써대는,


부모님한테 지원 받아서 여행 온 주제에, 그게 마치 제가 번 돈인냥 개념 없이 써대는 놈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


허나 내가 겪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그런 대학생들이었다.



물론 나도 갓 전역해서 여행간 인도에서, 술을 하도 많이 쳐마셔서 인도인들에게까지 한소리 들었던 경험도 있다.


그때 난 그렇게 생각했다.


'거참 너무하네. 여행나와서 들뜬 기분이 술좀 과할수도 있지. 그거 하나 이해 못해주나.'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개념이 없는거였다.


그리고 이날 도미토리에서 쳐묵으면서 쳐떠들었던 놈들도 개념이 없었던거고...



여하튼 이날 제대로 잠도 못잔채 다음날을 맞이하게 됐다.


쓰다보니 더럽게 길게 썼는데, 내가 이날 느낀점을 다 쓰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망할 놈들.


그냥 못 배운 놈들이라 저러는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거기서 떠들던 5명중 3명은 내 학교 후배였음.


아... 망할.



여하튼 이렇게 크리스마스의 밤이 지나갔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