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8. 11. 09:07

이건 무슨 남미여행을 하는건지 칠레여행을 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여권에 칠레입출국 도장만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세상의 끝. 뿐따 윌리엄스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또 다시 가게 된 칠레.


아무리 계획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루트가 지저분해도 되는건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다시 칠레산 와인을 마음껏 마실수 있다는 기대가 들기도 한다.





요건 진희가 만든 칠레입국 도장 컬렉터.


이러다가 아프리카 가기도 전에 사증란이 부족해서 추가해야 될판이다.


게다가 쿨한 남미답게, 도장도 그냥 아무데나 막 찍는다.


그냥 여권 넘기다가 조금의 빈틈이라도 있으면 쾅쾅 찍어버린다.





아르헨티나의 칼라파테를 떠나 다시 칠레의 뿐따 아레나스로 향하는 길.


뿐따 아레나스로 가려면 저번에 우리가 나비막을 타고 갔던 뿌에르또 나탈레스로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된다.


한번 갔던 도시를 다시 간다는게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직행버스가 없으므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뿐따 윌리암스의 꿈은 무산됐지만...(망할 비수기라서 배,차,비행기 모두 스케쥴이 맞지 않는다.)


덕분에 뿐따 아레나스에서 예상치도 못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남미에서 가장 입국하기 짜증나는 나라. 칠레.


농수산물 관리가 엄격한건 좋은데, 국경을 지날때마다 거쳐야 되는 짐검사는 언제나 짜증난다.


미국도 아닌것이 엄청 꼼꼼하게 짐검사를 한다.



예전에 콜롬비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올때,


콜롬비아에서 선물로 받은 뭐드라... 여하튼 여왕개미보다 큰, 바퀴벌레 수준의 개미들을 가지고 온적이 있는데...


(생긴건 극혐오스럽지만, 먹어보면 그냥 매뚜기 튀긴거랑 비슷하단다... 물론 어머님 말씀임. 난 매뚜기 안 먹어봄)


미국 공항에서 X-ray 찍다가 혐오스러운 개미를 가지고 온게 발각되어,


가방을 전부 뒤집어 엎은 다음에, 이게 무슨 음식이냐고 먹어보라고 했던 휴스턴공항의 흑형이 생각난다.



"가방 까봐. 뭐 이상한거 있는데?"


"넴?... 잠시만요. 이건 과자고요... 이건 빵이고요... 이건 음식입니다."


"음식? 이게? 이거 곤충 아님?"


"곤충이긴 한데... 음식이에요."


"음식? 이게? 이거 개미잖아?"


"흠... 개미긴 한데... 콜롬비아 전통음식이래요... 저도 내키진 않았지만 선물로 주시는데 어떻게 버리고 옵니까... 음식이에요."


"먹어봐."



자꾸 명령조로 말하는 흑형이 짜증나긴 했지만, 와우에 나오는 오우거처럼 생긴 흑형이 시키는거라 어쩔수 없이 하나 집어 먹었다.


그때 나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흑형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너무 경직된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먹던 개미 한마리를 흑형에게 주며, "한번 잡숴볼래요?"


라고 했다가 거부당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안 쳐맞은게 다행이었어.


그 흑형은 꿀밤이라도 한대 때리면 두개골이 파열될꺼 같은 손을 가지고 있었거든...





아르헨티나 국경사무소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있는데,


이상한 옷차림을 한 여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티클라쎄인가? 예전에 서인영씨가 우결에서 들고 나와 유명해진 그 지도 그려진 메이커...


그 메이커로 쫙 빼입고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저게 뭐다냐 싶어서 우선 이렇게 사진만 우선 찍어 왔는데...



알고보니 DONNAVVENTURA인가... 이탈리아 단체인데, 여성들이 오지탐사를 하는 그런 그룹인듯 싶다.


미쯔비시부터 각종 회사들로부터 협찬을 받아서 여행을 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원래 우리도 세계일주를 떠나기 직전, 각종 협찬을 받아서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길래


혹시 우리도? 라는 생각에 열심히 알아봤었는데...


우리정도는 뭐 택도 없겠더라...;;;


협찬을 받아서 세계일주를 하려면, 50cc 오토바이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든지...


아니면 무동력으로 남극부터 북극까지 일주를 하든지...


아니면 뭐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쇼트트랙 쫄쫄이만 입고 세계일주를 하든지...


그 정도쯤은 되야지 아주 조그만 회사에서 협찬 좀 해주더라...



나름 영화처럼 만나 영화처럼 떠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세계는 넓고 엄청난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널려있다.





칠레 나탈레스 - 아르헨티나 칼라파테 국경지역이다.


뭐 생각보다는 별거 없다.


X-ray도 찍긴 하는데... 별 무리 없이 통과했다.


처음에는 우리 가방 까보라 그러길래, 주섬주섬 꺼내고 있는데...


한 10%쯤 꺼내니까, 귀찮다는 듯이 그냥 됐다고 가라 그래서 와버렸다...;;;


여긴 남미니까요.





드디어 뿌에르또 나탈레스에 도착했다. 얼추 6~7시간쯤 걸린거 같은데...


이상하게 일주일 전에 출발한 곳이랑 다른 곳에 버스가 정차한다..;;;


분명 똑같은 회사의 버스를 타고 출발했는데 왜 다른곳에 내리지?


(남미에는 공용터미널이 없는 동네가 많아서, 버스회사별로 차고지가 따로 있는 동네가 많다.)



게다가 우리가 내리고 있는데, 방송용 카메라 3~4대가 자꾸 우리를 찍어댄다..;;


뭐여. 왜 자꾸 찍는거야... 초상권 있는 몸인데...


뭔가 싶어서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알려준다.


우리가 도착한 이날이, 뿌에르토 나탈레스 공용터미널이 처음 개장한 날이고, 우리가 탄 버스가 첫 버스란다.



오... 그럼 기념품 같은건 안 주시나요? 뭐 열쇠고리라든가 뭐 기념촬영 이런거 안하나요?


그런건 없다. 


그냥 원래 내리던 곳이 아니라서, 시내에서 더럽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단점뿐...


덕분에 뿐따 아레나스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30분정도 걸어갔던거 같다..


원래 내리던곳에 내렸으면 3분이면 됐을 거리인데...ㅠㅠ





여기가 오늘 새로 오픈한 뿌에르토 나탈레스 터미널의 모습이다.


아직 버스회사도, 가판대도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완전 새건물이다.


몇년이 지나 이곳이 그리워져, 인터넷에 뿌에르또 나탈레스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나오겠지.





나름 파타고니아에서 큰 도시인데, 그곳의 공용터미널 첫 손님이라니...


별거 아니지만 나름대로 뿌듯했다.


는 개뿔. 진짜 별거 아니고 그냥 귀찮기만 하고 빡치고 아오. 그냥 원래 내리던 곳에 데려다주세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스페인어가 부족해서 걷기로 했다.


비는 오고... 어딘지는 모르겠고... 엉엉.ㅠ





비오는 나탈레스에서 길을 잃어보셨나요.


일주일만에 돌아온 나탈레스는 여전히 사람이 없는 유령도시였다.


길좀 물어보고 싶어도 뭐 사람이 있어야지 물어보지...;;;


버스타고 오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빗속을 해치며 시내로 열심히 걸어갔다.


이럴때 보면 진희도 참 체력이 좋다.


한번도 나보다 먼저 퍼진적이 없다.



당연하지. 6천미터급 고봉도 정복하고 온 여잔데.ㅋㅋㅋ 정ㅋ벅ㅋ





다시 들어온 칠레에서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은?


언제나처럼 인출.ㅋ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가서 스키장을 한번 가볼까해서 생각보다 더 많은 달러가 필요했다.


그래서 칠레에 온 김에 돈을 더 뽑고, 나중에 아르헨티나 갈때 달러로 바꾼 다음에,


아르헨티나 가서 암달러상에게 환전하고 스키장을 가기로 했다.



진희가 빵을 주고 있는 저 개는, 우리를 30분정도 따라다닌 개다.


동네 떠돌이갠데... 30분정도 따라다닌 끝에 빵쪼가리 몇개 얻어먹는 쾌거를 달성했다.


진희가 그러는데, 한국 여행자중에 파타고니아의 개들이 불쌍해서, 슈퍼에서 개 사료를 사서


떠돌이개들한테 주고 다니는 여행자도 있다고 한다..;;;



근데 우린 지금 우리 먹을것도 없음. 개사료가 있으면 내가 먹게 생겼음.





겨우겨우 찾아간 뿌에르토 아레나스로 가는 버스회사.


다른 회사들은 전부 4500~5000인데, Bus-Sur라는 이 회사만 4000페소다.


싼 버스가 대부분 그렇지만, 손님보다는 화물을 더 우선시하는 버스다.;;


어차피 3시간정도만 가면 되니까 그냥 제일 싼 버스로 골라탔다.





뿐따 아레나스는 남극으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곳이다.


그래서 남극투어가 있거나, 세종기지 월동대분들이 출발하거나 할때는 엄청 붐비는 도시인데...


알다시피 지금은 비수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처음 보이는 삐끼를 따라가기로 했는데, 삐끼가 없다.ㅡ_ㅡ



망할. 그래서 내려서 이리저리 해매다가, 결국 론리플래닛 보고 찾아간 숙소다.


하룻밤에 8000페소...(칼라파테 후지여관에 비하면 대략 2배정도 비싼 가격)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에 그냥 머물기로 했다.


Fitz Roy라는 호스텔인데, 론리에 추천된 숙소이니만큼 기본빵은 하는거 같고, 


가장 좋은건, 비수기라 그런지 6인 도미를 우리 둘만 쓰고 있다.ㅋ




이제 다시 칠레로 돌아왔다.


원래 이곳에서 비행기 or 배를 통해서 세상의 끝 뿐따 윌리암스에 가서 놀다가,


배 타고 우슈아이아로 가서 놀다가, 비행기 타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려고 했지만...


배편이 엉키는 바람에, 그냥 여기서 바로 우슈아이아로 가기로 했다.


근데 그것도 버스시간이 여의치 않아, 이곳에서 일주일을 머물게 됐다...ㅡ_ㅡ


이렇게 할일 없는 도시에서 또 다시 일주일이라니....


칠레 산티아고부터 시작해서, 거치는 칠레의 도시들마다 너무 오래 머물게 된다.. 할것도 없고 비싸기만 한데.ㅠㅠ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