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g2013. 6. 24. 01:55


여행 다녀온지도 어느덧 한달이 다되가고 있습니다.


한달동안 엄청 바쁘게 움직인거 같긴 한데, 뭘 했는지 눈에 보이는건 별로 없네요.



우선 가족들한테 인사 드리고... 처갓집도 다녀왔고...


신혼집 장만한다고 이곳저곳 알아보고, 또 보러 다니고...


집 계약한 후에는 혼수 준비한다고, 인터넷 뒤지고, 동네에 있는 가전제품 매장은 다 가봤고요...


무슨 냉장고 하나 정하는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린거 같네요.


그리고 또 이삿짐 센터 알아보고, 뭐 에어컨 알아보고...


에어컨이랑 이삿짐 센터는 전화상담만 하면 무슨 추가비용이 어쩌고저쩌고 해서 알아보는게 겁나 힘들었네요.


그리고 둘다 휴대폰 새로 개통하느라고 그것도 좀 알아봤고...


아... 여행 다녀온 짐 정리하는데만 3일정도는 걸렸던거 같네요. 


빨래하고 버릴거 버리고, 당장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서 옷도 사러 다녔고...


그리고 집에 전기시설이 문제가 좀 있어서, 집에서 노는김에 제가 총대매고 이것저것 알아봐서 문제도 해결했고...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건, 아무래도 취업준비였습니다.


여행이라는게...


특히 부부가 함께 다녀온 세계일주라는게... 어찌보면 참 멋진 일이고,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일이지만,


그건 여행하고 있을때 얘기인거 같고... 한국으로 들어오니까 현실이 몰려드네요.



여행할때 만났던 분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전부 대학생들 시험기간이라서, 한명만 만났고,


나머지 분들은 천천히 만나야 겠네요.ㅎㅎ



세계일주를 떠날때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세계일주를 한다고해서 뭐 대단한 사람이 되거나, 머리에 지혜가 꽉꽉 차거나, 내 인생이 영화로 만들어지진 않을거라는걸 알았습니다.


출국도장을 찍으면 언젠가 귀국도장이 찍힌다는 사실도 알았고,


그렇게 입국게이트를 통과하고나면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야 될거라는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진희랑 여행하면서 자주 했던 말중에 하나가 절대로 도망치지 말자였습니다.


우린 현실이 싫어서 도망쳐나온게 아니니까,


우린 세계가 보고 싶어서 여행을 나온거니까,


절대로 여행 도중에, 


해외에서 눌러앉거나, 뭔가 한국에 가서 뜻하지 않은 길로 가지 않도록 조심하자.


항상 말했었죠.



물론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바가 많아서, 전공을 바꾸거나, 해외에 눌러앉을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그런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했고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택한건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서 겪어야 될 상황들이 갑갑해서 도피처로 택한건지...



결국에는 처음 여행 갈때 세웠던 모든 다짐들을 지킨채 귀국하긴 했습니다. (타지마할, 함피에 못 간건 좀 아쉽지만 너무 더웠으니 무효.)


그리고 지금 열심히 취업준비 중입니다.


요즘 공채 기간이 아니라서, 몇군데만 지원했는데, 다행히도 그중 하나에서 수요일날 면접을 본다네요.



근데 이게 신기한게 뭐냐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이랑 같이 이곳저곳 면접보러 다니고 떨어졌다고 술 한잔 하고,


합격했다고 술 한잔 하고...


처음 매보는 넥타이가 어색해서 면접 끝나자마자 넥타이 풀던 때랑은


느껴지는 부담감 자체가 다르네요.



비록 결혼한지는 1년이 넘었지만, 


이제서야 진짜 어른이 되는거 같습니다.


이게 지금 책임감인지 부담감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면접에 임하는 마인드가 확연히 다르네요.



이 블로그에는 여행일기도 끝까지 쓸거지만,


귀국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꾸준히 쓸 예정입니다.


왜냐면, 그게 제일 궁금했거든요.


세계일주를 결심하고 정보 좀 얻을라고 몇몇 블로그 들어가보면...


'헐.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잘 놀러다니지?'


'뭐여...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 액티비티까지 할 수 있는거지?'


'그래서 결국 귀국해서 어떻게 된거야? 재취업은 어떻게 했지? 뭔가 재취업 할 구멍이 있었으니까 회사 그만두고 여행 간건가?'


이런게 제일 궁금했거든요.


사실 뭐 그 사람들이 어디를 여행했고, 뭘 봤고 그런건 별로 안 궁금했어요.ㅡ_ㅡ 어차피 나도 갈건데 뭐.ㅋㅋㅋ



여하튼 지금 세계일주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 


꼭 세계일주가 아니더라도, 뭔가 긴 시간과 큰 돈을 들여야만 하는 모험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


특히 의사나 전문직이나 뭔가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직업이 아닌...


지금 다니는 회사 그만두면 재취업 할 길도 막막하고...


세계일주 하면서 돈 다 써버리면, 한국 돌아와서 귀국날 잠 잘곳조차 마땅치 않은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뭔가 변명거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 이런 사람들도 다녀왔는데 나라고 왜 못가냐. 가자!! 인생 뭐 있냐!! 홀롤루지.


라면서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설득시키는데, 제가 조그마한 변명거리가 되고 싶네요.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