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2일. 여행한지 409일.


이날도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글을 쓰면서 돌이켜보니...


이날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구나.


눈물이 다 나네..  또르르...





여행의 마지막날이든 아니든간에 언제나 배는 고프니까,


아침을 먹으러 길을 떠났다.



숙소가 순탁페리 근처에 있어서, 순탁페리에 가서 밥을 먹기로 함.


순탁페리 터미널은 마카오랑 왔다갔다 하는 페리들이 정박하는 곳이다.


그래서 뭐 이것저것 구경할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음.



이 사진은... 왜 찍었지...


아마도 여행사인데, 여행 광고들이 특이해서 찍어놓은거 같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향한 곳은, 요시노야.


이름만 왜국같을 뿐, 순전히 홍콩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홍콩 사람들은 주로 밥을 사서 먹는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왠만한 음식점 앞에는 이렇게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가 먹은 점심세트.


왜 아침이라 그래놓고 점심세트를 먹나요? 라고 궁금해 할수도 있겠지만,


나는 보통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아침에 곧 점심이다.



여행하면서 호텔에서 공짜조식을 주는 경우 혹은 아침일찍 버스가 예약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왠만해선 12시 전에 정신을 차린 적이 별로 없는거 같다.


일어나는건 10시쯤 일어나더라도... 


항상 이불에서 밍기적거리다가, 대충 아침 챙겨먹고나서 다시 밤잠과 낮잠의 모호한 경계선상의 있는 그런 잠을 잤던거 같다.





아침을 먹고나서, 트램을 타고 시티게이트 아울렛이라는 곳으로 갔다.


사실 둘다 쇼핑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


특히 나는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고, 관심있는 것도 없어서...


아울렛에 가면 빠르게 걷는 것 외에는 별로 할게 없다.



허나 쇼핑의 도시 홍콩에 온 관계로,


예의삼아 아울렛에 한번 들러줬다.





시티게이트 아울렛은 무지막지하게 컸다.


근데 이상하게 상점은 별로 없었다.



여기서 좀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쯤이었나... 유니클로 부근이었나...


여하튼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한국인 부부를 마주쳤다.


헐.


대박.


중학교 동창이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중학교 2학년때쯤... 좀 가깝게 지내다가,


거의 모든 학창시절 친구들이 그러하듯,


중3때부터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멀어져서 결국 연락도 끊긴 친구였다.



처음 마주쳤을때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


근데 근 15년? 만에 봤는데 이름이 바로 떠오른다는 것 자체가 수상해서 머뭇거렸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먼저 자기 이름을 밝히면서, 나를 알아보는 것이 아닌가...


이 당시에 나는 머리가 산발이라서 부모님도 못 알아볼 정도의 몰골이었는데...



세상은 참 좁다. 죄 짓고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친구는 2층 난간에 기대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결혼해서 와이프와 신혼여행으로 홍콩을 온거였다.


중3때쯤 기타를 곧잘 치고 작곡도 한다는 얘기를 옆반 친구를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결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중학교때 불렀던 별명, 그때 있었던 일들...


그리고 중학교 동창들의 근황을 주고받았다.


참으로 신기하지. 세상 참 좁아.



그리고 난 내일모레 한국으로 돌아가니,


한국에 가서 이런저런 연락할라고 맘만 먹으면야 할수 있지만, 굳이 나서서 연락하지는 않는


그런 친구들 몇명과 함께 자리를 마련해서 얼굴이나 좀 보자고 했다.



그렇게 말을 꺼낸지 오늘로써 약 3년쯤 지났다.



난 글렀어.


이렇게 평생 내가 불편한 자리는 피하다가 쓸쓸히 죽을거 같다.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고나서,


센트럴IFC로 향했다.



별 목적은 없었다.


그냥 홍콩에서 보고 싶었던 것들은 다 봤기 때문에,


그냥 홍콩의 거리를 좀 돌아다녀보고 싶었다.





얼마전 뉴스 헤드라인만 보니까,


홍콩의 간판들을 다 규제한다 그러는거 같던데...


실제로 보고와서 다행이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영국에 처음 간게 2007년 7월쯤이었는데...


2007년 6월쯤에 인터넷에 기사가 떴다.


"영국 런던에서 더이상 2층 버스를 볼수 없다."


뭐 안전과 경제성을 이유로 더이상 런던에는 2층 버스를 못 보게 된다는 그딴 기사였다.


그 당시 나는 런던의 빨간색 2층버스가 너무나도 보고팠던 나머지,


영국에 있던 친구한테 연락해서, 이 기사가 뭔 소리냐고 물어봤었다.



근데 그 친구는,


"응?... 난 처음 듣는 소린데? 뭔 소리야? 그럼 버스 다 바꿔?"


라고 응답을 했고...


난 속으로 이놈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멍청한놈... 넌 빨간 2층버스를 질리도록 봐서 상관 없겠지만 난 아니라고... 라면서 혼자 방에서 울었다. 는 뻥이고 울뻔 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런던에 도착했는데,


당연히 빨간색 2층 버스는 수백, 수천대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휴 그랜트가 노팅힐 찍으면서 탔을법한 오래된 2층 버스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번에 여행할때도 런던에 빨간 2층버스가 돌아다니고 있었던 걸로 봐서는,


내가 봤던 그때의 그 기사는 그냥 흔한 기레기의 공상과학소설이었던거 같다.



홍콩의 간판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 수많은 간판들을 뭔수로 규제하겠어...





그냥 흔한 홍콩의 골목.


생긴건 분명 골목인데, 사람은 대로변만큼이나 많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애플샵.


전세계 왠만한 애플샵은 다 들어가 본거 같다.


관심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할거 없어서 에어컨 바람 쐬러 들어가곤 했음.



그리고 우리는 크나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건 아래에 이어짐.





내일이면 한국으로 들어갈거니까, 이케아에서 구경도 좀 하고 살것도 좀 살 생각으로...


트램을 타고 코즈웨이베이로 왔다.



이케아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튼튼히 배를 채우기 위해 방문한 곳은,


Cafe de Coral.


뭔가 유명한 체인점이란다.





아니 분명히 다른 이름의 음식만 시켜대는데,


왜 자꾸 똑같이 생긴 음식들만 나오지?



사진 올리다 깜짝 놀랐는데, 내가 머리가 크긴 해도 사진에 보이는것만큼 비정상적으로 크진 않다.


이 사진은 지금 머리가 부풀어 오른데다 + 렌즈의 왜곡효과 + 조명탓 으로 인해 


합성적으로 나온거다.


난 무슨 선거 개표방송 보는줄 알았네. 머리만 둥둥 떠다니길래.





그렇게 밥을 먹고 나서 우리는 이케아로 향했다.


사람들은 뭐 이케아 품질이 별로라는등, 한국에서만 비싸게 판다는등,


뭐라뭐라 인터넷에 댓글을 달고는 있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케아를 좋아한다.


이쁜 소품도 많고, 품질도 썩 나쁜지 모르겠다. 



지금도 거의 2달에 한번정도는 이케아에 놀러가곤 한다.





이케아다.


홍콩에서 침대보를 하나 샀던거 같다.


스웨덴 이케아에서는 양말전용 문어건조대를 사고... 홍콩에서는 침대보를 샀었네.



그리고 옷장, 책장, 쇼파, 서랍장, 식탁, 의자, 액자, 이불 등등...


눈에 띄는 모든건 다 한국 이케아에서 샀다.


짱짱맨임.



홍콩 이케아에서도 사고싶은건 엄청 많았으나,


막상 우리 집이 없었다.


내일 한국에 들어가도 바로 갈곳이 없는 홈리스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홈리스라도 이불은 덮고 자겠지라는 생각에 침대보 하나만 사들고 나옴.





그리고 홍콩에서 제일 크다는 코즈웨이베이 애플샵.


그리고 그곳에서 포장되고 있는 우리의 아이맥.


샀다.


드디어 샀다.



IT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IT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내가...


드디어 아이맥을 샀다.



왜 샀냐고 묻는다면 수십가지 이유를 댈수 있다.


이 당시에 생각하고 있던 사업아이템도 있었고, 아이맥 가지고 써먹을만한 수십가지 기능들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 모든 이유들은,


그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한 변명들이었다.



맞다.


그냥 이뻐서 샀다.


인테리어용으로 샀다.


그리고 지금 아이맥은 그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해주고 있다.


한국에 가지고 와서 한 10번은 켜봤나?... 10번은 켜봤겠구나... 여하튼 100번은 안 켜봤음. 





애플샵에서 뭘 사본건 처음인데다, 영어로 뭐라뭐라 해서 잠시 정줄을 놓을뻔 했지만,


직원 아저씨가 친절하게 셋팅도 해주고 뭐 이것저것 챙겨주고 해서,


우리의 아이맥 구입기는 이렇게 잘 마무리 되었다.



27인치다. 참으로 크다.


사실 초반에는 여행기를 이 아이맥으로 올리다가,


내 몸은 20년동안 써오던 윈도우에 최적화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윈도우로 쓰고 있음..;;;;





아이맥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별로 후회는 안하고 있지만, (어차피 후회한다 해도 변하는건 없으니까.)


이때 당시에는 매우 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이맥을 가지고 할 것들이 너무 많이나도 생각나고 있었거든.



근데 지금은 한두개 빼고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허황된 계획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도망쳐 버린걸수도 있고.



여하튼 숙소로 돌아와서, 아이맥 다시 한번 켜봤더니 너무 이뻐서 가만 넵둘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세계라는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다가,


맥주 마시기 딱 좋은 날씨라서, 중간에 맥주 사러 슈퍼도 갔다오고 하면서 밤늦게까지 아이맥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는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맞이했다.

Posted by v멍군v